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 / 원작 : 먼로 리프
옛날 스페인에, 어린 황소 한 마리가 있었는데, 이름이 페르디난드였어요. 다른 어린 황소들은 모두 달리고, 뛰어오르고, 서로 머리를 받으며 지냈지만, 페르디난드는 그냥 조용하게 앉아서 꽃향기 맡는 것을 좋아했지요. 페르디난드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바로 코르크나무 아래였어요. 페르디난드는 종일 그 나무 그늘에서 꽃향기를 맡곤 했지요. 페르디난드의 엄마는 아들이 혼자 외롭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어요.
"얘야, 너도 다른 어린 황소들과 함께 뛰어다니며 놀고, 박치기도 하지 그러니?"
"아뇨, 저는 이렇게 조용히 앉아서 꽃향기를 맡을 수 있는 이곳이 더 좋은 걸요."
이해심 많은 엄마는 아들 페르디난드가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고 그냥 행복하게 지내도록 하였어요. 세월이 지나, 페르디난드는 몸집이 크고 힘센 황소가 되었어요. 다른 황소들은 서로
머리를 들이받고, 뿔로 찌르고, 힘을 자랑하며 놀곤 했어요. 그들의 소원은
씨름대회에 뽑혀 나가는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꽃향기를 좋아하는
페르디난드는 그런 일엔 관심이 없어서, 여전히 코르크나무 아래
조용히 앉아 꽃향기 맡는 것을 좋아했지요.
어느 날, 마을에 남자들이 찾아왔어요. 그들은 씨름에 나갈 가장 크고, 가장 빠르고, 가장 거친 황소를 고르러 온 것이었어요. 황소들은 모두 콧김을 훅훅 내뿜고, 꽝꽝꽝 박치기를 하고, 껑충껑충 뛰면서 힘자랑을 하며 돌아다녔지요. 그래야 사람들이 자기들을 아주 힘이세고 거칠다고 생각해서 뽑아갈 테니까요. 그러나 페르디난드는 뽑히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상관하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그냥 좋아하는 꽃향기를 맡으려 코르크나무 아래로 갔지요.
그런데 페르디난드는 시원한 풀밭 위에 앉는다는 것이 그만 땅벌 위에 앉고 말았어요. 땅벌에게 쏘인 페르디난드는 따가워 견딜 수가 없어 콧김을 내뿜고, 이리저리 풀쩍풀쩍 뛰면서 마치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씩씩거리고, 박치기를 하고 땅을 북북북 긁어댔어요. 바로 그 모습을 본 남자들은 모두 기뻐하며 힘차게 소리쳤어요.
“바로 여기 가장 크고 사나운 황소가 있다! 이 황소야말로 씨름에서 가장 거칠게 싸울 그 황소다!”라고 말이죠.
그들은 씨름이 열리는 날, 페르디난드를 수레에 태우고 떠났어요. 선수들이 씨름장 안으로 힘차게 행진하기 시작하자, 마이크에서는 제일 거칠고 힘이 센 황소가 나타날 거라며 많이 기대하라고 했어요. 맨 먼저 선수가 날카로운 창을 갖고 들어왔어요. 그는 당당한 모습으로 들어와 인사한 후, 빨간 망토를 휘날리며 칼을 휘둘러 황소를 찌를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드디어 페르디난드가 들어오자, 모두들 함성을 지르며 손뼉을 쳤어요. 사람들은 페르디난드가 힘껏 싸우며, 머리를 들이받고, 콧김을 내뿜고, 이리저리 뿔을 휘두르며 다닐 거라고 기대했지요. 바로 그 때 페르디난드는 관람석에 앉은 아가씨들의 머리에 꽂힌 꽃들을 보았어요.
그러자 아가씨 가까이로 가서 조용히 꽃향기를 맡는 것이었어요. 페르디난드는 선수가 무슨 짓을 하든지 아무런 관심 없이 그윽한 꽃향기만 맡았어요. 그러자 선수는 무척 화가 났어요. 빨간 망토를 휘두르며 황소와 싸우며 자신을 뽐낼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사람들은 페르디난드를 다시 집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어요.
꽃향기를 참 좋아하는 황소, 페르디난드는 아마 지금도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코르크나무 아래 앉아서, 조용히 꽃향기를 맡으며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을 거예요.
첫댓글 꽃을 좋아하는소 누군가 연상되는 사람이있네요 ♡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