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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윅 클럽 여행기
찰스 디킨스
저자 서문
작가의 목표는 독자들에게 인물과 사건을 끊임없이 제공하면서 능력이 닿는 한 생생하게 색칠하는 동시에 살아 있는 듯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다른 이들은 클럽이라는 장치가 그러한 목적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고 판단했고, 작가는 그들의 의견에 따랐다. 그러나 곧 클럽이라는 설정이 오히려 곤란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러한 설정에 서사를 엄격히 맞추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클럽이라는 설정을 점차적으로 버렸다.
이 책은 매달 32쪽짜리 연재물로 출판되었으므로 가장 중요한 목표는 각기 다른 사건들이 강한 관심사로 연결되어 전혀 연관성이 없거나 믿기 어려워 보이지 않게 하면서, 전체적인 구성은 20개월에 걸쳐 제각각 발표되는 출판 형식에 의해 손상되지 않도록 최대한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각 권이 그 자체로 어느 정도 완결되면서도 스무 권 전체를 모았을 때 하나의 조화로운 이야기를 이루도록 모험이 완만하고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했다. 적어도 작가가 생각하기에는 그렇다.
<픽업클럽 여행기>는 일련의 모험을 단순히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장면이 계속 변하고 실제 세상에서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처럼 여러 인물이 등장했다가 사라질 뿐이라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핵심이라고, 가장 위대한 영어 소설가들의 작품도 똑같은 비판을 받았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정기적으로 띄엄띄엄 쓰였다. 대부분 소중한 젊은 친구와 교류하며 썼기 때문에 작가의 마음속에서 이 책은 일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와, 또 가장 슬프고 힘든 고통과 관련이 있다.
각 원고를 쓰고 나서 인쇄되기 까지 시간이 무척 짧았기 때문에 본문에 딸린 삽화의 대부분은 작가가 어떤 내용을 쓸 것인지 말로 설명하는 것을 듣고 그린 것이다.
1837년 찰스 디킨스
1장
픽윅 클럽 회원들
거대한 햄프스테드 연못의 수원까지 쫓아간 남자, 큰 가시고기 이론으로 과학계를 뒤흔든 남자가 얼어붙은 듯한 날씨의 깊은 호수처럼, 흙 단지 가장 깊숙이 숨은 외로운 큰 가시고기처럼, 꼼짝도 없이 차분하게 앉아 있었다. 동료 회원들이 픽윅을 동시에 연호하자 이 걸출한 남자는 활기를 되찾고 본인이 설립한 클럽 회원들을 향해 연설을 시작했고, 이제 더욱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명성은 누구에게나 소중합니다. 시적 명성은 저의 친우 스노드그래스에게 소중하고, 정복의 명성은 저의 친우 터프먼에게 똑같이 소중하며, 육지와 공중, 수중 스포츠에서 명성을 얻고자 하는 갈망은 저의 친우 윙클의 가슴속에서 으뜸입니다. 제 자신도 인간의 열정과 인간의 감정(환호)에 - 그리고 아마도 인간의 약점에(‘아니오’라는 큰 외침)-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겠지만, 만약 제 마음속에 자만의 불꽃이 피어오른다 해도 인류의 이익을 우선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 불을 효과적으로 꺼뜨릴 것이라는 말만큼은 분명히 드릴 수 있습니다. 인류의 칭찬이 저의 위험 요소라면 인류에 대한 사랑은 저의 보험입니다. (열렬한 환호) 저는 큰 가시고기 이론을 세상에 내놓으며 자부심을 느꼈다고 솔직히 인정합니다. 적들이 이 말을 이용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큰 가시고기 이론은 칭송받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요. (“칭송받고 있소“라고 외치는 소리와 이어진 크나큰 환호) 방금 칭송받고 있다고 소리치신 명예로운 픽윅 클럽 회원의 주장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제 이론은 칭송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논문의 명성이 세상 끝까지 퍼진대 해도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자랑스러운 이 순간, 제가 주변을 둘러보며 느끼는 자부심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입니다. (환호) 저는 보잘 것 없는 사람입니다. (”아니, 아니오.“) 그러나 여러분이 무척 영광스럽지만 어느 정도 위험이 따르는 일을 맡기기 위해 저를 선택했다고 느끼지 않을 수가 없군요. 여행은 무척 어수선한 일이며, 마부들의 마음은 불안정합니다. 사방을 둘러보세요.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생각해보세요. 사방에서 역마차가 뒤집어지고, 말들이 도망치고, 배가 뒤집히고, 보일러가 폭발하고 있습니다. (환호, 그리고 ”아니오“라고 외치는 한 목소리.) 아니라고요! (환호) ”아니오“라고 크게 소리치신 명예로운 회원께서 앞으로 나와 제 말을 부인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보시죠.(환호) 혹시 제 연구에 쏟아진, 어쩌면 걸맞지 않은 찬사를 질투하고 경쟁자에게 힘없이 맞섰다가 심한 비난만 쌓여서 상심한 허영심 많은 사람 - 잡상인이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만(크나큰 환호) -인가요, 그래서 이렇게 사악하고 중상모략적인 방법으로 ....
2장
첫 날의 여행과 첫 밤의 모험, 그리고 그 결과
1827년 5월 13일 아침. 옷을 입은 다음 가죽 트렁크에 옷을 챙겨 넣었다. 망원경을 외투 주머니에 넣고, 공책을 조끼에 넣고,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는 어떤 발견이든 받아들일 태세를 갖춘 마음 세인트 마틴스 르 그랑 역에 도착했다.
골든 크로스로 갑시다. 픽윅 씨가 말했다. 이 말은 몇 살이오? 픽윅씨가 요금으로 준비한 동전으로 코를 문지르며 말했다. 마흔 두 살입니다. 마부가 미심쩍은 눈으로 그를 보며 대답했다. 뭐요? 픽윅 씨가 공책을 꺼내며 내뱉었다. 한 번 나오면 일을 얼마나 시키시오? 픽윅 씨가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물었다.
픽윅 씨는 괴로운 환경에서 끈질기게 살아가는 말의 삶을 보여주는 보기 드문 사례를 클럽에서 발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부의 말을 한 마디도 빠짐없이 공책에 적었다.
픽윅 씨와 세 친구의 첫 번째 목적지 역시 로체스터였다. 일행은 새로운 지인에게 행선지가 같다고 말했고, 마차 뒷좌석에 다 같이 앉아서 가기로 했다.
키 큰 부인인데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죠. 그런데 아치?를 깜빡하는 바람에 부딪친 거예요. 애들은 주변을 둘러보고, 엄마는 머리가 날아가고……. 샌드위치는 손에 있는데 그걸 넣을 입이 없어졌죠. ~~~아 저는 생각을 좀 하고 있었습니다. 픽윅 씨가 말했다. 인간사가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에 대해서요. 맞아요, 하루는 궁전문으로 들어갔다가 다음날에는 창문으로 나오죠. 철학자시군요.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사람입니다. 픽윅 씨가 말했다. 아, 저도 그렇습니다. 할 일은 없고 수입이 더욱 적을 때면 누구나 그렇게 되지요. 시도 쓰십니까? 제 친구인 스노드그래스 씨가 시적 성향이 강하지요. 픽윅 씨가 말했다. 저도요. 낮선 남자가 말했다. 1만 행짜리 서사시를 썼지요. 7월 혁명 때였는데 즉석에서 지었어요. 낮에는 마르스 밤에는 아폴로인 셈이죠. 야포를 쏘다가 리라를 튕기니까요. ~~~머스킷 총을 쏘며 시상을 떠올렸지요. 술집으로 달려가서 시를 적어놓고 돌아와서 다시 탕탕 쏘는 겁니다. 다른 시상이 떠오르면 다시 술집으로 가서 펜을 잡았다가 돌아오면 다시 베고 자르고. 대단한 시절이었지요. 스포츠를 하십니까? 그가 갑자기 윙클 씨를 보며 물었다.
좋은 취미, 좋은 취미예요, 개는요? 지금은 없습니다. 윙클 씨가 말했다. 아! 개는 꼭 키우세요. 좋은 동물, 똑똑한 짐승이죠. 예전에 포인터라는 품종을 키웠는데 깜짝 놀랄 만한 본능을 가진 놈이었어요. 어느 날 사냥을 나갔다가 사유지에 들어가서 휘파람을 불었는데 이 녀석이 딱 멈추는 겁니다. 다시 휘파람을 불고 ‘폰토’ 하고 불러도 꼼짝을 안 해요. 제가 폰토, 폰토 불러도 딱 굳어서 표지판만 보는 겁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 사유지에서 발견된 개는 사냥터 관리인이 사살함’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그 옆으로는 지나가지도 않으려고 했죠. 아주 놀라운 개, 귀중한 개였어요. 정말로. 그거 참 특이하군요. 픽윅 씨가 말했다. 이야기를 좀 적어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물론이지요. 개에 대한 일화라면 백 가지는 더 있지요.
장엄한 폐허군요! 아름다운 고성이 보이자 오거스터스 스노드래스 씨가 특유의 시적 열정을 담아 말했다.
터프먼 씨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스노드그래스 씨와 윙클 씨를 잠에 빠뜨린 와인은 이미 픽윅 씨의 감각까지 빼앗았다. 그는 저녁 식사 때문에 꾸벅꾸벅 졸기 전까지 여러 단계와 그 결과를 이미 여러 차례로 거친 후였다. 픽윅 씨는 더없이 유쾌한 상태로 올라가는, 누구나 겪는 변화를 거쳤다. 그는 파이프에 바람이 들어간 길거리의 가스등처럼 잠깐 부자연스러울 만큼 번쩍 빛나다가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깊이 가라앉았고, 암시 후 다시 확 타오르면서 주변을 밝게 비추더니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빛처럼 깜빡거리다가 결국에는 꺼져버렸다. 머리가 가슴께로 툭 떨어졌고, 이제 이 위인의 존재를 알리는 것은 끊임없는 코골이 소리와 가끔 숨이 막히는 소리밖에 없었다.
무도회장은 길쭉한 방으로, 심홍색 천을 씌운 긴 의자들과 양초를 꽃은 유리 상들리에가 있었다. ~~~기묘한 곳이죠. 조선소의 상류층은 조선소의 하류층을 상대하지 않고, 조선소 하류층은 하찮은 신사들을 상대하지 않고, 신사들은 상인을 상대하지 않고, 조선소장은 아무도 상대하지 않아요.
윙클 씨는 카페로 돌아와 슬래머 박사의 결투 신청을 받아들이겠다는 의향을 비추었다. ~~~그럼 오늘 해 질 무렵으로 할까요? 장교가 무심한 말투로 물었다. 아주 좋습니다. 윙클 씨가 속으로 아주 나쁘다고 생각하면서 대답했다.
친애하는 벗이여. 결투 때문에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네. 윙클 씨가 말했다. 당연히 도와야지. 스노드그래스 씨가 친구의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 상대는 의사. 제97연대의 슬래머 박사라네. 윙클 씨가 최대한 엄숙하게 들리기를 바라며 입을 열었다. 오늘 저녁 피트 요새 뒤쪽 외딴 들판에서 결투를 하게 되었네. 내가 자네의 입회인이 되겠네. 스노드그래스 씨가 말했다. ~~윙클 씨가 감정이 가득 실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내가 쓰러지면 조금 이따 자네 손에 맡길 꾸러미에 내 부친께 전할 편지가 있을 걸세.
윙클 씨는 다가오는 결투 때문에 생각에 잠겼고, 스노드그래스 씨는 무기를 바로 쓸 수 있도록 점검하고 준비했다. ~~~저녁은 시시각각 어두워졌고, 인적 없는 들판에 부는 음울한 바람이 저 멀리서 개를 부르는 거인의 휘파람 같은 소리를 냈다.
슬래머 박사는 윙클 씨를 향해 다가오다가 그를 빤히 보더니 물러서서 눈을 비비고 다시 빤히 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중지, 중지! 라고 외쳤다. ~~~이 사람이 아니야! ~~이 사람은 어젯밤에 나를 모욕한 사람이 아니네. ~~~~제가 아니지요. 저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용맹함을 존경합니다.
제3장
새로운 지인, 순회공연자 이야기, 불쾌한 방해와 언짢은 만남
평소와 달리 두 친구가 보이지 않자 픽윅 씨는 걱정이 되었고, 두 사람이 오전 내내 보였던 이상한 행동을 떠올리자 걱정은 더욱 커져만 갔다. ~~~낮선이는 지치고 초췌해 보였다. ~~~우리 새로운 친구라네. 오늘 아침에 들어보니, 여기 우리 친구가 로체스터의 극장과도 관련이 있다더군.
음침한 사나이가 주머니에서 돌돌 말린 더러운 종이 뭉치를 꺼내더니 막 공책을 꺼낸 스노드그래스 씨를 향해 외모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시인입니까?” 저는 약간 그런 쪽이죠. 스노드그래스 씨가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라며 대답했다.
시작하기 전에 한 잔 더 하시겠소? 픽윅 씨가 말했다. 음침한 남자는 픽윅 씨의 권유에 따라 물 탄 브랜디를 한 잔 받아서 천천히 반 잔 마신 다음, 둘둘 말린 종이를 펴고서 때로는 읽고 때로는 설명하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는 픽윅 클럽 회보에서 ‘순회공연자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기록을 발견했다.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멋진 부분은 하나도 없습니다. 심지어 흔치 않은 부분도 없지요. 인생의 여러 계층에서 빈곤과 질병은 너무나 흔하기 때문에 평범한 인간의 부침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그동안 적어두었던 얼마 안 되는 메모를 하나로 모은 것은 오래도록 너무나 잘 알았던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가 추락하는 모습을 추적했는데, 결국 너무나 가난해진 그는 두 번 다시 일어서지 못했습니다.
제 이야기의 주인공은 저속한 무언극 배우로, 같은 계층의 수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상습적인 주정뱅이였습니다. ~~~극장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큰 무대 주변에서 서성이는 초라하고 가난에 찌든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잘 압니다.
그즈음, 그가 1년이 넘도록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무도 몰랐을 때, 강 건너 어느 극장에서 잠깐 일하게 된 저는 한동안 보지 못했던 이 남자를 만났습니다. ~~~제가 옷을 갈아입은 다음 극장에서 나가려고 무대를 가로지르는데 그가 제 어깨를 툭툭 건드렸습니다. 저는 그때 돌아서서 본 그 역겨운 광경을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그는 무언극 때문에 기괴한 광대 의상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는 저를 한쪽 옆으로 데려가서 힘없고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이 얼마나 아프고 궁핍한지 더듬더듬 늘어놓더니, 언제나처럼 얼마 안 되는 돈을 급히 빌려달라는 말로 이야기를 끝맺었습니다. 저는 그의 손에 몇 실링 쥐어주었고. 그가 무대에 올라가서 한 번 구르자마자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몇 밤 뒤 어떤 소년이 제 손에 더러운 종잇조각을 하나 건네주었는데, 연필로 몇 자 휘갈겨 적혀 있었습니다. 그 남자가 위독하니 공연이 끝나고 극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의 셋방으로 와달라고 간청하는 내용이었지요. ~~~차갑고 축축한 바람이 불어 비가 창문과 집을 세차게 두드리는 춥고 어두운 밤이었지요. 좁고 인적이 드믄 거리에 웅덩이가 고였고, 드문드문 선 석유등은 대부분 거센 바람에 꺼졌기 때문에 걷기 불편할 뿐만 아니라 주변을 제대로 확인할 수도 없었습니다. ~~~2층 뒷방에 제가 찾는 사람이 누워있었지요.
불쌍해 보이는 남자의 아내가 계단에서 저를 맞이하더니 남편이 조금 전에 잠들었다고 말한 다음 안으로 조용히 안내했고, 침대 옆에 의자를 놓아주었습니다. ~~~그는 접이식 낡은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어린아이가 바닥에 대충 마련한 이부자리에서 자고 있었고 여자는 그 옆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남자가 머리를 편히 둘 곳을 찾아서 몸을 뒤척이다가 손을 뻗었는데 바로 제 손에 닿았지요. 그러자 남자가 일어나 앉아서 제 얼굴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애쓰는 듯 하더니 제 손목을 꽉 잡고 말했습니다. “여기 있어주게, 자네, 나를 두고 가면 안 돼. 저 여자가 날 죽일 거야, 난 알아.” 계속 이런 상태였습니까? 제가 훌쩍이는 그의 아내에게 물었지요. “어젯밤부터 그래요.” 그녀가 말했습니다. ~~~다음 날 저녁에 다시 오겠다고 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는 타는 듯 뜨거운 양손에 얼굴을 파묻고 힘이 없다고, 자신을 괴롭히는 자들이 너무 잔인하다고 가냘프게 한탄했습니다. 그러다가 잠시 멈추더니 조잡한 말을, 그가 마지막으로 외운 대사를 외쳤습니다. 남자가 침대에서 일어나 쇠약해진 팔다리를 추스르고 어색한 자세로 몸을 굴렸습니다. 연기를 하고 있었어요. 그는 극장에 있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이번에는 떠들썩한 노래의 후렴을 중얼거렸지요. 마침내 예전에 다니던 극장에 도착했는데, 무척 더웠던 겁니다. 그는 큰 병을 앓았지만 이제 건강을 되찾고 행복해졌습니다. 남자가 자기 잔을 채웠습니다. 그런데 입술에 닿으려는 찰나 잔을 획 빼앗은 자는 누구였을까요? 예전에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던 바로 그 자였습니다. 남자는 베게에 다시 쓰러져 큰 소리로 신음했습니다. 잠시 망각에 빠진 후, 그는 이제 아치가 낮은 방들이 연결된 장황한 미로를 헤매고 있었습니다. ~~~~그는 살기 위해 미친 듯이 발버둥 쳤지요. 마침내 발작이 끝나고 제가 애써 침대에 눕히자 그는 깊은 잠에 빠져 잠잠해지는 듯 했습니다. 그를 줄곧 지켜보고 말리느라 맥이 빠져서 몇 분 정도 눈을 감고 있는데, 누군가 제 어깨를 난폭하게 잡는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바로 일어났지요. 남자가 혼자 일어나 침대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무서울 만큼 변했지만, 자를 확실히 알아보는 것을 보니 의식이 돌아온 듯 했습니다. ~~~아이가 작은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소리를 지르며 자기 아빠에게 달려갔습니다. 남편이 미쳐서 폭력을 휘두르다가 아이를 해칠까봐 부인이 얼른 아이를 품에 안았지만, 남편의 변한 얼굴을 보고 겁에 질려 침대 옆에 못 박힌 듯 서 있었습니다. 남자가 자기 가슴을 치면서 필사적으로 무슨 말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소용없었지요. 남자는 팔을 쭉 뻗고 다시 한 번 사납게 몸부림을 쳤습니다. 목을 꾸르륵거리고 눈을 번득이다가 잠시 숨이 넘어갈 듯 신음하더니 쓰러졌어요. 죽은 겁니다! p79
4장
열병식과 야영, 새로운 친구들과 시골로의 초대
5장
픽윅 씨가 마차를 몰고 윙클 씨가 말을 타게 된 사연을 설명하는 짤막한 장
픽윅 씨는 깊은 한숨과 어깨에 닿는 감촉 때문에 눈앞에 풍경이 주는 기분 좋은 환상에서 깨어났다. 뒤를 돌아보니 며칠 전에 만났던 음침한 남자가 옆에 서 있었다.
6장
고풍스러운 카드 파티, 목사의 시, 죄수의 귀환 이야기
응접실에 모여 있던 손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픽윅 씨 일행과 인사를 나누었다. ~~~높다란 모자와 색이 바랜 실크 가운 차림의 나이가 아주 많은 여성 -워들 씨의 어머니가 틀림없었다. - 이 벽난로 선반 오른쪽 구석의 상석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녀가 어려서는 마땅히 따를 길을 배웠고 나이가 들어서는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각종 증거가 예전 날짜와 함께 수놓아진 자수 견본들, 마찬가지로 오래된 소모사 풍경화, 좀 더 이후에 만든 심홍색 실크 찻주전자 받침의 형태로 벽을 장식하고 있었다. 고모와 젊은 숙녀 둘, 워들 씨가 노부인에게 열렬하고 끈질긴 관심을 경쟁적으로 드러내며 그녀의 안락의자 주변으로 모여들었는데, 한 명은 나팔형 보청기, 한 명은 오렌지, 한 명은 정신을 들게 하는 약병을 들고 있었고, 남은 한 명은 노부인이 기댈 쿠션들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바빴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명랑하고 인자한 얼굴의 대머리 노신사는 딩리 델의 목사였다. 옆에 앉은 뚱뚱하고 혈색 좋은 노부인은 그의 아내로, 사람들의 마음에 딱 드는 코디얼 담는 솜씨가 뛰어날 뿐 아니라 가끔 본인도 그 술을 즐기는 듯했다. 한쪽 구석에서는 약간 완고해 보이고 얼굴이 립스톤 피핀 같은 남자가 뚱뚱한 노신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외에 노신사 두세 명과 노부인 두세 명이 의자에 미동도 없이 꼿꼿하게 앉아서 픽윅 씨와 동료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픽윅 씨입니다. 어머니. 워들 씨가 목소리를 한껏 높여 말했다. 안 들린다. 노부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픽윅 씨에요 할머님! 두 아가씨가 같이 소리쳤다. 아! 노부인이 외쳤다. 음, 아무래도 상관없어. 나 같은 늙은이한테는 관심 없으실 거야. 아닙니다. 부인 픽윅 씨가 노부인의 손을 잡고서 인자한 얼굴이 심홍색으로 물들 만큼 큰 소리로 말했다. 저로서는 부인께서 이토록 젊고 건강하신 모습으로 훌륭한 가정을 이끄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 더 기쁜 일은 없습니다. 아! 잠시 정적이 흐르고 노부인이 말했다. 분명히 아주 좋은 이야기겠지만, 이분 말씀이 안 들리는구나.
정말 기분 좋군. 픽윅 씨가 말했다. 기분 좋고말고요! 스노드그래스 씨, 터프먼 씨, 윙클 씨가 픽윅 씨의 말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음, 그런 것 같소. 워들 씨가 말했다. 켄트 전역에서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은 없지요. 피핀 사과 같은 얼굴의 완고한 남자가 말했다. 정말 없습니다. 절대로 없지요. 완고한 남자는 누군가의 심한 반박을 끝끝내 꺾기라도 한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켄트 전역에서 여기보다 좋은 곳은 없고말고요. 잠시 정적이 흐르고 완고한 남자가 다시 말했다. ~~~~무슨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거냐? 노부인이 손녀들 중 한 명에게 똑똑히 들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그녀는 자신의 혼잣말이 다른 사람들에게 들릴 가능성을 절대 계산하지 못하는 듯했다. 땅 이야기예요, 할머님. 땅이 뭐 어쨌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 아니예요, 밀러 씨가 우리 땅이 멀린스 초원보다 더 좋다고 말씀하고 계셨어요. 그걸 밀러가 어떻게 안다는 거냐? 노부인이 화를 내며 물었다. 거들먹거리면서 멋이나 부리고 다니는 주제에, 내가 그렇게 말하더라고 그 사람한테 전해도 된다. 노부인은 자신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허리를 펴고 고기 써는 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완고한 죄인을 노려보았다.
시를 암송해 주십사 부탁해도 될까요? 스노드그래스 씨가 말했다. 아이고 목사가 대답했다. 정말 별거 아닙니다. ~~~제목은 <푸른 환희>입니다.
아, 푸른 담쟁이덩굴은 고상한 식물.
낡은 페허를 타고 오르는도다!
그는 외롭고 차가운 독방에서
제대로 된 음식만을 먹으리라
그의 고상한 변덕을 맞추기 위해서 벽은 가루가 되고 돌은 붕괴되어야 하리
세월이 무너뜨린 먼지가
그에게는 즐거운 식사가 되리.
어떤 생명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뻗어가는
드물고도 나이 많은 식물은 바로 담쟁이덩굴. ~~~(-이하 중략. 편집자)
노신사가 암송을 끝내고 스노드그래스 씨가 공책을 주머니에 다시 넣자 픽윅 씨가 말했다. 안면을 익힌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하지만 목사님 같은 분이시라면 분명 복음을 전파하는 성직자로서 각종 경험을 하면서 거룩할 가치가 있는 장면과 사건을 수없이 목격하셨을 것 같군요. 어느 정도는 목격했지요. 노신사가 대답했다. ~~~존 에드먼즈의 이야기를 기록하셨던 것 같은데 아닙니까? 워들 씨가 물었다. ~~~노신사가 그렇다는 뜻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인 다음 화제를 바꾸려고 하자 픽윅 씨가 말했다. 감히 여쭤 봐도 될지 모르겠지만 존 에드먼즈가 누구지요? ~~~노신사는 서론도 없이 이야기를 시작했고 우리가 다음과 같은 제목을 임의로 붙였다.
<죄수의 귀환>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제가 이 마을에 처음 정착했을 때 교구민들 중에서 가장 악명 높은 사람은 이 근처의 작은 농장을 빌려서 살고 있던 에드먼즈였습니다. 그는 성미가 까다롭고 심정이 포악한 악인이었지요. 습관은 게으르고 방종했고, 기질은 잔인하고 악인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아내와 아들이 있었는데, 제가 여기 처음 왔을 때 그 아들이 열두 살 정도였습니다. 그의 아내가 얼마나 심한 고통을 겪었는지, 얼마나 온화하고 참을성 있게 견뎠는지, 외롭게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지요. ~~~그는 광포했고 아내를 잔인하게 대했지만 한때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였습니다.
가끔은 늦은 밤에 그 집 앞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여자가 고통에 신음하며 흐느끼는 소리와 매 맞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 불쌍한 여인은 학대와 폭력의 흔적을 완전히 감추지 못한 채 변함없이 우리의 작은 교회에 나왔지요.
그렇게 5~6년이 지났습니다. 아들은 건강한 청년으로 잘 자랐지요. 아이의 가느다란 뼈대를 튼튼하게 만들고 허약한 팔다리에 남자다운 힘을 불어넣은 시간은 어머니의 등을 굽게 하고 결음을 약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를 지탱했어야 할 팔은 더 이상 그녀와 팔짱을 끼지 않았고, 그녀에게 기운을 주었어야 할 얼굴은 더 이상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보지 않았습니다. 여인은 예전과 같은 자리에 앉았지만 옆자리는 늘 비어 있었지요.
그런 청년이 무모하게도 어머니의 마음이 부서지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퉁명스럽게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했던 모든 일을 일부러 기억에서 지우고, 타락하고 버림받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정신이 나간 것처럼 자신에게는 죽음을, 어머니에게는 수치를 초래할 분별없는 행동만 하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제가 여러분께 해야 할까요?
동네에서 수많은 비행이 일어났는데, 범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수법은 더욱 대담해졌습니다. 잠을 잊은 추적과 엄밀한 수색이 실시되었지요. 범인들은 이러한 반응을 미처 계산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젊은 에드먼즈와 세 명의 공범의 혐의가 밝혀졌고, 에드먼즈는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사형선고가 내려졌을 때 법정에 울려 퍼졌던 여인의 귀청을 찢는 비명이 지금도 제 귓가에 선명하게 울립니다.
고통에 찬 어머니는 정신적 괴로움으로 넋을 잃고서 제 발치에 무릎을 꿇더니 지금까지 온갖 고난 속에서도 그녀를 지지해주었던 전능하신 주님을 향해 비탄과 고난의 세계에서 해방시켜달라고, 외아들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열렬히 애원했습니다.
좀처럼 회개하지 않는 아들의 무정한 마음을 누그러뜨리려고 매일같이 감옥으로 찾아가서 애정의 힘으로 열심히 간청하는 여인의 모습은 정말 애처로웠습니다. 하지만 소용없었지요. ~~~ 사형에서 유배형으로 예기치 못하게 감형되었지만 샐쭉해져서 고집을 부리는 태도는 조금도 유연해지지 않았습니다. ~~~여인은 병들었지요. ~~~하루가 지났지만 어머니는 오지 않았고, 또 하루가 흘러도 어머니는 그의 곁에 없었습니다. ~~~이제 그가 어머니와 헤어져야 할 시간이 스물네 시간도 채 남지 않았고, 어쩌면 영영 이별일지도 몰랐습니다. ~~~청년은 두 손을 맞부딪치며 아이처럼 울었습니다. ~~~회개하겠다는 그의 진지한 약속과 용서를 구하는 열렬한 탄원을 어머니의 병상에 전달했지요. ~~~그러나 저는 청년이 유배지에 도착하기 수개월 전에 이미 그의 어머니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리란 사실을 알았지요.
그는 밤에 유배지로 떠났습니다. 몇 주 후, 불쌍한 여인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갔지요. ~~~제가 그녀의 장례를 치러주었습니다. 그녀는 작은 교회 마당에 누워 있어요. ~~~유배지로 떠나기 존, 죄수 아들은 편지를 써도 된다는 허가를 받자마자 어머니에게 편지를 써서 제 앞으로 부치겠다고 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체포된 순간부터 절대 보지 않겠다고 했지요. 아들이 죽든 살든 아버지에게는 관신 밖의 일이었습니다. 청년의 소식을 듣지 못한 채 수년이 흘렀습니다. 저는 유배기간이 반 이상 지날 때까지 편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가 죽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에드먼즈는 식민지에 도착하자마자 무척 외딴 시골로 보내졌습니다. 아마 그래서 편지를 여러 통 부쳤지만 제 손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는 유배 기간 내내 같은 곳에서 지냈습니다. 형기가 만료되자 그는 예전에 결심했던 것처럼, 또 어머니에게 굳게 약속했던 것처럼 셀 수 없는 고난을 겪으며 영국으로 귀환했고, 걸어서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8월의 어느 화창한 일요일 저녁, 존 에드먼즈는 17년 전 수치와 불명예를 안고 떠났던 마을에 발을 들였습니다. ~~~그는 교회로 들어갔습니다. 저녁 예배가 끝났고 신자들은 흩어졌지만 교회 문은 아직 열려 있었습니다. ~~~그는 예전에 앉던 자리로 다가갔습니다. ~~~그가 포치로 나왔을 때 어떤 노인이 막 들어섰습니다. 에드먼즈는 그를 잘 알았기 때문에 깜짝 놀라 물러섰지요. 노인이 교회 마당에서 무덤 파는 모습을 많이 보았으니까요. ~~~하지만 노인은 낯선 이의 얼굴을 보고 “안녕하십니까”라고 말하더니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그를 잊은 것이지요.
에드먼즈는 언덕을 걸어 내려가 마을을 가로질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보았기 때문에 에드먼즈는 자신을 알아보고 피하는 사람이 없나 싶어서 양쪽을 여러 차례 흘깃거렸습니다. 거의 집집마다 낯선 얼굴들이 있었고, 어떤 집들에서는 악교 친구가 건장해진 모습으로 명랑한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지요. ~~~하지만 모두들 에드먼즈를 잊었고, 그는 알아보는 이 하나 없이 지나쳤습니다. ~~~그는 낡은 집 앞에 섰습니다. 어린 시절에 살던 집, 길고 고된 속박과 슬픔의 세월 내내 설명할 수도 없을 정도의 강렬한 애정으로 그리워하던 곳이었습니다. ~~~~집 안에서 목소리들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는 귀를 기울였지만 그의 귀에는 낯설기만 했죠. 모르는 목소리였습니다. ~~~문이 열리더니 한 무리의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고 까불까불 뛰면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작은 남자아이를 품에 안은 아버지가 문가에 모습을 드러내자 아이들이 모여들어 작은 손으로 박수를 치면서 같이 놀자며 아버지를 끌고 나왔습니다. 죄인은 바로 그 자리에서 자기 아버지를 보고 수없이 도망쳤던 때를 기억했습니다.
길고 힘든 세월 내내 그가 그토록 바라던 귀환, 그토록 수많은 고통을 겪으며 이루어낸 귀환은 고작 이런 것이었습니다! 환영하는 얼굴도, 용서하는 표정도, 받아줄 집도, 도와줄 손도 없었지요. ~~~그는 천천히 걸어서 죄 지은 사람처럼 큰길을 피해 또렷이 기억나는 초원으로 갔습니다. 그런 다음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풀숲에 몸을 던졌습니다. 그는 둑 위에 다른 남자가 누워 있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남자가 새로 온 사람을 슬쩍 보려고 몸을 돌리자 옷자락이 부스럭거렸고, 에드먼즈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남자가 몸을 움직여 앉은 자세를 취했습니다. 그의 몸은 많이 굽었고 얼굴은 노랗고 주름졌습니다. 옷을 보니 빈민 수용소 사람이었지요. 남자는 무척 늙어 보였지만 세월보다는 생활환경이나 질병의 탓인 듯했습니다. ~~~~두 사람은 침묵 속에서 서로를 빤히 보았습니다. 노인은 송장처럼 창백했습니다. ~~~목소리를 들려주십시오. 죄인이 두껍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비켜! 노인이 지독한 악담을 퍼부으며 외쳤습니다. 죄인은 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물러서라니까! 노인이 비명을 질렀습니다. 공포에 질려 사나워진 그가 지팡이를 들어 에드먼즈의 얼굴을 세게 쳤습니다. 아버지, 당신은 악마야. 죄인이 꽉 다문 잇새로 중얼거렸습니다. ~~~노인의 고한 소리가 악령의 노호처럼 황량한 들판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의 얼굴이 검게 변하더니 입과 코에서 피가 쏟아져 풀을 짇은 암적색으로 물들였고 결국 비틀거리다 쓰러졌습니다. ~~~아들이 끈적하고 고요한 피 웅덩이에서 노인을 일으켰을 때 그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습니다.
7장
윙클 씨가 바둘기를 쏘고 까마귀를 죽이는 대신 까마귀를 쏘고
비둘기에게 상처를 입히다. 딩리 델 클럽과 머글턴 클럽이 시합을 벌이고
머글틴 클럽이 딩리 델 클럽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받다.
그 밖의 흥미롭고 교훈적인 이야기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는 픽윅 씨가 말했다. 그의 친구는 총을 들고 있었고 풀밭에 총이 한 자루 더 놓여 있었다. 뭘 하시려고요? 음, 아침 식사를 하기 전에 친구분과 함께 떼까마귀 사냥을 가기로 했소. 집주인이 대답했다. 친구분 실력이 상당하지요. 안 그렇습니까? 스스로 명사수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은 있습니다. 픽윅 씨가 대답했다. 하지만 뭔가 겨냥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군요.
두 사람을 알아채지 못한 떼까마귀들이 끊임없이 까악거리는 소리로 자신들의 위치를 충분히 알려주었다.
8장
진실한 사랑은 철도처럼 순탄한 길을 가지 못한다
부상당한 터프먼 씨가 풀밭에 쓰러졌을 때 그 입술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그녀의 이름이었고 부축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 귀에 가장 먼저 닿은 것은 그녀의 신경질적인 웃음소리였다.
저녁이었다. 이저벨라와 에밀리는 트런들 씨와 함깨 산책을 나갔고 귀가 들리지 않는 노부인은 안락의자에 잠들었다. ~~~한 쌍의 남녀가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고 누구에게도 관심을 주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들에 대한 꿈을 꾸며 앉아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개어둔 한 켤레의 가죽 장갑 처럼 서로에게 열중했다.
워들 양! 그가 말했다. 노처녀 고모가 몸을 떨었기 때문에 어쩌다 물뿌리개에 들어간 자갈 몇 개가 흔들리며 딸랑이 같은 소리를 냈다.
마님! 뚱보 소년이 소리쳤다. 그래, 조 노부인이 벌벌 떨며 말했다. 그동안 내가 너에게 좋은 주인이었을 거다. 한결 같이 아주 친절하게 대해주지 않았느냐. 일을 너무 많이 시킨 적은 한 번도 없고 먹을 것도 충분히 주었지. ~~~소름 듣는 말씀을 드리려고요. 소년이 대답했다. ~~~~제가 어젯밤에 이 정자에서 뭘 봤을까요? 소년이 물었다. 세상에 도대체 뭐냐? 노부인이 뚱뚱한 소년의 진지한 태도에 놀라 소리쳤다. 낯선 신사분이, 팔을 다치신 분 말입니다.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누구한테 말이냐. 누구한테? 하녀는 아니어야 할 텐데. 그보다 더 나빠요! 뚱보 소년이 노부인의 귀에 대고 크게 소리 질렀다. 손녀들 중 하나는 아니겠지? 그보다 더 나빠요. 그보다 더 나쁘다니, 조! 그보다 더 심한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노부인이 말했다. 누구였느냐? 당장 알아야겠다. 뚱뚱한 소년이 조심스레 주변을 둘러보며 탐색을 마친 다음 노부인의 귀에 대고 말했다. 레이철 양이요. 뭐라고! 노부인이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더 크게 말해봐라. 레이철 양이요! 뚱보 소년이 크게 소리 질렀다. 내 딸이라고! 뚱보 소년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자 통통한 뺨이 푸딩처럼 떨렸다. ~~~징글 씨는 주의 깊게 귀를 기울였다. “내 허락도 없이!”
아침 식사를 하는 응접실 문이 약간 열려 있었다. 징글 씨가 안을 들여다보았다. 노처녀 고모가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워들 양. 징글 씨가 짐짓 진지하게 말했다. 침입을 용서하세요. -짧은 친분이지만- 격식을 차릴 시간이 없습니다. - 다 들켰습니다.
조가 꿈을 꾼 거라고 하세요. 징글 씨가 뻔뻔하게 대답했다. 이 제안을 듣자 노처녀 고모의 마음에 한 줄기 위안이 스쳤다. ~~~터프먼은 당신의 돈을 노리는 것뿐입니다. 이런 비열한 사람! 고모가 크게 분개하며 외쳤다.
9장
발각과 추격
누가 사라졌단 말이냐? 워들 씨가 사납게 말했다. 징글 씨와 레이철 양이 블루 라이온 여관에서 우편 마차를 타고 떠났습니다. ~~~내가 빌려 준 돈이군! 터프먼 씨가 정신 나간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나이 많고 뚱뚱한 집주인이 픽윅 씨의 마지막 말만 듣고 말했다. “마차에 말을 매라! 블루 라이온 여관에 가서 역마차를 타고 두 사람을 따라가야겠다.”
두 사람이 마차에 올랐다. 전속력으로 톰! ~~~~자, 30분 내에 7마일을 달려야 합니다! 워들 씨가 외쳤다. 출발합니다. ~~~우편 마차가 지나간 지 얼마나 됐습니까? 워들 씨가 물었다. 음, 잘 모르겠는데요.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얼마 안 되지도 않았어요. 그사이겠지요. 마차가 지나가긴 했습니까? 아, 그럼요, 마차가 지나갔죠. 얼마나 됐습니까? 픽윅 씨가 끼어들었다. 한 시간? 아, 그럴지도 모릅니다. 남자가 대답했다. 아니면 두 시간입니까? 왼편 뒤쪽 말에 탄 소년이 물었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노인이 애매하게 대답했다.
그들은 다시 길을 떠났다. 전망은 결코 고무적이지 않았다. 다음 역까지는 15마일이었고 밤은 어둡고 바람이 거셌으며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저기 있다!
픽윅 씨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10장
징글 씨에 대한 의혹을 밝히다
이 방입니까? 작은 신사가 중얼거렸다. 샘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신사 워들 씨가 문을 열었고 세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자 이제 막 돌아온 정글 씨가 노처녀 고모에게 허가증을 꺼내 보이고 있었다. 노처녀가 비명을 지르더니 의자에 몸을 던졌고 양손으로 얼굴을 황급히 가렸다. 정글 씨는 허가증을 구겨서 외투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환영받지 못한 손님들이 방 한가운데로 걸어갔다.
자네는 정말 지독한 악당이군! 워들 씨가 흥분해서 숨을 헐떡이며 외쳤다. ~~~감히 내 집에서 내 여동생을 데리고 도망을 쳐? ~~~저는 가지 않겠어요. 노처녀 고모가 중얼거렸다.
11장
또 다른 여행과 고고학적 발견.
선거를 지켜보겠다는 픽윅 씨의 결심과 노목사의 원고
일행에게 너무나도 많은 후회와 친절을 베푼 매너 농장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머글턴에 도착한 일행은 마차를 타고 로체스터로 갔다.
사방에 당당한 오크나무와 느릅나무 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사슴 떼가 신선한 풀을 뜯어먹고 있었고, 가끔 여름의 숨결처럼 햇빛 찬란한 풍경을 쓸고 지나가는 가벼운 구름의 빠른 그림자에 깜짝 놀란 산토끼가 재빨리 뛰어갔다. 픽윅 씨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우리 친구와 똑같은 문제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모두 이곳에 온다면 세상에 대한 애정을 금방 되찾겠군요. ~~~친구들이 들어오자 터프먼 씨가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울적한 분위기로 친구들을 맞이했다.
픽윅 씨가 온 힘을 다해 돌을 문지르고 나서 안경 너머로 열심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십자가와 B, 그리고 T가 보이는군. 중요한 물건이야. ~~~아주 오래된 비석일세. ~~~물을 말이 있고. 이 돌이 어쩌다가 여기 놓이게 되었는지 아시오?
이걸로 결심이 섰네. 내일 런던으로 돌아가세. 그가 말했다. 내일요! 그를 존경하는 추종자들이 외쳤다. ~~~이 보물을 철저히 조사하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곳으로 즉시 가져가야 하네.
픽윅 씨가 ~~~노목사가 준 원고가 떠올랐다.
<미치광이의 원고>
~~~하하! 미쳤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쇠창살 사이로 야생 사자를 보는 듯한 시선을 받고, 길고 고요한 밤 내내 즐겁게 철컹거리는 사슬 소리에 맞춰 이를 갈며 노호하고, 그 용감한 음악에 취해 지푸라기 위에서 몸을 구르며 배배 꼬는 것은 정말 굉장한 일이다. 정신병원 만세! 아, 얼마나 보기 드문 곳인지! ~~~
12장
픽윅 씨의 삶에서 획기적인 사건이 된
중요한 행위를 설명하다
고스웰 스트리트에 위치한 픽윅 씨 집의 규모는 작지만 아주 깔끔하고 편안했을 뿐 아니라 천재적이고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 살기에 특히 적합했다.
“바델 부인.“ 상냥한 그녀가 먼지를 떠는 기나긴 작업을 거의 끝냈을 때 픽윅 씨가 불렀다. ”네.“ 바델 부인이 대답했다. ”아드님이 나간 지 한참 되었군요.“ ”버로까지는 아주 멀잖아요.“ 바델 부인이 항변했다. ”아, 그렇지요. 맞습니다.“ 픽윅 씨가 말했다. 픽윅 씨가 다시 침묵에 빠졌고 바델 부인은 다시 먼지를 떨기 시작했다. ”바델 부인.“ 몇 분 뒤 픽윅 씨가 말했다. ”네.“ 바델 부인이 다시 대답했다. ”만약에 두 사람이 같이 살면 혼자 살 때보다 돈이 훨씬 많이 들까요?“ ”어머, 픽윅 씨!“ 바델 부인은 하숙인의 눈에서 결혼 의도를 나타내는 반짝임을 보았다는 생각에 모자 경계까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픽윅 씨, 그게 무슨 질문인가요!“
“사실대로 말씀 드리자면 바델 부인, 저는 이미 결심 했습니다.“ ”어머, 픽윅 씨!“ 바델 부인이 소리쳤다. ~~~~바델 부인은 표정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픽윅 씨를 숭배해 왔는데, 터무니없고 얼토당토않은 상상 속에서도 감히 꿈꾸지 못했던 일이 갑자기 일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그럼 저는 분명 아주 행복한 여인이 될 거예요.“ 바델 부인이 말했다. ~~~”어머, 사랑스러운 분! 정말 친절하고 마음씨 좋고 재미있는 분이시군요.” 바델 부인이 이렇게 말하더니 더 이상의 말없이 의자에서 일어나 픽윅 씨의 목을 끌어안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흐느꼈다.
저 부인이 어떻게 된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 나는 그저 하인을 하나 쓸까 한다고 말했을 뿐인데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서 자네들이 도착했을 때 본 상태가 된 걸세. 정말 이상한 일이야.
13장
이턴스윌과 그곳의 당파,
역사가 깊고 충성스러우며 애국적인
이턴스윌 의원 선거에 대한 설명
14장
피콕 여관에 모인 사람들에 대한
짤막한 설명과 외판원 이야기
정치적인 시기와 소란을 뒤로하고 개인적인 삶의 평화로운 정적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피콕 여관의 숙박실은 일반적인 숙박실의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크고 텅 빈 방이었다. ~~~중앙에는 널찍한 탁자가, 구석에는 작은 탁자들이 여러 개 있었다. 다양한 형태의 의자가 무척 많고 낡은 터키 양탄자가 깔려 있었는데, 방이 경비 초소 바닥만 하다면 양탄자는 숙녀용 손수건만 했다.
좀 이상하긴 하지만 숙부님은 외판원 이야기라고 부르면서 이야기해 주시곤 했습니다.
<외판원 이야기>
어느 겨울 저녁, 이제 막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5시 경에 이륜마차에 탄 남자가 말버러 구릉을 지나 브리스톨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서 거친 말을 몰고 가는 모습이 보였을 겁니다. 보였을 거라고 말을 했지만 그 길은 우연히 지나던 사람이 장님이 아니었다면 똑똑히 봤겠지요, 하지만 날씨가 너무 나빴고 축축하고 추운 밤이었기 때문에 내리는 비 외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따라서 여행자는 외롭고 쓸쓸하게 길 한가운데를 달렸지요. (※디킨스 특유의 화법-편집자)
톰이 의자를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정말 이상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등받이에 새겨진 조각이 점차 늙고 쭈글쭈글한 얼굴과도 같은 이목구비와 표정으로 변했습니다. ~~~도대체 왜 나한테 눈을 찡긋대는 겁니까? 그러고 싶으니까. 톰 스마트. 의자가, 또는 노신사가 말했습니다.
놀라실 겁니다. 톰이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죠? 가련한 과부가 외쳤습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톰 스마트가 이렇게 말하며 천천히 편지를 꺼내서 펼쳤습니다. ~~~기절을 한다든지 뭐 그런 짓도 하지 않으실 거지요? 톰이 말했습니다. 안 그럴께요 과부가 다급하게 말했습니다. 달려 나가서 때리지도 마세요. 톰이 말했습니다. 그건 제가 대신 해드릴 테니까요. 과부가 말했습니다. 어서 보여주세요.
그러지요. 톰 스마트가 편지를 과부에게 건넸습니다. 여러분, 제가 숙부님께 들은 바에 따르면 톰 스마트는 비밀을 알게 된 순간 과부가 내뱉은 탄식이 돌멩이의 심장도 꿰뚫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부는 몸을 앞뒤로 흔들며 두 손을 쥐어짰습니다. 아, 사기꾼에다가 악당 같으니!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캐묻기 좋아하는 노신사가 말했다. 의자는 어떻게 됐소?
15장
두 유명인과 그들의 집에서 열린
공개 조찬회에 대한 정확한 설명,
공개 조찬회에서 옛 지인을 알아보다,
또 다른 장의 시작
16장
간단하게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모험
저는 신문 배달부 밑에서 도망쳐 나와 짐마차 조수로 일할 때까지 2주 동안 가구 없는 숙소에서 지냈지요. 가구가 없는 숙소라고? 픽윅 씨가 말했다. 네 워털루 다리 아치 밑의 마른 땅입니다. 괜찮은 잠자리예요. 어느 관공서든 10분 만 걸어가면 있죠. 단점이 하나 있다면 바람이 너무 잘 통한다는 거예요. 거기서 신기한 광경을 봤습니다.
2페니 짜리 밧줄이 뭔가? 픽윅 씨가 물었다. ~~~값싼 숙소예요. 웰러 씨가 대답했다. 하룻밤에 침대 하나 쓰는 데 2페니죠. 왜 침대를 밧줄이라고 부르지? 픽윅 씨가 말했다. 주인님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시네요. 샘이 대답했다. 호텔을 운영하는 사람이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바닥에 침대를 놨어요. 하지만 그러면 문제가 생겨요. 투숙객이 2페니어치만 자고 가는 게 아니라 반나절은 누워 잇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방에다가 바닥에서 3피트 높이에 6피트 간격으로 밧줄 두 개를 매놓지요. 그 밧줄 위에 굵은 마직물을 둘러놓은 게 침대예요. 그렇군. 픽윅 씨가 말했다. 그렇죠. 웰러 씨가 말했다. 이 방법은 장점이 분명하지요. 매일 아침 6시에 밧줄 한쪽 끝을 풀면 투숙객이 전무 바닥으로 떨어지거든요. 그러면 잠이 완전히 깬 손님들이 조용히 일어나서 나가는 거죠!
17장
때로는 류머티즘 발병이 천재성을 촉진한다
<교구 총무의 진정한 사랑 이야기>
런던에서 상당히 떨어진 아주 작은 시골 마을에 너새니얼 피프킨이라는 작은 남자가 살았는데 그는 이 마을의 교구 총무였고~~~
18장
히스테리의 힘과 환경의
영향력에 대한 짤막한 설명
저기, 저 두 사람 말인데요. 우리가 저 가방을 가득 채울 만큼 많이 잡을 거리고 생각하지는 않겠지요? 윙클 씨가 계단을 내려가며 워들 씨에게 속삭였다. 채워야지요! 노신사 워들 씨가 외쳤다. 암, 그렇지요! 우리가 하나씩 채워야죠. 가방이 다 차면 입고 있는 재킷 주머니에 넣으면 됩니다.
재프리 경은 아직 스코틀랜드에 있겠지, 마틴? 키 큰 사냥터 관리인이 그렇다고 대답하고 약간 놀란 얼굴로 윙클 씨와 터프먼 씨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내 친구들은 사냥이 아직 익숙하지 않다네! 워들 씨가 그의 표정을 알아차리고 말했다. 살면서 배우는 거지. ~~~윙클 씨가 갑자기 총을 바꿔 들다가 총열로 웰러 씨의 머리를 꽤 아프게 때리고 말았다. 이런! 샘이 떨어진 모자를 줍더니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했다. “이런 식이면 단 한 방에 저 가방을 채우고도 남겠습니다.”
키다리 사냥터 관리인이 말했다. 그대로 가다간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본인한테 총을 쏘게 생겼어요. 터프먼 씨는 시키는 대로 황급히 총을 바꾸어 들었고 일행은 다시 출발했다. 두 명의 사냥꾼은 왕족의 장례식에 참석한 이등병처럼 무기를 거꾸로 들고 행진했다.
우리는 픽윅 씨의 기록에 따라 터프먼 씨가 윙클 씨보다 훨씬 더 신중하고 침착하게 전진했다고 기술하는 바이다.
송아지 고기 파이군. 웰러 씨가 풀밭에 음식을 차리며 혼잣말을 했다. 아주 좋지, 파이를 만든 여자를 잘 알고, 새끼 고양이가 아니라는 것만 확실하다면 말이야. 뭐, 어차피 파이를 만든 사람도 차이를 모를 정도로 새끼 고양이 고기랑 송아지 고기가 비슷하면 상관없지. 파이를 만드는 사람도 그 차이를 모르나, 샘? 픽윅 씨가 말했다. 그럼요. 웰러 씨가 모자를 살짝 만지며 대답했다. 파이 장수랑 한 집에 산 적이 있었는데 아주 좋은 사람이었지요. 아주 똑똑하기도 했고요 무엇이든 파이로 만들었지요. 친해졌을 때 제가 물어봤어요. 고양이를 정말 많이 키우시네요. 브룩스 씨. 그가 말했습니다. 아 맞아요, 많지요. 제가 말했습니다. 고양이를 무척~~~~.(※사냥터에서 점심을 먹으며 나온 송아지 고기 파이를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끝없이 이어가는 디킨스의 천재적 기술.)
그렇지요. 웰러 씨가 바구니 속의 음식을 꺼내며 대답했다. 파이가 정말 맛있었어요. 이건 혀 고기네요. 여자의 혀만 아니라면 아주 맛있지요. 빵, 햄 한 덩이, 아주 아름다워요. 얇게 저민 차가운 소고기도 맛있지요. 저 병에 든 건 뭔가. 성급한 청년?
네 대위님. 그리고 일반인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경고판과 용수철 총을 전부 설치하라고 내게 상기시켜 주고 알아들었나? 다 알아들었어? 잊지 않겠습니다. 대위님. 죄송합니다만, 대위님. 다른 정원사가 모자를 손에 들고 한 발 나서며 말했다. 윌킨스 무슨 일인가? 볼드윅 대위가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오늘 누가 여기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하! 대위가 얼굴을 찌푸렸다. 여기서 식사를 한 것 같습니다.
손수레와 픽윅 씨가 보였다. 자네는 누군가. 이 불한당 같으니! 대위가 두꺼운 지팡이로 픽윅 씨를 몇 번 찌르며 말했다. 이름이 뭐지? ~~~자는 척 하는게 분명해! 대위가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취했군. 술에 취한 평민이야. 윌킨스. 이 손수레를 밀고 가게. 당장 치워. 어디로 치울까요? 윌ㅋ니스가 소심하게 물었다. 악마에게 데려가. 볼드윅 대위가 대답했다.
일행이 사냥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픽윅 씨가 손수레와 함께 모습을 감춘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다.
20장
도슨과 포그는 수완가, 변호사 서기는
난봉꾼임이 밝혀지다.
웰러 씨가 아버지와 감동적인 대화를 나누다.
맥파이 앤드 스텀프 여관에 모인 사람들.
다음 장이 얼마나 중요한 장이 될지 알리라.
서기들이 낮에 일하는 동안 하늘의 빛과 태양을 볼 기회는 상당히 깊은 우물에 빠진 사람이 햇빛을 볼 기회나 마찬가지였고 우물에 빠진 사람과 달리 낮에 별을 볼 기회도 없었다. 도슨과 포그 서기 사무실은 어둡고 퀴퀴하고 세속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21장
노인이 괴상한 의뢰인 이야기를 들려주다
22장
픽윅 씨가 노란 컬러페이퍼를 만
중년 여인과 낭만적인 사건을 겪다
새미, 네 주인의 짐이냐? 사랑하는 아들 웰러 씨가 양탄자 천으로 만든 여행 가방과 작은 가죽 트렁크를 들고 화이트채플의 불 여관 마당으로 들어서자 아버지 웰러 씨가 물었다. ~~~이상하다, 새미, 이상해. 아버지 웰러 씨가 무척 진지하게 대답했다. 네 어머니는 요즘 감리교에 빠졌단다.
그는 코끝이 뾰족하고 애매하게 말하며 점잔을 빼는 남자로,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새처럼 고개를 움직이는 버릇이 있었다.
가난과 굴이 항상 같이 다니는 건 정말 신기해요. 샘이 말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픽윅 씨가 말했다. 무슨 뜻이냐 하면 말입니다. 샘이 말했다. 가난한 지역일수록 굴을 찾는 수요가 더 큰 것 같다는 거예요. 여기 보시면 가게 여섯 개 중 하나는 꼭 굴을 파는 가게잖아요. 거리에 굴 가게가 즐비하다니까요. 사람이 아주 간난해지면 하숙집에서 달려 나와서 무턱대고 굴을 먹게 되어 있나 봅니다. 확실히 그렇지요. 아버지 웰러 씨가 말했다. 연어 절임도 마찬가지고요! 둘 다 정말 놀라운 사실이군. 나는 한 번도 생각을 못했는데. 픽윅 씨가 말했다. 마차가 서자마자 적어야겠어.
징수원의 삶은 참 기이하지요. 네? 픽윅 씨가 말했다. 징수원 말입니다. 징수원이라니요? 피터 매그너스 씨가 물었다. 도로 요금 징수원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들 웰러 씨가 설명했다. 아, 픽윅 씨가 말했다. 그렇군요 맞아요, 아주 신기한 삶이지요. 정말 불편하고. 전부 인생에서 실망을 겪은 사람들이죠. 아버지 웰러 씨가 말했다. 아, 그런가요? 픽윅 씨가 말했다. 네 그래서 세상을 버리고 도로 요금소에 틀어박힌 겁니다. 혼자 있으려고. 또 요금을 거둬서 인간에게 복수를 하려고요. 이런, 픽윅 씨가 말했다. 그건 미처 몰랐군요.
런던에서 출발한 마차는 매일 저녁 같은 시간에 이 지나치게 큰 여관 앞에 섰다. ~~~여기 묵으십니까? ~~~저도 여기에 묵습니다. 식사를 같이 하실까요?
23장
새뮤얼 웰러 씨가 트로터 씨와의
설욕전에 정력을 쏟다
과부는 모든 규칙의 예외지. 속임수를 쓰려고 할 때 과부 한 명이 보통 여자 몇 명과 맞먹는지 들은 적이 있어. 스물다섯명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24장
피터 매그너스 씨가 질투하고,
중년 여인은 걱정하고,
픽윅 클럽 회원들이 법률의 통제를 받다
25장
너프킨 씨가 당당하고 공명정대하게 행동하고,
웰러 씨가 잡 트로터 씨의 강한 일격을
똑같이 받아치다.
어디서 살지? 치안판사가 말했다. 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요. 샘이 대답했다.
픽윅 씨는 공포에 질린 넙킨스 씨의 귀에 징글 씨의 모든 악행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쏟아 부었다. 그는 징글을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어떻게 워들 양과 달아났는지, 또 어떻게 해서 금전적인 이유 때문에 그 연인을 선 듯 버렸는지, 어떻게 해서 자신을 한밤중에 기숙학교에 가두었는지, 또 어떻게 해서 그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거짓 이름과 계급을 폭로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느끼게 되었는지 말했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넙킨스 씨 몸속에서 흐르는 따뜻한 피가 모조리 귀 끝으로 몰려들어 따끔거렸다. 그는 근처 경마장에서 대위를 알게 되었다. ~~~저를 그와 대면시켜 주십시오. 픽윅 씨가 말했다.
26장
바델 대 픽윅 사건에 대한 간략한 설명
징글의 정체를 폭로함으로써 이번 여행의 주요 목적이자 목표를 완수한 픽윅 씨는 그동안 도슨 씨와 포크 씨가 제기한 소송의 진척 상황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즉시 런던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27장
새뮤얼 웰러가 계모를 만나러 가다
픽윅 클럽 회원들이 당리 델을 향해 출발하기로 약속한 날까지 아직 이틀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웰러 씨는 이른 식사를 마친 후 조지 앤드 벌처 뒷방에 앉아서 시간을 보낼 가장 좋은 방법을 궁리했다. ~~~~아버지와 계모를 만나 자식으로서 의무를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뭐 찾아요, 젊은이? 샘이 문 안으로 고개를 들이미는 순간 새된 여자 목소리가 말했다. 샘은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편안한 외모의 다소 뚱뚱한 목소리의 주인은 술집 난롯가에 앉아서 주전자의 찻물을 끓이려고 불을 피우는 중이었다. 그 옆에는 닳아빠진 검정색 옷차림에 의자처럼 길고 뻣뻣한 허리를 가진 남자가 난로 반대쪽 옆 등받이가 높은 의자에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 있었다. ~~~난롯불은 풀무 덕분에 환하게 타오르고 주전자는 불과 풀무 덕분에 즐겁게 노래하고 있었다.
샘은 딸기코 남자를 처음 봤을 때 아버지가 말했던 존경해 마땅한 부목사가 아닌가 적잖은 의심이 들었다. 그가 먹는 모습을 보는 순간 의구심은 모두 사라졌고 저 남자가 일시적으로 점거 하고 있는 자리를 차지하려면 즉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므로 샘은 위아래로 나뉜 술짐 문에 팔을 올려 아무렇지도 않게 빗장을 풀고 여유롭게 걸어 들어가는 것으로 그 과정을 시작했다. 새어머니 잘 지내셨어요? 샘이 말했다. 아, 웰러로군. 웰러 부인이 시선을 들어 샘의 얼굴을 보면서 썩 흡족하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셈에 밝아. 웰러 씨가 말했다. 그래요? 샘이 말했다. 월요일에 18페니를 빌리고 화요일에는 1실링을 더 빌려서 반 크라운으로 만들지. 수요일에는 반 크라운 더 빌려서 5실링으로 만들고 그런 식으로 계속 두 배로 불려 나가다가 금세 5파운드 지폐로 만든다니까. 말편자의 못을 계산하는 산수책의 문제처럼 말이다, 새미.
28장.
유쾌한 크리스마스와 결혼식,
그리고 결혼만큼이나 어엿한 관습임에도
요즘처럼 통탄스러운 시대에는 확실히 지켜지지 않는 또 다른 놀이들
12월 22일 아침, 픽윅 클럽 회원 네 명은 요정처럼 가볍지는 아니더라도 끌벌처럼 부산하게 모였다. 크리스마스가 화통하고 떠들썩하게 코앞으로 다가왔다.
29장
교회지기를 훔쳐 간 고블린 이야기
우리나라의 이 부근 어딘가 오래된 대수도원이 있는 마을에서 게이브리얼 그럽이라는 사람이 교회지기이자 교회 부속 묘지의 무담을 파는 잡부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게이브리얼 그럽은 부루퉁하고 근성이 비뚤어지고 퉁명스러운 사람이자 시무룩하고 외로운 남자였고, 자기 자신과 크고 깊은 조끼 주머니에 든 낡은 고리버들 술병을 제외하면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30장. 픽윅 클럽 회원들이 젊은이 두 명과 친해지고
얼음 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당리 델 방문을 마치다
31장
법률과 그것에 정통한 위대한 권위자들
이 가게의 주인은 절대 꺼지지 않는 소시지 기계를 발명해서 특허를 받았죠. 길에 깔린 포석도 기계에 너무 가까이 놓으면 부드러운 새끼 돼지처럼 소시지로 갈아버렸어요. 그 사람은 이 기계를 무척 자랑스러워했는데 그럴 만도 했지요. 그가 지하실에 서서 작동 중인 기계를 바라보고 있으면 너무 기쁜 나머지 구슬퍼질 정도였어요. 이 기계와 귀여운 두 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지독하게 못된 아내만 없었다면 정말로 행복한 남자였을 거예요. 아내는 항상 남편을 따라다니면서 남자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까지 귀에다 대고 고함을 질렀지요. 어느날 남편이 말했습니다. 한 가지 말해두지. 당신이 자꾸 이러면 미국으로 가버릴 거야. 그뿐이야. 아내가 말했지요. 이 게으른 악당 같으니, 미국 사람들이 당신을 q나겨주면 좋겠네. 아내는 30분 동안 남편에게 욕을 퍼부었고 작은 가게 뒷방으로 달려가서 남편이 자기를 너무 싫어한다고 비명을 지르면서 세 시간은 족히 신경질을 부렸지요. 비명을 지르고 발길질을 하면서요. 다음 날 남편이 사라졌습니다. 현금 상자에서 아무것도 꺼내 가지 않았고 외투도 가져가지 않았으니 미국에 가지 않은 것은 분명했지요. 남자는 다음 날에도, 다음 주에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부인은 남편이 돌아오면 모든 것을 용서하겠다는 광고를 냈고,(남편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정말 관대한 처분이었지요)운하를 뒤졌고, 그 뒤 두 달 동안 시체가 나오면 사람들이 소시지 가게로 곧장 옮겨 갔지요.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남자가 도망쳤다고 생각했고 부인은 가게를 계속했어요. 그러던 어느 토요일 밤에 작고 홀쭉한 노신사가 무척 흥분한 상태로 가게로 들어와 말했습니다. 당신이 이 가게 여주인입니까? 아내가 말했지요. 네 맞아요. 남자가 말했죠. 이봐요, 부인. 저와 우리 가족은 아무 이유도 없이 질식당해 죽고 싶지는 않다는 말을 하러 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지만, 소시지를 만들 때 최상급 고기는 쓰지는 않더라도 소고기가 단추보다 비싸지는 않을 겁니다. 여주인이 말했습니다. 단추라고요? 작은 노신사가 종이를 펼쳐서 반쪽으로 부서진 단추 20~30개를 보여주면 말했습니다. 그래요 단추요. 바지 단추가 소시지 양념으로는 아주 좋은가 보죠. 과부는 그건 제 남편의 단추에요 라고 말하고 기절하려 했습니다. 자그마한 노신사가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며 말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과부가 말했지요. 이제 알겠어요, 남편이 잠시 정신이 나가서 무모하게도 스스로 소시지가 된 거예요!
32장
밥 소여 씨가 하숙집에서 개최한 독신자 모임을 자세히 설명하다
33장
아버지 웰러 씨가 문학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이야기하고
아들 새뮤얼의 도움을 받아 딸기코 목사에게 작은 복수를 하다
이제 다 했어요. 샘이 약간 당황하며 말했다. 뭘 좀 쓰고 있었어요. 그런 것 같구나. 웰러 씨가 대답했다. 젊은 여자한테 쓰는 게 아니면 좋겠지만. 아니라고 해봐야 소용없어요. 샘이 대답했다. 성 발렌타인 축일이잖아요. 뭐라고! 웰러 씨가 이 말에 깜짝 놀라 외쳤다. 성 발렌타인 축일이라고요. 샘이 대답했다. 새뮤얼, 새뮤얼. 웰러 씨가 꾸짖는 말투로 말했다. 네가 이럴 줄은 몰랐구나. 아버지의 몹쓸 성향을 다 보고, 내가 그렇게나 얘기를 했는데! 게다가 네 계모를 직접 보고 겪었으니 어떤 남자든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교훈이 되었을 줄 알았다.~~~또. 왜 그러세요! 셈이 말했다. 신경 쓰지 마라. 웰러 씨가 대답했다. “늙은 나에게는 정말 힘든 시련이지만, 나는 질기니까 그것만이 위안이구나. 농부가 늙어빠진 칠면조를 도살해서 런던 시장에 내다 팔려고 했을 때 칠면조가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 무슨 시련이요? 샘이 물었다. 네가 결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말이다.
그러면 제가 편지를 읽어 드릴께요. ~~~사랑스러운 그대여.... 샘이 다시 말했다. 시는 아니지? 아버지가 끼어들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샘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웰러 씨가 말했다. ~~~~사랑스러운 그대여, 나는 정말 불쾌하고... “부적절해” 웰러 씨가 입에 문 파이프를 빼며 말했다. ~~~~함정에 빠졌다가 아닐까? 웰러 씨가 제안했다. 그건 확실히 아니에요. 샘이 말했다. 아, 어쩔 줄 모르겠어요. 그보다 함정에 빠졌다가 더 좋은 말이야, 새미, 웰러 씨가 진중하게 말했다. 그래요? 샘이 말했다. ~~~~계속해라 새미. 웰러 씨가 말했다. 샘은 요청에 따라서 편지를 계속 읽었고, 그의 아버지는 지혜와 자기만족이 뒤섞인 표정으로 계속해서 담배를 피웠는데, 무척 교훈을 주는 표정이었다. 당신을 보기 전까지 여자란 전부 똑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를 당신의 연인으로 받아들여 주세요. 내 말을 꼭 생각해봐요. 친애하는 메리. 이만 줄이겠습니다. 이게 끝이에요. 샘이 말했다. 좀 갑작스러운 결말이구나. 안 그러냐? 웰러 씨가 물었다. 전혀 안 그래요. 샘이 말했다. 여자는 조금 더 길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편지를 쓸 때 중요한 기술이죠. ~~~서명 안 할 거냐? ~~~뭐라고 서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웰러라고 서명해.~~~ 안 돼요. 성 발런타인 축일 편지는 자기 이름으로 서명하는 게 아니에요. 그럼 픽윅이라고 서명하려무나. 웰러 씨가 말했다. ~~~ 당신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픽윅으로 부터....그런 다음 편지를 무척 복잡하게 접어서 ~~~~
비서는 무척 인상적인 재채기를 하고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기 전 좌중을 사로잡을 때 항상 하는 기침을 한 뒤 문서를 읽기 시작했다.
34장
인상적인 바델 대 픽윅 재판의 완전하고 충실한 보고
픽윅 씨가 무서움을 느끼며 약제사를 보고 있는 데 법정이 잠시 소란스러워지더니 바델 부인이 클러핀스 부인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와 픽윅 씨가 앉아 있는 좌석 반대쪽 끝에 축 늘어진 채 앉혀있다. 그런 다음 도슨 씨가 무척 큰 우산을 건네고 포그 씨는 나무 바닥을 댄 덧신 한 켤레를 건넸는데. 두 사람 모두 재판을 위해서 더없이 동정적이고 우울한 표정을 준비해 왔다.
35장
픽윅 씨가 바스에 가기로 결심하고 이를 행동에 옮기다
36장
블래더드 왕자 전설의 진실과 윙클 씨에게 닥친 재난
픽윅 씨는 아침 식사 전에 광천수를 4분의 1 파인트를 마시고 언덕을 걸어 올라갔고, 아침 식사 후에 4분의 1 파인트를 마시고 언덕을 걸어 내려갔다. 픽윅 씨가 엄숙하고 단호한 태도로 광천수 4분의 1 파인트를 마실 때마다 몸이 훨씬 도 좋아졌다고 말하면 친구들은 무척 기했지만, 사실 그 전에 픽윅 씨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픽윅 씨가 이런 식으로 하루를 보내고 나서 친구들이 각자 침실로 물러간 다음 혼자 응접실에 앉아서 일지를 쓰고 있는 데, 조용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실례합니다. 집주인 크래덕 부인이 빼꼼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더 필요한 건 없으신가요? 없습니다. 부인. 픽윅 씨가 대답했다. ~~~크래덕 부인이 문을 닫자 픽윅 씨는 다시 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서랍에 꽤 빽빽하게 적힌 종이가 몇 장 들어 있었는데 ~~~사적인 문서는 분명 아니었고, 바스에 대한 이야기인 데다가 무척 짧았기 때문에 픽윅 씨는 종이를 펼친 다음 전부 읽었을 때쯤에는 ~~~침실로 가져갈 초에 불을 붙였다.
<블래더스 왕자 전설의 진실>
지금으로부터 200년도 되지 않은 옛날, 어느 공중목욕탕에서 이 도시를 세운 유명한 위인 블래더스 왕자를 기리는 비문이 발견되었다. 지금 그 비문은 지워지고 없다.
나병을 앓던 유명한 왕자가 고대 아테네에서 풍성한 지식을 수확하고 돌아와 부왕의 궁정을 피하고 농부들과 돼지들과 울적하게 어울렸다. (전설에 따르면)돼지 떼 가운데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의 돼지가 한 마리 있었는데, 왕자는 -그 역시 현명했으므로- 이 돼지에게 친밀감을 느꼈다. 행실이 사려 깊고 과묵한 돼지는 시끄럽게 꿀꿀거리고 매섭게 깨무는 동료 돼지들보다 뛰어난 짐승이었다. 젊은 왕자는 이 당당한 돼지의 표정을 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부왕을 생각하자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이 현명한 돼지는 풍성하고 축축한 진흙에서 목욕하기를 좋아했다. 요즘뿐만 아니라 그 먼 옛날에도 그랬던 것처럼(이는 미약하게나마 이미 문명의 빛이 서서히 비추기 시작했었다는 증거이다) 여름날 몸을 식히려고 목욕을 하는 보통 돼지들과 달리 이 돼지는 춥고 매서운 겨울날에 목욕을 했다. 돼지의 피부가 너무나도 반들반들하고 표정이 맑았기에 왕자는 자기도 물이 갖고 있는 정화의 힘을 시도해 보기로 결심했다. 검은 진흙 아래에서 바스의 뜨거운 온천이 부글거렸다. 왕자는 몸을 씻었고 병이 나았다. 그는 서둘러 아버지의 궁정으로 가서 인사를 드린 후 재빨리 바스로 돌아와 이 도시와 그 유명한 목욕탕을 건설했다. 왕자는 옛 우정을 생각해서 열의를 다해 돼지를 찾았지만 아아! 바로 그 광천수가 돼지를 죽였다. 돼지는 경솔하게도, 너무 뜨거운 물에 목욕을 했고, 이제 더 이상 자연 철학자가 아니었다! 폴리니우스가 이 돼지의 뒤를 이어 역시 지식에 대한 목마름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이것이 전설이었다. 이제 진실을 들어보자.
(※요약-편집자)
오래 전 브리타니아의 유명한 왕 러드 허디브래스는 강력한 군주였고 뚱뚱했다. 그에게는 18살 되는 블래더드라는 아들이 있었다. 아들은 열 살 때 아테네로 가서 8년간 공부를 하고 돌아와서 왕자로서의 부귀를 누렸다. 왕은 이웃 나라의 공주에게 청혼을 하여 허락을 얻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왕자는 아테네의 귀족의 딸과 사랑에 빠졌다. 그러자 왕은 불같이 화를 내며 왕자를 높다란 탑에 가두었다. 그러나 왕자는 간수를 죽이고 탈출하여 변장한 모습으로 방랑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가 사랑하던 연인이 다른 남자와 결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크게 실망한 왕자는 정처 없이 길을 떠나 이곳 바스에 도착했다. 왕자는 그곳에 주저앉아서 부어오른 발을 눈물로 씻었다. 그의 슬픈 탄식을 신들이 듣고 그곳에서 온천수가 솟아오르게 했고 오늘날까지 사랑하는 연인들이 이곳에 찾아와 광천수를 마시며 힘과 위안을 얻는다.
픽윅 씨는 자기 침실로 갔고, 돌러 씨는 아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경솔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난롯가 의자에 다시 앉았다.
37장
웰러 씨가 야외에 초대받다.
픽윅 씨가 까다롭고 중요한 비밀 임무를 웰러 씨에게 맡기다
최고의 바스 하인 모임에서 웰러 씨에게 인사를 전하며, 평범한 곁들임 음식과 삶은 양 다리 고기로 구성된 친목 야회에 참가하여 자리를 빛내 주십사 부탁드립니다. 모임은 9시 30분 정각에 시작합니다.
불가 자리를 못 내줘서 미안하네. 웰러. 터클 씨가 친숙하게 고개를 까딱이며 말했다. 춥지 않았으면 좋겠군. 전혀 안 추워요. 화염 씨. 샘이 대답했다. 당신 앞에 서서도 추위를 느낀다면 뼛속까지 차가워진 사람이겠지요. 당신을 관청 대기실 난로망 안에 넣어두면 석탄을 절약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터클 씨의 진홍색 제복을 빗댄 대꾸 같았기 때문에 터클은 몇 초간 당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불가에서 조금씩 떨어졌고, 억지 미소를 지으면서 나쁘지 않은 농담이라고 말했다.
38장
윙클 씨가 프라이팬에서 뛰쳐나와 불속으로 온화하고 편안하게 뛰어들다
39장
새뮤얼 웰러 씨가 사랑의 임무를 맡아 실천에 옮기다,
어떤 성공을 거두었는지는 아래에 밝혀진다
샘은 걸어 다니느라 무척 지친 데다가 손수레 건너편에 크고 괜찮은 바위가 하나 보였기 때문에 이 마부에게 말을 붙여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샛길을 따라 어슬렁어슬렁 걸어 가서 바위에 앉은 다음, 장기를 발휘하여 편안하고 스스럼없이 말을 걸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샘이 말했다.
낮이겠지요. 마부가 무뚝뚝하게 샘을 보며 대답했다.
과연 그렇군요. 샘이 말했다. 좋은 낮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잘 지내십니까?
뭐, 당신을 만나서 딱히 더 좋진 않군요. 성질 나쁜 마부가 대답했다.
참 이상하네요. 샘이 말했다. 당신은 보기 드물 정도로 쾌활하고 너무 활기차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니까 말입니다.
무뚝뚝한 마부는 이 말에 더욱 무뚝뚝해졌지만 샘은 아무렇지도 않았기 때문에 곧장 무척 궁금한 표정으로 집주인 이름이 워커가 아니냐고 물었다.
아닌데요. 마부가 말했다.
브라운도 아니겠지요? 샘이 말했다.
아니에요.
윌슨도 아니고요?
아닙니다. 셋 다 아니에요. 마부가 말했다.
샘이 앉아 있는 샛길에는 서너 채의 집에 속한 서너 개의 정원 대문이 있었는데, 집들은 서로 떨어져 있었지만 그 사이를 나누는 것은 정원밖에 없었다. ~~~샘은 마부가 들어간 대문 바로 옆집 대문 앞 흙더미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자신의 임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깊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때 대문이 열리더니 어떤 하녀가 침대 옆에 끼는 양탄자 몇 장을 들고 먼지를 털러 나왔다.
여보세요. 샘이 무척 공손한 태도로 다가가며 말했다. 혼자 양탄자를 털면 그 아름다운 모습이 망가질 거예요. 제가 도와 드리죠. ~~~아니, 메리! 샘이 말했다. 어머나 웰러 씨 메리가 말했다. 사람을 정말 놀라게 하는군요!
40장
픽윅 씨가 위대한 인생극에서 새롭고 흥미진진한 장면에 접어들다
41장
플리트에서 채무자들과 보낸 첫날 밤
픽윅 씨와 함께 감옥으로 들어간 톰 로커 씨는 짧은 층계를 다 내려가자 오른쪽으로 꺾어서 열린 철문을 통해 길을 안내한 다음~~~여기는 현관이 있는 층입니다. 남자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어깨 너머로 픽윅 씨를 무심히 돌아보며 말했다.
그 사람은 여기서 17년을 살았어요. 얼굴에 주름이 생겨도 먼지가 메꿨지요. 수감 생활이 끝났을 때 더러운 얼굴도 갈색 상의도 처음이랑 똑같았거든요.
42장
역경은 원치 않는 사람과도 친구가 되게 한다는 오랜 속담을 보여주다.
픽윅 씨가 새뮤얼 웰러 씨에게 깜짝 놀랄 통고를 하다.
픽윅 씨는 거래를 마무리하면서 무척 괴로운 심정으로 대법원 죄수를 관심 있게 살펴보았다. 그는 키가 크고 수척하고 시체 같은 남자로 낡은 외투와 슬리퍼 차림에, 뺨은 푹 꺼지고 눈은 초조하고 진지했다. 입술에는 핏기가 없었고 뼈는 날카롭고 가늘었다. 가엾기도 해라! 감금과 궁핍이라는 강철 이빨이 20년 동안 그를 천천히 줄질하듯 깎아냈다.
차무자 감옥의 빈민동은 - 그 이름이 알려주듯이- 가장 불행하고 비참한 계층의 채무자들이 지내는 곳이다. 빈민동에 배정된 수감자는 임대료나 방값을 내지 않는다. 감옥에 들어오거나 나갈 때의 비용도 삭감되고, 얼마 안 되는 식량을 받을 자격도 주어진다. 이러한 식량을 지원하기 위해서 몇몇 인정 많은 사람들이 가끔 유언장에 얼마 안 되는 유산을 남겼다. 우리의 독자 대부분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플리트 감옥 담장에 일종의 철창 우리가 있어서 배고파 보이는 사람들이 가끔 그 안에서 돈 통을 짤랑거리며 구슬픈 목소리로 “가난한 채무자를 기억해 주세요”라고 외치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바로 이 돈 통을 가난한 수감자들이 나누어 가졌고, 빈민동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이 모멸적인 일을 교대로 했다. 이제 그 관습은 폐지 되고~~~
43장
새뮤얼 웰러 씨가 곤경에 처하다
링컨스인 필즈의 포르투갈 스트리트에 위치한, 조명이 좋지 않고 통풍은 더욱 좋지 않은 높다란 방에는 상황에 따라서 가발 쓴 신사 한 명, 두 명, 세 명, 또는 네 명이 작은 책상을 앞에 놓고 1년 내 앉아 있는데, 영국 판사들이 쓰는 것과 똑같이 니스를 바르지 않은 책상이다. 오른쪽에는 법정 변호사 좌석이, 왼쪽에는 지불 불능 채무자 자리가 있고, 정면의 사면에는 특히 지저분한 얼굴들이 늘어서 있다. 가발 쓴 신사들은 파산 법정의 사무관들이고 그들이 앉아 있는 곳은 바로 파산 법정이다.
파산 법정은 항상 만원이다. 맥주와 독주의 증기가 끊임없이 천정으로 올라갔다가 열기에 응축되어 비처럼 벽을 타고 흘러내린다. 이곳에서 한 번에 모이는 낡은 옷은 12개월 동안 하운즈디치(런던의 중고의류시장) 전체에 상품으로 나오는 옷보다도 많고, 씻지 않은 피부와 반백의 수염은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타이번과 화이트채플 사이의 모든 펌프와 면도 가게에 모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다. ~~~~비가 심하게 내리는 날에는 폭삭 젖어서 들어오는데, 그럴 때면 법정의 수증기는 버섯을 키우는 균 재배소의 수증기나 마찬가지다.
우연히 들른 사람은 이곳이 더러움과 수호신에게 바쳐진 신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법정에 소속된 전령이나 영장 송달관 중에서 자기에게 맞게 만들어진 상의를 입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건물 전체에서 백발과 사과 같은 얼굴을 가진 키 작은 관리 한 명만 빼면 그럭저럭 생기 있거나 건강해 보이는 사람도 하나 없다. 이 관리조차도 브랜디에 절인 상태 나쁜 체리처럼 인공적으로 말려서 보관한 것처럼 보이는데, 그 역시 이 말에 항의할 수 없을 것이다. 법정 변호사의 가발조차 가루가 제대로 뿌려져 있지 않고 충분히 곱슬거리지 않는다.
이 유식한 변호사들 중 하나인 솔로몬 펠은 뚱뚱하고 살이 늘어지고 창백한 남자로, 초록색으로 보였다가 갈색으로 보였다가 하는 프록코트에, 마찬가지로 케멜레온 같은 벨벳칼라를 하고 있었다. 이마는 좁고 넓적했으며 머리는 크고 코는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는데, 마치 그가 태어났을 때 창조주가 그의 성격을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코를 꼬집은 이후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44장
플리트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사소한 일과 윙클 씨의 수수께끼 같은 행동,
가련한 대법원 죄수가 마침내 풀려나다
어떤 남자의 그림자가 길게 누워 있었다. 파리하고 창백하고 유령 같았다. 숨소리는 거칠고 탁했고, 숨을 쉴 때마다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침대 옆에는 구두 수선공 앞치마를 두른 작은 노인이 앉아 있었는데, 안경을 쓰고서 성경을 소리 내어 읽고 있었다. 운 좋은 유산 수령자였다. 병자가 간병인의 팔에 손을 얹고 그만 하라고 손짓하자 노인이 책을 덮어 침대에 올려두었다. “창문을 열어줘” 병자가 말했다. 간병인이 그렇게 했다. 마차와 짐마차 소리, 덜컹거리는 바퀴소리, 어른들과 아이들의 고함 소리, 생명력이 넘치고 일을 하는라 바쁜 수많은 사람들의 분주한 소리가 섞여서 하나의 굵직한 중얼거림이 되어 방으로 실려 들어왔다. 거칠고 시끄러운 소리 위로 가끔 활기찬 웃음소리가 들렸다. 어느 들뜬 사람의 기분 좋은 노랫소리가 잠깐 귓가를 스쳤다가 시끄러운 목소리와 쿵쾅거리는 발소리 사이로 사라지기도 했다. 바깥의 넘실거리는 생명의 바다에서 파도가 치는 소리였다. 언제든지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구슬퍼지는 소리인데, 죽음의 침상을 지키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더 구슬플까!
“여기에는 공기가 없어.” 병자가 희미하게 말했다. “이곳이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어. 몇 년 전에 저 바깥을 걸어 다닐 때는 공기가 신선했는데, 이 담장을 통과하면서 뜨겁고 불쾌ㅙ져, 숨을 쉴 수가 없어.”
“우리는 오랫동안 같이 이곳 공기를 마셨잖나.” 노인이 말했다. “자, 힘을 내게.”
짧은 침묵이 흐르는 사이에 두 구경꾼이 침대로 다가갔다. 병자는 오랜 동안 수감자의 손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서 양손으로 애정 어리게 꼭 쥐고서 놓지 않았다. “내가 바라는 건 말이야.” 잠시 후 그가 헐떡이며 말했다. 너무나 희미했기 때문에 그들은 차갑고 파란 입술이 내뱉는, 반쯤 되다만 소리를 알아들으려고 침대 가까이 귀를 가져가야 했다. “자비로운 주님께서 내가 이 땅에서 받은 무거운 벌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네. 무려 20년이야, 친구. 이 끔찍한 무덤에서 20년을 살았어. 아이가 죽었을 때는 심장이 부서지는 것 같았고, 작은 관에 누운 아이에게 입맞춤도 못 했네. 그 이후로 나는 이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곳에서 정말 끔찍하게 외로웠다네. 주님께서 나를 용서하시기를! 주님은 오랫동안 머뭇거리던 내 고독한 죽음을 다 보셨네.” 병자가 손을 포개고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고, 그는 곧 잠들었다. 처음에는 잠든 것뿐이었다. 그러다 차츰 그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보였다. 그들이 잠시 서로 속삭였고, 간수가 베개 위로 몸을 굽히더니 얼른 다시 폈다. “그는 풀려났습니다, 주님의 손으로요!” 그가 말했다. 그랬다, 하지만 그는 살아 있을 때에도 죽은 자와 너무 비슷했으므로 그가 언제 죽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45장
새뮤얼 웰러 씨와 가족의 감동적인 만남,
픽윅 씨가 자신이 살고 있는 작은 세상을 둘러보고 최대한 멀리하기를 결심하다
46장
도슨 씨와 포그 씨가 약간의 장난과 함께 자상한 마음으로 감동적인 행동을 하다
47장
도슨과 포그의 일시적인 이익에 관하여, 놀라운 상황에서 윙클 씨가 다시 등장하다.
픽윅 씨의 인자한 마음이 완고한 마음보다 강하다는 사실이 증명되다
48장
픽윅 씨가 새뮤얼 웰러 씨의 도움을 받아 벤저민 엘런 씨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로버트 소여 씨의 분노를 달래다
당신 여동생은 런던에 있습니다. 픽윅 씨가 벤저민 앨런을 향해서 말했다. 건강하고 행복하지요. 저에게 그 애의 행복은 아무 상관 없습니다. 벤저민 앨런 씨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제가 상관하는 건 그 앵의 남편입니다. 밥 소여 씨가 말했다. 그 남자는 저에게 열두 걸음 떨어진 과녁이고, 저는 그를 아주 멋지게 만들어줄 겁니다. 그 비열한 악당을요! 이 말 자체는 어엿한 비난인 데다가 당당하기까지 했지만 결국 밥 소여 씨가 이에 비해서 평범한, 머리를 때리고 눈을 튀어나오게 하는 것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바람에 그 효과가 다소 약화되었다.
잠시만요, 픽윅 씨가 말했다. 문제의 신사에게 욕을 하기 전에 그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냉정하게 생각해보고, 무엇보다도 그가 제 친구라는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그자의 이름이 뭡니까? 벤 앨런 씨가 외쳤다. 너새니얼 윙클 씨입니다. 픽윅 씨가 단호하게 말했다. 벤저민 앨런 씨는 자기 안경을 발뒤꿈치로 밟아서 부수더니 조각난 안경을 집어 세 개의 주머니에 따로따로 넣은 다음 팔짱을 끼고, 입술을 깨물고, 위협적인 태도로 픽윅 씨의 온화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두 사람을 부추기고 맺어준 사람이 바로 당신이군요? 마침내 벤저민 앨런 씨가 물었다.
픽윅 씨, 어떻게 당신 밑에서 일하는 녀석이 내 여동생의 납치에 가담하도록 두실 수가 있습니까? 이 일에 대해서 설명을 요구합니다.
개인실을 달라고 할까요? 두 사람이 부시 여관으로 돌아갔을 때 샘이 물었다. 아니네, 샘. 픽윅 씨가 대답했다. 카페에서 식사를 하고 바로 잠 자리에 들 테니 그럴 필요 없어. 여행자 휴게실에 누가 있는지 봐주게. 웰러 씨는 심부름을 하러 갔다가 바로 돌아와서 애꾸눈 신사 한 명과 여관 주인밖에 없고, 두 사람이 같이 비숍을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과 함께 하겠네. 픽윅 씨가 말했다. 참 이상한 손님이에요. 그 애꾸눈 신사 말입니다. 웰러 씨가 길을 안내하며 말했다. 여관 주인한테 엄청난 허풍을 떨어서 주인은 자기가 똑바로 서 있는지 물구나무를 서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에요. 픽윅 씨가 들어갔을 때 샘이 말한 사람은 가장 안쪽에 앉아서 커다란 네덜란드 피이프를 피우고 있었고, 그의 눈은 여관 주인의 둥근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픽윅 씨가 브랜디와 물을 섞는 동안 애꾸눈 사내가 가끔 진지하게 주변을 둘러보더니 마침내 말했다. 어디서 뵌 적이 있는 듯하네요. ~~~아니, 아닙니다. 숙부의 친구였지요. 애꾸눈 남자가 말했다. 하지만 아주 멋진 분이셨지요. 당신 숙보 말입니다. 여관 주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숙부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릴까요? 아마 놀라실 겁니다. 그래요? 픽윅 씨가 말했다.
49장
외판원의 숙부 이야기
많은 미덕들보다 우세한 것이 두 가지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펀치를 만드는 솜씨와 저녁 식사 후에 부르는 노래라고 할 것입니다. ~~~제 숙부는 티긴 앤드 웰프스 소속으로 수금을 했지만 오랫동안 톰과 거의 같은 길을 다녔습니다. ~~~한 번은 숙부가 마차에서 떨어져서 이정표에 머리를 부딪친 적이 있었어요. 숙부는 기절해서 누워 있었고, 옆에 쌓여 있던 자갈에 얼굴이 찢어지는 바람에 본인의 강한 표현을 그대로 쓰자면, 어머니가 이 세상에 다시 내려와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숙부의 대단한 여행이 시작된 것은 나뭇잎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였는데, 숙부는 북부에서 대금을 수금하고 주문을 받았지요. 런던에서 에든버러로, 에든버러에서 글래스고로, 글래스고에서 다시 에든버러로 갔다가 배를 타고 런던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느 날 밤, 런던 행 배를 탈 때까지 하루도 남지 않았을 때, 숙부는 아주 오래된 친구, ‘Mac' 뒤에 네 음절이 더 붙은 이름을 가진 부시장의 집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는 에든버러 구 시가지에 살았습니다. 부시장의 아내, 세 딸, 다 자란 아들, 그리고 친구가 숙부에게 경의를 표하고 분위기를 즐겁게 하려고 초대한 뚱뚱하고 눈썹이 짙고 유쾌한 스코틀랜드 사람 서너명이 있었지요. ~~~~그 사람들이 저녁 식사 후에 위스키 토디를 몇 잔이나 마셨는지 모르지만 새벽 1시쯤 부시장의 다 큰 아들이 <윌 리가 맥아주를 잔뜩 만들었네>의 첫 소절을 부르려다가 정신을 잃은 것은 압니다. ~~~숙부는 이제 슬슬 가야 할 시간이 다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숙부는 몇 초 동안 차장을 바라보면서 저 나팔총을 빼앗아서 큰 칼을 찬 남자의 얼굴에 쏘고 개머리판으로 다른 남자의 머리를 때린 다음, 아름다운 여인을 낚아채서 휙 사라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여러분 오래된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실화라고 해도 좋은 이야기인데요. 어느 젊은 아일랜드 신사에게 바이얼린을 켤 수 있냐고 묻자, 분명 켤 수 있지만 한 번도 켜보지 않아서 홗리하게 말할 수 없다고 대답했지요. 숙부와 펜싱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겁니다.
50장
픽윅 씨가 임무를 수행하며 예상하지 못했던 조력자와 합류하다
51장
픽윅 씨가 옛 지인을 만나다.
위대한 두 사람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맞닥뜨리다. 이야기가 기록되다.
하늘은 어둡고 음울했고, 공기는 축축하고 으슬으슬했으며, 거리는 비에 젖어 질척거렸다. 연기는 위로 올라갈 용기가 없는 듯 굴뚝 꼭대기에 게으르게 걸려 있었고, 비는 쏟아질 기운도 없는 듯 느릿느릿 끈질기게 내렸다. 마구간 마당의 싸움닭은 평소의 활활 타오르는 활기를 전무 잃고서 구석에 한쪽 다리로 서서 음삼하게 균형을 잡았고, 헛간의 좁은 지붕 밑에서 우울하게 고개를 수그린 당나귀는 생각에 잠긴 비참한 표정으로 보아 자살을 고민하는 듯 했다. 거리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우산밖에 없었고 들리는 소리라고는 덧신이 딸각거리는 소리와 빗방울 튀는 소리밖에 없었다.
별생각 없이 방의 반쯤 열린 문 안쪽을 들여다보았는데, 엷은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신사가 탁자에 커다란 신문 다발을 놓고 앉아서 코를 비롯한 모든 이목구비로 오만한 경멸을 드러내며 장엄하게 비웃는 표정으로 사설을 읽고 있는 모습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저 머리랑 얼굴을 아는데! 안경도 그렇고 ~~~틀림없이 이틴스윌 사람이군 ~~~런던으로 가시는 길인데 오늘은 친구 두 명과 여기 묵으실 겁니다. 샘이 대답했다.
52장
웰러 가문의 중대한 변화와 딸기코 스티긴스 씨의 몰락
53장
징글 씨와 잡 트로터의 마지막 퇴장, 그레이즈인 스퀘어의 바쁜 아침.
퍼커 씨의 사무실을 두드리는 두 번의 노크
54 장
문 두드리는 소리를 비롯한 여러 가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
스노드그래스 씨와 젊은 숙녀와 관련된 흥미로운 발견
55장
솔로몬 펠 씨가 엄선된 마부들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 웰러 씨의 문제를 해결하다
56장
픽윅 씨와 새뮤얼 웰러 씨가 아버지 웰러 씨의 도움을 받으며 중요한 회의를 하다.
코담배색 정장을 입은 노신사가 예상치 못하게 방문하다.
주변 사람들이 새로운 애정을 찾아서 떠나는 것이야말로 외로운 노인의 운명이지. 내 경우만 다르리라 todr가할 권리는 없어. 아니지, 아니야. 픽윅 씨가 더욱 경쾌하게 덧붙였다. ~~~~아주 잘 지냈습니다. 감사합니다. 홀아비 웰러 씨가 대답했다.
이렇게 말씀드리려고 말입니다. 아버지 웰러 씨가 조바심을 내며 말했다. 이 돈이 저한테는 소용없다고요. 저는 마차를 계속 몰 생각이고 돈을 둘 곳도 없어요. 아니면 비용을 내고 돈을 지킬 경호원을 쓰든가 마차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하는 데, 그러면 승객들 한테 유혹이 되겠지요. 그러니 당신이 맡아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웰러 씨가 픽윅 씨에게 다가가서 귀에 대고 속삭였다. ~~~부디 이 돈을 다시 가져가세요.
그 젊은 여인은 당신 아드님을 사랑합니다. 웰러 씨. 픽윅 씨가 말했다. ~~~나는 현재 자내의 위치로 인한 구속에서 자네를 풀어주고싶네. 그리고 자네의 충성과 수많은 뛰어난 자질을 인정하는 의미에서, 자네가 이 아가씨와 곧장 결혼해서 가족과 함께 독립적인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해주고 싶네.
정말 주인님다우신 친절을 베풀어주셔서 무척 감사합니다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럴 수 없다니? 픽윅 씨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새뮤얼! 웰러 씨가 위엄 있게 말했다. 그럴 수는 없다고요. 샘이 더 큰 목소리로 반복했다. 그러면 주인님은 어떻게 되는데요? 샘. 픽윅 씨가 대답했다. 최근 내 친구들의 변화로 인해 내 삶도 완전히 변할 걸세. 게다가 나도 점점 나이가 드니 휴식과 안락함이 필요하다네. 나의 산책은 끝났네. 그걸 어떻게 압니까? 샘이 말했다. 지금은 그렇게 생ㄱ가하시겠죠! 주인님 마음이 바뀐다고 생각해 보세요. 가능성이 없지도 않아요. 주인님의 정신은 아직 스물다섯 살이니까요. 저 없이 어떻게 하시려고요? 그럴 순 없어요. 그럴 순 없다고요! ~~~샘, 오랫동안 생각한 R트에 내 말을 지키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하는 말이네. 픽윅 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새로운 장면은 이제 끝났어. 내 산책은 끝에 다다랐네.
주인님이 버로의 낡은 여관에서 데려오신 샘 웰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주인님 곁을 지킬 겁니다. ~~~젊은 여인도 생각해야지. 젊은 여인도 생각할 겁니다. 샘이 말했다. 제가 어떤 상황인지 말했는데,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했어요.
픽윅 씨의 방에서 이런 대화가 오가고 있을 때, 코담배 색 정장을 입은 자그마한 노신사가 작은 여행 가방을 든 짐꾼을 이끌고 아래층에 나타났다. 그는 그날 잘 방을 구한 다음 급사에게 윙클 부인이라는 사람이 여기 묵고 있는지 물었고, 급사는 물론 그렇다고 대답했다. ~~~내가 왔다는 말은 하지 말고 그녀의 방으로 안내해 주게.
들어오세요. 애러벨라가 말했다. 음, 어쨌든 목소리는 예쁘군. 자그마한 노신사가 중얼거렸다. ~~~~버밍엄에 사는 노인의 아들과 결혼한 너새니얼 윙클 부인이시지요? 낯선 남자가 호기심을 드러내며 애러벨라를 보았다.
아버지! 윙클 씨가 깜짝 놀라 움찔하며 말했다. ~~~아버지의 애정을 잃을만한 행동을 한 것은 무척 유감입니다. 윙클 씨가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저는 이 여인을 아내로 맞이한 것을, 아버지의 며느리로 맞이한 것을 부끄러워 할 이유가 없습니다. ~~~픽윅 씨, 제 아들에게 베풀어주신 친절에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57장
마침내 픽윅 클럽이 해산되고 모든 일이 모두에게 만족스럽게 끝나다
우리들 가운데 일어난 모든 변화. 그러니까 이미 치러진 결혼과 앞으로 치러질 결혼, 그에 따른 변화 때문에 나는 즉시 미래의 계획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생겼습니다.그리고 런던 근처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동네로 은퇴하겠다고 결심했지요. ~~~이제 준비가 완벽하게 끝났고 아직 여 해 동안 평화로운 은퇴 생활을 조용히 즐길 수 있다고 믿으며 그 집으로 바로 들어갈 생각입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유쾌하게 살다가, 나중에 죽어서는 그들에게 애정 어린 기억으로 남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샘이 나와 함께 갈 것입니다. 퍼커에게 부탁해서 가정부를 -아주 나이가 많지요 - 한 명 고용했고, 가정부의 판단에 따라서 다른 하인들도 구할 생각이에요. ~~~~젊은 사람들의 행복은 내 인생의 주된 기쁨이었습니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들의 행복을 내 집 지붕 밑에서 지켜볼 수 있다면 내 마음이 정말 따뜻해질 겁니다. 픽윅 씨는 다시 말을 멈추었고, 에밀리와 에러벨라가 소리 내어 흐느꼈다.
나는 픽윅 클럽과 편지를 주고받기도하고 직접 만나기도 하면서 제 의도를 알렸습니다. 픽윅 씨가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가 오래 자리를 비우는 동안 픽윅 클럽은 수많은 내부 분쟁에 시달렸고, 내 이름을 빼는 것과 몇 가지 다른 사정이 겹쳐저서 클럽은 해산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픽윅 클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가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많은 이들에게는 변덕으로 보였겠지만, 나는 2년이라는 시간의 대부분을 온갖 성격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린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전까지 나는 사업과 부를 추구하는 것에 삶의 대부분을 바쳤기 때문에 생각도 하지 못했던 수많은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내 마음이 넓어지고 지식이 커졌기를 바랍니다. 내가 좋은 일은 별로 못 했더라도 나쁜 일은 그보다 더 적게 했기를 바라며, 내가 겪은 모험은 말년의 나에게 즐겁고 기분 좋은 추억이 아닌 다른 것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축복을 빕니다.
이제 우리의 옛 친구를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이 순수한 행복의 순간에 남겨두기로 하자. 이처럼 행복한 순간은 우리가 구한다면 가끔 찾을 수 있고, 이 세상의 덧없는 우리 존재에 기운을 준다. 이 땅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하지만 빛은 더욱 강하다. 어떤 사람들은 박쥐나 올빼미처럼 빛보다 어둠 속에서 더 잘 보지만, 우리는 그런 시력을 갖지 못했으므로 이 세상의 짧은 햇빛이 환히 비출 때 우리의 수많은 외로운 시간을 함께 해준 환상 속의 친구들을 마지막으로 보며 작별을 고하는 것이 더 기쁜 일이리라.
진정한 친구들을 수없이 사귀고 자연의 흐름 속에서 그들을 잃는 것은 세상과 어울리며 인생의 장년기에 도달한 사람들 대부분의 운명이다. 또한 상상 속의 친구를 만들고 예술의 흐름 속에서 그들을 잃는 것은 모든 작가의 운명이다. 그들의 불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꾸며내야 하기 때문이다.
윙클 부부는 얼마 후 노신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픽윅 씨의 집에서 반 마일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새로 집을 지어 들어갔다. 윙클 씨는 런던에서 아버지의 대리인 내지는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예전에 입고 다니던 옷 대신 평범한 영국인 복장을 했고, 그 뒤로 쭉 교양 있는 기독교인의 외양을 갖추었다.
스노드그래스 부부는 딩리 델에 정착하여 작은 농장을 구입해서 경작했는데,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뭐든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터프먼 씨는 친구들이 결혼하고 픽윅 씨가 정착하자 리치먼드에서 하숙집을 구해 쭉 그곳에 살고 있다. 그는 여름이면 젊고 활발하게 테라스를 끊임없이 걸어 다니고, 따라서 근처에 홀로 사는 수많은 노부인들의 찬탄의 대상이 되었다.
한 번 파산을 겪은 밥 소여 씨는 벤저민 앨런 씨와 함께 벵골로 건너갔고, 두 신사 모두 동인도 회사의 의사로 채용되었다.
바델 부인은 재산이 많고 말이 잘 통하는 수많은 독신 신사들을 하숙집에 들였지만 두 번 다시 혼약 파기 소송을 걸지 않았다. 그녀의 변호사 도슨 씨와 포그 씨는 사업을 계속하여 큰 수입을 얻었으며, 교활한 변호사들 중에서도 가장 교활하다고 널리 알려졌다.
샘 웰러는 자기가 한 말을 지켜 2년 동안 결혼하지 않았다. 나이 많은 가정부가 세상을 뜨자 픽윅 씨는 메리를 가정부로 승격 시키면서 즉시 웰러 씨와 결혼한다는 조건을 달았고, 그녀는 한 마디 불평 없이 그렇게 했다.
노인 웰러 씨는 12개월 동안 마차를 몰았지만 통풍을 앓으면서 어쩔 수 없이 은퇴했다. 그러나 픽윅 씨가 그를 위해 지갑의 내용물을 훌륭하게 투자했기 때문에 은퇴를 해도 충분할 만큼 상당한 독립자금이 생겼고, 지금까지 슈터스 힐 근처의 못진 선술집에서 살고 있다. 그곳에서 그는 현인으로 존경을 받으면서 픽윅 씨와의 친분을 무척 뽐내고 있고, 과부에 대한 극복할 수 없는 반감을 가지고 있다.
픽윅 씨는 이제 약간 노쇠했으나 여전히 예전처럼 젊은 정신을 가지고 있으며, 덜위치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거나 날씨 좋은 날 기분 좋게 동네 산책을 즐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는 근처의 모든 가난한 이들에게 유명하고, 이들은 그를 지나칠 때 반드시 크나큰 존경심을 드러내며 모자를 벗어 인사한다. 매년 픽윅 씨는 워들 씨의 집에서 열리는 떠들썩한 대규모 가족 모임에 참석한다. 픽윅 씨는 항상 충실한 샘의 보필을 받으며, 둘 사이에는 죽음 외에는 갈라놓을 수 없는 서로에 대한 확고한 애정이 있다.
[Review]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유쾌하게 살다가, 나중에 죽어서는 그들에게 애정 어린 기억으로 남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본문)
디킨스는 이 방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마무리하면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일생을 유쾌하게 살다가 죽어서는 애정 어린 기억으로 남는 것이 최상의 길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이 책 속에서 인물과 사건을 끊임없이 제공하면서 관계 속에서 우정과 순수한 행복의 순간들을 그려냈다.
‘픽윅’이라는 덕망 있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그와 함께하는 세 친구가 마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장면으로 스토리는 시작된다.
“골든 크로스로 갑시다. 픽윅 씨가 말했다. 이 말은 몇 살이오? 픽윅씨가 요금으로 준비한 동전으로 코를 문지르며 말했다. 마흔 두 살입니다. 마부가 미심쩍은 눈으로 그를 보며 대답했다. 뭐요? 픽윅 씨가 공책을 꺼내며 내뱉었다. 한 번 나오면 일을 얼마나 시키시오? 픽윅 씨가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물었다. 픽윅 씨는 괴로운 환경에서 끈질기게 살아가는 말의 삶을 보여주는 보기 드문 사례를 클럽에서 발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부의 말을 한 마디도 빠짐없이 공책에 적었다. ”(본문)
그리고 여행의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사람들과 사건들, 재판과 의사들의 교활한 수법, 하인들을 부려 먹는 상류층 인사들의 방식 남자와 여자들 사이에 서로를 대하는 태도 등에서 인물들 하나하나가 스토리로 연결되어 독자의 머릿속에 강한 인상을 남기도록 했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디킨스의 다채로운 표현이 그가 살아온 험난한 시절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그는 이 책에서도 이렇게 고백했다. “이 책은 일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와, 또 가장 슬프고 힘든 고통과 관련이 있다.”(본문)
책의 종결 부분에서 그가 인연을 맺은 모든 사람과 함께 디킨스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그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으로 이렇게 표현했다.
“이제 우리의 옛 친구를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이 순수한 행복의 순간에 남겨두기로 하자. 이처럼 행복한 순간은 우리가 구한다면 가끔 찾을 수 있고, 이 세상의 덧없는 우리 존재에 기운을 준다. 이 땅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하지만 빛은 더욱 강하다. 어떤 사람들은 박쥐나 올빼미처럼 빛보다 어둠 속에서 더 잘 보지만, 우리는 그런 시력을 갖지 못했으므로 이 세상의 짧은 햇빛이 환히 비출 때 우리의 수많은 외로운 시간을 함께 해준 환상 속의 친구들을 마지막으로 보며 작별을 고하는 것이 더 기쁜 일이리라.”(본문)
인상 깊은 대목은 20년간 감옥에서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가련한 인간의 죽음을 묘사한 대목이다.
“어떤 남자의 그림자가 길게 누워 있었다. 파리하고 창백하고 유령 같았다. 숨소리는 거칠고 탁했고, 숨을 쉴 때마다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침대 옆에는 구두 수선공 앞치마를 두른 작은 노인이 앉아 있었는데, 안경을 쓰고서 성경을 소리 내어 읽고 있었다. 병자가 간병인의 팔에 손을 얹고 그만 하라고 손짓하자 노인이 책을 덮어 침대에 올려두었다. ‘창문을 열어줘’ 병자가 말했다. 간병인이 그렇게 했다. 마차와 짐마차 소리, 덜컹거리는 바퀴소리, 어른들과 아이들의 고함 소리, 생명력이 넘치고 일을 하는라 바쁜 수많은 사람들의 분주한 소리가 섞여서 하나의 굵직한 중얼거림이 되어 방으로 실려 들어왔다. 거칠고 시끄러운 소리 위로 가끔 활기찬 웃음소리가 들렸다. 어느 들뜬 사람의 기분 좋은 노랫소리가 잠깐 귓가를 스쳤다가 시끄러운 목소리와 쿵쾅거리는 발소리 사이로 사라지기도 했다. 바깥의 넘실거리는 생명의 바다에서 파도가 치는 소리였다. 언제든지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구슬퍼지는 소리인데, 죽음의 침상을 지키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더 구슬플까! ‘여기에는 공기가 없어.’ 병자가 희미하게 말했다. ‘이곳이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어. 몇 년 전에 저 바깥을 걸어 다닐 때는 공기가 신선했는데, 이 담장을 통과하면서 뜨겁고 불쾌해져, 숨을 쉴 수가 없어.’ ‘자비로운 주님께서 내가 이 땅에서 받은 무거운 벌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네. 무려 20년이야, 친구. 이 끔찍한 무덤에서 20년을 살았어. 아이가 죽었을 때는 심장이 부서지는 것 같았고, 작은 관에 누운 아이에게 입맞춤도 못 했네. 그 이후로 나는 이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곳에서 정말 끔찍하게 외로웠다네. 주님께서 나를 용서하시기를! 주님은 오랫동안 머뭇거리던 내 고독한 죽음을 다 보셨네. 병자가 손을 포개고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고, 그는 곧 잠들었다. 처음에는 잠든 것뿐이었다. 그러다 차츰 그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보였다. 그들이 잠시 서로 속삭였고, 간수가 베개 위로 몸을 굽히더니 얼른 다시 폈다. ’그는 풀려났습니다, 주님의 손으로요!‘ 그가 말했다. 그랬다, 하지만 그는 살아 있을 때에도 죽은 자와 너무 비슷했으므로 그가 언제 죽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본문)
불행한 죄수에게는 세상에서 자유를 누릴 때와 마찬가지로 감옥 안에서도 삶은 시끄러웠다. 죄수는 그가 죽음으로 감옥에서 풀려났다. 그러나 그의 삶은 감옥에서 살아있을 때도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가 언제 죽었는지 모른다는 표현은 스물다섯 살 젊은 나이에 디킨스가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260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25세의 젊은 작가가 썼다고 보기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하게 당대의 모든 사람의 관습과 생활 방식이 들어있다. 그의 첫 장편 소설이기도 한 이 책은 원래 2년여에 걸친 연재소설 형식으로 발표되어 큰 인기를 얻었으며, 후에 단행본으로 발간되었다. 독자는 이 책 한 권에서 장차 위대한 작가가 발표한 책들에서 보여준 탁월한 모든 문장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책이다..■
(본문)
“철학자시군요.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사람입니다. 픽윅 씨가 말했다. 아, 저도 그렇습니다. 할 일은 없고 수입이 더욱 적을 때면 누구나 그렇게 되지요. 시도 쓰십니까? 제 친구인 스노드그래스 씨가 시적 성향이 강하지요. 픽윅 씨가 말했다. 저도요. 낮선 남자가 말했다. 1만 행 짜리 서사시를 썼지요. 7월 혁명 때였는데 즉석에서 지었어요. 낮에는 마르스 밤에는 아폴로인 셈이죠. 야포를 쏘다가 리라를 튕기니까요. 머스킷 총을 쏘며 시상을 떠올렸지요. 술집으로 달려가서 시를 적어놓고 돌아와서 다시 탕탕 쏘는 겁니다. 다른 시상이 떠오르면 다시 술집으로 가서 펜을 잡았다가 돌아오면 다시 베고 자르고. 대단한 시절이었지요. 스포츠를 하십니까? 그가 갑자기 윙클 씨를 보며 물었다.”
“예전에 포인터라는 품종을 키웠는데 깜짝 놀랄 만한 본능을 가진 놈이었어요. 어느 날 사냥을 나갔다가 사유지에 들어가서 휘파람을 불었는데 이 녀석이 딱 멈추는 겁니다. 다시 휘파람을 불고 ‘폰토’ 하고 불러도 꼼짝을 안 해요. 제가 폰토, 폰토 불러도 딱 굳어서 표지판만 보는 겁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 사유지에서 발견된 개는 사냥터 관리인이 사살함’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그 옆으로는 지나가지도 않으려고 했죠. 아주 놀라운 개, 귀중한 개였어요. ”
“과부는 모든 규칙의 예외지. 속임수를 쓰려고 할 때 과부 한 명이 보통 여자 몇 명과 맞먹는지 들은 적이 있어. 스물다섯명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난롯불은 풀무 덕분에 환하게 타오르고 주전자는 불과 풀무 덕분에 즐겁게 노래하고 있었다.”
“이 유식한 변호사들 중 하나인 솔로몬 펠은 뚱뚱하고 살이 늘어지고 창백한 남자로, 초록색으로 보였다가 갈색으로 보였다가 하는 프록코트에, 마찬가지로 케멜레온 같은 벨벳칼라를 하고 있었다. 이마는 좁고 넓적했으며 머리는 크고 코는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는데, 마치 그가 태어났을 때 창조주가 그의 성격을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코를 꼬집은 이후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파산 법정은 항상 만원이다. 맥주와 독주의 증기가 끊임없이 천정으로 올라갔다가 열기에 응축되어 비처럼 벽을 타고 흘러내린다. 이곳에서 한 번에 모이는 낡은 옷은 12개월 동안 하운즈디치(런던의 중고의류시장) 전체에 상품으로 나오는 옷보다도 많고, 씻지 않은 피부와 반백의 수염은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타이번과 화이트채플 사이의 모든 펌프와 면도 가게에 모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다. 비가 심하게 내리는 날에는 폭삭 젖어서 들어오는데, 그럴 때면 법정의 수증기는 버섯을 키우는 균 재배소의 수증기나 마찬가지다."
"우연히 들른 사람은 이곳이 더러움과 수호신에게 바쳐진 신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법정에 소속된 전령이나 영장 송달관 중에서 자기에게 맞게 만들어진 상의를 입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건물 전체에서 백발과 사과 같은 얼굴을 가진 키 작은 관리 한 명만 빼면 그럭저럭 생기 있거나 건강해 보이는 사람도 하나 없다. 이 관리조차도 브랜디에 절인 상태 나쁜 체리처럼 인공적으로 말려서 보관한 것처럼 보이는데, 그 역시 이 말에 항의할 수 없을 것이다. 법정 변호사의 가발조차 가루가 제대로 뿌려져 있지 않고 충분히 곱술 거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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