『초우량 기업의 조건』, 톰 피터스·로버트 워터먼 지음, 이동현 옮김, 더난출판, 2005
미국의 저명한 경영 전문지〈포브스〉가 각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지난 20년 동안 출판된 경영서적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책을 조사·발표했다. 그 결과 1위를 차지한 것은 톰 피터스의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었다. 1982년 발간되자마자 저자 톰 피터스를 단번에 경영 구루의 자리에 올려놓으며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출판 역사상 경제경영서로는 최고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미국에서만 7백만 부 이상 팔린 것으로 추산되며, 이 책 때문에 출판시장에는 경제경영이라는 부문이 따로 만들어질 정도였고,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에서 20세기를 대표하는 3대 경영서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피터스가 현대 경영학에 미친 영향력은 대단하다. 당시 미국의 기업들은 전략이나 조직구조, 시스템과 같은 경영의 하드웨어적인 측면에 치우쳐 있었고, 그로 인해 전략의 수립과 실천을 동일시하는 함정에 빠지곤 했다. 저자들은 그런 미국식 경영 스타일과 합리주의적 사고방식이 지닌 한계를 대담하게 지적하며, 경영 프로세스의 무질서하고 비합리적인 측면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경영의 하드한 측면보다는 고객과 종업원, 실천과 시행착오, 공유 가치와 규율 등 경영의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강조한 그들의 분석적 주장은 혁신적인 동시에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피터스와 워터먼은 1961년부터 1980년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업종의 43개 초우량 기업들을 연구의 대상으로 선정해 조사·분석함으로써 이 책을 탄생시킨다. 그 후 피터스는 경영학 분야에서 하나의 믿을 만한 브랜드로 자리 잡고,『초우량 기업의 조건』역시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성공 기업의 사례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경영의 원리를 찾는 후학들의 연구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경영의 고전이자 가장 혁신적인 책으로 손꼽히며 국내에도 이미 번역 출간된 적 있던 이 책은, 막상 국내 독자들에게는 명성으로만 존재할 뿐, 제대로 읽혀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저자 | 톰 피터스
톰 피터스 세계적 경영 컨설턴트로, 코넬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스탠포드 대학에서 MBA를 취득했다. 1974년 맥킨지에서 경영 컨설턴트 업무를 시작한 이래 미국의 성공한 대기업 43개 사를 심층 분석, 이들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우수성을 정리해 펴낸 <초우량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이 베스트셀러(1982년)가 됨으로써 경영 컨설턴트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그 후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에 <톰 피터스 그룹(TPG)>을 세워 기존의 딱딱하고 관료화된 기업문화를 타파하는 포스트 모던 경영의 전도사로서 화려한 경력을 시작한다. 그는 그동안 기업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던 가치인 창의력과 혁신, 자율, 열정을 강조하면서 경영자들에게는 인습에서 벗어나 고도의 세련된 방식으로 고객의 감탄을 이끌어내기 위해 경주할 것을 촉구하고, 샐러리맨들에게는 지식 사회에서 자신만의 최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진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그의 이론은 때때로 너무 파격적이라 정교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긴 하지만 이성 중심의 합리성을 타파하고 기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저서로는 <경영혁명> <해방경영> <경영파괴> <경영창조> 등이 있다. 로버트 워터맨 <초우량 기업의 조건>의 공저자. 이 책이 출간된 후 21년 동안 근무했던 맥킨지를 떠나 ‘워터맨 그룹’이라는 컨설팅 그룹을 설립해 기업 컨설팅, 경영자 교육, 사회활동에 열중하고 있다. 한편 RLS 재단과 세계 야생동물 기금WWF 등 비영리 조직의 이사로 활동하며 자문과 봉사활동을 병행하는 색다른 이력을 쌓아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기업 변신 요건>, <미국은 무엇을 제대로 해야 하는가>, <최고 인재 확보와 유지전략> 등이 있다.
차례
1부 초우량 기업을 찾아서
01 승승장구하는 미국 기업들
2부 초우량 기업에서 찾아낸 성공의 열쇠
02 합리주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03 동기부여가 성공의 핵심이다
04 모순을 관리하라
3부 초우량 기업의 8가지 조건
05 철저하게 실행하라
06 고객에게 밀착하라
07 자율성과 기업가정신을 가져라
08 사람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라
09 가치에 근거해 실천하라
10 핵심 사업에 집중하라
11 조직을 단순화하라
12 엄격함과 온건함을 지녀라
1부 초우량 기업을 찾아서
01 승승장구하는 미국 기업들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위해 ‘조직화’ organizing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위한 조직화인가 ?” 우리가 연구 대상으로 삼았던 대기업의 경우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거의 비슷했다.
종래에 없었던 새로운 기업의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기 위해서 ― 다시 말해 보다 혁신적이고, 보다 고객지향적이고, 노사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자사가 보유하지 못한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 맥킨지의 7-S 분석틀
그림 1. 맥킨지의 7-S 분석틀
(38쪽 도표 제시)
▶ 조직화에 좀더 지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면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최소한 일곱 가지 변수를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그 일곱 가지 구성요소는 조직구조 structure, 전략 strategy, 사람 people, 경영 스타일 mangement style, 시스템과 절차 systems and procedures, 지도 원칙과 공유가치 guiding concepts and shared value 그리고 현재 및 미래가 요구하는 강점 또는 기술 strengths or skills 등으로 요약된다. 이 아이디어를 후에 보다 명확히 정의하고 세심하게 정리한 것이 바로 ‘맥킨지 7-S 분석틀’이다.
▶ 거대 조직을 실제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복잡하게 얽힌 일곱 가지 주요 요소가 동시에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음으로써 거대 조직을 어떤 형태로든 변화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전보다 훨씬 더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 성공하는 기업들이 가진 공통점은 끊임없이 ‘혁신’ innovation한다는 점이다. 혁신은 창조적인 사람이 시장 가치가 있는 새로운 제품 또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라는 의미에 거대 조직이 변화를 유도하고 실행하는 것이라는 새로운 뜻이 더해진 것이다. 우리는 그 과정의 탐색을 통해 기업의 탁월함을 밝히는 것을 연구의 중심 주제로 삼아다. 우리 주장의 핵심은, 혁신적인 기업이란 신제품을 만들어 매출을 큰 폭으로 늘리는 능력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환경적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나갈 수 있는 능력도 뛰어난 기업이라는 것이다.
앤드루 페티그루 교수가 말하는 기존 관행을 고수하는 타성에 조직 inertial organization과 달리, 환경이 변하면 자신도 변하는 기업이 바로 혁신적인 기업이다. 고객의 요구 및 욕구가 변하고, 경쟁 기업의 기술적 역량이 발전하며, 일반 소비자의 기호가 달라지고, 세계 무역에서의 새로운 교역 질서가 대두되며, 정부의 규제가 변하고 있다. 기업은 이처럼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전략적 방향을 새롭게 정하고 개선·조정·변화·적응해나간다. 결국 기업은 기업문화를 포함해 기업 경영의 전체적 틀을 혁신해야 한다. 혁신의 개념을 이렇게 정리하면 탁월한 경영자 또는 경영진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정의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식의 혁신을 유도하고 실행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기업을 ‘초우량 기업’ excellent companies이라 정의했다.
▶ 초우량 기업의 선정
처음으로 선발한 기업에게 우리가 바란 것은 경영자, 컨설턴트, 경제 저널리스트, 경영학자 등 이른바 전문 지식인들이 ‘우수’하고 ‘혁신적’이라고 공감하는 기업들의 리스트를 만드는 일이었다. 우리는 관심을 갖고 있는 각각의 산업에서 충분한 샘플을 얻을 수 있도록 기업을 몇 개의 범주로 유형화해보았다. 각각의 범주에 포함시킨 기업들의 예는 다음과 같다.
1. 첨단기술 산업 : DEC, HP, 인텔 intel, TI 등
2. 소비재 산업 : P&G, 체스브로 폰즈 Chesebrough Pond's, 존슨 앤드 존슨 등
3. 일반 제조업 : 캐터필라 Caterpillar, 다나, 3M 등
4. 서비스 산업 : 델타 항공 메리어트 Marriott 호텔, 맥도날드 McDonald, 월트 디즈니 Walt Disney 등
5. 프로젝트 엔지니어링 : 벡텔 Beshtel, 플루어 Flur 등
6. 자원 관련 산업 : 애틀랜틱 리치필트 Atlantic-Richfield, 다우 케미컬 Dow Chemical, 엑슨 Exxon 등
2부 초우량 기업에서 찾아낸 성공의 열쇠
02 합리주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 어째서 “결점투성이인 불완전한 인간보다 완벽한 기계의 관점을 취하는 좁은 의미의 합리주의가 그처럼 오랫동안 기업 현장에서 통용되었던 것일까 ?”하고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른다. 특히 제2차세계대전 후 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높은 생산성을 올리고 있던 시기에, 생산성 향상과 합리주의가 마치 동의어처럼 여겨진 것은 왜일까 ? 상황이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가 된다. 즉 그 배후에는 제2차세계대전 후의 수요 증대, 불황기를 거친 후였기에 근로자들이 기본적으로 일만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는 점, 국제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다는 점, 자신들이 전 세계에 최고, 최신의 제품을 공급해주는 미국 근로자라는 긍지 등이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시장 세분화 분석, 적절한 자금 운영 시기, 건전한 현금흐름의 전망 등이 기업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절차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기법이 절대적으로 중시되어 조미료 1리터에 제품에 대한 사랑은 한 스푼이라는 식으로 주객이 전도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분석이란 도구는 크게 도움이 되고 그 힘도 대단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것만으로 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난날 미국은 압도적인 강대국이었고 조지 길더가 『부와 빈곤』에서 언급한 것처럼 “통속적인 합리주의 신앙”이 횡행했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가 미국의 생산 공장과 연구소 및 그 규모, 그리고 미국의 경영 기법에 대해서도 두려움을 느꼈다.
프랑스인 편집자 자크 세르반 슈라이버는 “이 미국 침략자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원인은 자본, 과학 기술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의 능력과 그 배후에 있는 경영자의 능력에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뒤로 13년이 지난 뒤 미국의 기업은 국제 경제와 국내 정치의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미국의 경영방식에 대한 불만은 크게 다음의 5개 항목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경영대학원이 잘못된 교육을 하고 있다. 둘째, 전문 경영자들이 정확한 시각을 갖고 있지 못하다. 셋째, 경영자가 자신의 회사가 하는 일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 넷째, 경영자가 조직 구성원 또는 고객에서 충분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섯째, 최고 경영진과 관리 부분 담당자들이 분석의 상아탑에 틀어박혀 있다.
▶ “분석에 의존하는 회사가 너무 많다.”라고 에드워드 랩은 말한다.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데서부터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문제와 직접 맞닥뜨리는 것을 미루기 위한 좋은 구실이다. 그렇게 하면 지적으로 만족을 얻을 수 있고, 실행에 반드시 따르게 마련인 정신적인 고통도 피해갈 수 있다. ......형식에 치우친 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데 집착하다보면 반드시 분석 기법을 지나치게 중시하게 된다.”
기업이 경영 계획을 세우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계획은 반드시 세워야 한다. 문제는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궁극적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다.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 때 그에 적응하기 위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바이롬의 지적은 옳다. 그러나 문제는 계획의 수립이 갖는 역할보다 더 많은 것을 바라는 데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계획 자체가 엄연한 진실이 되고, 미리 세워둔 계획에 합치되지 않는 현실적인 데이터는 거리낌 없이 버려진다. 현실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탁상공론에 열중하고 만다.
▶ 오늘날의 미국 경제는 적어도 합리주의자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사고방식으로는 초우량 기업을 만들어내는 근본적 요인을 찾아낼 수 없다. 왜냐하면 냉철한 합리주의는 필연적으로 다음과 같은 결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계량적·분석적 방법은 원래 보수적인 경향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정량화하기 쉬운 비용절감이 무엇보다 우선시되고, 불확실성이 따르는 매출액 증대는 등한시된다. 그 결과 제품의 가치나 품질로 고객을 사로잡는 경쟁에 나서지 못하고, 원가 절감 외에는 길이 없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된다. 혁신적 제품과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존 제품의 일부를 고쳐 출시하려고 한다. 종업원의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귀찮다고 단념하고, 돈으로 해결되는 설비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려 한다. 경영에 수반되는 의사결정을 분석적으로 하려는 사고방식의 결정적인 한계는 분석하기 쉬운 대상부터 분석하고 거기에만 시간을 투자함으로써 다른 중요한 요인을 간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분석적 방법만을 추구하다보면 인간미가 없는 추상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된다. 미국은 베트남전쟁에서 사망한 전사자 계산에만 열중한 나머지 베트남 민족 고유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미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자원의 낭비 ― 인명, 도덕성, 그리고 물질 ― 를 초래했다.
셋째, 협의의 합리주의는 흔히 부정적인 것과 결부된다. 분석에 심취해 있는 경영진의 폐해에 대해 피터 드러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의 전문경영자는 자신의 역할이 어떤 아이디어에 대해 ‘예’ 또는 ‘아니오’라고 말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역할이 의자에 앉아 결정을 내리는 데만 있다고 믿는 최고경영자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반드시 거부권을 행사한다. 왜냐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는 ‘비실용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넷째, 이른바 오늘날의 합리주의는 시행착오, 즉 실패에 대한 자유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실수를 범하는 일을 극도로 무서워한다. 보수주의에 치우치다보면 활동이 정체되고, ‘검토위원회’가 몇 년 동안이나 업무를 계속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결국은 자기들이 피하려 노력했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관료화된 제품 개발 부문이 분석에 열중하고 있는 동안 세월은 흘러, 결국 마지막에는 모든 층위의 고객 여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역전 만루 홈런을 노리지 않을 수 없데 된다. 그러나 DEC, 3M, 왕 연구소 등 실험정신이 왕성한 기업들은 불합리 또는 혼란에 구애받지 않고 매진해 같은 기간에 10여 종류 이상의 신제품을 개발한다.
다섯 번째, 반실험주의는 필연적으로 지나치리만큼 복잡하고 유연성 없는 괴물을 만들어낸다. ‘홈런 같은 대박 상품’에 대한 기대가 가장 잘 나타나 있는 것은 방위 산업의 ‘슈퍼 무기’ 발상일 것이다. 지나친 조심과 분석으로 야기된 마비는 실험을 기피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공교롭게도 그것은 최종적인 ‘결정타’나 ‘슈퍼 무기’를 추구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그것은 다시 악순환을 통해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상품의 개발·생산·판매를 위한 복잡하고 정교한 조직과 운영 시스템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러한 경향이 최고조에 도달한 결과 나오게 된 작품이 바로 기계적인 매트릭스 조직이었다.
여섯째, 합리주의적 접근법은 형식에서 벗어난 자유를 좋아하지 않는다. 분석, 계획 수립, 명령·통제, 구체화, 점검 등은 합리주의적 모델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용어다. 대화, 시험, 실행, 실패, 지속적인 검토, 방향 전환, 조정, 수정, 관찰 등은 직관에 입각한 경영 방식에서 사용되는 용어다. 우리는 초우량 기업에서 일하는 관련 인사들을 인터뷰하면서 이러한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일곱째, 합리주의적 사고방식은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잊게 만든다. 정확한 목표 설정이나 합리적 분석에서 신선하면서도 대담한 기업의 미래를 위한 방향이 제시된 예를 우리는 거의 보지 못했다. 뛰어난 회사는 분석에서도 매우 뛰어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회사에서도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숫자의 미학이 아니라 역시 핵심 가치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합리주의 내부 경쟁을 허용하지 않는다. 기업은 자기 자신과는 경쟁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초우량 기업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는 동안 사내 경쟁 현상을 수없이 보았다. 그뿐만 아니라 상사의 명령보다도 동료와의 경쟁의식이 더 효과적인 업적을 만들어내는 사례도 많이 보았다. 오늘날의 3M, P&G, IBM, HP, 블루밍데일 백화점, 타파웨어 등은 기업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은 각 부문 또는 부처 사이의 중복, 제품 라인 간의 경쟁,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의 중첩, 사내 부문 및 부처 간 생산성 비교 및 향상을 장려하기 위한 부문 간 정보 교환의 허용 등이다. 이처럼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초우량 기업의 내부에 다른 기업이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
03 동기부여가 성공의 핵심이다
▶ 우리가 연구를 진행하면서 크게 깨달은 것은 “인간은 자신을 승리자로 생각하고 싶어 한다.”라는 사실이었다. 초우량 기업에서는 대부분의 종업원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스스로를 승리자로 보도록 만드는, 강력한 자기예언을 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마련한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으레 그러하듯이, 이러한 기업에서도 역시 인간의 능력이 일반적인 분포를 따른다. 그러나 다른 기업과 확실하게 차별되는 점은 이 같은 기업의 시스템에서는 실패의 비율보다 성공의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종업원이 대체로 자신의 목표나 목표치를 달성하는 이유는 그 목표와 목표치가 달성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초우량 기업의 시스템은 결코 많은 승리자를 배출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승리자가 나왔을 경우 그 사람을 인정해주고 요란스레 축하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다. 이 시스템에는 비금전적인 인센티브로 충분히 보상하는 제도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 좌뇌 및 우뇌로 대표되는 뇌 기능 연구가 말해주는 것은, 간단히 말해 비즈니스란 좌뇌의 기준으로 보면 지극히 ‘불합리’하고 감정적인 인간들이 벌이는 일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이기는 편에 서길 원하고, 자신이 속한 작은 집단이 번성하고 그곳에서 우정을 키웠을 때 생기가 돌며, 최소한 자기 운명의 일부만이라도 자신이 좌우할 수 있기를 바라는 존재인 것이다.
그렇다면 초우량 기업은 경영을 하는데 모두 우뇌적인 발상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것을 반영하고 있는가 ? 사실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경쟁 기업과 비교해 볼 때 초우량 기업은 인간의 감정적, 원시적인 측면을 허용하고 그를 제대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은 개개인이 자신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또 질이 높은 업무를 주고 다른 사람에 대한 친밀감을 추구할 수 있는 터전과 개개인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성공을 자축할 수 있는 기회까지 만들어준다. 그리고 더욱더 긴밀히 연결되는 소규모 네트워크를 조직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인간의 우뇌에는 이제까지 경영이 추구해온 지혜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초우량 기업에서는 그것을 신장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직감과 창조적인 면이 바로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과학과 수학을 논리적 사고의 메카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분명히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는 일취월장하는 과학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의 패러다임에 변화를 가져오는 참된 원동력은 논리가 아니다.
04 모순을 관리하라
▶ 마치 과학의 세계처럼 경영이론의 새로운 흐름도 모호한 동시에 모순적인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그리고 우린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이 새로운 이론이 더욱 효과적이며 현실에 훨씬 더 알맞음을 알게 된다. 초우량 기업이 탁월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한 가지 든다면, 이들이 기업이 모순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 앤드루 페티그루는 올바른 기업문화의 형성이야말로 경영자가 완수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업이라고 생각하며 이렇게 말했다. “리더는 조직구조나 기술처럼 합리적이고 유형적인 것을 창조할 뿐만 아니라 상징, 이념, 공통의 언어, 의식, 신화 등 직관적이고 무형적인 측면도 형상화시킨다.”
▶ 우리에게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 우리는 경영학 용어 사전에 새로운 말을 추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면, 그것은 일시적 조직구조가 될 수도 있고 특별 작업그룹이나 유동적 조직이 될 수도 있다. 또한 현재까지 논한 다음과 같은 말도 꼭 추가하고 싶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점진주의, 실험, 실행지향적, 모방, 다양한 시도, 이치에 맞지 않는 행위, 내부 경쟁, 유희, 어리석은 기술, 제품 챔피언, 밀로 bootlegging, 비밀 작업실, 도당 cabals, 그림자 조직. 모든 것이 여태까지의 사고방식과는 정면으로 대립하는 말들이다. 각각의 단어는 명확한 방향의 부재와 이에 대한 즉각적인 실행의 필요성을 암시한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말을 하나로 정리해 일관된 의미가 있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하나의 종합체로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예와 사고방식의 모델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실험, 지속, 시행착오, 리스크, 임기응변, 최적화, 우회, 경직성, 무작위 등의 요소가 총동원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하긴 가장 극적인 대비로 엄격함과 부드러움을 대비시켜 볼 수 있을 것이다. 수단이 목적에 어느 정도로 부합되는가 하는 것이, 의도가 행위를 어느 정도로 지배하는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것이 어는 정도까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 피드백을 통해 문제 해결 과정이 어떻게 수정이 되는가, 직전의 행위가 직후의 행위와 어떤 식으로 연관되어 있는가,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행위를 어떤 식으로 제약하는가, 지능에 의한 적응 행동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을 일괄적으로 해줄 수는 없다.
▶ 시장에서는 쉬지 않고 진화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이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변화하는 환경에 시의 적절하게 대응하는 대기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우리들이 예로 든 초우량 기업도 아마 영원히 초우량 기업으로 남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그러한 기업이 지금까지는 잘해 왔으며 다른 기업에 비해 기업의 양적 성장에 상응해 뛰어난 환경 적응력도 갖추고 있음을 말하고 싶다.
▶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커다란 이유 중 하나는 초우량 기업에서는 사내에 의도적으로 진화의 씨앗을 뿌리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초우량 기업이란 하나의 유기체로서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조직인 것이다. 그들은 시장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리는 대신에 기업 내부에 일종의 내부 시장을 만들어버린다. 증권 애널리스트의 말에 따르면 IBM이 90퍼센트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었을 때 이를 가능하게 한 비결은 경쟁 기업에 대한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이었다고 한다.
▶ 탁월한 기업은 어떤 수단을 써서든 경영의 일상성이 조직을 경직시키지 못하게 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이들 기업은 의미 있는 실험 횟수를 늘리고 더 많은 시도를 하도록 용기를 북돋워주며, 실패로부터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면 실패의 자유를 인정한다. 또한 조직을 항상 소규모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며 조직의 각 부문은 항상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소중히 여긴다. 사내 경쟁을 장려하고 그 결과로 인한 중복을 용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 기업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정보의 창출과 공유를 지원하는 자유로운 환경을 유지하며 그러한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의 사내 확산을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 실제로 우리는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난 조직은 다윈이 말한 것과 같은 진화를 기업 내에서 계속해서 되풀이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회사가 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듭해 의미 있는 실수를 계속해 나갈 때 기업은 그 자신만의 돌연변이를 유발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제공한다. 적응력이 있는 기업은 도움이 되지 않는 돌연변이는 재빨리 차단하고, 도움이 되는 돌연변이를 발견했을 때는 대량의 자원을 투입하도록 조직 구성원들을 학습시킨다. 적응력이 뛰어난 조직이 창조적인 방향 설정을 하는 것은 주도면밀한 계획의 결과가 아니다. 단지 이러한 조직은 막연하지만 올바를 것 같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시행착오와 실험 또는 의미 있는 실수에 대해 어느 기업보다 더 관대하다.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아주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이다.
3부 초우량 기업의 8가지 조건
05 철저하게 실행하라
▶ ‘실행 우선’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실행의 영역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는 대다수 기업들은 항상 다양한 지위에 있는 여러 직원들, 때로는 글자 그대로 수백 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작성한 방대한 보고서 더미 속에 파묻혀 있다. 이렇게 해서 아이디어는 생명을 잃게 되고 오로지 책임 소재와 같은 빈껍데기만 남는 것이다. 대기업은 수 톤에 달하는 보고서와 특허를 만들어내는 거대한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런 결과물들이 신제품 개발로 연결되는 일은 드물다.
▶ 그러나 초우량 기업이 취하는 방법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초우량 기업에도 프로젝트팀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35명으로 이뤄진 한 팀이 1년 반이라는 시간을 들여서 5백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보고서를 만들어내는 식은 아니다. 소수 정예 인력으로 구성되어 5일 후에는 현장 부서에서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실행을 우선시 하는 프로젝트팀이다.
▶ 무엇보다 HP, 타파웨어 등의 초우량 기업을 보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일을 달성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최고 경영진부터 현업에 종사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그러한 성취를 칭찬하고 격려한다. 둘째,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성과를 주요 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많은 시상 및 평가 그리고 축하 행사를 연다.
▶ 초우량 기업은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이용해 조직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자원 ― 일군의 엔지니어, 일군의 마케팅 인력 그리고 개별 사업부의 제품 ―을 즉시 기꺼이 이전시킨다는 확고한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초우량 기업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팀 조직의 성과가 소집단을 다루는 학문적 연구가 내린 결론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초우량 기업에서 생산성 향상 또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구성하는 팀의 적정 인원은 보통 5명에서 10명이다. 그런데 학술적 연구에 의하면 효과적으로 기능하는 소집단의 적정 규모가 7명 전후라고 한다. 소집단 이외에도 자발적으로 모이고 일정 기간 동안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팀은 보통 이와 반대되는 특성을 가진 팀보다 훨씬 생산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 신속한 의사결정과 즉각적인 실행은 형태를 바꿔가며 계속되었다. DEC, 3M, HP, TI, 맥도날드, 다나, 에머슨 전기, 엑슨처럼 여러 업종을 대표하는 초우량 기업에서 볼 수 있는 태스크포스 조직은 다른 기업에서 우리가 늘 목격하는 관료화된 그것과는 전혀 다른 특징을 갖고 있었다. 초우량 기업에서의 태스크포스 조직은 그야말로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 최근 들어 태스크포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기업에서 이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초우량 기업에서는 이를 일상적으로 도입하는 평범한 기업들과는 전혀 다른 식으로 태스크포스가 활용된다는 점이다. 초우량 기업의 태스크포스는 특정한 문제에 집중하지만 조직이 매우 유동적으로 운영되어 전체 조직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달리 말하면 그것은 상대적으로 복잡하면서 미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에 비유되며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기 위한 최상의 대안이기도 하다.
▶ 초우량 기업에서 볼 수 있는 실행을 중시하는 특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들 기업이 끊임없이 무언가를 실험하고 시도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목격한 대부분의 대기업은 실험하고 배우는 방법을 망각하고 있었다. 실행하기보다는 논쟁과 분석에 의존하고 작은 실패를 두려워한 나머지 행동이 마비되어버렸다.
▶ 철저한 학습을 바탕으로 무슨 일이든 시도해보는 것이 P&G를 비롯한 대다수 초우량 기업의 특징이다. TI의 찰스 핍스는 자사가 보여준 초기의 성공은 가치 있는 일에 대담하게 도전하고자 하는 의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신속하게 학습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자신들의 실험정신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연구원 스스로도 아마 깜짝 놀랐을 것입니다. 내부 역량도 충분하지 않은 2천만 달러 규모의 소기업이 반도체 분야의 벨 연구소, RCA, GE와 같은 대형 연구소를 능가하는 성과를 거뒀으니까요. 이러한 결과는 연구실 안에 틀어박혀 생각만 하지 않고 밖으로 나와 무엇이든 시도하려 했던 의욕 덕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스크포스와 같은 한시적인 조직도 유연성과 자유를 보장해주는 환경이 없으면 제 기능을 다할 수 없다. 조직 내 실험 역시 적합한 환경에서가 아니면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관리자는 시스템의 ‘누수’를 용인해 잘못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밀조’에는 적극 가담하며,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는 유연하게 대응하고, 챔피언의 탄생을 장려해야 한다.
▶ P&G의 조직은 실행을 중시하는 분위기에 걸맞게 조직의 규모가 작고 그 구조도 훨씬 단순하다. 이 회사의 관리자들은 “얕은 홈이 더 분명하고 확실한 길로 안내한다.”는 표현을 곧잘 사용한다. 이러한 조그마한 조직만으로도 P&G는 제대로 돌아가고 있으며 사소한 것들도 서로 잘 이해하고 있다. ‘마케팅 사관학교’로 불리는 P&G가 실행을 우선시하는 조직임을 알 수 있는 실례로 그 유명한 ‘1페이지 메모’를 들 수 있다.
▶ 초우량 기업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특성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보다 행동을 앞세우는 실행지향성이다. 막상 실행지향성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게 되면 실험, 한시적으로 조직되는 태스크포스, 프로젝트팀, 소그룹 등의 임시조직처럼 특별한 것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임시조직은 미국 산업에서 획기적 사건이라 일컬어지는 IBM 시스템 360의 개발을 가져왔다.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오직 3일간만 운영되는 DBC의 프로젝트팀도 비록 소규모이지만 매우 효과적으로 기능했다. 그들은 영구히 지속되는 상임위원회를 만든다든지 태스크포스를 수년 동안 지속시키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06 고객에게 밀착하라
▶ 초우량 기업이 고객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관찰하면서 그들이 일종의 ‘강박관념’obsession을 지니고 있음을 발견했다. 구체적으로 그들은 품질, 내구성, 그리고 서비스의 아주 사소한 부분조차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 서비스, 품질, 내구성 등은 충성 고객에게 최선을 다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토대로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우리들이 이 장에서 언급하고자 하는 핵심도 ― 그곳은 고객 밀찰 경영이 창출하는 훌륭한 부산물에 대한 것이다 ― 진정한 승자는 눈앞의 이익에만 사로잡히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다. 결국 이윤은 이윤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고객이 원하는 가치 있는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성심성의를 다하는 기업 활동의 결과를 통해 발생하는 것이다.
▶ 프리토레이, IBM 그리고 디즈니 등과 같이 고객을 감동시키는 세심한 서비스 제일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모든 초우량 기업은 서비스에 대해 그들 나름의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으며, 그것은 각 조직의 구석구석까지 잘 스며들어 있다. 사실 우리가 초우량 기업에 대해서 끌어낸 가장 중요한 결론의 하나는 그 기업이 기계, 금속, 첨단기술 관련 기업이든 혹은 외식업 프랜차이징 관련 기업이든 간에 모두 스스로가 ‘서비스업’을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 AT&T의 부사장 아키 맥길은 우리에게 자신이 IBM 임원으로 재직할 당시 겪었던 일을 들려줬다. 그는 IBM의 서비스 경영을 한 걸음 더 전진시켜, 일반적인 서비스 수준과 ‘고객에서 초점을 맞춘 서비스’를 확실히 구분하고 있다. 그는 ‘고객에게 초점을 맞춘 서비스’라는 것은 “개별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의 내용이 저마다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라고 말한다.
▶ 훌륭하게 경영되고 있는 기업의 사업 부문들은 모두 고객과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맺고 그것을 착실하게 유지해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캐터필러는 공장의 생산직 직원들을 대규모 공사장에 보내 자사가 생산한 중장비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시티은행에서는 비인기 부서인 운영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정기적으로 거래처를 돌아보게 하는가 하면, 회계 담당 임원이 운영 부서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3M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연구개발에 관여하고 있는 연구원들이 정기적으로 단골 거래처를 돌아보고 있으며 이는 HP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함으로써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제일주의를 모든 구성원들이 피부로 느끼며 실천하는 것이다. 그 결과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기업이다.”라는 말이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 초우량 기업에 대한 연구에서 돈키호테적인 열정을 갖고 더 나은 품질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DEC도 역시 이러한 기업들 중 하나다. 이 회사의 경영철학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성장만이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아니다. 우리 회사의 목표는 훌륭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조직이 되는 것이다. 향후 DEC가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궁극적으로 기업이 품질 개선에 주력한다면 성장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 품질과 신뢰성은 무언가 새롭고 신기한 과학 기술과 같은 뜻은 아니다. 흥미로우면서도 놀라운 점은 첨단기술 산업에서조차 기술의 첨단성보다 신뢰성이 더 중요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첨단기술 분야의 선도 기업조차 고객에게서 그 진가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첨단기술보다는 신뢰성이라는 기본에 더 충실하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기술적 수준에서 이인자로 불리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는 한편 그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 고객 제일주의란 은유적으로 표현하자면 고객의 몸에 꼭 맞는 양복을 만들기 위해 일일이 손으로 작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이 정도 수준이면 경쟁 기업이라도 전혀 넘볼 수 없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들이 관찰해온 기업들 중 상당수는 고객의 특성에 따라 시장을 세분화하고 각각의 세분시장에 맞는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물론 이것은 대량 소비를 목적으로 일용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판매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 초우량 기업은 고객의 소리라면 사소한 것조차 놓치지 않는다. 이들 기업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고객에게 밀착함으로써 이익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처럼 초우량 기업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대부분을 시장으로부터 얻고 있다.
07 자율성과 기업가정신을 가져라
▶ 초우량 기업들은 대부분 기업 내에서 의도적인 상충관계 trade-off를 꾀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각 팀의 참여자가 중복되고, 팀 간의 경계가 모호하며, 조정력이 부족한가 하면 내부 경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소 혼란이 있을지언정 이러한 기업들은 기업가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대부분 근본적인 분권화를 확립하는 한편으로 직원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한다. 그들은 정기적인 혁신을 실천하기 위해 안정을 과감히 포기한 것이다.
▶ 조직 내에서 질서를 만들어나가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규칙에 의한 것’, 즉 일정한 틀에 따르는 것으로 합리주의자들은 이 방법을 지지한다. 이는 규칙에 입각한 행동으로 정의될 수 있는 관료주의적 성격을 갖는다. 이에 따르면 하나의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223개의 위원회가 만들어진다. 이와 가장 대조적인 방법은 사내에 ‘시장’ 메커니즘을 도입하는 것이다.
▶ 다시 말해 조직이 내부 시장과 내부 경쟁에 의해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시장 메커니즘은 3M, 플루어, TI, 벡텔 등에서와 마찬가지로 프로젝트팀에 편입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 IBM의 ‘성능 대결’에서 볼 수 있듯이, 프로젝트 간의 직접적인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GE나 IBM의 밀조는 눈에 잘 띄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은밀하게 많은 지원을 받는다. P&G에서는 브랜드가 서로 경쟁을 벌인다. P&G, DEC, HP, 3M, 존슨 앤드 존슨, 왕 연구소에서는 부문 간 또는 제품 계열 간의 중복이 의식적으로 이뤄지고, 이것이 담당자 상호 간에 경쟁심을 불러일으킨다.
▶ 초우량 기업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은 이들 기업에서는 형식적이고 합리주의적인 장치가 무시된다는 점이다. 3M의 경우 각 부문뿐만 아니라 동일 부문 안의 각 그룹끼리도 의도적으로 서로 경쟁을 벌이는데 어느 그룹을 보더라도 부문의 책임자로부터 자신의 부문이나 그룹 외부 활동에서 신제품 개발에 성공했을 경우 특별한 평가와 보수를 받게 된다.
▶ 공식성과 규칙, 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형식에 사로잡힌 행동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내부 경쟁은 초우량 기업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제품의 중복, 부문의 중복, 개발 프로젝트의 중복, 판매 부문이 제품 사업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발생하는 개발비의 낭비 등 중복의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기서 얻는 이익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보다 몇 배나 더 많다. 특히 사원들의 헌신, 혁신 그리고 수익의 축면에서는 그 이득이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 혁신을 확산시키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에는 또 다른 측면이 있는데 실질적으로 제도화되어 있는 혁신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전형적인 예가 IBM의 ‘펠로우’ Fellow 제도다. IBM의 이러한 제도는 토머스 왓슨 1세의 ‘야생 오리’(재야의 자유인)를 키우겠다는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재 약 45명으로 구성된 펠로우들은 뉴스위크에 낸 광고에서 스스로 ‘몽상가, 이단자, 쇠파리, 독립적인 지식인, 천재들’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중의 한 사람은 “부사장의 수보다 우리의 수가 적다.”라고 말한다. 기술자로서는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는 펠로우로 선발된 사람에게는5년 동안 실질적으로 완전한 자유와 권한이 부여된다. 펠로우의 역할은 단순하다. 회사의 시스템을 뒤흔드는 것이다.
▶ 사실 큰 임무를 맡은 매우 광적인 한 명의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 펠로우가 관여하고 있는 몇 가지 프로젝트의 가치를 평가해봤다. 그 결과 IBM이 최근 이룩한 큰 혁신 가운데에서 이 사람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경우가 6건이나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성공을 지향하는 적극적이면서도 창의적인 환경은 실패에 대해 무척 관대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존슨 앤드 존슨의 CEO인 제임스 버크는 자사의 모토 중 하나가 “기꺼이 실패한다.”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존슨 앤드 존슨의 창립자인 로버트 존슨이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리더는 적극적으로 결단을 내리는 리더라 할 수 없다.”라고 말했음을 강조했다. 에머슨 전기의 찰스 나이트는 “실패하는 것도 능력이다.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혁신을 꾀할 수 없다.”라고 주장한다. 실패에 대한 관용은 초우량 기업의 두드러진 특징이며, 더구나 이 가르침은 조직의 최상층으로부터 직접 전달된다. 이들은 챔피언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실패를 경험하지 않으면, 그 기업은 혁신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08 사람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라
▶ 사람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라. 그들을 파트너로 대접하고, 존경심을 갖고 대하라. 필요에 의해 소모되는 자본이 아닌 생산성 향상을 위한 주요한 자원으로 대우하라. 이것이 바로 초우량 기업에 대한 연구에서 얻을 수 있는 기본적인 교훈이다. 다시 말해, 만일 당신이 생산성을 높이고 수익을 얻기를 원한다면 당신의 근로자들을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대접해야 한다는 것이다.
▶ 개인에 대한 존중은 초우량 기업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이러한 기본적 신념과 가정이 언제 어디에서나 밑바탕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야기해온 다른 많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그것 자체만으로 ― 하나의 가정, 신념, 문구, 목표, 가치, 시스템 혹은 프로그램 ― 거기에 생명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그 밖의 수많은 구조적 장치, 시스템, 방법 그리고 가치 등 모든 것이 서로를 강화시키는 작용을 할 때 비로소 기업은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 뛰어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 이 메시지는 사람과 동기부여에 대한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들 기업에서는 직원들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목적의식을 갖도록 유도한다. 평범한 사람들을 승자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들은 직원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허락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보다 강하게 관철시킬 것을 요구한다. 그들은 적극적인 태도를 강조한다.
▶ HP의 인간 존중 철학은 역사가 오래되었을 뿐 아니라 언제나 시대에 맞게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 HP의 경영 목표와 철학은 최근 수정을 거쳐 모든 종업원에게 다시 배포되었다. “한 조직의 성취는 그 조직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노력이 집결된 결과 얻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문장들에서는 HP가 지금까지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만들어준 철학, 즉 혁신적인 사람들에 대한 공약을 강조하고 있다.
▶ “첫째, 조직 내에는 아주 유능하고 혁신적인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둘째, 조직은 모든 계층의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목표와 리더십을 갖고 있어야 한다. 중요한 관리자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그 자신이 의욕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이 새로운 HP 철학의 서문은 다음과 같이 끝을 맺고 있다. “HP는 획일적이고 엄격한 군대 같은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맡은 분야에 책임감을 갖고, 스스로 최선이라고 믿는 방식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자유를 줘야 한다. 그것이 결국 기업의 목표 달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인간 존중과 생산성 향상에 대한 분석을 잠시 멈추고 한걸음 물러서서 이들 초우량 기업을 살펴보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 번째 공통점은 사용하는 언어를 들 수 있다. 인간을 존중하는 조직에서 사용하는 언어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무엇보다도 현식이 내용에 우선한다. 우리들이 컨설팅 했던 기업들에서 이러한 예를 볼 수 있었다. 일단 그들은 철학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고, 그것이 아무 의미 없는 단어일지라도 실천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HP 방식’을 보더라도 우리는 이 단어가 HP 내에서 처음 사용되었을 때에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많은 의미를 주지는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이 문구는 사람들에게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방식으로 보다 깊고 풍부한 의미로 받아들여졌음에 틀림없다.
▶ 사실 우리는 그 의미를 나타내는 특별한 언어가 있지 않는 한, 진정한 인간 존중이란 존재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가족 의식, 개방 정책, 회합, 축제, 현장 중심 경영 등) 이 모든 특별한 용어들은 조직 구성원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회사의 경영철학이 스며들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초우량 기업에서 사용되고 있는 언어 중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개개의 종업원의 지위를 높여서 부르는 호칭이다. 다소 감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어소시에이트(월마트), 크루(맥도날드), 캐스트(월트 디즈니) 등의 호칭을 사용함으로써 이들 초우량 기업은 개개의 구성원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기업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 초우량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또 다른 특징은 후임 관리자들을 조직에 적응시키는 방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첫째로 중요한 것은 물론 인재 모집이다. 선별 절차는 매우 까다롭다. 우리들이 인터뷰한 회사의 대부분은 후보자들은 7회 또는 8회에 걸쳐 면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후보자가 틀림없는 사람인지 확신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입사 희망자에게 “우리 회사에 대해 잘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문화에 스스로가 잘 맞는 사람인지는 알아서 결정하세요.”라고 말한다.
▶ 초우량 기업에서는 ‘개인을 존중하라’, ‘직원들을 승자로 만들어라’, ‘직원들에게 돋보일 수 있는 기회를 줘라’, ‘직원들을 어른으로 대접하라’는 기본 철학이 기업의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다.
09 가치에 근거해 실천하라
▶ 초우량 기업의 다섯 번째 특징은 ‘가치에 근거한 실천’이다. 초우량 기업에 대해 연구하면서 그들이 가치에 확실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경영자로부터 조직의 하부에 이르기까지 개인적 관심, 끈기 그리고 직접적 참여를 통해 활기찬 환경을 조성해나가고 있다는 것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 초우량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저마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는 두세 가지 공통적인 특성이 있음을 발견했다. 첫째, 초기 조사를 통해 드러난 바와 같이 그 가치는 대부분 양적인 면이 아니라 질적인 면을 중시한다. 재무적 목표에 대해 언급한다면 그것은 분명 야심에 찬 것이긴 하지만 결코 정확할 수는 없다. 그것은 회사가 중점을 두는 다른 배경적 상황이 고려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윤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잘해냈을 때 생기는 부산물이지 기업의 목적 자체는 아니라는 사고방식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다.
▶ 효과적인 가치체계의 두 번째 특성은 조직의 가장 하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재무적 목표가 1천 명 혹은 그보다 5배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 하더라도 오늘날과 같이 기업들의 규모가 거대한 상황에서는 그러한 목표가 조직의 하부에까지 속속들이 파고들 수 없다. IBM에는 34만 명 이상의, DEC에는 6만 명 이상의 종업원이 있다. 기업 철학의 목표로 가장 바람직한 것은 교토 세라믹의 회장 이나모리 가즈오의 표현처럼 “50퍼센트의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초우량 기업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신념의 특징은 오직 몇 가지의 기본적 가치만을 포함하고 있을 정도로 범위가 좁다는 점이다.
□ ‘최고’가 되겠다는 신념
□ 자질구레한 작업 하나하나를 훌륭히 수행해내는, 구체적 실행의 중요성에 대한 신념
□ 개인으로서의 사람들의 중요성에 대한 신념
□ 우수한 품질과 서비스에 대한 신념
□ 조직 대부분의 구성원이 혁신가가 되어야 하며, 선의의 실패를 허용한다는 신념
□ 커뮤니케이션을 향상시키기 위한 비공식성의 중요성에 대한 신념
□ 경제 성장과 이윤의 중요성에 대한 명확한 인식
▶ 가치체계를 명확히 하고 거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지도자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공헌이다. 이것이야말로 초우량 기업 내 최고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가치체계를 창조하고 주입시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그 한 가지 이유는 모든 가능한 가치체계들 중 회사에 적합한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그 체계를 받아들이는 일이 대단히 어렵고 많은 시간을 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끈기와 부단한 현장 방문, 오랜 시간이 요구되며, 이러한 것들의 실천 없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10 핵심 사업에 집중하라
▶ 인수는 내부 다각화에 의해서 사업을 확장해나가되 핵심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는 회사들만이 다른 회사를 능가하는 성과를 올릴 수 있다. 가장 성공적인 기업은 하나의 기술을 중심으로 다각화해가는 기업인 것이다.
▶ 일반적인 의미에서 가장 성공적이지 못한 회사는 여러 가지 분야로 다각화를 해나가는 회사다. 특히 이들 그룹 중 다른 기업의 인수를 통해 다각화를 꾀한 경우는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몰락하기 쉽다.
▶ 그러므로 다각화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적용을 통한 안정성이라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 무작정인 다각화는 결코 좋은 성과를 얻지 못한다.
▶ “[다각화에 성공한] 기업들은 자신들이 기반으로 하고 있는 사업이나 혹은 그로부터 힘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업 그리고 핵심 역량이나 경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사업에만 진입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이 같은 기업들은 종종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지만 경험이 없는 분야에는 투자를 꺼리는 것입니다.” 그는 보다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는 이러한 기업들이 “중심이 되는 기술 내지는 역량을 바탕으로 다각화를 추진한다.”라고 덧붙였다. 리처드 러멜트의 분석은 20년간 <포춘>이 선정한 5백대 기업들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 초우량 기업들이 비관련 다각화의 실패라는 함정에 빠지는 일은 드물다. 해답은 간단하다. 초우량 기업은 새로운 분야에는 두 발을 모두 들여놓지 않는다. 더욱이 그 분야에 한쪽 발끝만 담갔다가 실패할 경우 실험을 재빨리 끝낸다. 우수한 성과를 거두는 기업들은 주로 내부적인 다각화를 시도하고, 한 번에 관리 가능한 한 단계씩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초우량 기업의 이러한 행동은 그들이 예로부터 학자들이 다각화에 대해서 논해온 내용들을 지침으로 삼고 있다고 믿게 한다. 존슨 앤드 존슨의 설립자 로버트 존슨은 후계자 선출에 앞서 “운영 방법을 알지 못한다면 그 어떤 사업도 인수해서는 안 됩니다.”라는 중요한 조언을 했다. P&G의 전 사랑 에드 하네스도 “우리 회사는 기본에서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 초우량 기업은 실험적인 방법을 통해 인수와 다각화를 추진해나간다. 그들이 작은 기업을 사들이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진행한다. 분명 위험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흔쾌히 철수한다. 아무리 초우량 기업이라 하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은 실패의 예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고, 도 우리는 실제로 그런 예를 많이 보아왔다. 아니 작다고 할 수 없는 실패를 범하는 경우도 이다. 이러한 실패의 예는 아무리 우수한 기업이라 할지라도 결국 적당한 범위는 넘어선 일탈을 하게 되면 곧 문제가 불거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11 조직을 단순화하라
▶ 초우량 기업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기본적으로 단순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 조직 형태의 바탕에 놓여 있는 단순함 이상으로 우리 눈에 띈 것은 초우량 기업이 환경에 의해 급속히 변화해가는 상황에서 기능의 교차, 즉 ‘매트릭스적인 상황’이 발생함으로써 생기는 이슈들을 매우 유연하게 다룬다는 점이다. 단일화된 의식과 규범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회사는 작은 부문과 작은 단위를 보다 잘 활용할 수 있다. 그들은 보다 유연하고 빠르게 유동적으로 조직을 개편할 수 있다. 그리고 태스크포스라든지 프로젝트 센터와 같은 임시적인 조직 형태의 사용에도 더 능하다. 그들은 조직의 외형은 재편하지만 내부의 본질에는 좀처럼 손을 대지 않는다.
▶ 흥미로운 것은 기본 구조 배열의 단순함은 실제로 조직을 유연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형태가 명확하기 때문에 기본 구조로부터 손쉽게 유연성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초우량 기업은 태스크포스나 프로젝트팀을 비롯한 임시적인 장치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작업을 진행시킨다. 또한 항상 조직을 재편한다. 하지만 조직 재편의 대부분은 조직 가장자리에서 행해지며 기본적인 형태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 초우량 기업의 단순한 구조적 형태에는 스태프의 수가 적다는 점, 특히 본사의 스태프가 소수라는 하나의 중요한 공통점이 존재하는 듯하다. 단순한 조직 형태를 갖추면 소수의 스태프로도 전체 기업을 훌륭하게 운영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 실제로 대부분의 초우량 기업은 본사에 비교적 소수의 인원밖에 두지 않으며 스태프의 역할도 사무실에 앉아 서류를 체크하기보다는 현장에 나가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 경우가 더 많았다. 적은 관리자 administrator와 많은 실무자 operator가 존재하는 것이다.
▶ 미래를 위한 기업의 형태
*도표. ‘미래 조직’을 구성하는 3대 원칙
(520쪽 그림 제시)
12 엄격함과 온건함을 지녀라
▶ 최종 분석에 따르자면 엄격함과 부드러움은 결국 문화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현재 문화라는 것은 가장 소프트한 사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화는 또한 ‘가장 하드한’ 사항이기도 하다. 만일 당신이 ‘IBM은 서비스를 의미합니다’라는 격조 높은 문구에 위배되는 행동을 한다면 회사의 신분 보장 계약이 어떤 것이건 간에 당신은 곧 회사에서 쫓겨나게 될 것이다.
▶ 패트릭 해거티는 TI에서 OST(하드)가 잘 돌아가고 있는 단 하나의 이유는 TI의 ‘혁신적 문화(소프트)’ 덕분이라고 말한다. 3M의 회장 루이스 레어가 자주 예로 드는 것은 수많은 어처구니없는 실패를 거듭했지만 수십 년간의 노력 끝에 결국 회사의 부사장 위치까지 오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는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엄격함과 부드러움, 즉 소프트와 하드라고 하는 3M 문화의 특성을 설명하는 것이다.
▶ 우리들은 수많은 소프트한 특질, 즉 수많은 부드러운 특질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또한 대학 캠퍼스 같은 사교적인 환경, 유연한 조직구조(신규 부문의 분리, 낡은 습관을 쇄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정기적인 조직 재편성), 자원 제도, 최대한의 개인 자유 보장, 팀제와 사업부제, 광범위한 실험, 능동성을 강조하는 피드백, 강한 사회적 네트워크 등에 대해서도 언급해왔다. 이러한 모든 특질들은 능동적인 태도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에서 생기는 ‘흥분’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 재미있는 것은 외부에 초점을 맞추는 것, 외부적 관점, 고객에 대한 관심이 초우량 기업이 가장 엄격하게 고수하려는 특성 주의 하나라는 점이다. 초우량 기업에서는 그것이 아마도 가장 설득력 있는 자기 훈련의 수단일 것이다. 고객이 하는 말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이고, 고객의 요구에 따라 행동한다면 물이 새지 않는 견고한 배를 탄 것과 같을 것이다. 또한 동료로부터의 압력도 매우 엄격한 통제 수단이다.
▶ 일련의 가치는 엄연히 존재하며 그것은 시대를 초월한 것이다.(품질, 혁신, 비공식성, 고객 서비스, 인간성 존중이라는 하는 보편적 내용을 기억하라) 그러나 그것은 흔히 있는 평소의 사소한 일에 주목하는 것을 통해 실현된다. 매분, 매시간, 매일이 중요한 목표를 뒷받침하는 행동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 이것은 결국 초우량 기업에서 실제로 적용되는 하나의 이상한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비범함과 평범함 smart-dumb의 규칙’이라고 부르고 있다. MBA와 같은 훈련을 받은 오늘날의 수많은 관리자들은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지나치게 똑똑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똑똑한 사람들은 항상 가치 등식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예측한 가장 최근의 성과에 근거해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꾼다. 그들은 수백 가지의 변수를 갖고 있는 모델들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복잡한 보상 제도를 설계하며, 메트릭스 조직을 구성한다. 그들이 만드는 2백 페이지짜리 전략 계호기서라든지 5백 페이지짜리 시장 분석에 관한 문서는 제품 개발에 착수하기 위한 첫걸음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 에필로그
경영에서 리더십의 중요성과 기법을 강조해온 워런 베니스는 "피터 드러커가 현대경영학을 창조했다면 톰 피터스는 그것에 천연색을 입혔다" 고 평가했다. 그만큼 이 책이 나오기 전 미국의 기업들이 채택한 경영기법은 전략이나 조직구조, 시스템 같은 하드웨어적인 것에만 치중한 상황이었다.
앨빈 토플러, 피터 드러커와 함께 세계 3대 경영학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톰 피터스의 『초우량 기업의 조건』은 세계 최초의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며, 가장 많이 인용되고 활용된 최고의 경영 전략서로 성공적인 기업 경영을 바라는 모든 경영자와 리더, 그리고 혁신적인 비즈니스맨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피터스와 워터먼은 1961년부터 80년까지의 실적을 바탕으로 다양한 업종의 43개 초우량 기업을 선정,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 성공한 기업에서 기존의 미국식 경영 스타일과 합리주의적 사고방식이 지닌 한계를 도출한 뒤 경영 프로세스의 무질서하고 비합리적인 측면과 비교, 분석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렇게 해서 찾아낸 초우량 기업의 8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실행을 중요시한다, 2 고객에게 밀착한다, 3 자율성과 기업가 정신이 있다, 4 사람을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 5 가치에 근거해서 실천한다, 6 핵심사업에 집중한다, 7 단순한 조직과 작은 본사를 지향한다, 8 엄격함과 온건함을 동시에 지닌다.
다소 진부한 얘기일 수 있지만 가장 강조되는 것은 실천이다. 당면한 경제적 문제로 휼렛패커드(HP) 같이 고용 보장의 원칙을 지키기 힘들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
이 책에 등장하는 43개 초우량 기업은 그 뒤로 어떻게 되었을까. 놀랍게도 6개 기업만 살아남았다. 아무리 초우량 기업이라 할지라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영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초우량 기업으로 언급된 기업들의 몰락으로 인해 이 책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지만, 월마트 맥도널드 씨티은행 등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는 회사들이 많다는 점에서 성공 원칙은 퇴색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