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길 문(門)
흰 벽(壁)에는-
어련히 해들 적마다 나뭇가지가 그림자 되어 떠오를 뿐이었다. 그러한 정밀(靜謐)이 천년(千年)이나 머물었다 한다.
단청(丹靑)은 년년(年年)이 빛을 잃어 두리기둥에는 틈이 생기고, 볕과 바람이 쓰라리게 스며들었다. 그러나 험상궃어 가는 것이 서럽지 않았다.
기왓장마다 푸른 이끼가 앉고 세월(歲月)은 소리없이 쌓였으나 문(門)은 상기 닫혀진 채 멀리 지나가는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밤이 있었다.
주춧돌 놓인 자리에 가을풀은 우거졌어도 봄이면 돋아나는 푸른 싹이 살고, 그리고 한 그루 진분홍 꽃이 피는 나무가 자랐다.
유달리도 푸른 높은 하늘을 눈물과 함께 아득히 흘러간 별들이 총총히 돌아오고 사납던 비바람이 걷힌 낡은 처마 끝에 찬란(燦爛)히 빛이 쏟아지는 새벽, 오래 닫혀진 문(門)은 산천(山川)을 울리며 열리었다.
- 그립던 기(旗)ㅅ발이 눈뿌리에 사무치는 푸른 하늘이었다.
첫댓글 그림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나즈막히 들려오는 노래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