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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식물 핑크뮬리 열풍이 남긴 것, 최악 외래식물?
가장 짧은 시간에 전국적 식재, 몇 년 안 국토 전역 확산 우려 주변 확산과 생태계 악영향 여부 지자체와 환경당국 감시 필요
모든 생물은 원래 살던 고향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그 생물의 원산지 또는 자생지라고 한다. 원래 그 지방에 자라지 않던 생물종이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대륙 간의 생물 이동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귀화식물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3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그 식물의 원산지나 자생지가 외국이어야 하고 둘째, 인간이나 짐에 의해 옮겨진 경우이어야 하며 셋째, 외래식물이 우리나라에 야생으로 정착해 대를 스스로 이어나가야 한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옮겨진 것으로 어저귀처럼 섬유용으로, 자주개자리처럼 사료용으로 재배하다가 빠져나와 귀화식물이 된 경우도 있지만 돼지풀, 미국쑥부쟁이, 서양등골나물처럼 국가 간의 교류를 통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옮겨 들어오거나 사료나 곡류에 섞여서 슬며시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7년 산림청 국립수목원에서 나온 ‘한국 침입 외래식물의 이해’에 식물은 427종이 알려져 있으며 해마다 여러 종의 새로운 귀화식물이 전국에서 보고되고 있다.
도대체 이런 식물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귀화해서 우리나라에 살게 되었을까? 교역이나 문화교류를 통해 화물이나 사람의 몸에 씨가 묻거나 수입 곡류나 사료 등에 씨가 섞여 비의도적으로 이입된 경우에는 그 귀화시기나 과정이 명확하지 않은데 신귀화식물의 많은 종들이 이에 속한다. 이렇게 비의도적으로 들어온 씨앗은 땅에 떨어져 싹이 트고 자라면서 정착한다. 이 단계를 1차 귀화라 하며 그 장소를 귀화 중심지라고 부른다.
» 핑크뮬리 식재지에서 '인생샷'을 찍으려는 탐방객. 백소아 기자
4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9월부터 11월까지 가을철 볼거리로 심고 있는 조경식물인 핑크뮬리에 대한 논쟁이 벌어진다. 경주, 부산, 제주로부터 시작해서 수도권에서도 여러 곳에서 이른바 `인생샷'을 찍기 위해서 주말에는 차가 많이 밀렸다고 한다.
누구나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피어있는 이국적인 핑크색의 핑크뮬리에 반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우후죽순처럼 지자체마다 핑크뮬리를 심다보니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핑크뮬리를 볼 수 있는 곳을 찾아보니 서울에서는 상암 하늘공원, 잠원 한강공원, 올림픽공원, 강남구 양재천, 구로구 안양천, 경기도에서는 양주, 경북에서는 경주, 안동, 구미, 전남에서는 순천, 함평, 경남에서는 함양, 대전에서는 한밭수목원, 대청호 근처, 충북에서는 충주, 청주, 충남에서는 태안, 강원에서는 철원, 제주에서는 남원과 안덕 등에서 지라고 있었다.
아마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곳도 있으며 앞으로 몇 년 지나면 전국 어디에서나 핑크뮬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짧은 기간 내 전국적으로 식재된 식물은 핑크뮬리 이외에 별로 없는 것 같다.
» 원예종인 핑크뮬리의 북아메리카 원종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핑크뮬리(pink muhly grass)는 다년생 벼과식물이며 쥐꼬리새속 식물이다. 우리나라에는 같은 속 식물로 쥐꼬리새, 큰쥐꼬리새, 선쥐꼬리새, 가지쥐꼬리새 등 4종이 있다. 미국에는 핑크헤어 뮬리라 불리며 우리말로 번역하면 분홍쥐꼬리새가 된다.
원래 핑크뮬리의 원산지는 북미이며 미국에서는 동부와 중서부 평지에 자라는 식물이다. 핑크뮬리는 비교적 습하거나 건조한 조건, 더운 환경과 다양한 토양조건에서 잘 자라고 가을철 핑크빛 꽃차례가 아름다워 조경용 식물로 인기가 높다. 여름이 되면 녹색의 잎이 먼저 자라고 가을이 되면 아래에서 꽃줄기가 자라며 아름다운 핑크빛 꽃차례를 피운다.
다른 귀화식물과는 달리 핑크뮬리는 사람들이 조경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식재하여 현재 식재지역과 식재 면적도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다만 우려하는 것처럼 주변지역으로 야생화해 다른 자생식물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핑크뮬리가 심겨져 있는 식재지역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관리가 필요하다.
» 핑크뮬리가 최악의 외래종이 되지 않게 하려면 지자체와 환경당국의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백소아 기자
먼저 의도한 핑크뮬리 식재지역 주변으로 번져 나가는지를 매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자라는 시기에 관찰할 필요가 있다. 만약 주변지역으로 확산이 관찰될 경우 국립생태원, 지역 환경청 등과 같은 전문기관에 알리고 지자체와 함께 면밀한 관찰과 주변 피해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 만약 의도하지 않은 확산에 따른 생태계의 교란이 관찰되면 적절한 연구와 관리 조처를 지자체가 해야 한다.
외국에서 들어온 식물도 우리나라의 생물상을 이루는 한 부분이다. 핑크뮬리의 경우 우리나라 자연을 풍요롭게 꾸며주는 점이 있지만 원래 자연생태계에 교란이나 피해를 주지 않는지 살펴보는 관심이 필요할 시점이다.
이은주/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과공해연구회 운영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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