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는 교육청의 위촉으로 부산아동문학인협회 동시작가들이 부산 소재 초등학교의 <토요동시교실>에 출강을 갔습니다. 아래 내용은 그 때의 일을 엮은 것입니다.
프롤로그 :
오늘 선암초등학교에서 <토요동시교실> 첫 수업을 했습니다.
전교 7학급인 작은 학교였습니다.
아이들과 수업은 처음이라 아이들보다 제가 더 설레는 시간이었습니다.
2학년에서 6학년까지 10명의 아이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낸 것 같습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아쉬웠습니다.
역시 아이들은 밝고 맑았습니다.
다음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참, 제가 아저씨로 보이느냐,
할아버지처럼 보이느냐 물어보니까
아저씨로 보인다가 세 사람
할아버지로 보인다가 네 사람
무답이 세 사람.
아직 아저씨로도 보인다니 참 기분 좋았습니다.
아저씨로 봐 줘서 고맙다고
선물을 주고
나머지는 정직하다고
선물을 줬습니다.
동시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걸 가르쳐주기 위해
이 상황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동시 한 편을 만들었습니다.
토요동시교실에
동시 배우러 갔다.
선생님이
"내가 아저씨로 보여요, 할아버지처럼 보여요?"
하고 물으셨다.
할아버지처럼 보였지만
에이, 인심 썼다.
"아저씨 같아요."했더니
선생님이 억수로 좋아하셨다.
거짓말은 했지만
선생님이 좋아하셔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이래 놓고 나중에 제목은
<좋은 거짓말> 이라고 붙였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수업은
눈깜짝할 사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토요동시교실 이야기 1 - 내 영혼의 세탁기
![](https://t1.daumcdn.net/cfile/cafe/20355B4A4FB2F4F708)
저 아이들 표정 좀 보세요. 포즈는 또 어떻구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잖아요.
바꾸어 말하면 무한한 가능성의 또 다른 모습이죠.
이 사진의 장면은 선암초등에서의 마지막 수업 날.
꽃과 나무를 만나러 운동장으로 나왔을 때 찍은 것입니다.
꽃과 나무이름을 익히고 ‘아이엠 그라운드 나무이름 대기’ 게임도 했습니다.
밖으로 나올 때 아이들이 서로 내 손을 잡고 가겠다고 다툴 때 아이들이 너무 고맙고 예뻤습니다.
게임에서 제일 성적이 나빴던 사람은 저였습니다. 나무이름 많이 안다고 성적이 좋은 건 아니더군요.
아이들과 같이 한 시간은 내 영혼의 세탁기를 돌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의 기운으로 내 영혼도 조금은 맑아 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수업의 컨셉을 이론중심의 수업보다는 왜 동시를 써야 하는지, 왜 동시를 쓰면 좋은지에 대한 동기부여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동시를 쓰면 좋은 이유 그 첫 번째로 저를 예로 들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저를 할아버지로 보지 않고 아저씨로 봤는데 동시를 쓰면 마음이 즐거워져 늙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점, 돈 많고 부자인 선생님 친구들이 동시로 명예를 얻은 나를 제일 부러워 한다는 점. 즐거운 마음으로 동시를 쓰다보면 명예와 돈은 저절로 따라 온다는 점.
다음으로는 좋은 동시의 생명력을 얘기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K팝 얘기로 관심을 모으고(제가 평소에 K팝을 좋아해서 얘기꺼리는 얼마든지 있었으니까요.)는 다음으로는 우리동요(섬집아기-한인현 시, 고향의 봄-이원수 시 등)를 하모니카로 연주하며 따라 부르게 했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K팝은 10년 후 쯤에는 모두 잊혀 지지만 지금 부른 동요는 할아버지인 선생님이 어릴 때도 불렀고 아마 여러분의 손자, 손녀도 부를 것입니다. 그래서 좋은 동시의 생명은 영원한 것입니다.”
아이들이 수긍을 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제가 굳게 믿고 있는 사실입니다.
아이들과 좀 더 가까워지고 일체감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제가 시도한 또 한 가지 일은 교가 함께 부르기였습니다. 그동안 제가 갔던 학교는 선암초등과 문현초등인데 학교 홈피에서 교가 악보를 확보해 미리 하모니카로 익혀 그것을 수업 시작하기 전에 같이 부르는 것입니다. 동요는 일부 모르는 아이도 있었으나 교가 모르는 아이는 없으니 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로는 안성마춤이었습니다. 수업시작하기 전 이목과 관심을 집중시키는 효과도 있구요.
<토요동시교실 이야기>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