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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영 새 차 안. / 낮
여전히 고개를 까불대는 강아지 두 마리.
운전을 하고 있는 영새.
채린: (강아지 코를 건드리며)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영새: 그랑 알레그로 배우고 싶다고 했지.
채린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진다.
발 레 연 습 장. / 낮
바(Barre)를 잡고 연습하는 무용수들.
여기저기 몸을 풀며 뽀웽뜨 자세로 걷기도 하고, 짝을 이뤄 아라베스크 동작을 하고 있다.
신기한 듯, 사람들을 둘러보는 채린.
영새가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 가면
발레의 한 꼭지를 연습하고 있는 커플.
공중에서 회전하며(뚜르 앙레르) 발레 5번 자세를 취한다.
놀란 눈으로 보는 채린.
마무리를 그랑 알레그로로 마치는 커플.
채린: 저, 저걸 퀵스텝에 적용시킨다는 거예요?
영새: 춤이란 건 자기 내면의 자유스러운 표현이야. 이미 있던 틀만을 고집할려면, 춤을 출 이유가 없지. 할 수 있겠니?
고개를 깊게 끄덕이는 채린.
영 새 의 집 - 플 로 어. / 밤
영새의 손을 잡고, 턴을 하면서 뚜르 앙레르를 시도하는 채린.
공중회전은커녕 반도 돌지 못하고 바닥에 나뒹군다.
벌떡 일어나서, 다시 도전하는 채린.
와당탕 바닥에 떨어질 뿐이다.
바닥에 떨어지는 채린의 모습이 여러 번 반복되면
차마 못 보겠다는 듯이 손으로 눈을 가리는 미수와 철용.
땀으로 범벅이 된 채린을 보며
영새: (난감한 표정이다.)
채린: 아니오! 할 수 있어요. 지난 번 그 언니도 처음부터 잘한 건 아니잖아요.
영새: 좋아.
채린, 자세를 잡는다.
푸우~ 숨을 뿜어 올리면,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영새의 버릇처럼.
체 육 관. / 밤
바닥에 매트리스가 깔려 있고 공중으로 서커스 연습 마냥 줄이 매달려 있다.
줄이 연결된 벨트를 매고 있는 채린.
영새의 손동작에 따라, 도약 공중회전을 한다.
균형을 잡지 못하고 거꾸로 처박히거나, 옆으로 고꾸라지는 채린.
영새: 균형을 잃지 말란 말야.
실제에선 힐을 신으니까 발롱(착지의 가벼움이나 탄력)이 없어서 충격이 몇 배가 될 수가 있어. 땀으로 범벅이 된 채, 고개를 끄덕이는 채린.
다시 도약을 하는 채린.
잡아주던 영새의 인상이 찡그려진다.
무릎이 아프다.
계속 하라는 시늉을 하는 영새.
팡팡 뛰어오르며 몸을 휙휙 돌리는 채린.
착지 동작에서 번번이 균형을 잃고 만다.
온 얼굴에 상처투성이고, 땀으로 범벅이지만, 기필코 일어나는 채린.
채린의 모습이 먼발치에서 누군가의 시야로 보인다.
(소리): 제법인데? 예전 그 계집애 보다 훨 나아.
(소리): 그렇죠?
카메라, 소리 나는 쪽으로 이동하면 남자 둘의 뒷모습.
(소리): 마선생 덕분에 한시름 덜겠는 걸?
(소리): 별 말씀을요.
돌아서는 남자 둘. 현수와 상두다!
현수: 그 놈은 괜찮을까?
상두: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화면을 빠져나가는 현수와 뒤를 따르는 상두.
멀리서 미친 듯이 연습을 하는 채린의 모습이 보인다.
영 새 의 집. / 밤
소파에 앉아 있는 채린.
채린의 발을 씻겨주고 있는 영새.
퉁퉁 부운 발을 올려놓고, 마사지를 하고 있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채린.
채린: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영새: 뭐?
채린: 그 언니한테도 이렇게 해줬어요?
영새: (손길이 멎었다가. 다시 마사지를 한다.)
채린: (불안하게 본다.)
영새: 지금 내 파트너는 장채린이야. 이후에도 그럴꺼고.
채린, 행복감에 배시시 미소가 떠오른다.
채린: 아저씨.
영새: 아저씨라고 부르지 말라니깐!
채린: (더 짓궂게) 아저씨, 내 생일에 뭐 해 줄꺼예요? 나도 이제 스무 살 되는데
영새: 뭐 받고 싶은데?
채린: 음 63빌딩 전망대에 가고 싶어요. 거기서 식사도 할 수 있다면서요?
영새: 그리고?
채린: 그리고 음……. 여기선 장미 스무 송이, 향수 그리고……. (할 말은 있지만) 뭐, 그런 거 해준 대면서요.
영새: 야! 누가 그래? 그거 다 장사 속에서 나온 말들이야. 장미 받고 향수 뿌린다고 스무 살 되냐?
채린: 그럼, 안 해 줄 건가요?
영새: 떡! 해줄게. 미역국도……. 끓여주고
채린: (뾰루퉁 입이 삐져나와 혼잣말로) 피~ 여기가 연변인가
발을 삑 빼더니, 쿵쾅거리며 커튼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영새: 야! 물은 닦고 가야지.
채린: 몰라요. 칫~
웃는 영새.
몸을 일으켜 세우다가 무릎이 당기는 지 다리를 붙잡는다.
영 새 의 집 - 플 로 어. / 낮
홀로 대걸레를 가지고 플로어를 청소 하는 채린.
그런 채린의 뒷모습이 몹시 힘들어 보인다. 그러다가 채린의 표정이 야릇한 미소로 변화더니 갑자기 대걸레가 파트너인 것처럼 리듬에 맞춰서 춤을 춘다.
그런데 이때, 영새가
영새: 장채린! 걸레질 하다말고 뭐해?
채린: …….
영새: 너 요즘 시험공부 안 하더라. 중국으로 쫓겨나고 싶어.
영새 쪽을 보는 채린, 순간 얼굴이 일그러지며 화면은 식탁으로 바뀐다.
- 식탁 -
영새와 채린 식탁에 서로 마주보고 있다.
영새: 다음중 효를 주제로 한 문학 작품은?
1. 가루지기 2. 암행어사전 3. 심청전
채린: 일번 가루지기요.
영새: 야~ 가루지기는 그거란 말이야……. 그거……. 이거는 효라고 효.
채린: 그거라니요? 그게 뭔데요?
영새: 야, 너 그거도 몰라? 그거……. (말은 못하고 말 돌리려고) 야~ 어쨌든 가루지기는 아니야. 다음문제.
채린: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둥한다.)
영새: 음……. 다음은 한글을 만든 사람은?
채린: ……. (모르겠다는 인상을 쓴다.)
영새: 그것도 몰라?
채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힌트 없어요?
영새: 힌트?
채린: 네.
영새: 음……. 큰 왕이였어. 어! 흔히 대왕이라고 하지.
채린: (마치 알았다는 듯 웃다가) 아~ 아 선덕여왕이요.
영새: (기가 막힌 표정으로 채린을 본다.) 여왕이 아니라 대왕 이였다니까.
채린: (눈치를 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광개토……. 대왕이요.
영새: 너 이렇게 시험 봐서 중국으로 쫓겨날려 그래? 60점 미만이면 재시험인거 알지?
채린: 걱정 말어요. 틈틈이 하고 있어요. (애교를 떨며) 그거보다도 우리 춤 연습해야죠.
채린은 눈치를 보며 춤 연습 할 준비를 한다.
영새는 그런 채린이가 귀여운지 웃는다.
*주석 - 귀화적격시험 :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때 보는 시험으로 6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이다.
영 새 의 집 - 플 로 어. / 밤
영새의 리드에 따라 퀵 스텝을 밟고 있는 채린.
한쪽에선 춤발이 확실히 발전한 철용과 미수가 자이브를 추고 있다.
철용, 미수를 휙 밀쳐, 턴을 시키고
미수 혼자서 스킬을 발휘하면서, 철용에게 다가온다.
철용의 받침을 기대하면서, 몸을 눕히는 미수.
그러나 철용의 시선은 다른 곳에 고정되어 있다.
바닥에 일자로 터엉 넘어지는 미수.
머리를 만지며
미수: (빽!) 오빠!
철용, 넋이 빠진 모습으로 어딘가를 보고 있고 미수도 시선을 돌린다.
영새의 리드에 따라 스텝을 밟던 채린.
그랑 쥬떼로 공중에서 한차례 힘을 준다.
영새의 손끝을 잡고 도약을 하는 채린.
공중에서 한바퀴 턴을 한다. 뚜르 앙레르가 성공이다.
입이 떠억 벌어지는 미수와 철용.
채린, 마지막 그랑 알레그로를 피니쉬로 장식하며 앤드 자세를 취한다.
덩달아서 앤드 자세를 취하는 철용과 미수.
숨을 헉헉대는 채린과 영새.
가슴이 벅차 아무 말 없이 씩씩대며 서로를 쳐다본다.
따뜻하고 확신에 찬 시선이 교차한다.
흥분이 가시지 않는 채린의 표정.
영새, 고개를 천천히, 그러나 힘 있게 끄덕여 준다.
채린, 눈물이 핑 돌며 영새를 꼬옥 안는다.
등을 다독여주는 영새.
철용: 만세 ~
미수: 와아~
철용: 형! 형수님!
돌아보면. 엄지손가락을 세워주는 철용.
채린과 영새 돌아보며 웃는다.
영새, 채린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기다가
휘청하면서, 오른쪽으로 넘어진다.
놀라서 바라보는 셋.
영새: 아, 아냐. 잠깐 다리가 풀려서……. 곧 괜찮아질 거야.
건 너 편 옥 상. / 밤
열렬하게 박수를 치고 있는 은혜. 눈이 글썽글썽하다.
김 과장도 왠지 흐뭇한 표정이 된다.
병 원. / 낮
엑스레이 사진을 끼워 넣는 의사.
영새 앉아 있다.
의사: 운동은 삼가라고 했잖습니까? 보세요, 지난 번 다친 연골에 무리가 갔잖아요. 계속 이러다간
삐익~ 문소리가 들린다. 의사 돌아보면 나가려는 영새.
의사: 나영새씨.
영새: 여기 있으면, 또 입원하라고 하실 거 아닙니까? 전 할 일이 있습니다.
의사: (한숨) 좋습니다. 한 가지만 당부하죠. 무릎에 절대 무리한 충격 주지 마세요. 불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영새, 고개를 끄덕인다.
의사: 무릎 보호대 착용하는 거 잊지 마시고요.
영새: 고맙습니다.
영 새 의 집 앞. / 밤
시장바구니를 들고 오는 채린.
비밀장소를 열어 보지만, 열쇠가 보이지 않는다.
문을 열어 보면 안은 깜깜하다.
바깥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불빛만이 희미할 뿐이다.
문 옆 스위치를 올리는 채린.
여러 번 딸깍거려도 불이 켜지지 않는다.
채린: 정전인가? 아저씨? 아저씨?
적막하다.
채린, 신발을 벗고 올라서면 띡! 하는 소리와 함께 구석의 탑 라이트가 켜진다.
하얀 드레스와 하얀 구두가 빛을 받아, 더욱 하얗게 반짝거린다.
탄성을 지르는 채린.
채린, 드레스를 만져본다.
채린: 너무 이쁘다~
영새: 너 설마, 그 복장으로 대회 나갈 건 아니지?
채린: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아저씨 고마워요.
채린 영새에게 안긴다.
수줍은 듯 미소를 짓는 영새의 얼굴.
한 국 무 도 협 회. / 낮
‘국가대표 선발대회 참가원서 접수대’라고 적힌 책상.
모던 댄스 파트와 라틴 댄스 파트가 따로 준비되어 있다.
한 두 쌍이 접수를 하고 나가면 들어오는 영새와 채린, 철용과 미수.
철용, 몸을 휙휙 돌려 접수 대에 선다.
서류를 착 내면서
철용: 국가대표 이철용,
미수: (애교를 떨며) 오미수.
철용, 미수 접수하러 왔습니다.
채린과 영새, 빙긋 웃는다.
서류를 접수하는 영새.
서류를 받아 컴퓨터에 접수하는 남직원.
남직원: (서류를 보면서 컴퓨터에 접수를 하면서) 나영새씨, 파트너가 장채민씨?
영새: 네.
남직원: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잠깐만요.
남직원은 다시 컴퓨터를 쳐본다.
남직원: (다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영새를 보며) 장채민씨는 먼저 접수가 되어 있는데요.
영새: 예?
채린: 그게 무슨 얘깁니까?
남직원: (클릭을 하더니) 접수번호 45번으로 되어 있는데요. 45번도 같은 모던댄슨데 괜찮겠습니까?
영새: (뭔가 짚히는 게 있는지) 파트너가 누구죠?
남직원: 정현수씨로 되어 있는데요.
철용: 정현수? 정현수라면. 형?!
미수: (눈치 없이) 옛날 영새 오빠 파트너 데려간 사람?
철용: (미수에게 왜 그런 말을 하느냐 하는 식으로 눈치를 준다.)
영새: ……!
채린: (당황해서) 아저씨……. 무슨 말이예요? 내가 왜 접수가 돼있어요?
얼굴에 분노가 치미는 영새.
영새: (철용에게) 채린이 데리고 먼저 집에 가 있어! (휙 밖으로 뛰쳐나간다.)
채린: 아저씨! 아저씨!
영 새 의 집 건 물. / 낮
맥이 빠진 얼굴로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채린.
문을 열려고, 열쇠를 찾다 보면, 문이 열려 있는 게 보인다.
긴장하는 채린.
문을 슬그머니 열면 현관에 양아치 같은 선규와 영준 둘이 서 있다.
플로어에 영새가 그려놓은 발자국 위를 뜀뛰기하듯이 발로 디디며 이리저리 뛰고 있는 남자 둘.
채린을 발견하고, 씨익 웃는다.
선규와 영준을 보고 긴장하는 채린.
상 두 사 무 실. / 낮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영새.
얼굴이 씨근덕 씨근덕 열이 뻗쳐 있다.
영새: 어떻게 된 거야?
상두: 앉아라.
영새: 어떻게 된 거냐구! 다시 춤추라는 건 형이었잖아!
상두: 진정하고 앉으라니까!!
(소리): 화낼 만도 하지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보면은 현수와 경용, 기철이가 사무실로 들어오고 있다.
영새는 현수의 옆에 있는 경용과 기철을 보면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다.
- 플래쉬 컷 - 프롤로그의 대회장소.
경용이 넘어 질려는 영새의 위로 쓰러지면서 무릎을 고의적으로 세게 부딪힌다.
영새는 경용과의 충돌로 매우 고통스러워하며 넘어진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영새는 분노의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영새: 정현수……. 너 이 개자식! 그럼 그 때도…….
현수: 마선생이 무슨 죄가 있겠니? 돈이 죄지.
영새: ……. ! (상두를 쳐다본다 ) 형! 그럼…….
상두: (외면한다.)
현수: 너무 설치면 부러지는 거야. 지난 번 니가 키운 세영이란 앤 별로 쓸모가 없더라구. 뭐랄까~ 너한테 중독이 된 애랄까? 니가 가르친 춤밖에 출 줄 몰라. 어떡하겠니 버릴 수밖에.
영새: 이런 개새끼…….
현수: (빙글 웃으며) 이번 애는 괜찮아 보이던데
순간, 영새는 현수의 멱살을 잡아 캐비닛 앞으로 몰아 부치며 현수의 얼굴을 주먹으로 친다.
영새에게 달려들어 영새를 제지시키는 경용, 기철.
영새를 패면서 끌고 나간다. 나가면서도 바락바락 대드는 영새.
현수: (경용과 기철에게) 놔 둬!
영새를 끌고 나가던 경용과 기철은 영새를 놔준다.
영새: 똑똑히 들어 둬. 너 같은 새끼한테 다신 안 져!
상두: 영새야! 그만해.
현수: (상두에게 간섭 말라는 듯 손을 흔들더니) 그 친굴 좋아하는 모양이지?
영새: ……!
현수: 그래서 말인데 불법체류자가 위장 결혼한 게 들통 나면 어떻게 되는지 아나? 영구 추방이라더군. 설마, 걜 중국으로…….
다시 달려들려는 영새.
영새: 뭐라구 이 개새끼야…….
상두: 영새야! 그만해! 장채린이가 너한테 뭐야? 돈 주고 사온 애 아니야? 돈 받고 팔면 그 뿐이야.
영새: 뭐? 그게 말이나 돼? 이게 다시 시작하라는 거였어? 형이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이! 시발!!!
상두: 방법이 없었어, 이런 낡아빠진 교습소에서 아줌마들 손잡아 주면서 평생 살수는 없잖아.
영새: 그래서, 날 팔았어?
상두: 미안하다. 너라면……. 니가 키우는 애라면 오케이 할 거라고 생각했다. 넌 대한민국 최고니까.
영새: 집어 치워! (책상 위를 와르르 쓸어버리며) 집어치우라고! 지난번 한 번이면 족해! 더 이상은 못 당해! 아니 안 당해!!
문을 걷어차고 나가버리는 영새.
상두, 착잡하다.
현수: 확실히 해둡시다.
상두: …….
영 새 의 집. / 낮
벽에 기댄 채, 손을 뒤쪽으로 가리고 서 있는 채린.
결의가 가득한 얼굴이다. 단호하게
채린: 아니오. 난 어떻게 되도 좋아요. 아저씨가 날 원하면……. 난 춤을 출꺼예요!
선규: 이봐! 잘 생각하라고. 위장결혼한 대가로 나영새가 빵에 가도 좋다는 얘기야, 지금?
채린: 아저씨가 선택할 문제예요! 할 얘기 끝났으면 나가 주세요, 어서요!
선규, 머리를 긁적인다.
이때, 울리는 핸드폰 소리.
준: 여보세요. 예. 씨도 안 먹히는 데요. 예? 알겠습니다. (핸드폰을 끊고) 나영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니 책임인 줄 알라구.
선규와 영준 퇴장한다.
당당하게 버티고 서 있던 채린. 주르르 무너진다.
거 리. / 밤
언덕배기 길을 올라오고 있는 영새.
뒤쪽에서 라이트를 끈 자동차 한 대가 따라온다.
슬쩍 돌아보다가, 다시 걸어가는 영새.
급 발진하는 소리와 함께, 영새 뒤를 따르는 자동차 불빛.
돌아보는 영새.
뛰기 시작한다. 통증이 있는지, 주춤대면서 달리는 영새.
언덕을 오르는 순간. 정면에서도 하이빔을 켠 차가 달려온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절망적으로 주위를 돌아보는 영새.
끼이익 소리와 함께 영새 무릎 앞에 멈춰서는 차량.
식은땀과 함께, 신음을 흘리는 영새.
라이트 너머로 보이는 그림자.
히익~히익~ 숨을 쉬던 영새 점차 분노가 솟아오른다.
비명처럼 소리를 지르며 본넷으로 달려드는 영새.
영새: 이 개새끼들아!
창유리를 걷어차는 영새.
구두 축에 앞 유리가 박히면 문을 열고 나오는 경용과 기철 외에 남자 3명이 더 나온다.
경용과 기철은 영새를 보고는 시니컬하게 웃는다.
영새: 시팔 또 니들이냐? 그래 한번 덤벼봐! 니들한텐 두 번 다신 안 당해! 덤벼, 덤벼 보라고.
발길질을 하는 영새.
덤벼드는 남자 3명의 면상을 향해 발길질을 날린다. 죽기 살기로 싸우는 영새. 그러나 다가오는 남자1 각목으로 영새의 무릎을 갈겨 버린다.
각목이 부러져 나가고, 텅하는 소리와 함께 눈이 홉뜨는 영새.
꺼어억~ 신음소리도 채 내지 못한 채, 본넷트 위로 고꾸라지는 영새.
이때, 차에 타고 있던 경용이가 급 후진을 하면 본넷트 위에 있던 영새는 바닥으로 구른다.
영새는 덜덜 떨리는 손을 뻗어 다리를 만져보면 찢긴 옷 사이로 핏물이 흐르고 있다.
영새의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이 솟는다.
영새: 으아아~ 으아아 ~
야차처럼 소리를 지르는 영새.
영 새 의 집. / 밤
창 밖을 내다보는 채린.
두 팔로 가슴을 안고, 불안하게 서성인다.
철컹 문에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왈칵 열리면 몸을 겨누지 못하는 영새 모습이 드러난다.
거칠게 보이는 영새의 시선으로
비명을 지르며 다가오는 채린.
흔들거리는 실내.
영새를 부축하려는 채린을 거칠게 뿌리치는 영새.
바닥에 나뒹구는 채린.
채린: 아저씨 ~
울음이 터져 버린 채린.
다시 다가오지만 고함을 지르며 채린을 밀치는 영새.
벽면을 손으로 받치고 몸을 가누는 영새.
둘의 결혼사진 판넬이 바닥에 떨어진다.
흔들거리는 시야로 소파에 몸이 덜컥 떨어지는 영새.
으억~ 으억~ 고통에 찬 비명을 내쉰다.
채린 다가오면
영새: 가까이 오지 마!
채린, 다시 영새 손에 밀려 바닥에 주저앉는다.
흐트러진 영새의 시선으로 보이는 채린의 울고 있는 모습.
점차 어두워지며 채린의 울음소리와 아저씨를 부르는 소리만
영 새 의 집. / 밤
다리에 붕대를 감고 우두커니 앉아 있는 영새.
입술이 말라있다.
미수와 철용도 한 쪽에서 우두커니 서 있다.
채린, 수건을 가지고 다가온다.
얼굴을 닦아주려는 채린.
타악~ 걷어내는 영새.
채린은 주방 쪽에 가서 조용히 앉아 수건을 만지작거린다.
건 너 편 옥 상. / 밤
역시 우울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김 과장과 은혜.
김 과장: 며칠째 저러고 있는 거야?
은혜: 상심이 크겠죠 대회에 출전도 못할 텐데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잖아요.
김 과장: 내가 연습해서 대신 나갈까요?
은혜: 그 몸으로 되시겠어요?
김 과장: 그렇죠. 근데 최은혜씨 우리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죠?
쩝쩝 입맛 다시는 두 사람.
영 새 의 집. / 밤
달력을 우두커니 보고 있는 영새.
시합 날짜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
핸드폰을 꺼내드는 영새. 만지작거린다.
결심이 선 듯이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영새: 영샙니다. 채린이……. 데려가 주십시오. 더 이상 내 파트너……. 아닙니다.
이때, 터져 나오는
채린: 거짓말! 아저씨 거짓말쟁이야! 나랑 춤춘다고 해 놓고선 지금도 이후로도 나만 아저씨 파트너라고 했잖아요!
영새: 애처럼 굴지 마.
채린: 내가 누구 때문에 춤을 췄는데. 춤추는 동안, 아저씨만 사랑하라고 했잖아……. 근데 이제 와서 누구랑 춤을 추라는 거야.
영새: 채린아.
채린: 난 아무렇게 돼도 괜찮아요. 중국으로 쫓겨나도 괜찮아요. 돈은 벌어서 갚으면 되잖아. 아저씨, 다리 나을 때까지 기다릴게 여기서 꼼짝 안하고 아저씨 낫기만 기다릴게요. 아저씨가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다른 사람이랑 춤추라고만 그러지 마세요. 응?
채린을 뿌리치고, 비척대며 일어나는 영새.
영새: 내 말 못 알아듣겠어? 니가 귀찮아, 아주 싫어 죽겠어! 너 웃는 것도 싫고, 애처럼 징징대는 것도 꼴 보기 싫어! 보기 싫으니까, 다 가지고 가! 니가 들고 온 이 쓰레기들 다 가지고 가!
닥치는 대로 걷어차고, 집어 던지며
영새: 이 딴 거 다 필요 없어! 이게 뭐야? 반디? (수족관을 걷어찬다.) 웃기지 마. 그따위 것들 안 믿어. (반디를 발로 밟는다.)
채린: (반디를 몸으로 막으며) 아저씨 그러지 마세요. 엉~ 엉~
영새: (결혼사진을 보고는) 이건 또 뭐야? 결혼사진? 니 까짓거랑 무슨 결혼이야! 결혼은!
(결혼사진을 던지자 결혼사진이 찢어진다.)
바닥에 나뒹구는 반디들과 찢어진 결혼사진.
채린: 아저씨~ 왜 그래요
닥치는 대로 걷어차고 내던지는 영새를 붙잡는 채린.
채린에게 딱 따귀를 갈기는 영새.
영새: 너 왜, 내 말. 내 말귀를 못 알아듣니? 엉! 이제 다 필요 없으니까. 꺼지라고! 꺼지란 말야! 이건 또 뭐야?
진열되어 있는 드레스와 턱시도우를 잡아 찢으려 하는 영새.
채린: 아저씨~ 하지 마요~ 하지마! (울음을 터뜨린다.)
멈칫 하는 영새.
영새의 손을 풀고 턱시도우를 당기는 채린.
채린: 갈게. 내가 갈게요. 찢지 마요. 아저씨가 제일 아끼는 옷이잖아. 아저씨, 춤출 때 입을 옷이잖아
채린, 읍읍 울음을 삼키며 옷 가방을 챙긴다. 주섬주섬 아무렇게나 집어넣는 채린.
드레스와 신발을 개켜 넣는다.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는 영새.
울음을 삼키고, 목소리를 진정시키려 애쓰며
채린: 아저씨……. 나 안 미워하죠? 이대로 가도……. 나 안 미워 할 꺼죠?
채린의 눈에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린다.
돌아서 어깨를 들썩이면서 플로어를 가로질러 나가는 채린.
영새, 입술을 꼬옥 깨문다.
현 수 의 댄 스 교 습 소. / 낮
음악이 흘러나오면 화면 안으로 들어오는 현수의 옆모습.
손을 뻗어, 우두커니 서 있는 채린에게 춤을 청한다.
홀드를 하면서, 채린의 등에 손을 대고 당긴다.
일순간, 버팅 기는 채린.
움찔하는 채린을 꽉 끌어당기는 현수.
두 사람 왈츠를 추기 시작한다.
자꾸, 동작이 엇갈리는 현수와 채린.
현수, 멈춰 서서, 채린을 노려본다.
채린, 체념하듯 고개를 숙인다.
다시 리드를 하는 현수.
현수의 리드에 밀림이 없이 부드럽게 따라하는 채린.
뭐라고 쑤군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연습생들.
피니쉬 동작을 마치면
현수: 오케이. 다음 퀵스텝! (신호를 보낸다.)
채린: 한 가지 물어봐도 돼요?
현수:……. ?
채린: 정말 사랑하는 사람하고 춤을 춰 본적 있나요?
현수: 다시 말 안 한다. 니 머리 속에서 나영새, 그 놈 지워!
영 새 의 집. / 밤
차차차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미수와 철용.
두 사람 모두 춤을 추면서도, 시선은 영새에게 가 있다.
우두커니 망가진 미니 분수대를 보고 서 있는 영새.
건 너 편 옥 상. / 밤
몸을 숙인 채로, 영새 쪽 창문을 보는 김 과장과 은혜.
김 과장: 이제 부부가 아닌 것도 드러났는데……. 슬슬 움직여 볼까요? 은혜씨 사진 찍어 놓은 것들 찾아놨겠죠? 확실한 거 몇 개만 골라주세요.
은혜: 글쎄요.
김 과장:……. ?
은혜: 저 사람 표정 좀 봐요. 위장결혼이었더라도…….
두 사람은 정말 사랑하는 사이였을 거예요.
김 과장: 그걸 어떻게 알죠?
사진을 꺼내 바닥에 펼치는 은혜.
사진 속에는 사랑스런 모습의 영새와 채린에 모습들이 찍혀있다.
황당한 듯 사진을 바라보다가 은혜를 보는 김 과장.
은혜: (김 과장을 보며)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눈빛만 봐도 알아요. 제 눈을 보세요.
각자의 눈을 바라보는 은혜와 김 과장.
뚫어질 듯 보는 은혜의 눈을 피해, 큼큼대는 김 과장.
현 수 댄스 교 습 소. / 낮
퀵스텝을 밟으며 춤을 추는 채린과 현수.
채린, 억지로 붙잡힌 듯 현수의 리드에 따라 춤을 추기 시작한다.
현수와 채린의 춤추는 모습이 여러 각도로 오버랩 되어 보인다.
점차, 현수의 리드에 맞춰지는 듯한 채린의 동작.
뚜르앙레르와 그랑 알레그로를 맞춰 춘다.
숨을 몰아쉬며, 만족한 듯한 현수의 표정.
여전히 어두운 채린.
일력이 변하고 ‘국가대표 선발전’포스터에 박힌 날짜와 점차 가까워진다.
스 카 이 라 운 지. / 밤
무역센타 전망대 라운지 정도.
채린은 아름다운 야경을 보고 있다.
이때, 저쪽 테이블에서 폭죽 터지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채린.
남자1: (폭죽을 터트리며 앞에 있는 여자에게 생일을 축하 해주고 있다.) 가연아 생일 축하해. (장미꽃과 선물 상자를 준다.)
여자1: 고마워 자기야. (매우 즐거워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채린.
이때 들리는 현수의 소리.
현수: Happy birthday! 채린.
흠칫 놀라서 돌아보는 채린. 현수간교한 눈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을 탁하고 부딪치면 대기하던 웨이터 드레스를 들고 온다.
붉은 색의 멋진 드레스다.
현수: 어때? 대회 때 입을 드레슨데 이건 프랑스 봉 마르세 백화점에서 전시 되었던 드레스야 맘에 들어?
채린: (끄덕인다.)
작은 상자 하나를 채린 앞에 밀어놓는 현수.
현수: 생일 선물이야. 열어 봐.
상자를 열면 요란하게 반짝이는 목걸이가 놓여있다.
현수: 대회 날 이걸 하고 나가면, 비주얼 스캔들 장난 아닐거야. 심사위원 중에 여자도 몇 명 있거든. 여자들은 항상 럭셔리 한거에 약하게 되어 있는 거 아냐?
채린: …….
영 새 의 집. / 밤
불이 꺼진 실내.
삐삐삐 자동응답 소리가 컴컴한 영새의 집 플로어에 들리고 바닥에는 소주병이 널 부러져 있다.
‘삐’ 소리가 나며 자동응답기로 전환되면
(채린): 아저씨? 저 채린 이예요. 잘 지내셨어요? 오늘요……. 63빌딩 전망대 갔다 왔어요.
- 63빌딩 앞거리 -
채린: 오늘 무슨 날인지 아세요? 아저씨 생각 많이 났는데…….(울음을 참으려는 듯) 저 솔직히 아저씨가 해주는 떡하고 미역국 먹고 싶었는데…….
- 영새의 집 -
(채린): 내일이 시합이에요. 있잖아요……. 아저씨……. 첨엔요……. 춤을 출 수가 없었어요. 자꾸 아저씨 얼굴이 생각나잖아.
말을 멈추는 채린.
영새도 전화기만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 63빌딩 앞거리 -
채린: 내 몸 안에 리듬을 기억하면 아저씨와 같이 추는 거랑 같은 거죠. 그쵸?
- 영새의 집 -
입 주위를 손바닥으로 꾸욱 씻어 내리는 영새.
- 63빌딩 앞거리 -
채린: 나 춤추는 거 보여주고 싶은데…….
핸드폰 폴더를 닫는 채린 눈가가 젖는다.
채린은 핸드폰 사진에 붙어 있는 스티커 사진을 바라본다.
- 영새의 집 -
컴컴한 영새의 집 플로어에 삐삐삐 자동응답 소리가 들리고
영새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화면을 빠져나간다.
탁자 위에 스무 송이 장미꽃과 향수병이 놓여 있다.
- 시간경과 -
화장실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고 나오는 영새.
플로어 거울 앞을 지나가다가 다시 플로어 거울을 보는 영새.
초라하게 거울을 보는 영새.
갑자기 거울엔 영새의 환상으로 채린이가 보인다.
뒤 돌아 보면 채린이가 손을 내민다.
영새는 채린의 손을 잡고 비엔나 왈츠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춘다. 그러나 플로어 멀리서 보면 영새는 혼자서 춤을 추고 있다.
대 회 장. / 낮
길게 늘어뜨린 플랭카드에 보이는 ‘국가대표 선발전’ 글씨.
대회장 외곽에서는 바닥에 주저앉아 몸을 풀거나, 서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참가 선수들 모습.
단상에서는 주요 초대 인사들이 자리하고 있고 플로어 주변으로는 엄청난 사람들이 피켓과 플랭카드를 들고 포진해있다.
여기저기, 00무도학원이라는 패널을 흔들며 응원을 하는 관객들.
무대 옆 입구 쪽에서는 여기저기, 서로 스텝과 호흡을 맞춰 보기도 하고, 긴장되는지, 기도하거나 혹은 염주를 굴리는 사람도 있다.
철용과 미수도 긴장이 되는 듯, 호흡을 맞추고 있다.
(소리): 다음은 차차차 심사가 있겠습니다. 호명 받으신 선수들은 출전해 주십시오.
현수, 채린의 번호가 호명되자 손을 흔들며 대회장으로 나간다.
철용과 미수도 호명하는 번호에 따라 손을 들어 보이고, 플로어에 나간다.
플로어에 서 있는 채린은 무의적으로 객석의 누군가를 찾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영새. 그런 채린을 보던 현수 채린에게 나지막이 다그친다.
현수: 장채린 아무리 그래도 나영새는 안와. 원래 그런 놈이야.
자세를 잡는 참가자들.
음악이 나오면, 미친 듯이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철용과 미수.
마지못해 미소를 지으며 춤을 추는 채린.
과장된 철용의 연기와 미수의 스킬 호흡이 척척 맞는다.
현수와 채린도 댄스를 춘다.
환호하며 응원하는 사람들
현수와 채린도 춤을 마치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간다.
철용과 미수, 춤을 마치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무대를 빠져 나온다.
서로 만족한 듯, 껴안는 두 사람.
시간경과
탈 의 실. / 낮
거울 앞에 앉아 있는 채린.
머리를 틀어 올리고, 화장한 모습이 몹시 매력적이지만 무거운 얼굴이다.
아직, 드레스를 챙겨 입지 않은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채린.
문이 왈칵 열리면, 연미복 복장의 현수가 들어온다.
현수: 뭐 하는 거야? 아직 옷도 안 입고 있으면 어떡해?
채린: …….
현수: (옷걸이에 걸린 붉은 색 드레스를 떠안기듯 건네며) 빨리 입고 나와. 십 분전이야.
나가는 현수.
채린 빨간 드레스와 신발을 보며 입을 꼭 다문다.
대 회 장. / 낮
사회자: 다음은 모던댄스 부분입니다. 호명 받은 팀들은 입장해 주십시오. 1.3.7……
박수를 받으며 무대로 나가는 선수들.
현수, 불안하게 탈의실 쪽을 보면 응원하느라 막힌 통로가 열리며 채린이 나타난다.
하얀색 드레스와 하얀 신발. 영새가 선물한 것들이다.
현수의 얼굴이 치익 흐려진다.
현수, 채린의 손을 낚아채듯 잡는다.
매섭게 노려보는 현수.
현수: 이번만은 봐주겠어.
팔을 구부려, 채린에게 팔짱을 끼게 하는 현수.
금세 웃는 낯으로 무대로 향한다.
주위를 자꾸만 두리번거리는 채린.
영새를 찾는 채린의 시선이 대회장을 360도 훑어보지만 영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조바심이 나는 채린.
자세를 잡는 출전자들.
현수, 불이 붙은 눈으로 채린의 팔을 꽉 움켜쥐며
현수: 너 자꾸 이럴 꺼야!
여전히, 조바심이 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만 한다.
그런 채린의 모습이 누군가의 시야로 보인다.
사회자: First Dance, Waltz !
스피커에서 왈츠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자세를 잡는 선수들.
채린을 꽉 끌어당기며
현수: 장채린!
여전히, 채린의 시선은 흐트러져 있다.
이때, 들리는 철용의 소리.
철용: 채린씨! 채린씨!
채린, 고개를 돌려 철용을 본다.
철용이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채린의 시선으로 카메라 급격하게 돌아가면 연미복을 입은 영새가 서 있다.
채린의 눈에 물기가 핑글 돈다.
영새 오른 손을 자신의 왼쪽 심장에 가져다댄 후, 천천히 뻗어 앞으로 내미는 동작을 취한다.
(영새소리): 채린아 내 몸 안에 리듬을 기억하면 나와 같이 춤을 추는거야.
마치 두 사람만의 암호인 듯이 채린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진다.
현수의 리드에 따라 춤을 추기 시작하는 채린.
부드럽고, 유연한 채린의 동작.
음악 속에 빨려 들어, 흐르면 흐르는 대로 몸이 움직여진다.
그런 채린을 보는 영새의 시선.
대견스러운 듯 하면서도, 어딘지 슬픔이 배어다.
춤이 끝나면 현수, 질투 어린 시선으로 영새 쪽을 바라본다.
박수를 쳐주는 영새.
채린의 숨은 벅차기만 하다.
사회자: Next Dance, Quick step !
음악이 흘러나오면, 정해진 틀대로 춤을 추기 시작하는 선수들.
채린 역시 현수의 리드에 따라 달리고, 멈추고, 턴하고 아라베스크 자세를 취한다.
영새, 손끝으로, 박자를 하나, 둘, 하나, 둘, 셋 맞춘다.
현수의 리드에 따라 스텝을 밟던 채린.
(영새소리): 채린아, 지금이야.
채린, 영새 마음의 소리를 듣기라도 한 듯, 도약을 하며 그랑 쥬떼로 공중에서 발을 바꿔 힘을 준다.
착지와 동시에 현수의 손끝을 잡고 도약을 하는 채린.
공중에서 한바퀴 턴을 한다. 뚜르 앙레르다 !
입이 떠억 벌어지는 관중들과 심사위원들.
당황한 옆 커플 스텝이 엉킨다.
(영새소리): 앤드!
채린, 마지막 그랑 알레그로를 피니쉬로 장식하며 앤드 자세를 취한다.
일제히 기립을 하며, 현수와 채린에게 박수를 치는 관중들.
미수와 철용도 손바닥이 얼얼하게 박수를 친다.
영새 역시,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보낸다.
채린, 관중에게 인사를 하고 영새를 보고 벅찬 숨을 쉰다.
사회자: Next Dance
음악이 시작되면 홀드한 채린의 손을 꽉 움켜쥐는 현수.
채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오버랩 되며 보이는 춤들
마지막 춤을 끝으로 관객에게 인사를 하는 채린과 현수.
채린, 고개를 돌려보면 영새 없다.
당기는 현수의 손을 뿌리치고 영새가 있던 방향으로 뛰는 채린.
웅성대는 사람들.
대 회 장 - 밖. / 낮
드레스를 입고, 불편하게 달려 나오는 채린.
주변을 돌아보지만 영새는 보이지 않는다.
행인들이 채린을 호기심 어리게 쳐다본다.
어느새, 채린의 손목을 움켜쥐는 현수.
와락 안으로 끌고 들어간다.
자꾸 뒤를 돌아보면서 끌려가는 채린.
쓰윽 화면 앞으로 보이는 영새의 옆얼굴.
씁쓸한 미소가 떠오르며
F.O
F.O 된 상태에서 들리는.
사회자: 제 00회 국가대표 선발대회 우승자 및 2,3위를 호명하겠습니다. 먼저 모던댄스. 부문입니다 3위 67번 권팔인 양갑숙. 2위 23번 박원형 홍은옥. 우승 45번 정현수, 장채민.
환호성과 박수소리들이 잦아들며 F.O 끝.
거 리. / 밤
어느새 계절은 봄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깔끔한 복장을 입은 영새는 신호등 앞에 서 있다.
뒤쪽에 보이는 전광판에 채린과 현수의 기사가 나오고 신호등이 파란 불로 바뀌자 반대쪽으로 한쪽 다리를 쩔뚝거리며 걷는 영새.
출 입 국 관 리 사 무 소 - 앞. / 낮
담배를 피우며 벽기둥에 서 있는 영새의 손에는 매우 예쁜 반지가 있다.
그 반지를 바라보는 영새.
차가 들어오는 것을 느낀 영새는 반지를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이때, 하얀색 대형차가 영새 앞에 멈춰 선다.
차에서 내리는 현수. 뒷문을 열어 주자 차에서 내리는 채린 계단 앞에서 시선이 마주치는 두 사람.
울컥 반가움이 솟아오르지만 내색을 하지 못한다.
채린: 일찍 왔어요?
영새: 아, 아냐 금방…….
채린, 뒤편 재떨이에 수북이 꽂힌 담배를 본다.
영새: 드……. 들어갈까?
고개를 까닥하는 채린.
영새는 출입국 관리 사무소로 채린보다 먼저 들어간다.
다리를 저는 영새의 둿 모습을 보는 채린.
채린은 가슴이 미여져 얼굴에 눈물이 글썽거린다.
출 입 국 관 리 사 무 소. / 낮
영새와 채린이 들어오고, 직원의 안내를 받아 옆 출입구로 향한다.
은혜와 김 과장이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있다.
은혜: 잘됐으면 좋겠다.
김 과장: 잘 될 겁니다.
여러 개의 철창문으로 분리되어 있는 통로를 따라 정복을 입은 직원 뒤를 따르고 있는 채린과 영새.
멈춰서는 직원은 양쪽 문을 열며
직원: 나영새씨는 이쪽. 장채민씨는 이쪽입니다.
배정된 문으로 들어가려는 채린.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무언가 만지작대는 영새.
영새: 채, 채린.
채린, 돌아보면.
영새: 자, 잘하라고.
채린, 고개를 끄덕이고 희미하게 웃는다.
들어가는 채린.
영새도 1호실로 들어간다.
1 호 실. / 낮
의자에 앉아 있는 영새.
정복에 제법 지위가 있어 보이는 남직원이 들어와 앉는다.
옷매무새를 추스르는 영새.
사무적으로 서류를 펼쳐들며
남직원: 시작할까요?
영새: 예.
남직원: 이름이.
영새: 나영샙니다.
남직원: 아니오. 부인 말입니다.
영새: 장채민입니다.
남직원: 부인 직업이 있나요?
2 호 실. / 낮
채린: 안무지도예요.
여직원: 안무지도요? 방송국 쪽에서 일 하나요?
채린: 아뇨. 댄스 스포츠 강삽니다.
여직원: (뺑뺑이를 도는 시늉을 하며, 비웃듯이) 이거요?
채린: (정색을 하며) 댄스 스포츠는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으로 공식 지정됐어요. 머지않아 올림픽에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거구요. 영새씨는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출전한 분이에요.
여직원: (고개를 끄덕인다.) 미안합니다. 두 분이 처음에 어떻게 만나셨죠?
채린: 이년 전에 관광가드로 잠깐 서울에 왔었어요. 그때 처음 만났죠.
1 호 실. / 낮
영새: 그 이후에 이메일과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때, 딱 한 번 만났는데 얼굴이 잊혀지질 않더라고요. 그때 편지 보여드릴까요? (호주머니에서 꺼내려 하면)
남직원: 됐습니다. 결혼사진 있나요?
지갑을 펼쳐 보여주는 영새.
둘의 결혼사진이 지갑 안에 있다.
남직원: 부인이 미인이시군요.
영새: 예……. (자조적으로) 참 예쁘죠.
2 호 실. / 낮
여직원: 신혼여행은 어디로 갔다 왔죠?
채린: 못 갔어요.
여직원: 왜죠?
채린: 저한텐 서울이 온통 신혼여행지 잖아요. (사이) 그 사람이랑 있는 시간은……. 모두 신혼여행 같아요.
여직원: (고개를 끄덕인다.) 부럽네요.
몽 타 주. / 낮
몇 차례, 묻고 대답하는 것이 교차로 오버랩 되며 보여 지고 점차, 자신 있고 조리 있게 대답하는 두 사람의 모습.
때로는 몽환적이고,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기쁜 표정들이 교차된다.
채린: 빨래하는 것도 곧잘 도와주고 그래요.
영새: 덤벙대느라고, 발을 잘 삐곤 하죠.
채린: 코를 골아요. 피곤하면 좀 심하게 고는데……. 베개를 돌려주면……. 금새 애처럼 잘 자요.
영새: 아직도 잘 때 손가락을 빨아요. 엄지손가락을 빨면서 자는 걸 보면. 애 같죠. 너무 귀여워요.
채린: 제가 힘들어할 땐 제 발을 닦아줘요. 그 사람 손이 크거든요. 그 손으로 제 발을 꼭 붙잡아줄 땐 마음속으로 이렇게 얘기를 해요. 이렇게 좋은 사람을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요.
부러운 듯이 보는 여직원.
영새: 좋은 여잡니다. 헤어지지 않고 싶은 사람이죠.
채린: 참 좋은 사람이에요. 다신……. 이렇게 좋은 사람 만날 수 없을 거예요.
1 호 실. / 낮
서류를 챙겨드는 남직원.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