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06. 25
세르비아 프로축구팀 레드스타 베오그라드가 2018 시즌에 대박이 났다. 32개 팀만 진출하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올라 3100만유로(약 408억원)의 보너스를 받았다. 다른 나라에서 싸게 사온 무명 미드필더의 맹활약 덕분이었다. 그를 추천한 이는 축구 데이터 분석 회사의 인공지능(AI)이었다. 조만간 인공지능 축구감독이 등장해 '신의 한 수' 승리 전술을 가르쳐줄지도 모르겠다. 이세돌을 격파한 알파고의 모(母)회사 구글이 최근 한 축구 데이터 분석 회사로부터 15년치 축구 빅데이터를 사갔다고 한다.
▶ 미국 프로야구에선 AI 심판 가능성을 타진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투수가 던진 공의 정확한 궤적을 추적해 스트라이크 여부를 판정하는 과제가 우선 수행되고 있다. 완성되면 스트라이크 판정 시비가 사라질지 모른다. 하지만 입체 공간인 스트라이크 존을 휘젓고 들어오는 변화구의 경우 인공지능도 스트라이크 판정이 쉽지는 않다고 한다.
▶ 기업 인사(人事)엔 이미 인공지능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민간 기업에 이어 우리 육군도 부사관 선발에 'AI(인공지능) 면접관'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원자가 인터넷 PC를 통해 자기소개를 하고 몇 가지 주어진 게임을 수행하면 AI 면접관이 응시자의 표정·음성·어휘·심장박동 등을 체크해 직무 역량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AI 면접관이라고 완벽하진 않다. 몇 해 전 아마존에서 AI로 신입 직원을 뽑았더니 과거 채용 데이터에서 '성차별 편견'까지 학습해 남성 지원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 엊그제 뉴욕타임스지가 AI가 인간의 보스 역할을 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험 회사 메트라이프의 경우 콜센터 직원이 고객과 전화 상담을 할 때 AI 상사의 지시를 받는다고 한다. 상담원이 너무 빨리 말하면 컴퓨터 화면을 통해 "말 속도를 줄여라"고 지시를 내리고, 음성에 활기가 없으면 "에너지를 충전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현재 보험사와 유통업체 콜센터 등 2만개 일터에서 직원들이 AI 시스템을 상사로 모시고 있다고 한다.
▶ 해고 대상자를 선별하는 데도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다. 아마존은 얼마 전 AI가 분석·계산한 개인별 생산성에 따라 물류센터 직원을 대량 해고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인공지능의 장점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냉철함일 텐데, AI 상사가 활개를 치면 직장살이가 너무 살벌해지지 않을까. 조만간 처세술 서적 코너에 'AI 속이는 법' 'AI에 편견 심는 법' 같은 책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김홍수 논설위원 hongsu@chosun.com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