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숯불가마 찜질방 체험
乙未年이 밝았습니다. 또다시 새로운 한해가 시작된 것이지요. 일흔 세번째의 새로운 '年' 이 특별한 느낌으로 닥아스는 것은 아니나 늘 그랫듯이 조금을 설레임니다. 오래전 知人과 더불어 南海로의 一泊旅行을 계획했으나 무산되고 우리는 강화로 내달았습니다. 한 겨울의 움추림을 털어버리고 뜨끈한 '군불'의 낭만을 찾아, 우리 넷은 내 조그마한 '愛馬'에 몸을 실었습니다.
한시간여 달려간 강화도엔 한겨울의 양광이 무척이나 평화로웠습니다. 이 시대의 마지막 숯가마처럼 외진 곳의 찜질방은 덩그러니 앉아 있었습니다.
주차장엔 벌써부터 차들이 그득하고 그 맨 끝에 조그만 궁뎅이를 붙입니다. 예상외로 숯막은 정갈하고 짙은 연기가 가마터임을 느끼게 합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수, 토, 일요일에 새 가마가 열립니다.
양지바른 마당 한구석에 쉼터가 있고, 나그네 없는 침상위엔 시레기만이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난민이 따로 없습니다. 건강을 위해서건, 나처럼 낭만을 위해서건 男女老少없이 후줄그레 땀복을 입고 가마앞을 서성입니다. 그래도 오전이라 아직은 한산 합니다.
가마 앞에 끌어 내 놓은 잘익은 숯덩이가 더 할수 없이 따끈합니다. 내가 스스로 몸을 돌려가며 불을 쬡니다. 그 옛날 어머니들이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아 시름에 젖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무연히 바라보는 시퍼런 불길에 눈이 젖어 옴니다. 낭만인줄 알았는데, 연민이었습니다.
내 몸을 불태워 이제 재가 되려합니다. 그 깊은 속내를 들여다 보며 지난날을 생각합니다. 내게도 저런 뜨거웠던 날이 있었던가? 저토록 스스로를 태워 찾아오는 이들을 위한 조그마나마 희생을 줄 수 있다면 . . . .
천여도를 넘는 고열에 가마가 벌겋습니다. 그속이 궁금해 한껏 나를 낮춥니다. 의연한 덩어리들이 우뚝우뚝 서 있습니다. 벌겋다 못해 시퍼런 불꽃은 기쁨이고 환희입니다. 그리고 경이입니다.
여기, 시름을 놓은 한 여인이 있습니다. 진흙에 밴 참숯의 정기를 위해 오로지 망중한에 빠진 사람입니다. 초상권이 어쩌구 하지 않을 사람입니다.
잘익은 놈들을 솟가 냅니다. 긴 장대로 안쪽의 덩어리들을 끌어냅니다. 기다리다 지친 녀석들이 끌려 나옵니다. 새로운 탄생을 위해 인연이 바뀌는 순간입니다.
'왕건이'가 걸렸습니다. 보잘 것 없는 찌트레기와 달리 잘 생기고 우람한 녀석은 밀패된 드럼통에 담겨 검은 숯이 되어 그래서 룰루랄라 실려 갑니다. 어느집 거실, 어느방 침실에서 아름답고 고고한 자태로 남은 여생을 보내겠지요.
내 비록 이제 사위어 가도 내 생애에 한점 부끄럼 없이 나는 슬어져 가리. 나 기억해 줄이 없는 먼 피안에서 그래도 한 때는 뜨거웠단 추억만으로 나는 쓸쓸해 하지 않으리.
떠나온 지금도 눈에 어리는 시퍼런 불꽃. 그 어린 시야 넘어로 아련한 내 추억들이 줄달음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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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 나 단 원문보기 글쓴이: 벤허
첫댓글 마음에 와닿는 어휘들의 뜻을 쫓아 따라가며 잠시 조그마한 상념의 호사를 누리게 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