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향해 직진 중>
김승일 씨는 송원대학(야간)에 다니는 만학도다.
작년 가을 대면 수업이 시작되면서 큰 고민이 생겼다.
오후 10시 30분에 수업이 끝나면 장애인콜택시 잡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얼마 전에는 오후 9:50에 새빛콜에 접수할 때 대기 4번이었으나 10:40에 차량이 없어 배차가 안된다는 문자가 왔다.
연중무휴, 24시간 제로 운영하는 새빛콜이 운행이 안 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노숙을 해야 하나, 집에 까지 전동휠체어로 가야 하나?
황당하다 못해 분노가 치밀어 올라왔다.
김승일 씨는 1970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다.
7살 즈음 광주로 오게 되었고, 초중고를 광주에서 다녔다.
키 크고 순진한 학생이던 그는 태권도, 씨름, 유도 등 운동을 꾸준히 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알바로 운전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이후 운전에 관련된 웬만한 자격증을 다 취득했다.
화물차 운전을 하면서 야간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기에 적성에도 맞아 천직이라 생각했다.
가끔씩 시간이 날 때면 카메라와 낚싯대를 들고 바다를 찾았다.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하다 보니 제법 사업도 잘 되었다.
화물차를 운전하고 경기도 용인에서 목포로 가다가 새벽 5시경 톨게이트 근처에 차를 대고 잠을 청했다.
1시간 반쯤 지나서 통행권을 잡으려는데 왼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119를 타고 목포에 있는 병원으로 갔다.
2014년 11월, 그의 나이 45살에 병원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과로와 스트레스가 쌓였고 뇌출혈로 인해 왼쪽 편마비가 온 것이다.
광주와 서울, 성남에서 4년 동안의 재활치료를 마치고 뇌병변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한동안 그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몸은 장애인인데 머릿속은 아직도 비장애인에 머물러 있었다.
걷다가 왼발목이 꺾이는 경험을 통해 장애인인 것을 알게 되었다.
병원 치료를 받으며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되어 2018년 동강대에 진학했다.
학업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희열을 경험하며 새삼 자신이 학구파 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오방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의 만남은 그에게 신세계를 열어주었다.
난생처음 장애인 당사자들과 만나게 되었고 특유의 친화력으로 못난이 클럽의 막둥이가 되었다.
사회복지 실습도 오방에서 마치고 사회복지사 자격도 갖추었다.
승일 씨는 올해부터 오방센터에서 장애인 일자리로 함께하고 있다.
올해의 꿈을 묻자 "몸상태가 나빠지지 않는 것과 대학공부를 잘 마치는 것"이라 했다.
지금도 유튜브를 통해 낚시 영상을 즐겨본단다.
봄이 오면 바닷가에 낚시하러 가서 라면을 먹기로 했다.
머잖아 학업도 일도 사랑도 모두 이루기 바란다.
(2022.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