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열왕 8,22-23.27-30; 마르 7,1-13
+ 오소서 성령님,
오늘은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입니다. 바오로 미키와 25명의 동료 순교자들은 1597년 나가사키에서 순교하셨는데요, 이 박해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일어났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1592년 조선을 침략해 임진왜란을 일으킨 인물입니다. 이순신 장군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승리하긴 했지만, 1598년 12월까지 약 7년 동안 이어진 전쟁 동안 조선인 46만 명에서 100만 명가량이 죽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우리 민족에 이런 엄청난 아픔을 준 것으로도 모자라 일본 내에서는 천주교를 박해했는데요, 1597년, 정유재란을 일으키기 직전 박해령을 내려 스물여섯 분을 십자가형에 처했습니다.
예수회 수사이셨던 바오로 미키 성인 외에 스페인, 중국, 인도, 멕시코, 일본 등 다양한 국적의 성인들이 순교하셨는데요, 바오로 미키 성인은 “나의 원수들과, 내게 폭력을 가한 모든 이들을 용서합니다.”라는 말씀을 남기셨고, 성 바오로 이바라키는 “주님! 주님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습니다.”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열아홉 살이었던 요한 고토 성인은 자신의 묵주를 아버지에게 건네며 “아버지도 하느님의 가르침을 믿고 하느님을 섬기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열두 살이었던 성 루도비코 이바라키는 스스로 자청해 체포되었고 형장에서 “내 십자가는 어디 있습니까?”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오늘 1독서에서 솔로몬은 이스라엘 최초의 성전을 지어 하느님께 봉헌합니다. 모세 때부터 다윗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의 중심은 계약의 궤였는데, 이제 계약의 궤를 모신 성전이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성전은 하느님의 현존과 인간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소였고, 제사가 봉헌되고 음식이 제공되는 곳, 용서와 정화가 이루어지고, 하느님의 법이 가르쳐지는 곳이었습니다. 이 성전의 기능 모두를 이제 예수님께서 직접 수행하시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살아 계신 성전이시기 때문입니다.
독서에서 솔로몬은 “하늘을 향하여” 두 손을 펼치고 기도합니다. “어찌 하느님께서 땅 위에 계시겠습니까? 저 하늘, 하늘 위의 하늘도 당신을 모시지 못할 터인데 제가 지은 이 집이야 오죽하겠습니까?”라고 기도합니다.
이제 하느님을 이 성전 안에 모시지만, 그렇더라도 하느님은 성전 안에만 계신 것이 아니라, 여전히 하늘에 머무십니다. 인간이 하느님의 존재 방식을 제한할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 여기에 머무십시오”라고 말씀드린다고 해서, 하느님께서 “이 안에만 계셔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이것은 오늘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가르쳐줍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무리한 규정을 강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느님을 자신들이 만든 법과 규정 안에 가두고 나서, ‘이렇게 해야만 하느님 뜻을 따르는 것이다’라고 한정한 것이 더 큰 잘못입니다.
본래 모세의 율법은 사제들로 하여금 만남의 천막으로 들어갈 때 손과 발을 씻게 하라는 것(탈출 30,17-21)이었고, 사제들이 봉헌 제물을 받아서 먹기 전에(민수 18,11-13) 먼저 씻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리사이들은 모든 사람이, 매 식사 때마다 제사를 거행하듯 정결 예식을 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무척이나 강한 말씀을 하시는데요,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는 이사야서의 말씀을 인용하시며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이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을 박해하는 행위가 역사를 통해 반복됩니다. 소위 법을 안다는 사람들이 양심에 따라 살려는 사람들을 박해하고, 조금이라도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박해합니다.
나는 내가 가진 원칙으로 남을 판단하고 남에게 나의 행동 양식을 강요한 적은 없는지, 그것을 하느님의 법이라고 우기지는 않았는지 성찰하여 보아야겠습니다. 하느님의 법을 따르는 사람은 남에게 요구하는 것보다 자기에게 스스로 요구하는 것이 많아지고, 사람의 전통을 내세우는 사람은 언제나 남에게 요구하는 것이 더 많습니다.
제임스 티소, 성전을 봉헌하는 솔로몬 (1896-19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