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교수(이화여대 무용과 발레 전공)의 『생명의 몸 과정의 몸 변혁의 몸』(푸른사상 예술총서 33). 2024년 6월 20일 간행.
저자가 춤추는 사람으로서 터득한 체험을 바탕으로, 21세기 최고의 화두인 ‘몸’에 대한 성찰과 이해를 펼쳐놓은 책이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몸은 지성, 감성, 영성이 통합된 몸으로서, 저자는 몸에서 비롯되는 건강한 삶과 더불어 사는 사회, 생명에 대한 ‘평범한 깨달음’을 강조한다.
■ 저자 소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발레 전공, 철학을 부전공하고, 중앙대학교에서 예술경영 전공으로 행정학 석사, 영국 서리대학에서 무용학 박사, 한국 aSSIST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발레 전공 교수이며 한국소매틱연구교육원 원장이다. 대표작으로 <백조의 호수 1:사랑에 반하다> 등의 백조의 호수 시리즈, <그녀가 온다:여신 서왕모> 등의 여신 시리즈가 있고, 저서로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 발레』가 있다. (사)대한무용학회 우수논문상, 국제연기페스티발(GAF) 공로상, (사)한국연기예술학회 공로상, 무용역사기록학회 학술상, GAF공연예술제 대상(서울특별시 시장상)·연출상(한국연출가협회 이사장상), (사)대한무용협회 예술대상을 수상했다.
■ 책머리에 중에서
이 책은 내가 아주 작고 부족한 육신으로 오랜 기간 발레를 해오며 몸과 춤에 대해 터득한 ‘평범한 깨달음’을 나누고자 펴내는 것이다. 또한 그간 발레 작품을 해오며 몸과 관련하여 극도의 혼란을 겪으면서 알게 된 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자 새로운 견해이기도 하다. 즉 몸으로 삶을 발견하고 우주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성찰을 하게 된 것에 대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몸에 대해서 그 어떤 정답이나 이론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고 전반적으로 몸을 우주적 맥락에서 자연과 함께 이해하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몸에 대한 제국주의 또는 서구중심주의적 시각을 극복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몸이나 춤이나 한마디로 그 개념을 명료하게 정리하기는 힘들고 체험을 통해서 깨달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책은 내가 무용인으로서 오랜 기간 발레와 소매틱스(Somatics, 몸학)를 실행하고 가르치면서 느낀 소박한 깨달음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 추천의 글
조기숙 교수는 혁명가다. 그녀는 무용의 변혁을 꿈꾸었고 궁극적으로 몸의 변혁을 꿈꾼다. 일찍이 발레와 동양신화를 결합했던 그녀는 이제 동서양의 몸을 결합하여 한국의 몸을 창안하고자 한다. 조교수의 몸학이여, 세계로 비상하라!
― 정재서(신화학자,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 책은 ‘몸’에 관한 책이다. 의대생일 때 인체를 직접 해부하기도 했고, 건강에 대해 매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도 나의 몸을 제대로 돌아본 적이 없다. 우연히 나의 벌거벗은 몸을 마주칠 때마다 얼른 외면했던 것 같다. 근육도 빈약하고 배가 살짝 나온 내 모습이 맘에 들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그러던 중 50년 동안 발레를 공부한 조기숙 교수로부터 ‘몸학(somatics)’ 강의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나의 존재의 근원이고 나의 정신과 영혼이 깃들어 있는 나의 몸을 소중하게 바라보게 되었고, 벌거벗은 나의 몸도 귀하게 여겨져서 사진을 찍어 간직하게 되었다. 이 책을 막 펼쳐보는 독자들은 행운을 만난 셈이다. 자기 삶의 터전이고, 자기의 우주와 같은 ‘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첫 발을 내딛었기 때문이다.
― 서홍관(국립암센터 원장, 시인)
■ 책 속으로
몸은 현재와 과정만 있을 뿐 내일이 없고 완성 또한 없다. 인간은 ‘지금 여기’에서 모든 것들이 통섭된 몸으로 삶을 산다. 지금 이 순간에 생기를 불러일으키는 생명이 실현되고 있다. 이 생명을 느끼고 살아내는 것은 늘 순간이고 순간에 적응하는 것은 즉흥적인 몸의 판단이다. 이것을 느끼는 것은 ‘평범한 깨달음’이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미래의 구원을 위해서 지금 현재를 갖다 바칠 필요가 있을까. 지금 여기에서 자신을 구원하면서 사는 것이 모여서 미래가 된다. 미래를 위해서 지금을 헌신하고 고통에 처하게 하면서 사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죽음 이후의 영생보다는 ‘지금 여기’ 살아 있는 몸에 천국을 만드는 것이 소매틱스가 중요하게 추구하는 철학이다. (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