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비석촉수금지법이 제정되지는 않을까.
20대 대선 예비경선 레이스가 이미 시작되었다. 여권이나 야권에서 서로 대통령을 하겠다고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인사들만 해도 두 손가락으로 세기기 부족할 정도로 많다. 거대 정당에서 몇 명이 예비경선이라는 과정을 거칠지는 알 수 없지만 대선에 최종적으로 나서는 후보는 여당 1명, 제1야당 1명, 그 외 정당에서 5-6명, 무소속 5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 국민의힘 대선 출마 예비후보는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최재형, 윤희숙 (출마포기 선언) 등이다. 대선 출마 선언을 하였던 이들은 대선 출마 전 또는 후에 반드시 달려가는 장소가 있다. 광주 5.18 묘지다. 어떤 이는 제 부모의 무덤에서도 하지 않던 요상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비석닦이다. 윤석열이 그러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비석닦이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석닦이를 했는지 사진에 나온 비석은 반질반질 윤이 나다 못해 눈이 부시다. 그런 비석을 야당의 대선 후보라는 자들이 경쟁하듯 달려가서 비석을 닦고 또 닦고 있다. 저들이 제 조상 무덤을 저런 정성으로 닦기나 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비석닦이 하는 자들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면 극도의 슬픔이 가득한 듯, 비장한 듯하다.
정녕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5.18묘지로 달려가서 비석닦이를 하는 것이 필수코스라는 것인가. 비석닦이를 하는 자들은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칠 것인지를 고민하고 카메라에 담길 감정이나 표현과 그리고 자세가 그럴듯하게 보여주기 위해 밤잠을 설쳐 연습을 했는지 비석을 닦는 기술과 정성이 대단하다는 느낌이 든다.
진정 5.18에 대해 슬픔이 넘쳐나고 비석을 닦는 것이 어떤 의무처럼 느껴진다면 대통령을 하는 것이 뭐 필요한가. 대통령 예비후보를 사퇴하고 광주로 이사를 하고 아침저녁으로 달려가서 비석을 닦으면 더 좋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전라도인과 좌파들이 사랑하는 정치인이 되어 대통령 당선은 따 논 당상이 아닐까. 누군가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당당하게 광주 5.18 비석닦이라고 하기 바란다.
대통령 예비후보가 이러할진대 내년 지자체선거를 앞두고는 얼마나 많은 여야 출마자들이 달려가서 눈물을 뿌리고 비석을 닦을까. 저러다가는 멀지 않아 비석이라는 비석은 닳고 닳아서 망자의 이름 석자까지도 지워질 수 있지 않을까. 초대받지 않은 야당 인사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비석닦이를 하다보면 비석이 훼손되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다. 그중에 가장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더불어민주당과 5.18 관련자들일 것이다.
불현듯 떠오르는 것은 5.18 묘지의 비석을 과도하게 닦음으로서 비석을 훼손하는 경우에 징역 10년 이하, 벌금 5,000만 원 이하에 처할 수 있다는 소위 ‘5.18비석촉수금지법’을 제정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비석닦이를 하지 못하는 대통령 병에 걸린 인사들이 무슨 짓을 할까. 아마도 비석을 닦으면 처벌을 받을 것이 걱정되면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뭔가를 하려는 행동은 보여야 하니 마치 비석을 닦는 듯한 판토마임을 보여주지는 않을까.
사진 출처: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