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9월 처음 계획을 세운 '점전폭포(용오름폭포) → 덕태산 → 시루봉 → 홍두깨재 → 삿갓봉 → 선각산 → 한밭재 → 투구봉 → 점전폭포'의 12.8Km, 7시간 코스를 탐방할 예정이었다.
1
덕태산/선각산
높이: 1,118m/1,142m
위치: 전북 진안군 백운면 백암리
진안의 덕태산과 선각산은 백운골 동편에 남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솟아 있는 산이다. 덕태산은 암릉과 울창한 숲과 빼어난 경치로 알려진 백운동계곡이 있다.
백운동 계곡은 여름이면 피서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한다. 백운동계곡에서 2.5m 거리의 취사장, 주차장까지의 계곡 일대의 수많은 폭포와 암반 뒤로 맑은 물이 넘쳐흐른다, 정상에 서면 남덕유산, 마이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행은 백운면 소재지 우체국에서 백운동계곡으로 올라 왕복하는 코스가 대표적인 코스나, 정상에서 서북 능선을 타고 신전마을을 거쳐 평장리로 하산하거나, 덕태산에서 선각산을 종주하여 서능을 타고 762봉을 거쳐 동창리나 반송리로 하산할 수 있다. - 한국의 산하
이번 토요 산행은 전북의 오지 진안의 덕태산, 선각산 환 종주를 하기로 했다. 애초 계획은 해발 1,000m가 넘는 산의 산행계획을 일괄적으로 만든 2019년 9월에 만들었으나, 160개가 넘는 산에, 2년 가까이 산악회가 좋아하는 산을 따라다니다 보니 기억에서 사라진 산도 꽤 된다. 그렇게 산악회가 좋아하는 산을 거의 다 오르고 나니, 산악회가 찾지 않는 오지 산은 어떡할까 고민하며, 계획 중 오지도 한둘씩 포함하는 산악회 게시판만 들락거리며 하나 걸리기만 빌 뿐이었다. 그러다 처음 듣는 산이 있으면, 산행 계획으로 들어가 소개를 본다. 그러다 발견한 덕태산은 소개를 보면 높이가 1,118m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해발 1,000m가 넘는 산에 해당하는데, 처음 듣는 산이라, 등산방에서 '덕태산'으로 검색해 보니, 계획이 있다. 만들어만 놓고 다른 산에 정신이 팔려 기억하지 못했던 거였다.
초면의 산이라 여겼던 건 산악회 게시판에서 처음 본 것도 한몫한다. 고로 언제 다시 진행할지 알 수 없는 산행이라 바로 회비를 입금하고 좌석을 배정받아야 하지만, 이미 같은 날짜 산행계획 중 하나인 정선 상정바위산행을 6월 23일 신청했다. 이 산 또한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고, 산악회 산행계획에서는 처음 보는 거라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신청했었다. 고로 덕태산은 나중에 추가된 계획이다. 어쨌든 언제 다시 진행할지 모를 두 개의 계획이 같은 날 진행하는 상황이라 일단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하나 또는 둘 다 성원 미달로 취소될 위험이 있어 가능성이 높은 곳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상정바위산은 번거롭기는 하나 대중교통으로도 다녀올 수 있는 산이라, 꼭 산악회를 이용할 이유가 없었다. 해서 덕태산으로 마음을 결정하고 마중물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8월 4일 상정바위산행을 취소하고 덕태산행을 5번째로 신청했다. 혹시 성원 미달로 취소된다고 해도 상정바위산행에 빈자리 하나는 있지 않겠냐는 생각도 있었다. 보통 산행 이틀 전이면 진행 여부가 결론이 나니 그때 다시 바꾸면 된다.
덕태산행 신청 현황을 계속 주시하던 중 실행 일주일 전 목요일 성원을 채워, 폭우 등의 돌발 변수로 취소자가 속출하지 않는 이상 취소할 염려는 없었다. 물론 대안으로 보고 있던 상정바위산도 마찬가지. 그렇게 잘 진행되던 산행은 해당 주가 되자 취소자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비 때문이다. 오락가락하는 기상청이 당일 그 지역에 비가 내린다는 중기 예보를 발표했다. 그리고 며칠 지나 발표한 단기 예보에는 새벽에 비가 조금 내리고 산행 시간에는 구름만 끼는 거로 나와, 다시 신청자가 늘어, 최종 28석 중 25석을 채우는 거로 마감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비에 대비해 우산과 미니 스패츠를 준비하고, 조망이 어떤지 알 수 없고, 날이 흐리다니 카메라는 작고 간편한 걸 가져가기로 했다. 점심은 늘 먹던 대로. 다만, 하산주는 들머리자 날머리인 백운동에 덕태산장(식당)이 영업 중이라니, 상황을 봐서!
2 - 1
안내산악회 버스 출발지가 양재가 아니라, 신사역이고, 시간 또한 7시가 아니라 7시 10분이라 평소보다 20분 늦게, 그럼에도 새벽에 기상해 점심 준비 등 이것저것 챙기고 아침을 먹은 후 씻고 나니 6시다. 불광역에서 6시 27분 전철을 탈 예정이라 6시 10분경 집을 나서면 되나, 할 일도 없고 해서 버스 앱으로 마을버스 운행 현황을 보니 4분 후 동명탕 정류장을 지난다. 좀 이르기는 하나 현장에서 빈둥거리기로 하고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 바로 집을 나섰다. 그리고 정확히 6시 5분에 도착한 버스를 타고 불광역으로 향해 6시 9분에 내렸다. 오늘따라 신호도 안 걸려 3분 만에 도착했다. 늘 이렇다면, 6시 6분 전철을 타기 위해 망설임 없이 6시 마을버스를 탈 수 있을 거다.
최근에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전철 안에서 책 대신 유튜브로 세상 돌아가는 걸 봤다. 다만 기사는 좋은데, 내레이션과 BGM이 좋지 않아 기사 내용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주는 유튜버가 많아, 음악이 아닌 이상 기사는 자막을 보고 귀로는 음악을 듣는 방식으로 정신없이 보고 있는데 벌써 신사역이다. 6시 43분에 도착해 4번 출구로 나오니, 이른 시각임에도 꽤 많은 등산객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서 있거나, 빌딩 계단에 앉아 있으나, 늘 그렇듯이 버스정류장으로 가 대기자용 의자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본 후 (버스가 도착하려면 20분가량 남은 시각이라) 다시 패드로 유튜브의 기사를 봤다. 그렇게 가끔 눈을 들어 버스가 오는 방향을 보면 기사를 보고 있는데, 7시 4분에 줄지어 버스가 들어온다.
버스 정류장에서는 앞창 왼쪽 아래에 붙어 있는 산행지가 보이지 않아 배낭을 둘러메고 버스가 서 있는 쪽으로 다가가 확인했다. 첫차는 첫 번째 선택지였던 상정바위산과 고양산을 연계해 달리는 정선으로, 두 번째 차는 공주의 계룡산으로 가는 거였다. 세 번째 차는 소속이 '서울고속'이라, 당연히 진안행이라는 생각을 아예 안 했다. 산악회 주인장의 공지에 의하면 진안 백운동으로 가는 버스 소속은 "어울림관광(1146호)"이다. 그런데 앞창 왼쪽 아래에 붙은 산행지에는 "덕태산"이라고 쓴 종이가 붙어 있었다. 해서 몇 번을 다시 확인한 후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처음 타보는 의자 구조를 가져 편하기는 한데, 문제는 짐을 두기가 불편해 조금 당황했다. 당연히 일반적인 28석 버스라 생각하고 배낭을 들고 탔는데. 어쨌든 간신히 배낭의 위치를 잡고, 의자에 편하게 앉아 패드를 들고 3시간이 넘는 여행에 대비한 준비를 마친 7시 11분경 버스는 신사역을 출발했다.
신사역을 출발한 버스는 죽전과 신갈에서 남은 등산객을 태우고 들머리인 진안 백운면 백운동으로 향했다. 그리고 신갈을 출발하고 조금 지나자 열심히 유튜브를 보고 있는 내 어깨를 뒷자리에 있는 등산객이 툭툭 쳐 뒤로 돌아보니, 지도가 넘어오고 있었다. 휴게소가 아니라, 마지막 정차장을 떠난 후 지도를 나눠주는 인솔 대장이다. 해서 한 장을 챙기고 같은 방식으로 앞사람에게 넘겨줬다. 지도의 배포가 끝나자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주의사항과 코스에 관해 설명을 시작하기 전 본인 소개를 먼저 했다. 원래 인솔 대장이 아니라, 산악회 주인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이번 덕태산 산행을 맡게 됐다고. 그리고 "원래 갔던 산 다시 가지 않는데, 어쩌다 보니 3번째다!"라는 말에 감동했다. 나와 같은 부류다! 이후 코스와 주의사항에 관해 설명하는데, 코스에서 주의할 건 '금남호남정맥' 갈림길로, 무조건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라고 반복해 강조했다.
이후 탈출로는 잘 만들어진 산으로 무조건 오른쪽으로 탈출하면 임도를 만나고 그 임도를 따라 내려오면, 백운동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산악회가 제안한 A의 종주, B의 덕태산, C의 산각산 코스에 관해 설명 후 A 코스 종주를 하는 등산객은 가능하면 지도에서 로프가 보이는 마지막 봉우리 투구봉은 건너뛰고 하산하는 게 좋다고 했다. 당연히 그에 관한 질문이 있었고, 이에 대해 거리는 짧아 보이나, 등산로가 좋지 않아,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코스라 마감 시각을 못 맞출 수 있다고 했다. 동시에 산행에 주어진 시간은 7시간으로 마감 시각은 현지 도착 시각을 보고 공지하겠다는 말로 설명을 끝냈다. 처음 산악회 게시판에서 산행계획을 발견했을 때 거리가, 임도 3km를 포함 13km라는 걸 보고 산악회가 책정한 산행 시간은 6시간 정도라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무언가 변수가 있다는 얘기다.
설명이 끝나고 실내등을 끈 버스는 고속도를 신나게 달렸고, 그동안 유튜브 보는 것도 지쳐 잠을 청했다가 버스가 실내등을 켜는 순간 눈을 떴다. 대장의 말에 따르면 휴게소로 들어갈 거고 20분의 시간이 줄 테니, 볼일을 보고 늦지 않게 복귀하라고 했다. 그런데 '천안논산고속도로'면 당연히 '정안휴게소'라 생각했는데, 처음 방문하는 '탄천휴게소'다. 그런데 시설이나 모든 게 정안휴게소 대비 처진다. 왜 이 휴게소를 선택했을까? 당장 급할 게 없어 버스에서 내려 주차해 있는 관광버스를 열병하며 목적지를 확인했다. 우리가 타고 온 걸 포함 여섯 대의 버스 중 두 대는 익히 하는 산악회 버스로 광양 백운산으로 향하고 있었고, 한 대는 낚시, 나머지 두 대는 목적지가 적혀 있지 않아 어디를 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두 산악회가 같은 산으로 가는 걸 보고 갑자기 광양 백운산이 인기인 이유가 궁금해졌다.
휴식이 끝나고 휴게소를 떠난 버스는 10시 28분경 들머리인 백운동에 도착했다. 물론 그 전인 10시경 버스의 실내등 켜졌고, 배낭을 들고 버스에 승차한 등산객은 등산화를 끈을 매는 등 산행 준비를 했다. 일단 등산화를 바로 매고 입고 있던 바람막이를 벗어 배낭에 넣은 후 창밖으로 주변을 확인해보니 굳이 스패츠를 착용할 상태는 아닌 거 같아 착용을 보류하니 준비는 간단하게 끝났다. 그리고 다시 인솔 대장의 주의 사항과 코스에 관해 설명이 있었다. 다른 건 출발 때 했던 발과 같고, 가장 중요한 마감 시각을 공지했는데, 10시 20분경 들머리에 도착 예정이라, 17시 50분에 마감하니 최소 10분 전에 도착해 마감 시각에 떠날 수 있게 하자고 부탁했다. 고로 산행에 주어진 시각은 7시간이 아니라 7시간 30분이다. 그렇게 소요 시간을 늘린 이유에 관해 거리는 짧으나 기복이 심해 쉽지 않은 산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고로 투구봉 갈 생각은 하지 말라는 거다. 그동안 버스는 들머리에 도착했고 예보와는 달리 날씨는 화창해 모자와 색안경이 없으면 힘들 거 같아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꺼냈으나, 한쪽 알이 빠져 있었다. 배낭과 함께 여기저기 굴러다니다 빠진 거다. 즉석 조치가 불가능한 상태라 색안경은 다시 배낭에 넣고 버스에서 내려 다른 등산객과 함께 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2 - 2
버스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고 버스가 주차한 위치가 이해되지 않았다. 잘 만들어진 아스팔트 도로가 앞에 좍 펼쳐져 있는데, 왜 더 가지 않고 여기에 섰는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자신을 설득시키는 데 실패했다. 어쨌든 내리쬐는 햇볕과 아스팔트에서 내뿜는 열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급경사의 도로를 올라가는 건 고역이었다. 더 웃기는 건 그 중간에 산림욕장과 펜션단지가 있었다. 물론 승용차는 유턴도 가능한 정도의 아스팔트 도로가 뻗어 있었다. 산행 중 가장 짜증 나는 게 차로 갈 수 있는 곳을 낑낑대고 걸어서 올라가는 거다. 무언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에 급경사 도로를 따라 15분가량 올라가자 요란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100여 미터를 더 오르자 왼쪽 계곡으로 쏟아지는 물줄기가 보였다. 물줄기의 규모가 생각보다 커, 간밤에 내린 비가 사방댐을 넘쳐흐르는 거라고 여겨 지나치려 했다. 그런데 급경사의 임도 옆 계곡 가에 "용오름폭포"에 소개 안내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이런 규모의 폭포가 있었다고?
산악회에서 나눠준 지도와 코스 설명에 의하면 점전폭포에서 덕태산과 투구봉으로 길이 나뉘는 거로 되어있다. 즉 환 종주의 시작점이자 끝이 점전폭포다. 그리고 인솔 대장이 코스를 설명할 때 폭포 같지 않은 게 분기점이니 주의하라고 했었다. 고로 용오름폭포라는 안내판을 보는 순간 우리의 이정표인 점전폭포는 더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폭포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계곡으로 내려가 동영상과 사진으로 남긴 후 하산 시 알탕은 용오름폭포 근처에서 하기로 했다. 목적을 달성한 후 계곡에서 올라와 급경사의 임도를 올라 고개를 두 번 도는 등 대략 50여 미터를 올라가자 지도가 있는 안내판과 이정표가 있었다. 물론 주변에 폭포는 없었고. 고로 바로 아래서 본 폭포가 이정표인 점전폭포다! 점전이라 부르면 그 뜻을 알기 어렵고, 외우기도 어려워 용오름으로 이름을 바꾼 게 아닐까? 혼자 결론 내렸다. 나중에 안 사실은 두 이름을 같이 쓰고 있었다! 그런데 지도 옆에 있는 이정표에는 덕태산과 투구봉의 갈림길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투구봉에 관한 정보가 없었다. 등산객을 헷갈리게 했다.
들머리에서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올라온 후 드디어 덕태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를 만났다. 정확히 20분 만이다. 버스에서 내려 그 지역의 해발 고도를 확인했을 때 500m가 조금 넘었었는데, 급경사의 임도를 따라 올라오며 든 생각이 '최소한 100여 미터 이상 고도를 높였다.'였다. 역시 예상대로 등산로 시작 지점의 해발이 624m로 참 많이 높였다. 고로 남은 고도는 500m 정도다. 물론 정상까지의 거리와 고도를 고려하면 그 500m는 깔딱으로 아주 힘든 산행이 기다린다는 걸 알 수 있다. 급경사의 등산로를 따라 20분 가까이 올라가자 의자가 있는 쉼터가 나타났다. 같이 가던 등산객들은 그걸 무시하고 계속 올라갔으나, 의자 주위를 둘러보니 정상으로 가는 반대편 바위로 향하는 길이 있는 걸 발견했다. 전망대란 얘기다. 당연히 지나칠 수 없어 배낭을 벗어 의자에 두고 그 전망대로 갔다. 나중에 지도를 보고 안 사실인데, 코스 설명에도 있는 전망대다. 암릉을 타고 올라 전망대에 올라서자, 줌렌즈를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은 걸 후회해야 했다.
뒤로는 덕태산 정상의 모습이 옆으로는 선각산이라 생각되는 산의 모습이 앞으로는 파도치듯 남으로 뻗어 가는 산세! 전망대에서 그 장관을 사진으로 남기고 다시 의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배낭을 둘러메고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다시 깔딱을 3분가량 올라가자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등산로가 나타났다. 당연히 평지가 아니라 경사가 심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 길을 따라 또 10여 분을 가자 왼쪽으로 전망대라기에는 너무 위험한 암벽이 나타나 등산로를 벗어나 그 암벽에서 주변 절경을 감상했다. 좌로 보이는 투구봉에는 정상에 뭔가 이상한 바위가 있는 게 보였다. 그게 뭔지는 산행 종료 직전에 확인할 거고. 아래로는 백운동이. 다시 멀지 않은 정상을 향해 올라 11시 55분에 도착했다. 비슷한 시간에 나를 포함 네 명이 정상에 도착해 서로 인증을 찍어준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 조망은 좋았으나, 이미 전망대에서 다 본 모습이라 감흥은 없었다.
정상을 떠나 다음 봉우리인 시루봉으로 향했다. 시루봉을 향하는 길목에는 헬기장이 있었고, 정상석도 있었다. 과거에는 헬기장을 정상으로 여겼었던 거 같다. 그나마 경사가 심하지 않은 길을 따라 이름 모를 풀숲의 사열을 받으며 12분가량 가자 임도 갈림길이라는 이정표가 있었다. 그 옆은 의자가 두 개 있는 쉼터였다. 그중 하나는 옆으로 퍼진 가지를 뻗친 소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12시가 지난 시각이라 점심 먹을 만한 장소를 찾고 있었는데, 최고의 식당이다. 소나무 그늘로 들어가 배낭을 벗어 의자 한쪽에 두고 자리를 잡고 앉아 소나무를 보니 그 생김이 절묘하다. 부산일보 지도에 따르면 환 종주 길목에 "미인송"이 있는데, 이 소나무를 칭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맞다. 미인송이다. 그 미인송이 만든 그늘 아래 의자에 앉아 준비해간 영양밥과 마늘종 무침으로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다음 등산객을 위해 빠르게 짐을 정리해 미인송의 그늘에서 나왔다.
수분 보충을 목적으로 가져간 오리를 먹으며 앞에 보이는 시루봉을 향해 출발했다. 아주 당연한 얘기로 봉우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봉우리에서 내려가야 한다. 늘 바라는 건 내려가는 구간이 짧기를 바라나, 소위 해발 1,000m가 넘는 봉우리들이라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해서 인솔 대장이 쉽지 않은 산이라며 30분을 추가했고. 그런데 분명 미인송이 있는 이정표에는 시루봉까지 1.24km라는데 앞에 보이는 봉우리는 너무 가까웠다. 고로 뒤에 진정한 시루봉이 있다는 거로 앞의 봉우리에서 뒤 시루봉까지는 얼마나 험난할지 예측할 수조차 없었다. 그런데 시루봉을 가리고 있던 봉우리에 오르는 경사야 애초 예상했던 거지만, 예상도 못한 조릿대 터널을 뚫고 가는 건 더 힘들었다. 만약 비라도 내렸다면 지옥이 따로 없다. 조릿대 터널을 뚫고 정상에 도착하자 저 앞에 시루봉이 보였다. 그리고 한눈에 봐도 오르기 위해 내려가야 할 경사나 거리가 심상치 않았다.
다시 조릿대 터널을 통과해 시루봉 정상에 도착한 시각이 12시 52분이다. 당연히 정상석을 기대하지는 않았으나, 시루봉에서 바라본 전경이라는 다 낡아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입간판이 아쉬움을 더했다. 그나마 알아볼 수만 있었어도 좋았을 텐데. 어쨌든 저 멀리 '천상데미'와 '팔공산'이 보인다는 내용에 다시 한번 줌렌즈를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은 걸 후회하며, 그나마 가져간 카메라의 줌으로 최대한 당겨 천상데미와 팔공산의 전경을 사진으로 남겼다. 역시 모든 건 멀리 떨어져 봐야 그 본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과거 저 두 산에 올랐으나[산행기], 그 모습이 어떤지 그 자리에서는 알 수 없었으나 이렇게 멀리 떨어져 보니, 감회도 새롭다. 그렇게 금남호남정맥의 흐름을 감상한 후 다시 길을 재촉해 선각산 앞에 있는 삿갓봉으로 향했다. 삿갓봉으로 향하는 길은 전형적인 흙산의 모습으로 경사가 급한 거 아니나, 생각보다 많이 내려가 다시 오를 생각에 두렵기까지 했다. 가장 낮은 곳이라고 할 수 있는 고개에 도착하니, 이정표가 두 개나 있는 '홍두깨재'였다. 주변에 달린 산악회 리본을 보니 금남호남정맥에서는 중요한 고개인 거 같았다. 그리고 이정표를 보고 마이산이 금남호남정맥에 속한다는 것도 알았다.
홍두깨재 앞에 있는 봉우리를 삿갓봉이라 생각하고, 힘겹게 정상에 도착하자, 이정표가 반겼다. "삿갓봉 0.35km"! 여기가 아니다. 그런데, 그 정상에 있는 이정표는 삿갓봉과 선각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좌회전을 하라고 가리키고 있으나, 직진 방향으로도 길이 있고, 높은 봉우리가 보였다. 물론 좌로도 봉우리가 있고. 그때 떠오른 게 인솔 대장이 무조건 우로 가라는 얘기다. 그럼 좌회전을 하면 안 된다는 얘긴데, 이정표의 좌회전이야 산에서 흔히 보는 오류라 무시해도 좋은 거고. 그런데 코스 상 삿갓봉을 거쳐 선각산으로 가야 하는데, 앞에 보이는 봉우리까지의 거리는 350m가 될 수 없어, 아무리 봐도 선각산이다. 삿갓봉이라면 뒤에 더 높은 봉우리가 있어야 하는데 없고, 옆에 있는 낮은 봉우리는 투구봉이다. 따라서 좌로 보이는 봉이 삿갓봉이고 그 삿갓봉에서 다시 우회전해서 가는 코스라는 생각이 들어 직진으로 10여 미터 가다가 다시 돌아와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맞다. 왼쪽으로 보이는 게 삿갓봉이다. 전면으로 가면 바로 선각산으로 간다. 시간에 쫓긴다면, 삿갓봉을 버리고 바로 선각산으로 가는 것도 괜찮은 솔류션이다.
2시 정각에 무명봉 정상을 떠나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2시 19분에 삿갓봉 정상에 도착했다. 350m를 내려가고 다시 오르는데, 19분이 걸렸다. 시간에 쫓기는 것도 아니고, 같이 온 등산객 중 선두 그룹에 속해 있었기에 서두를 이유가 없어 삿갓봉 소개 안내판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배낭을 벗어 두고 물통을 꺼내 차가운 물을 마시며 금남호남정맥의 줄기를 감상하며, 작년 7월 흥수와 같이 달린 신무산, 팔공산, 천상데미가 바로 저 정자에서 이어진다는 거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산행기]. 그런데 여유 있게 쉬었다고 생각해도 2~3분이 고작이다. 즉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시간이다. 그렇게 대략 2분 정도 쉰 후 삿갓봉을 떠나 선각산으로 향했다. 선각산으로 향하는 평이한 길을 따라 100여 미터를 가자, 길 왼쪽으로 울창한 숲 사이로 전망대가 보여 숲을 뚫고 암봉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던 중 인솔 대장이 금남호남정맥으로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라며 강조했던 정자 지붕이 보였다. 대장의 말은 금남호남정맥 상에 있는 정자로, 지붕이 왼쪽으로 보이면 제대로 가고 있는 거라고 몇 번이고 강조했었다. 저 정자가 있는 곳이 '정맥의 중요한 고개 중 하나인 오계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망대를 떠나 2시 29분에 금남호남정맥 갈림길에 도착했다. 그런데 선각산 정상 700m 아래에 있는 갈림길 이정표를 보니 그 정자는 오계치가 아니라 갈림길에서 800m 거리에 있는 전망대에 있는 거 같았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자, 다음으로 선각산 정상까지 남은 700m의 깔딱을 올라갈 게 걱정이었다. 대장이 가능하면 가지 말라고 했던 투구봉을 갈 등산객이 몇 명이나 될지 알 수 없으나, 나야 무조건 갈 거니 그에 대비한 체력 안배도 필요했다. 대장이 극구 말리는 거로 봐서 쉽지는 않을 거라, 더욱! 점전폭포 갈림길(대장 말대로 탈출구는 무궁무진)을 지나 정상 바로 아래 전망대에서 아래로 보이는 마을을 보며, '역시 무진장이 대한민국의 오지 중 오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게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다. 물론 저수지가 있다면 그 물이 빠져나가는 통로는 있겠지만.
3시 5분에 선각산 정상에 도착해 주위를 둘러보니, 두 개의 정상석이 있었다. 작은 게 과거부터 있었고, 커다란 게 최근에 세운 거겠지? 일단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배낭을 벗어둔 후 먼저 정상석을 사진으로 남기고, 작은 정상석에 카메라를 놓고 타이머 기능을 이용해 인증 사진을 찍었다. 이후 여기에 전망대를 만든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전망대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물론 전면에 버티고 있는 덕태산과 여기 선각산까지 이어지며 원을 그리는 능선이 장관이나, 그거 때문에 전망대를 세운 건 아닌 거 같고, 덕태산 옆으로 자그마하게 보이는 말의 귀를 보라는 게 아닐까? - 이 글을 쓰면 혹시 2019년 4월 마이산을 갔을 때 정상에서 덕태산을 찍은 사진이 있나, 찾아봤다. 애석하게도 정상에서 주변을 찍은 사진은 하나도 없었다[산행기]. - 희미하게 보이는 마이산을 사진으로 남기고 데크에 주저앉아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 발바닥의 열기를 식혔다. 마지막 남은 고비인 투구봉에 오르기 위한 준비다. 그리고 배가 고파 남은 오이를 꺼내 먹었다.
대략 10분 정도 발의 열기를 식히는 동안 카메라에 있는 사진을 폰으로 넘겨 등산방에 올리는 등으로 노닥거린 후 선각산 정상을 떠나 이번 환 종주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인 투구봉으로 향했다. 선각산에서 보면 투구봉은 한참 아래에 있어, 내려가야 할 고도가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리고 봉우리가 바싹 붙어 있으니, 경사도 심할 거 같고. 역시 예상대로 급경사의 등산로를 하산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나마 간간이 울창한 숲사이로 보이는 전경을 감상하느라 그 힘든 걸 잊을 수 있었다. 급경사의 흙산이 다 그렇듯이 새벽에 내린 비로 미끄러운 진흙 길을 조심하며 25분가량 내려가자 앞에 포장도로가 보였다. 대장 말에 충실한 등산객은 임도를 따라 하산하니 사실상 산행이 끝나는, 그렇지 않은 산꾼은 마지막 봉우리인 투구봉이 임도 건너편에서 시작되는 지점이다.
임도에 있는 이정표를 보고 길을 건너 투구봉 들머리를 찾았다. 그런데 이정표가 가리키는 곳에는 인적은 있으나 등산로로는 보이지 않았다. 투구봉이라는 유명세를 고려하면 분명 정규 등산로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임도 주위를 유심히 살펴보니 10여 미터 아래 나뭇가지에 산악회 리본이 달린 게 보였다. 해서 아래로 내려가 리본 주위를 살펴보니, 투구봉 정상을 향해 잘 다듬은 등산로가 있었다. 당연히 그 등산로를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해발 1,000m가 넘는 봉우리만 7개에 그보다 낮은 봉우리 대여섯 개를 오르내리느라 체력이 바닥을 쳐 마지막 봉우리인 투구봉을 오르는 건 정말 힘들었다. 마지막 한 방울의 체력까지 짜내 16분가량 올라가자 전망대가 나타났다. 물론 등산로에서 벗어난 바위다. 일단 전망대로 올라가 한숨을 돌린 뒤, 앞에 보이는 선각산을 감상했다. 선각산 모습을 몇 장의 사진으로 남긴 후 다시 정상을 향해 치고 올라가 2분 후에 투구봉 정상에 도착했다. 그 시각이 4시 7분으로 산행 마감까지 1시간 43분이 남았다.
정상에 정상석은 없었으나, 쉴 수 있는 의자는 있었다. 의자에 앉아 물보다 녹지 않은 얼음이 더 많은 물통을 탈탈 털어 물을 마시고 옆을 보니 큰 바위가 있었는데, 그 바위 투구처럼 생겨 투구봉이라는 이름을 붙인 거 같았다. 봉우리의 모습이 투구가 아니라. 산에 있는 모든 바위가 그렇듯이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 보이나, 투구라면 투구다! 충분히 휴식 후 4시 9분에 아래로 보이는 암봉을 향해 내려갔다. 투구봉의 해발은 972m, 바로 아래에 있는 점전(용오름)폭포는 600여 미터, 고로 400m 가까이 내려가야 하니 그 경사는 보통이 아니라는 걸 예상할 수 있었다. 생각대로 급경사의 등산로를 따라 내려갔는데, 군데군데 너덜로 있고, 투구봉 정상까지의 등산로와는 상태가 질적으로 달랐다. 다만, 부산일보가 만든 지도에 있는 로프라는 부분이 암릉에 설치된 밧줄이라 여겨 나름 기대가 컸었는데, 그 밧줄이 아니라, 목봉이나, 철봉에 밧줄을 건 안전가이드 구간이었다. 다시 말해 꼭 있을 이유가 없는 로프!
투구봉 정상에서 보였던 암봉을 지나자, 그나마 길도 희미해지고 중간중간 없어지기도 했다. 관목과 풀이 길을 덮고 있는 게 최근에 여기를 지난 산꾼은 소수에 불과한 거 같았다. 관목을 헤치고 돌을 밟는 순간 뭔가 재빠르게 꿈틀거리며 도망가는 게 보였다. 귀여운 새끼 뱀이다. 이번 산행에서 두 번째 보는 뱀이다. 처음은 선각산 정상 바로 아래에서 급하게 도망갔던 놈이고. 역시 오지는 오지다. 하루에 뱀을 두 번 본 거는 2019년 10월 대구 팔공산[산행기]에서 본 이후 두 번째다. 어떻게든 길을 찾아 내려갈수록 계곡에서 들리는 물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임도가 가까워진다는 얘기다. 그러다 작은 계곡을 지나면서 갈증 해소를 위해 물을 받아 마시기도 했다. 작은 계곡을 지난 후 길은 계곡 너덜을 따라 내려가고 있었으나, 그나마 길임을 알려주고 있는 건 ‘부산일보 산&산’ 팀의 리본이었다.
고도가 낮아질수록 계곡의 물소리만 커지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남녀의 말소리도 섞여서 들려왔다. 계곡에서 씻고 있는 등산객 소리 같았다. 그럼 비록 알탕은 아니나 속옷을 입고 물에 뛰어들 생각인데 아무래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 가능하면 주 계곡에 도착하기 전 이 작은 계곡에서 단독으로 씻을 수 있을 만한 소가 있기를 바라며 갔다. 그런데 최근에 내린 비 덕분인지 수량은 풍부했으나, 그 풍부한 수량을 담을 만한 소는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며 계곡을 주시하며 가다 보니 어느 순간 폭포 같은 게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용오름폭포 상단이다. 그리고 등산객이라 생각했던 남녀의 목소리는 관광객이 폭포를 구경하며 감탄하는 소리였다. 어쨌든 덕태산에서 시작해 선각산 투구봉에서 끝나는 원을 완성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분명 지도에도 있는 등산로라 당연히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없었다. 고로 최근의 비로 불어난 계곡을 건너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인솔 대장이 이거까지 생각하고 투구봉행을 말렸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으나, 결과적으로 말린 게 잘한 거였다.
폭포로 내려가는 건 의미가 없고, 폭포 상단에서 건널 수 있을 만한 곳을 찾다가 건너편 바위 위에 있는 텐트를 발견했다. 누군간 너럭바위에 텐트를 치고 신선놀음을 즐기고 있었다. 관광객이든 등산객이든 이 방향으로는 오지 않을 테니, 최고의 휴식처다. 텐트는 텐트고, 유심히 계곡의 물흐름과 깊이를 관찰하다가 건너편 큰 바위 쪽이 비록 물살은 세나, 물이 깊지 않아 어렵지 않게 건널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텐트 안에서 누군가 지켜보든 말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어서, 속옷만 남긴 채 겉옷을 다 벗었다. 그리고 먼저 배낭을 건너편에 가져다 놓고, 돌아와 신발과 옷가지를 들고 다시 건넜다. 이후 속옷을 입은 채 물로 뛰어들어 덕태산에서 흘린 땀을 덕태산 백운동계곡의 물로 씻어냈다. 5분 정도 계곡에서 땀을 씻은 후 입었던 속옷을 빨아 꼭 짜서 다시 입고 5시 3분경 계곡을 떠났다. 그리고 17시 6분 오전에 용오름폭포를 찍었던 위치에 도착해 기록의 의미로 다시 폭포 사진을 찍었다. 10시 44분에 처음 찍었고 지금이 17시 6분이니, 원을 그리는데 6시간 22분이 걸렸다. 거리는 10km가 조금 넘는데 , 물론 휴식 시간 포함이다!
임도를 따라 버스가 기다리는 들머리로 내려가며 시간을 계산해보니, 덕태산장에서 하산주 한잔할 시간은 충분했다.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내려가는데, 임도가 끝나고 마을 도로가 시작되는 지점에 있는 의외의 버스에 놀랐다. 우리가 타고 온 산악회 버스다. 아니,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는데, 왜 아침에는 한참 아래에 세월을 까? 과거사는 떠들어봐야, 어쨌든 열기를 내뿜는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내려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 시각이 5시 11분으로 이번 진안 덕태산, 선각산 환 종주 산행을 마감한 시각이다.
3
오전에 배낭을 들고 탔다가 불편했던 기억에 상경은 최대한 편하게 가기 위해 버스에서 필요한 걸 빼고 배낭을 짐칸에 실었다. 그리고 슬리퍼로 갈아 신고 나와, 버스 주변에서 앉아 쉬고 있는 등산객에게 술이 있는 산장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모른다는 거였다. 해서 덕태산장을 찾으러 내려갈까 하다가 포기했다. 분명 오전에 올라오며 산장을 찾았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고로 지금 찾으러 내려가 봐야 못 찾을 확률이 높고 괜한 수고만 더할 뿐이었다. 문제는 남은 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내느냐 였다. 해서 산림욕장이 있는 계곡으로 내려가 노닥거리다가 마감 시각 20분 전인 5시 30분에 버스로 돌아왔다.
5시 40분경이 되자 백운동 계곡 여기저기 끼리끼리 흩어져 물놀이와 하산주를 마시던 등산객과 하산이 늦은 등산객이 속속 도착했으나, 한 명이 정각에 도착하는 바람에 예정보다 2분 늦은 5시 52분경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출발하며 졸지에 인솔 대장을 한 산꾼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상경 중 저녁을 못 먹은 승객을 위해 휴게소에서 20분가량 정차한다고 하자, 여기저기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냥 서울로 가지 무슨 저녁이냐?’가 불만의 이유다. 나도 계속 가는 걸 지지하나, 기사는 쉬어야 하니, 20분이 아니라 10분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었다. 어쨌든 버스는 세종시 부근에서 소나기를 만나기도 하며,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 이안휴게소에 정차했다. 인솔 대장이 최종 공지한 휴식 시간은 타협점인 15분이었다. 물 외에는 생각이 없어 버스에서 내려 배낭에서 물통을 꺼내 녹은 물은 마시고,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을 꺼내 깨물어 먹는 거로 갈증을 해소했다.
한 명의 승객이 늦게 타는 바람에 예정보다 1분 늦게 휴게소를 떠난 버스는 신갈, 죽전 순으로 승객을 내려주고 9시 8분에 신사역에 도착했다. 신사역에서 집으로 가는 여러 방안 중 가장 편하고 짧으나 시간은 오래 걸릴 수 있는, 녹번역 버스 환승 코스를 선택했다. 일단 전철이 녹번역에 도착할 즈음 버스의 운행 상황을 확인해 보니, 없다. 그럼 택시지, 해서 역 밖으로 나가 주변을 둘러보니, 평일이면 늘 대기하고 있던 택시도 없다. 어쩔 수 없이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 5분 후 도착한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사실 오후 4시부터 배가 고팠는데, 먹은 거라고는 오이 반쪽과 물이 다라 거의 아사 직전이라 가능한 한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산악회 계획 중 A 코스' 백운동 → 점전(용오름)폭포 → 조망바위 → 덕태산 → 미인송 → 시루봉 → 홍두깨재 → 삿갓봉 → 선각산 → 한밭재 → 투구봉 → 점전(용오름)폭포 → 주차장'의 13.2km(트랭글 기준), 6시간 44분의 환 종주였다. 이동 6시간 11분, 휴식 33분!
산세 자체가 훌륭할 뿐만 아니라, 조망도 탁월해 적극 권하는 산이다.
물론 백운동 계곡도 좋다.
본의 아니게 금남호남정맥 구간을 달린 산행으로 트랭글 팔공산 구간을 완주했다는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첫댓글 배고픈데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