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게 곶감이다'라는 내용의 전래동화가 있다. 어느 추운 겨울 밤, 호랑이가 배고픔을 참지 못해 사람이 사는 마을로 먹잇감을 찾아 내려왔다.
어느 집 마당에 들어서니 아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 엄마가 "호랑이가 밖에 왔다"고 해도 아이는 계속해서 울어댔다. 밖에 있던 호랑이가 "내가 온 걸 어찌 알았지?"라고 놀라서 귀를 기울이는 순간, 아이 엄마가 "여기 곶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신기하게도 아이는 울음을 뚝 그쳤다. 그러자 "나보다도 더 무서운 곶감한테 잡히면 큰일이다"라고 지레 겁을 먹은 호랑이는 밤새도록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멀리 도망쳤다는 이야기다.
이 동화의 발원지가 바로 경북 상주시 외남면이다. 지금 외남 고을은 지난 가을에 수확한 감들이 농가마다 주렁주렁 달려 주홍빛 곶감으로 물들고 있다.
둥근 모양 때문에 '둥시 곶감'으로 불리는 상주 곶감은 쫄깃하고 당도가 높은데다 단백질 함량이 많아 인기가 많다. 상주시 외남면과 남장동 일원은 전국 최초의 '곶감특구'로 지정돼 있다. 수백 년 된 감나무도 전국에서 가장 많다. 750년 된 전국 최고령 감나무도 있다. 오는 20일과 24일 두 차례에 걸쳐 곶감 축제가 열릴 예정이어서 미리 찾아 가 봤다.
전래동화 발원지 외남고을, 전국 첫 곶감특구
옛이야기·고향의 멋 담긴 축제, 풍성한 행사
수령 750년 '하늘 아래 첫 감나무' 눈길
지난해 조성 곶감공원엔 방문자 발길 이어져
자전거박물관·낙동강 제1경 경천대도 볼거리
■곶감축제
상주에는 2개의 곶감축제가 12월 중에 열린다. 상주곶감축제와 상주외남고을곶감축제다. 오는 20일부터 23일까지 4일간 열리는 '상주곶감축제'는 시청이 주도해 상주곶감유통센터 일원에서 펼쳐진다. 이에 반해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상주곶감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외남고을 곶감축제'는 지역 주민이 중심이 돼 개최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두 축제 모두 2011년부터 매년 열려 올해로써 4회째다.
상주 시내에서 9㎞가량 떨어져 있는 외남고을의 곶감축제는 옛이야기와 고향의 멋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외남면은 서쪽으로 백두대간의 산들이 찬바람을 막아주고 동편으로는 넓은 들이 형성돼 있다. 토질이 비옥하고 기후가 온화해 지리적으로 기온과 습도에 민감한 떫은 감 재배에 적지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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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리 곶감공원의 전래동화 속 '연지네'집. |
축제가 주로 열리는 외남면 소은리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곶감공원이 있다. 3만 614㎡ 규모의 작은 공원으로 지난해 조성됐다. 3층으로 된 감락원 건물과 전시장, 전래 동화 속 '연지네집', 감과 호랑이 등을 형상화한 각종 조형물 등이 들어서 있다. 축제가 열리면 전국에서 수만 명이 몰려든다. 외남면 전체 인구는 2천 명이 채 안 된다. 올해 외남고을곶감축제의 주제는 '감꽃이 피었습니다'이다. "지역 주민들이 모두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축제란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축제는 9월 열리는 '감 풍년 감사제'부터 시작됩니다." 안희성 외남면장의 설명이다. 24일 개막식 때 선보이는 '임금님 곶감 진상 재현 행사'는 전문 배우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해 펼치는 뮤지컬 행태의 공연이 볼만하다. 이밖에 호랑이와 예종임금 만나기, 고구마 감 구워먹기, 감 깎기 및 곶감 만들기 등의 행사가 열린다. 상주곶감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전시판매장과 먹을거리 장터도 운영된다.
■하늘 아래 첫 감나무 "상주 외남고을 곶감은 조선시대 임금님에게 진상했을 정도로 품질이 뛰어납니다." 외남곶감축제의 산파 역할을 한 배용식(65·구릿뜰농원 대표) 씨의 얘기다. 예종실록에 "지금 곶감의 진상을 상주에 나누어 정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외남면에는 수령이 수백 년으로 추정돼 보호수로 지정된 감나무 10그루가 있다. 특히, 소은1리에는 750년 된 '하늘 아래 첫 감나무'가 있다. 개인 소유다. 이 나무와 관련된 옛 이야기가 있다. 아주 옛날, 약초 캐는 할아버지가 산속에서 다리를 다친 파랑새를 치료해 구조해 주었다고 한다. 은혜를 입은 파랑새는 할아버지를 옥처럼 맑고 푸른 물이 솟아나는 '젊어지는 샘'으로 인도했다. 파랑새는 할아버지에게 샘물 곁에 집을 지어 살게 하고 '아기 감나무'를 심도록 했다. 샘물을 먹고 젊어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정성껏 감나무를 심었고, 마침내 '연지'라는 예쁜 딸까지 낳았다.
하지만 기대하던 빨간 감 열매가 열리지 않자, 할아버지는 절망한 끝에 그만 세상을 떠났고 할머니는 병이 들었다. 하늘나라 옥황상제의 허락을 받아야만 감 열매가 열리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연지는 몇날 며칠을 감나무 가지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온갖 어려움을 참아낸 연지는 결국 옥황상제를 만났다. 연지의 효심을 기특하게 여긴 옥황상제는 연지에게 하늘나라 감나무 묘목을 주면서 연지네 감나무와 접붙여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감 열매를 열리도록 허락해 주었다. 또, 빨갛게 익은 감을 깎아 바람과 볕에 말려서 곶감 만드는 방법도 가르쳐주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외남 고을이 천하제일의 감 고장이 되었다는 전래동화다. 실제 750년 된 감나무 밑동에는 접붙인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나무줄기의 가운데가 괴사해 두 부분으로 갈라진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고령의 수령에도 불구, 요즘도 해마다 3천~5천 개의 감 열매를 연다고 한다. 수확된 감들은 고가에 팔려 나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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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750년 된 '하늘 아래 첫 감나무'. |
■상주자전거박물관과 경천대 곶감축제를 관람한 뒤 상주가 자랑하는 자전거박물관과 '낙동강 제1경'으로 알려진 경천대를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2002년 10월 개관한 상주자전거박물관은 '자전거 도시 상주'의 상징이다. 상주는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훨씬 더 많을 정도로 자전거 천국으로 알려져 있다. 자전거 길도 잘 조성돼 있다. 자전거박물관은 지하 1층 자전거대여소와 지상 1층 기획전시실, 2층 상설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기획전시관에는 세계의 이색 자전거와 클래식 자전거 등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상설체험관은 자전거의 역사관과 가상 체험관으로 구성돼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다. 자전거 대여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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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자전거박물관에 전시 중인 세계의 이색 자전거들. |
낙동강 변에 위치한 경천대는 자전거박물관과 인접해 있다. 경천대는 낙동강 1천 300리 길 중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꼽힌다. 하늘이 만들었다 하여 자천대(自天臺)로 불리기도 한다. 굽이도는 낙동강 물길과 금빛 모래사장, 울창한 노송숲, 낙동강 물을 마시고 하늘로 솟구치는 학을 연상케 하는 천주봉, 기암절벽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출렁다리와 구름다리도 이색적이다. TV드라마 '상도'세트장, 돌담길, 108기의 돌탑 등도 구경할 수 있다.
송대성 선임기자 sds@busan.com
사진=김병집 기자 bjk@
http://youtu.be/f4wzCDGsejg
TIP
■찾아가는 법
승용차로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동대구를 지나 경부고속도로를 타게 된다. 김천분기점에서 다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간다. 24㎞가량을 달려 낙동JC에서 남상주 방면으로 빠져나온 뒤 청원상주고속도로로 올라간다. 이어 남상주IC에서 문경 상주 방면으로 향한다. 경상대로를 따라 외남 방면으로 좌회전하면 석단로. 997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보면 오른 편으로 곶감공원 안내간판을 볼 수 있다.
부산에서 상주로 직행하는 시외버스는 없다. 부산동부시외버스터미널(1688-9969)에서 충주나 문경 방면 버스 중 상주를 경유하는 노선을 를 이용하면 된다. 소요시간은 2시간 40분. 요금은 1만 7천300원(어른 기준). 첫차는 오전 8시 40분, 막차는 오후 6시50분. 상주시외버스터미널(054-534-9002) 하차. 기차를 이용하면 다소 불편하다. 부산역기준으로 무궁화편이 하루 3회 운행한다. 첫차가 오후 4시 15분 출발한다. 소요시간은 2시간 56분~3시간 20분. 요금은 1만 4천400원.
■먹을 곳
24일부터 축제가 열리는 외남면 곶감축제장 일원에는 마땅한 음식점이 없다. 축제기간 먹을거리장터에서 외남면 부녀회원들이 조리해서 파는 시래깃국(2천 원)과 곶감인절미(1천 원)를 추천한다. 고향 맛을 물씬 느끼게 한다는 시래깃국은 곶감축제 때마다 가장 인기 있는 음식 메뉴다.
상주 시내 맛집으로는 갈비탕과 소고기구이 및 전골을 파는 명실상감한우 홍보테마타운(054-531-9911)과 한식과 비빔밥을 파는 가미한식(054-534-0922), 메기매운탕을 파는 서보냇가(054-532-5978), 우리밀칼국수, 된장시래깃국, 석쇠구이 등을 파는 지천식당(054-532-1715)등이 있다.
■잘 곳
상주관광호텔(054-530-5000), 발리모텔(054-534-2500), 테마모텔(054-536-4500).
■여행 문의
상주시청 새마을관광과(054-537-7118), 산림공원과(054-537-6311), 외남면사무소(054-537-8202), 자전거박물관(054-534-4973).
송대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