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네비게이션
백 정 자
늘 글쓰기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다. 글쓰기를 배워서 쉽지 않았던 내 인생을 글로 풀어보고 싶은 생각을 했었던 같다.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는 때로는 나의 올가미가 되고, 몇 날 밤을 새우는 고통을 주기도 한다. 제대로 된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가위에 짓눌렸다. 다양한 서적을 접하지도 못했다. 풍부한 경험을 쌓지도 못한 나다. 늘 궁색한 머릿속을 뒤져 짧은 식견으로 글을 쓰려니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동안에는 업무에 필요한 공부만 했었다. 그래서 글쓰기 기초가 없는 나는 컴퓨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발견한다.
며칠 전 일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고민하는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글쓰기를 깊이 알수록 어렸다며 문학을 길을 포기할지도 모른다고 고민하며 도보여행 중이란다. 나보다 그를 위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그와 만나자는 약속을 했었다. 하지만 운전 실력이 미숙하고 서투 나는 그를 위로하러 떠난 것이 그에게 짐을 실어 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내 운전 실력은 겨우 홍성 읍내에서 출퇴근하던 실력이다. 그가 수덕사에서 기다린다는 이야기에 자신이 없어 읍내에서 보자 했다. 그러나 친구는 너무 지쳤다며 너는 운전 실력을 늘려야 한다고 기다릴 테니까 천천히 오라며 전화를 끊었다.
나는 겁이 많아 아직도 홍성 교외로 나아가본 적이 없다. 운전면허는 딴 지는 20여 년 전이지만 여기 홍성으로 이사 올 때까지 운전을 해본 적이 없었다. 이곳으로 이사해 오면서 새로운 직장에 나가게 되었고 하는 일이 직원들의 식사 재료를 사 나르고 회사의 제품을 택배로 부치는 일이었기에 운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맡은 직책이 총무인데 회사의 온갖 잡일을 도맡다 하는 자리라는 걸 그때 알게 되었다.
그렇게 일을 하다가 어느 날 세무서에 볼일이 있어 가던 중이었다. 세무서를 몇 미터 앞두고 좌회전을 하려고 멈추어 섰다. 직진 신호가 떨어지고 나는 좌회전을 했다. 그러면서 맞은편에서 직진 신호를 받고 진행하는 차를 내가 들이받았다. 내 앞을 지나가는 자동차의 옆면과 뒷바퀴를 들이받고는 길 한가운데 멈추어서는 소동이 일어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직진 신호가 떨어지고 그 다음 좌회전 신호를 받아야 하는 것을 몰라 내가 실수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서툰 운전은 늘 나를 짓눌렸다. 퇴근하면서 집으로 끌고 온 차를 다음날 어떻게 출근해야하나 고민하다가 밤을 하얗게 새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운전 실력이 형편없는 것을 모르는 그는 나보고 운전을 해서 수덕사로 오라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퇴근길에 동료로부터 대충 길을 익혀 운전대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모처럼 용기 내어 내비게이션을 켜고 출발하는데 내가 생각한 반대방향으로 내비게이션이 나를 이끌기 시작한다. 동료가 일러준 대로 가보고 싶었지만 저물어가는 초행길을 마음대로 갈 수 없어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로 가기로 했다. 차는 홍성 읍내로 접어들더니 어느새 내포 쪽으로 나를 이끌었다.
차는 내포를 지나고 한참을 더 가서 어느 미지 교차로에서 좌로 좌로를 다섯 번을 거푸하더니 나를 이끌어서 다시 그 교차로에 데려다 놓는다. 순간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져왔다. 길치에다 방향감각도 없는 나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그에게 전화를 했다. 여기는 내포를 지나 삽교로 가는 길 어디쯤에 서있다고 했다. 그를 위로한다는 것이 길을 잘못 들어 그에게 짐만 남긴 채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내비게이션을 다시 찍을 수가 없다. 몇 년을 사용하지 않아 그런지 제대로 찍히지가 않는다.
할 수 없이 갓길에 차를 세웠다. 지나가는 차에게 도움을 청하여는 심산이었다. 비상 깜빡이를 켜놓고 차 뒤에 섰다. 지나가는 차에게 손을 흔들 어지만 한 무리의 차들이 내 맘도 모르는 채 무심하게 지나갔다. 날은 어슴푸레 땅거미가 깔리고 마음이 다급해졌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차들은 헤드라이트를 켜기 시작했다. 급한 마음에 저만치 오는 차를 향해 웃옷을 벗어 들고 흔들어댔다. 그런 내 마음이 통했는지 차 한 대가 내 앞에 멈추어 섰다. 그는 내사 정을 들어주었다. 그는 나의 내비게이션을 십여 분을 만져서 내가가야 하는 집의 주소를 찍어주었다. 친구 덕분에 엉겁결에 낯선 도로로 접어든 나는 2km를 더 가서 유턴을 해서 겨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제는 가끔 차를 몰아 모르는 길도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글을 쓰는 것도 이처럼 캄캄하고 낯선 곳을 헤매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형식에 얽매어 갈길 몰라 헤맬 때도 있다. 하지만 오늘을 포기하면 내일이 오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나는 오늘을 이겨내며 포기하지 않으리라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