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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 연세대 명예교수
미국,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으로 이란 종교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제거된 후, 일부 서방 언론은 ‘트럼프의 다음 표적은 김정은’, ‘이란 멸망 다음은 북한’이라는 등 다분히 선정적인 제목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이번 이란 사태를 “북한 김정은이 마주할 미래의 예고편”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한반도가 다음 전쟁터로 번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번에는 북한이다, 뭐 이런 이상한 소리 하는 사람도 있고 그러던데…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불안하게 만들어서 무슨 득이 되겠냐”고 질타했다. 네가지 이유에서 이 대통령 주장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첫째, 북한은 이란이 아니다. 북에는 핵무기가 있고 이란에는 없다. 북한은 최소 50개에서 많게는 100여개의 핵탄두를 이미 확보했고 한국, 일본, 괌, 심지어 미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핵탄두는 물론이고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운반 수단도 아직은 갖추고 있지 않다. 핵 반격 능력에서 북한과 이란의 격과 비중이 다르다. 미국이 북한을 함부로 건들 수 없는 이유다.
국내 정치 구도도 북한과 이란은 현저히 다르다. 이란에 대한 미국·이스라엘의 군사 행동 배후에는 군사 공격을 통해 이란 지도부를 흔들면 대규모 민중 봉기가 발생하여 정권 교체가 가능할 거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지난 9차 당 대회가 보여주고 있듯이 북한 김정은 리더십은 강력하고 북한의 내적 응집력은 견고하다. 미국식 외압과 위협은 오히려 김정은 체제를 더욱 강고히 해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이스라엘의 유무도 큰 변수다. 일부에서는 이번 전쟁을 ‘이스라엘과 네타냐후의 전쟁’이라고도 한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조 켄트 미 국가정보국 대테러센터 국장에 따르면 이란으로부터 ‘임박한 위협’이 없었음에도 이번 전쟁을 감행한 것은 전적으로 이스라엘 정부와 미국 내 친이스라엘 로비의 회유와 압박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먼저 공격해서 미군은 따라간 것’뿐이라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그러나 북한에는 이스라엘처럼 악역을 할 나라도 미국 내 강력한 북한 타도 로비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한반도 평화를 외치는 이재명 정부는 1994년 5월 김영삼 정부보다 더 강력하게 미국의 독자 군사 행동에 반대할 것이고 한국군 참여 없는 대북 군사작전은 상상하기 어렵다.
셋째, 지정학적 환경 또한 다르다. 이란은 지정학적으로 매우 불리하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한 순니(수니파) 아랍 국가들은 반이란 연합에 속해 있고, 이 지역의 강자 튀르키예만 중립적 입장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과 가깝지만, 미국 눈치를 보느라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우선 한국과 일본이 북한과의 전쟁을 원치 않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란 사태와는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이다. 2024년 6월 신조약 체결 이후 러시아는 북한과 명실상부한 군사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조선-중국 우호조약도 살아 있다. 미국의 대북 군사 침공 시 북한 체제의 궤멸과 한반도의 현상 변경을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로서는 군사 개입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이 쉽게 군사 행동을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걸프 지역과 한반도에서 두개의 대규모 전쟁을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치를 능력이 없어 보인다. 전쟁 비용, 군사력, 그리고 국민적 지지 등 여러 면에서 다음 타깃으로 북한을 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 이란 전쟁에서 미국은 매일 1조3천억원(8억9천만달러)을 쓴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301조원(2천억달러) 상당의 국방비 증액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대한 미국 국민의 지지도는 30% 미만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을 대상으로 또 다른 전쟁을 전개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이란 지도부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신은 크고, 미국은 두차례나 협상 중 군사 공격이라는 무리수를 둔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개인적 유대를 계속 유지해왔고 ‘조건 없는 대화 재개’를 누차 강조해왔다. 따라서 대화와 외교의 공간이 열려 있다.
이렇게 볼 때 ‘이란 다음에 북한’이 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이 대통령의 지적대로 ‘말이 씨가 된다’고 구태여 사실에 반해 한반도 불안을 과장해서 조장할 필요는 없다. 핵심은 북한(조선) 변수이다. 미국의 강경파에게 군사 행동의 명분을 주는 말과 행동을 자제하고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