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연애하게 되면 그땐
술집 여자하고나 눈 맞아야지
함석 간판 아래 쪼그려 앉아
빗물로 동그라미 그리는 여자와
어디로도 함부로 팔려 가지 않는 여자와
애인 생겨도 전화번호 바꾸지 않는 여자와
나이롱 커튼 같은 헝겊으로 원피스 차려입은 여자와
현실도 미래도 종말도 아무런 희망 아닌 여자와
외항선 타고 밀항한 남자 따위 기다리지 않는 여자와
가끔은 목욕 바구니 들고 조조영화 보러 가는 여자와
비 오는 날 가면 문 닫아걸고
밤새 말없이 술 마셔주는 여자와
유행가라곤 심수봉밖에 모르는 여자와
취해도 울지 않는 여자와
왜냐고 묻지 않는 여자와
아,
다시 연애하게 되면 그땐
저문 술집 여자하고나 눈 맞아야지
사랑 같은 거 믿지 않는 여자와
그러나 꽃이 피면 꽃 피었다고
낮술 마시는 여자와
독하게 눈 맞아서
저물도록 몸 버려야지
돌아오지 말아야지
류근 (1966 - ) ‘반가사유’
이 전에 발표되어 다행입니다.
요사이 방송에 나오는 벼라별 일들에 비하면 이런 연애는 관심거리도 안될 지경이지요.
모든게 너무 흔해져 소중한 것들이 대접을 못받는, 풍요와 빈곤이 비벼지는 시대에 오염되가는 수 많은 말들 중 보호하고 싶은 말
'연애'
첫댓글 김광석(1964-1996)이 부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작사하신
외로워서 술마시고
외로워서 책을읽고
외로워서 시를 쓰는시인..
반가사유, 빗물 고인 바탕 사진 , 낯술 마시는 여인과 독하게 연애하기, ...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
비 오는 날 가면 문 닫아걸고 마셔주던
주님네집 앞 골목이 있었지요 - 지금은 골목이 통채로 사리진
연애 많이 해 본 여자와
연애 하는 게 최고 !
그렇군요!
풋풋한 여름 날의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