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드뷔시’의 관현악곡 「바다」에서 고요한 바다에 일렁이는
작은 물결을 느낄 수 있고, ‘바그너’의 「방황하는 화란인 서곡」의 폭풍 속에서 휘몰아치는
성난 바다의 포효를 둘을 수 있다.
화가들이 그들 눈앞의 풍경을 갖은 색채로써 화폭에 옮겼듯이 음악가들도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음으로 묘사해 왔다. 쇼팽은 빗방울 소리를 그의 「전주곡D장조」에서, 베토벤은
꾀꼬리와 뻐꾸기 소리를 「전원교향곡」 2악장에서, 그리고 잔물결의 영롱한 모습은 라벨의
피아노곡 「물의 유회」에서 잘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작곡가들은 이들 곡에서 단순히
자연만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외부의 풍광을 그들 내부에서 음으로서 재창조하고 재현하여
인간의 마음과 감정을 나타내 보였다.
R. 시트라우스는 그의 만년의 대작 「알프스 교향곡」에서 알프스의 경관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고, 댕디는 「프랑스 산사람의 노래에 의한 교향곡」에서 피아노와 관현악으로
산자락을 감싸고 피어 오르는 안개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였으며, 근엄한 바하로서는 보기
드물게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중 그의 전원교향악이라 할만한 10곡에서 밤까지 양떼를
지키는 목동과 별빛이 쏟아지는 언덕을 지켜보는 다정다감한 거장의 모습을 우리는 볼 수 있었다.
19세기 교향곡에 있어서 브람스의 좋은 적수였던 브루크너의 「제4교향곡」 1악장은 슈만의
조금은 병적인 피아노곡 「숲의 정경」이나 쇼스타코비치의 ‘정책적’인 「숲의 노래」와는 달리
숲 속의 신비와 상쾌함, 새들의 지저귐 등 건강한 숲을 그려 보여 그가 자연을 얼마나 사랑
하였는지를 잘 나타내 주었다.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드뷔시의 관현악곡 「바다」의 고요한 바다에 일렁이는 작은
물결과, 음의 산수화가인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에서의 스코틀랜드의 동굴을 핥는 조용한
파도, 그리고 바그너의 「방황하는 화란인 서곡」의 폭풍 속에서 휘몰아치는 성난 바다를
이 곡들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라벨은 그의 피아노곡 「거울」의 3곡에서 강한 바람에
포말을 이루며 부서져 가는 흰 파도를 32분 음표로 잘게 썰은 왼손의 반주부로 훌륭한 음향을
울리기도 하였다.
드뷔시의 피아노곡 「영상」은 이 작곡가의 세련되고 부드러운, 잡을래야 잡을 수 없는 희미한
음의 파장을 잘 묘사하였다. 나무가지들의 속삭임, 멀리서 들리는 종소리, 황폐한 사원 너머로
사라져가는 달빛 등이 작곡가만이 나타낼 수 있는 인상적인 분위기가 회화적으로 펼쳐진다.
인상주의 작곡가인 그는 이 곡에서 쇼팽 이후의 피아노곡에 있어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지만
후계자를 찾지 못하고 자신이 열었던 막을 스스로 내려야만 했다.
핀란드의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7개의 교향곡과 많은 교향시, 「바이올린 협주곡」 등 그의
대부분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항상 자연의 아름다움과 순수함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에게
있어서 자연은 그의 삶의 전부였다. 자연은 그의 영원한 배움터였고 동반자였으며, 마지막
목표였을까? 표제음악과 절대음악사이에 가로 놓여있던 엄격한 선은 그의 음악 속에서 비로소
지워졌던 것이다.
- ‘서상중’의 ‘음악이 있는 공간'에서
https://youtu.be/xALgzvEuFqs?si=R5K1sfRlJ3-ruk6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