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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수터, 『왜 예술사진인가?』 서문 노트 정리
Lucy Soutter : Why Art Photograph
[1] 서문의 출발점: “예술사진과 핸드백은 무엇이 다른가?”
1. 예술사진을 둘러싼 간극
(1) 사진은 누구나 볼 수 있고, 누구나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매체다.
(2) 그러나 동시대 예술사진은 미학적·이론적 입장을 담고 있어, 그 배경을 아는 소수의 관람자만 이해하기 쉬운 경우가 많다.
(3) 이 책의 목적은 다음 두 영역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다.
① 오늘날 제작되는 주목할 만한 사진 이미지
② 그 이미지의 바탕에 놓인 이론적·문화적 논쟁
(4) 저자는 사진가이자 비평가이며 미술사가다. 책은 제작자와 감상자 모두의 관심을 반영하며, 사진이 동시대 예술과 문화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살핀다.
(5) 예술사진은 전통적인 은염·C-타입 인화에 한정되지 않는다. 차용 이미지, 텍스트와 이미지의 결합, 사진책, 혼합매체 설치, 퍼포먼스 기록, 웹 프로젝트,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합 등 다양한 형식을 포함한다.
2. ‘핸드백 질문’이 여는 가치 논쟁
(1) 예술사진 한 장과 디자이너 핸드백의 차이는 무엇인가?
(2) 질문의 목적은 사진이 예술인지 아닌지를 즉시 판정하는 데 있지 않다. 사진에 가치를 부여하는 근거와 예술·상업문화의 관계를 드러내는 데 있다.
(3) 학생들의 관점은 대략 네 유형으로 나뉜다.
① 모더니스트: 예술사진은 고유한 미학적·표현적·장인적 가치를 가진다. 따라서 대량생산된 패션 상품보다 본질적으로 더 가치 있다고 본다.
② 비판적 사실주의자: 사진의 중요한 역할은 사회적·정치적 진실을 전달하는 데 있다. 미적 완성도는 그 역할에 비해 부차적이라고 본다.
③ 패셔니스타: 패션은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기여한다. 예술사진이 디자인이나 시각적 자기표현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면 핸드백에 더 큰 가치를 둘 수도 있다.
④ 냉소주의자: 사진과 핸드백의 가치는 누군가가 지불하려는 가격으로 결정된다. 예술과 패션 모두 국제시장의 힘에 좌우된다고 본다.
(4) 저자는 이 관점들을 서로 틀린 답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각 입장을 이해하게 하고, 그 안에 담긴 미학적·철학적·정치적 쟁점을 검토하는 것이 교육자의 역할이라고 본다.
3. 질문이 사진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
(1) ‘예술사진가(art photographer)’와 ‘사진을 사용하는 예술가(artist using photography)’는 서로 겹치지만, 역사와 제도 안에서 다른 의미를 만들어 온 명칭이다.
(2) 핸드백 질문은 누군가에게는 예술사진가로서 자신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다른 이에게는 예술 제도와 거리를 두거나 패션·광고·엔터테인먼트 분야로 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3) 저자는 예술사진의 가치를 믿지만, 그것을 맹목적인 신념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시장가격을 넘어서는 문화적 가치가 있는지, 사진이 예술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질문한다.
(4) 서문 전체를 관통하는 쟁점은 다음과 같다.
① 미학적 가치와 시각적 즐거움
② 사진이 지닐 수 있는 윤리적·비판적 역할
③ 욕망과 소비문화
④ 예술의 시장가치와 문화적 가치
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사이의 긴장
[2] 예술사진과 ‘예술로서의 사진’의 역사적 관계
1. 예술사진을 규정하는 기준
(1) 사진적 실천은 이미지의 외형만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제작자의 의도, 다른 예술 형식과의 관계, 작품이 제시되는 맥락, 언어와 제도도 사진의 의미를 규정한다.
(2) 오늘날 ‘예술사진(art photography)’과 ‘예술로서의 사진(photography-as-art)’의 구분은 상당 부분 흐려졌다. 그러나 사진이 예술과 관계를 맺어 온 역사적 방식들을 살펴보면 동시대 작업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2. 사진을 예술로 인정받게 하려는 모더니즘적 실천
(1) 1830년대부터 사진가들은 사진을 예술작품처럼 보이게 하고 예술 제도 안에 제시하려 했다.
(2) 초기 전략 가운데 하나는 초상화·누드·풍경화·정물화 같은 전통적인 회화 장르를 빌리는 것이었다.
① 여기서 장르는 촬영 대상만을 뜻하지 않는다.
② 장르는 관람자가 특정 유형의 이미지를 예술로 알아보게 하는 회화적 관습까지 포함한다.
(3) 아름다움과 진실을 다루는 것만으로 사진이 예술로 인정되지는 않았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진 고유한 특성으로 대상을 변형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필요했다.
(4)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는 미국의 모더니즘적 사진 실천을 이끌었다. 순수사진예술은 사진가 개인의 감수성, 독특한 시각, 이미지의 형식적·표현적 특성, 인화의 기술적 완성도를 강조했다.
(5) 이 전통에서는 숭고한 대상뿐 아니라 평범하고 하찮은 대상도 사진 매체를 통해 고유한 이미지로 변형될 수 있다.
3. 사진을 다른 예술 실험의 도구로 사용한 흐름
(1) 사진을 사용하는 모든 예술가가 사진을 독립된 예술 형식으로 만들려 한 것은 아니다.
(2) 1920~1930년대 유럽의 초현실주의자들은 사진을 회화·판화·조각과 결합했다.
① 만 레이와 한스 벨머는 사진뿐 아니라 콜라주와 합성 이미지를 제작했다.
② 이들의 작업은 전통적인 미술 형식과 당대의 관습적 사고방식에 도전했다.
(3) 로드첸코와 모호이너지는 순수미술의 전통을 거부하면서 사진의 매체적 고유성, 근대성, 객관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자신을 사진가보다 사진을 사용하는 예술가로 이해하는 후대 작가들의 중요한 참조점이 되었다.
(4) 1960~1970년대 개념미술가들은 사진이 예술과 자연스럽게 연관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진의 밋밋하거나 미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은 모습도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수단이 될 수 있었다.
① 조지프 코수스, 로버트 배리, 존 발데사리 등의 개념미술에서는 형식보다 아이디어가 우선한다.
② 이런 태도는 시각적 만족을 중시하는 미학에 대한 반미학(anti-aesthetic)의 입장과 연결된다.
③ 미학을 시각적 쾌감으로만 좁혀 이해할 것인지, 정보 제공·변화·폭로·기존 관념에 대한 도전까지 확장할 것인지가 쟁점이 된다.
4. 포스트모더니즘: 이미지가 의미를 만드는 방식에 대한 비판
(1) 1970~1980년대의 포스트모더니즘은 사진을 재현과 의미 생산의 구조를 비판하는 매체로 다루었다.
(2) 벤야민과 후기구조주의의 영향을 받은 비평가들은 이미지가 의미를 자연스럽게 담고 있다고 보기보다, 의미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① 크레이그 오언스
② 로절린드 크라우스
③ 애비게일 솔로몬고도
(3) 빅터 버긴의 관점에서 사진은 이미 구조화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관람자의 의미 형성을 다시 구조화하는 공간이다. 관람자는 자신이 익숙한 문화적 코드를 이용해 사진을 읽지만, 그 코드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4) 포스트모더니즘적 사진 비판은 인종·젠더·섹슈얼리티·소비주의 같은 문화적 구성물을 검토 대상으로 삼는다. 관람자는 공식문화와 상업문화의 관습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관습을 의식하고 대항적으로 읽도록 요구받는다.
(5) 차용(appropriation)은 기존 이미지를 인용하듯 다시 제시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비판적 가능성과 유희적 성격이 함께 있다.
(6) 포스트모더니즘은 독창성·진정성·작품의 고유한 물질성·장인적 기술·개인 표현을 모더니즘적 가치로 보고 비판했다. 이런 흐름에서 사진을 주로 사용하더라도 작가를 ‘사진가’라 부르지 않는 경우가 생겼다.
(7) ‘예술가’와 ‘사진가’라는 명칭은 제도와 학문적 담론에 의해 구성된다. 이런 분류는 냉소적인 브랜드 구분일 수도 있지만, 작품이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지고 어떻게 읽히도록 제시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관람자는 작품을 작가가 의도한 방식과 다르게 읽을 수도 있다.
5. 데드팬 사진과 모더니즘·포스트모더니즘 논쟁
(1) 20세기 후반에는 사람·장소·사물의 유형을 세밀하고 중립적으로 보이는 연속 이미지로 제시하는 대형 사진이 부상했다.
(2) 이 작업들은 기술적으로 두 방향을 결합한다.
① 19세기 후반의 대형 뷰카메라로 되돌아간다.
② 현대 상업 인화와 마운팅 기술로 수 미터 크기의 이미지를 제작한다.
(3) 베른트와 힐라 베허의 교육과 영향 아래 발전한 이 흐름은 흔히 포스트모더니즘 담론 안에서 다뤄진다.
(4) 토마스 슈트루트, 칸디다 회퍼, 프랑크 브로이어 등의 사진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① 모더니즘적 시각성의 연장인가?
② 포스트모더니즘적 비판인가?
③ 혹은 이 둘을 넘어서는 복합적 실천인가?
이 질문에는 하나의 합의된 답이 없다.
6. 시각적 즐거움의 지속과 혼합
(1) 포스트모더니즘이 아이디어 중심 작업을 강화했어도 사진의 시각적 즐거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2)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플래티넘 인화의 서정적 가능성을 이용해 성적 정체성의 문제를 다뤘다.
(3) 낸 골딘과 안드레스 세라노는 굵은 입자와 깊고 윤기 있는 어두운 색채를 대형 컬러사진의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사용했다. 이런 시각성은 고백적이거나 충격적인 내용을 강하게 뒷받침했다.
(4) 제프 월은 연출된 장면(tableau)의 시각적 매력을 살리는 라이트박스를 사진의 형식으로 도입했다.
① 라이트박스는 상업적 용도에서 비롯된 형식이다.
② 월의 작업은 사진을 장엄하고 진지한 예술적 대상으로 만들려 한다는 점에서 모더니즘적 열망을 이어간다.
③ 동시에 그는 회화·사회사·비판이론과 사진의 관계, 의미가 구성되는 방식, 이미지 제작 과정에도 관심을 둔다.
(5) 동시대 사진에서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요소가 서로 배제되기보다 한 작품 안에서 결합하거나 충돌한다.
[3] 맥락은 사진의 의미와 가치를 바꾼다
1. 유통 공간과 제도
(1) 사진의 외형이나 소재뿐 아니라 어디에 전시되고 어떤 제도를 통해 유통되는지도 작품의 해석을 좌우한다.
(2) 형식주의적·모더니즘적 사진은 사진 전문 갤러리와 아트페어를 중심으로 유통되는 경향이 있다. 더 넓은 미술계에서는 이 영역을 폐쇄적이라고 보기도 한다.
(3) 비평적 주목과 시장 가치를 얻은 사진가는 사진 전문 영역에서 벗어나 동시대 예술의 제도권에 진입할 수 있다. 이때 작품 가격이 더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4) 저자는 책에서 다양한 사진 실천을 포괄하는 용어로 ‘예술사진’을 사용하지만, 필요할 때는 그 안의 서로 다른 입장과 흐름을 구분한다.
2.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미학
(1) 예술사진의 주요 제도와 시장, 연구는 오랫동안 뉴욕–런던–뒤셀도르프를 잇는 서구 중심의 축에서 발전했다.
(2) 사진의 미학은 보편적이고 고정된 뜻을 갖지 않는다. 서로 다른 장소와 시대에서는 같은 양식도 다른 의미로 읽힐 수 있다.
① 공산주의 체제 아래의 동유럽에서는 우울하고 애상적인 흑백사진이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공식 미학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② 체코 사진가 얀 스보보다의 작업에는 개념미술과 초현실주의의 영향이 있었다.
③ 동시대 작가 마르케타 오토바의 작업을 체코의 문화적 배경 없이 보면 그 양식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④ 일본·이란·인도 등에서도 각기 다른 역사와 문화 속에서 고유한 사진 미학이 발전했다.
(3) 한 장소에서는 이미 소진된 것으로 보이는 형식도 다른 장소에서는 새롭고 의미 있는 소통 방식이 될 수 있다.
(4) 사진 논의는 점점 국제화되고 있지만, 오래 형성된 개념과 논쟁은 계속 중요하다. 다만 이 개념들은 서로 다른 문화적 맥락 속에서 변형된다.
[4] 책이 다루는 동시대 쟁점
1.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지속
(1) 두 흐름은 동시대 사진에서 여전히 작동하며, 서로 교차하거나 결합한다.
(2) 저자는 각 장에서 그 교차 양상과 동시대 사진에 특유한 쟁점을 살핀다.
2. 각 장의 주제
(1) 제1장 「하이브리드 장르: 초상사진」
① 초상사진과 누드 같은 전통적 장르가 개념적 전략과 결합해 어떻게 새롭게 만들어지는지 다룬다.
② 혼종성과 모호성은 동시대 사진의 핵심 특징으로 제시된다.
(2) 제2장 「객관성과 진지함」
① 데드팬 미학을 분석한다.
② 사진의 객관성이 사심 없음, 비판성, 평범함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살핀다.
(3) 제3장 「허구적 문서」
① 구축·연출된 이미지가 다큐멘터리 사진의 정당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살핀다.
② ‘진실’ 역시 인간이 만들어 낸 구성물일 수 있다는 전제를 검토한다.
(4) 제4장 「진정성」
① 동시대 사진가가 주체성을 어떻게 다루고 수행하는지 살핀다.
② 사진가의 ‘나’와 자아가 구성되고 고정된 중심을 갖지 않는다는 포스트모더니즘적 관점을 함께 다룬다.
(5) 제5장 「디지털 대화: 스펙터클과 관람자」
① 디지털 기술이 사진 제작 방식에 미친 영향을 살핀다.
② 일부 작가는 현실에서 불가능할 만큼 과도한 이미지를 만들어 상업문화와 경쟁한다.
③ 다른 작가는 디지털 기술의 물질성과 사회적 사용 방식에 직접 관여해 동시대 문화와 세계를 보는 조건을 성찰한다.
(6) 제6장 「사진을 넘어서」
① 사진이 동시대 예술의 더 넓은 영역에서 매체로 쓰이는 방식을 다룬다.
② 이러한 작업은 ‘사진적인 것(the photographic)’의 개념을 확장하고 변화시킨다.
(7) 사진과 다른 예술 형식 사이의 경계가 약해져도, 동시대 예술을 사진의 관점에서 사유하는 일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책의 결론적 주장이다.
3. 이 책의 성격과 저자의 선택
(1) 사진을 해석하는 틀은 하나가 아니다. 사진을 제작하는 방식만큼 해석 방법도 다양하다.
(2) 각 장은 동시대 사진의 특정 영역을 다루는 하나의 논의이지, 모든 사진을 망라하는 총체적 지도는 아니다.
(3) 사례 선택에는 저자의 호기심과 열정뿐 아니라 불편함과 불만도 반영되어 있다. 학생들과의 토론에서 나온 문제들도 출발점이 된다.
(4) 독자는 이 책을 최종 답안이 아니라 새로운 탐구의 시작점으로 삼을 수 있다.
[5] 예술사진에 대한 비판
1. 예술사진은 엘리트주의적인가?
(1) 비판자들에게 예술사진은 엘리트주의적이고 허세에 차 있으며, 현실과 동떨어지고 자기만족적일 수 있다.
(2) 이들은 예술사진이 사진의 보편적이고 민주적인 기능, 즉 세계를 재현하는 매체로서의 기능을 왜곡한다고 본다.
(3) 정교한 비판의 핵심에는 사진의 본질과 역할에 대한 질문이 있다.
① 사진은 무엇인가?
② 사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③ 사진은 어떤 방식으로 유통되고 수용되어야 하는가?
2. 일상적 사진을 예술사에 편입하는 문제
(1) 사진을 미술사적 틀로 다루면 예술을 목적으로 제작하지 않은 사진이 원래의 맥락에서 분리될 수 있다.
(2) 크리스토퍼 필립스와 제프리 배첸은 익명의 사진과 버내큘러 이미지가 엘리트 미술관이나 예술 중심의 사진사에 편입될 때 그 본래 의미가 변형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3) 이들은 사회사·문화연구·시각문화연구의 관점처럼 더 이질적이고 학제적인 접근이 사진을 풍부하게 이해하게 해준다고 본다.
3. 사진의 관음증과 대상화
(1) 일부 비판자는 사진의 촬영 행위 자체에 관음증적·폭력적 측면이 있다고 본다. 사진은 사람과 장소와 사물을 포착해 이용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 수전 손택은 사진이 지닌 이러한 측면을 강조했다.
(3) 벤저민 부클로는 사진이 대상을 사물·물신·스펙터클로 환원하는 경향을 비판했다.
[6] 예술사진의 문화적 가치
1. 예술의 가치와 시장의 긴장
(1) 예술의 가치는 예술을 둘러싼 논쟁을 드러내고, 그 논쟁의 조건과 영역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다.
(2) 예술이 민중혁명을 일으키지 못하더라도 사색과 자기성찰을 일으키고, 소비자본주의의 흡인력에 저항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3) 토머스 크로는 자본주의가 예술의 부정적·비판적 순간을 드러내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그것을 체제 안에 흡수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① 예술의 지속적인 가치는 시장에 흡수되면서도 독립성을 유지하려고 투쟁하는 데 있다.
② 예술은 시장에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변화하는 관람자에게 말을 건다.
(4) 예술 담론은 추상적이고 전문화되는 한편, 동시대 예술과 사진 전시는 새로운 관람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2. 돈 이외의 교환가치
(1) 마이클 백산달의 논의를 빌리면, 예술을 둘러싼 교환은 돈과 상품의 교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2) 문화적 교환에는 다음과 같은 가치가 포함된다.
① 인정과 지적 자양분
② 도발과 불편함
③ 아이디어를 명확히 표현하는 능력
④ 일상적인 시각적 기술과 우정
⑤ 자기 활동이 놓인 역사와 계보에 대한 자각
(3) 돈은 이 가치들을 일부 나타내는 표지이면서 예술 활동을 지속하게 해주는 수단일 수 있다.
(4) 예술가와 관람자는 돈·인정·역사적 위치·경험 등 서로 다른 보상을 다르게 중요시한다. 이런 선택도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5) 예술만이 이런 정신적 교환을 독점하는 것은 아니다. 시·도자기·컴퓨터 게임·헤어스타일도 교환가치와 상징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
(6) 다시 핸드백 질문이 남는다. 다양한 문화 형식이 비슷한 기능을 할 수 있다면, 예술사진은 그중 어떤 역할을 특별히 잘 수행하는가?
[7] 비판성과 공모: 예술은 상업문화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
1. 루이 비통과 문화적 경험
(1) 서문은 2006년 프랑스에서 벌어진 루이 비통의 일요일 영업 관련 법적 분쟁을 소개한다.
(2) 당시 프랑스 법률은 어떤 형태로든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사업체에 일요일 영업의 특권을 허용했다. 이는 문화가 상업보다 더 가치 있다는 전통적 모더니즘의 관념을 반영한다.
(3) 루이 비통은 매장 안에 에스파스 루이 비통이라는 예술 전시 공간을 만들었다. 그 첫 전시에서는 바네사 비크로프트의 영상과 사진이 소개되었다.
(4) 이 사례는 동시대 예술과 상업이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긴밀하게 공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 바네사 비크로프트의 〈VBLV〉
(1) 작업에는 흑인과 백인 여성 모델들이 등장한다. 모델들은 화장과 파스텔색 가발만 착용하고 바닥에 놓여 있으며, 몸으로 루이 비통 로고의 L과 V가 교차하는 형태를 만든다.
(2) 퍼포먼스와 사진은 동등한 중요성을 지닌다. 사진은 퍼포먼스의 부차적인 기록이 아니라 작품 구상의 핵심 요소다.
(3) 이 작업은 두 브랜드를 동시에 구축한다.
① 루이 비통 브랜드
② 예술가 바네사 비크로프트의 브랜드
(4) 작업은 이상화된 여성의 몸을 브랜드 홍보에 이용한다. 한편으로는 마네킹·인형·광대 같은 인물들을 통해 문화산업이 여성을 소비의 주체이자 소비 대상으로 만드는 방식에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5) 작품이 의뢰를 받아 상업 공간에 전시됐다는 점에서 패션과 광고를 비판하기보다 긍정하는 쪽에 가까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작품은 단순한 광고에 머물지 않는다.
① 예술 제도 안에 놓이고 이전 예술작품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광고와 예술 사이에 해석의 틈을 만든다.
② 그 틈에서 관람자는 브랜드 이미지와 여성의 재현을 성찰할 수 있다.
3. 예술의 비판성과 공모는 동시에 일어난다
(1) 예술사진은 엘리트 상품이자 지위의 상징이 될 수 있다. 동시에 작가가 감수한 위험과 도전을 담고, 무엇이 중요하고 표현적이며 비판적인 이미지인지 시험한다.
(2) 비크로프트의 사진이 성공인지 실패인지는 관람자의 교육적 배경·정치적 입장·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3) 저자는 이 사진을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매혹적인 작업으로 본다. 상업적 브랜드 전략에 기묘하고 비틀린 방식으로 공모하기 때문이다.
(4) 저자가 사용하는 ‘예술적 기생체’라는 비유는 이중적 관계를 가리킨다.
① 작품은 상업이라는 환경에서 자양분을 얻는다.
② 동시에 그 환경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 자기 의도를 유지한다.
(5) 예술가들은 기존 질서에 저항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예술 제도와 문화는 그 저항의 역할에 기대기도 한다.
(6) 요해나 드러커는 동시대 예술의 비판성 모델이 붕괴했다고 진단하면서도, 대부분의 예술이 기존 질서에 공모하더라도 중요한 역할과 발언이 가능하다고 본다.
(7) 동시대 예술은 과거의 대립항이었던 엔터테인먼트와 상업문화에 가까워졌다. 이 변화 속에서 흥미로움·복잡성·시각적 즐거움도 예술의 가치나 관람자에게 힘을 주는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4. 예술사진 내부의 갈등
(1) 모더니스트들은 데드팬 유형학의 차갑고 비어 있는 듯한 표현을 못마땅해할 수 있다.
(2)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표현성과 제작 과정에 기대는 작업을 낭만적이고 진부하다고 비판할 수 있다.
(3) 사진을 사용하는 동시대 예술가들은 예술사진의 폐쇄된 영역에서 벗어나려 한다.
(4) 순수사진예술가들은 예술가이자 사진가인 작가들이 더 높은 가격을 받는 현실을 불공정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5) 그러나 이 흐름들은 사진을 둘러싼 다른 문화 생산물보다 풍부한 언어·역사·사유의 체계를 공유한다. 저자는 이것이 핸드백 질문에 대한 중요한 답의 일부라고 본다.
[8] 제2판에 덧붙이는 글: 사진계의 변화
1. 핵심 주장은 유지하고 사례를 갱신하다
(1) 동시대 예술의 경향은 빠르게 변한다. 어떤 흐름은 이름 붙여지는 순간 이미 지나가기도 한다.
(2) 저자는 초판의 핵심 주장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해 본문 대부분을 유지하고, 일부 사례와 후기를 보완했다.
(3) 가장 큰 수정이 이뤄진 부분은 디지털 기술을 다룬 장이다.
2. 새로 주목한 변화
(1) 세계 각지에서 데드팬 미학이 새롭게 변용되는 방식
(2) 다큐멘터리와 허구의 경계를 다루는 프로젝트에 제작 과정과 정보의 층위가 더해지는 경향
(3) 셀피 문화의 부상
(4) 컴퓨터 생성 이미지(CGI)와 첨단 디지털 이미징 기술을 이용해 현실을 새롭게 논평하는 작업
[9] 글로벌과 로컬: 런항과 구찌그램 사례
1. 사진의 세계화와 그 불균형
(1) 사진가와 이미지의 국제적 이동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인터넷 이후 그 속도가 크게 빨라졌다.
(2) 아트페어·페스티벌·비엔날레·순회 전시·학술회의·레지던시 등이 늘면서 사진가, 학생, 큐레이터, 딜러, 교육자의 국제 활동도 활발해졌다.
(3) 세계화는 공통된 사진문화와 국제적 언어가 생기는 ‘수렴’을 가져올 수 있다.
(4) 그러나 글로벌한 흐름은 로컬한 문화와 긴장 관계에 있다.
① 사진에 대한 서구적 접근 방식은 오랜 제도와 시장에 뿌리내려 여전히 지배적이다.
② 비서구권의 이미지는 서구와의 차이를 보여주거나 국가적 정체성을 대표해야 한다는 기대 속에서 읽히기도 한다.
③ 국제 미술시장은 국가적 고정관념이나 ‘이국적 타자성’을 강조하는 이미지를 상품화할 수 있다.
(5) 국제화의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서로 다른 지역·국가·권역의 사진문화가 더 많이 소개되고, 그 문화에 직접 참여하는 연구자들이 고유한 특징을 설명하는 경우가 늘었다.
2. 문화적 번역
(1) 다른 문화에서 만들어진 사진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2) 문화적 번역은 긴장과 손실을 포함하는 끝없는 과정이다.
(3) 번역 과정에서는 어떤 의미가 사라질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의미가 생긴다.
(4) 서로 다른 문화 사이를 오가는 예술가·큐레이터·연구자가 세계 사진의 미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3. 런항의 〈#GucciGram〉
(1) 중국 사진가 런항은 2015년 구찌의 의뢰로 진행된 #GucciGram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구찌의 패턴과 상품을 이미지 안에 포함했다.
(2) 서구 관람자는 야외에서 핸드백과 함께 포즈를 취한 나체 모델의 이미지를 다음과 같이 읽을 수 있다.
① 세련되고 신선한 패션 이미지
② 기 부르댕의 작업을 떠올리게 하는 붉은 입술과 손톱
③ 초현실주의적인 자세
④ 강한 플래시가 만드는 아마추어적이면서도 고급 패션사진 같은 느낌
(3) 그러나 중국에서 이 이미지는 다른 사회적 조건과 만난다.
① 당시 중국에서는 음란물과 공공장소의 나체 행위가 엄격히 규제됐다.
② 런항은 음란물 관련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체포되고, 작품을 압수당하거나 웹사이트가 폐쇄되는 경험을 했다.
③ 그는 자신의 작업에 노골적인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을 부인했지만, 예술에 간섭하는 정치의 문제를 언급했다.
(4) 이 사례는 같은 사진이 서로 다른 맥락에서 어떻게 달리 보이는지 보여준다. 서구 미술계에서는 규범을 위반하는 예술가가 수용되거나 찬양될 수 있지만, 런항이 활동한 중국에서는 그의 작업이 일상생활에 실제 위험과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5) 런항은 예술과 상업의 경계에 놓인 자신의 위치를 활용하며 여러 나라에서 활동한 글로벌 동시대 사진가의 사례로 제시된다.
(6) 저자에게 이 구찌 사진이 중요한 까닭은 예술사진과 핸드백이 한 이미지 안에서 강하게 융합되기 때문이다. 이 작업은 세계화가 불러오는 소비주의와 불편한 정치적 긴장을 함께 드러낸다.
[10] 서문 전체의 핵심 정리
1. 예술사진의 가치에는 하나의 기준만 있지 않다.
(1) 미학적 완성도, 표현력, 사회적 메시지, 비판성, 시장가격 등 서로 다른 기준이 충돌한다.
(2) 핸드백 질문은 그 기준들을 비교하고, 각자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밝히게 한다.
2. 사진의 의미는 이미지 안에만 있지 않다.
(1) 제작자의 의도와 매체의 형식이 중요하다.
(2) 작품이 놓인 제도·시장·문화적 맥락도 의미를 만든다.
(3) 관람자의 지식과 위치에 따라 같은 이미지가 다르게 읽힌다.
3. 예술의 비판성과 상업적 공모는 함께 존재할 수 있다.
(1) 예술은 시장과 제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2) 그럼에도 상업적 맥락 안에서 불편한 질문을 열거나, 관람자의 경험을 복잡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4. 예술사진은 닫힌 정의가 아니라 논쟁의 장이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표현과 개념, 시각적 즐거움과 비판성, 글로벌과 로컬은 서로를 지우지 않고 계속 충돌하며 사진의 의미와 가치를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