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나들이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던 울릉도를 수십 년 생을 같이하는 친구들과 가본다는 것, 그 자체가 삶의 행운이다.
연안의 가까운 섬들은 다리가 이어져 있어 이래 저래 가볼 기회가 있었지만 배를 타고 나가야 하는 섬들은 제주도 이외에는 꼽을 것이
없어 더욱 그러했다. 몇 년 전 이틀을 다녀온 청산도가 좀 먼 곳에 있는 섬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용규형이 유려한 솜씨로 여행기를 잘 발표해주어 다른 글로 이왕의 글을 훼손시키려는 것은 아니고 총무로서 여행
하는 동안 회원 사이에 있었던 친구들 우정의 이야기는 올려 두어야 할 것 같아 한마디 보탠다.
우선 울릉도를 간다고 하니 동행은 못하지만, 자기 고향이 강릉인데
친구들 나들이를 그냥 보내기 섭섭하다고 일부러 강릉까지 쫓아와 점심을 사고간 김봉기형 이야기를 거론 안 할 수가 없다. 사족으로 한마디 더 한다면 지난 봄에도 강릉역에서 그럴 듯한 식당을 찾아 점심을 했으니 먹자골목 위치도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고, 용지각 정류장이라는 시내버스 타러 가는 길에도 식당이 계속 눈에 띄던데, 굳이
역전 사창가에 있는 식당을 찾아 간 것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누가 일부러 유도한 것은 아니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지만 덕분에 사라져
가는 유곽의 모습을 겉으로나마 구경하게 되었다.
누구라고 밝힐 것은 없지만 유별나게 골목을 한바퀴 더 돌고 나온 청춘도 있었던 것 같다.
울릉도 가는 배 시스타 호는 정말 쾌속선이다. 강릉항에서 울릉도 저동항까지 178Km라고
하는데 이 거리를 정확하게 세시간에 주파했다. 평균 시속 60 Km 라고
보면, 한창 빠를 때의 속도는 시속 70Km를 넘나든다는
계산이 나오고 이를 환산하면 해상속도로 40 knot에 이른다. 잘 모르지만 어지간한 해안 경비정보다 빠른 속도일 것이다.
벳속에서 “독도는 우리땅” 이라는 노래가 나온다. 이 노래 중간 부문에 나오는 가사가 원래
“ 하와이는 미국땅, 대마도는 일본땅, 독도는 우리땅” 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누구인지 여가수가 부르는 노래에서는 가사가 변해 있었다. “ 하와이는
미국땅, 대마도는 몰라도 독도는 우리땅 “. 다음 날 도동항에
있는 노래비를 보고는 웃음이 다시 나왔다. 여기에는 “하와이는
미국땅, 대마도는 조선땅, 독도는 우리땅”으로 새겨져 있었다.
지금의 이 사태를 두고 여기에서 무엇이라고 언급할 사항은 아니지만 독도 전망대에서 육안으로 87Km
떨어져 있다는 독도를 또렷하게 보고 온 것은 이번 여행의 큰 수확중의 하나이다. 하여간 날씨 때문에, 특히
바람 때문에 일정이 어긋나기가 십상이라는 울릉도 여행을 한치 오차 없이 무사히 마치게 된 것은 여행일자 택일에 신경을 많이 쓴 노 문덕 회장과
김 용규 대장의 노력을 하늘이 받아 준 덕이라고 생각한다.
울릉도 첫날 저녁 마치고, 항구에 왔는데 목포의 추억을 상기 안 할
수 없다고 노래방을 찾았고 다시 광란의 밤까지는 안 갔어도 꽤 질펀하게 놀아 보았다. 그래도 건전했다고
기억하는 것은 울릉도 노래방에는 도우미가 없단다.
없었으면 섭섭했을 이 자리는 역시 노회장이 부담을 해주었다.
다음 날은 저동항 어시장에서 구입한 대방어 두마리를 회로 떠서 푸짐한 저녁 식사 파티를 가졌다. 오징어가 사라진 울릉도에 제주도에서 먹을
수 있던 대방어가 나타나 오히려 값이 제주보다 할 한 것 같아 덕을 보았다. 이날 많이들 드셨는지 김
대장이 뒷풀이 용 맥주를 한 보따리 사들고 숙소로 돌아 왔는데 동참하는 이들이 적어 다음날 점심 때까지 들고 다녀야 했다는 뒷 이야기.
한국인이라면 일생에 한번 쯤은 구경을 가고 싶은 울릉도, 섬이 그리
크지 않아 관광 목적으로는 몇 번씩 가 볼일은 없을 것 같지만, 상당히 비싼 물가, 너무나 노골적인 상업적 관광 안내 ( 이해는 가지만 ) 그리고 모처럼 고급으로 잡은 숙소 주인의 불친절 등에 고개를 젓기는 했다. 그래도
둘째날 점심 허름한 식당 주인 아줌마의 간곡하게 양해를 구하는 모습이 인상에
많이 남는다. “ 예약 손님이라
새로 밥을 지어 해 드리려고 했는데, 생각 보다 일찍 오셔서 밥에 뜸이 제대로 들지 않은 채 펐습니다. 조금 설익었지만 양해해 주세요 “ 울릉도에도 이런 친절을 찾아 볼
수는 있었다.
오십년을 넘게 몰려 다니는 우리가 어디를 가도 다 즐겁겠지만, 그렇다
해도 참 즐거운 여행이었고, 울릉도도 최소한 한번은 볼만한 것이었다.
최소한 한번이라는 것은 나도 지구촌 여러 곳 중에 남들 못 가보는 오지를 많이 다녀 본 경험에서 하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손상찬형이 성인봉을 한번 올라보자고 권유를 하는데, 나도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한번 올라가보았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 그러나 이리 저리 생각해 보아도 해발
987m라는 성인봉을 거의 바닷가에서부터 올라갔다 온다는 것이 힘들어 보였고, 일반적으로 왕복 다섯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요즈음 내 몸 상태로 그 시간 안에 다녀 올 수가 없다고 판단이
되어 결국 포기했다. 섭섭하기는
하다.
함께한 친구들
김병욱, 김용규, 김장근, 노문덕, 문기찬, 박범홍, 박찬홍, 손상찬, 정형철,
일정
10월 31일 10 : 20 청량리역 출발 KTX
12 : 00 강릉 도착 중식
14 : 00 대관령 박물관 관람과 옛길 산책
18 : 00 강릉 중앙시장 광덕식당 석식
20 : 00
안목항 모텔 첵인
11월 1일 08 : 30 강릉항
출발
11 : 30 저동항 도착
12 : 00 저동항 중식
14 :
00 울릉도 일주 육로 관광 ( 도동 출발, 섬북쪽 나리 분지 까지 )
19 :
00 사동 온비치 호텔 쳌인 및 석식
11월 2일 07: 30
저동항 조식
08 :
00 내수전망대와 봉래폭포 관람
12 :
00 도동항 중식
13 :
00 독도 박물관 및 독도 전망대 관람
16 :
00 행남해안길 산책
18 :
00 저동항 석식 ( 방어 파티 )
11월 3일 07: 30 도동항 조식
09:
00 울릉도 일주 유람선 탑승
11:
30 도동항 중식
14:
30 저동항 출발
17:
30 강릉 안목항 도착
첫댓글 출사기보다 더 맛갈난 뒷얘기에 흠뻑 빠져, 나도 모르게 울릉도를 다시 한번 돌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