㡀(해어진 옷 폐)는 수건 또는 천이 다 해어져 구멍이 나거나 얼룩이 진 모습입니다. 수건에 점이 네 개 찍혀 있는 것을 나타내는 상형자이지요.
敝는 㡀에 攴를 더하여 해어진 이유까지 밝힌 글자입니다. (빨래) 방망이 등으로 천을 두들겨 그렇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회의자 또는 회의 겸 상형자입니다.
獘(넘어질 폐)는 ‘개를 때려 죽인다’ 또는 ‘맞아 쓰러진 개’라는 뜻의 글자입니다.
弊는 獘의 별체 또는 속자입니다. 獘의 犬자가 廾(들 공)으로 변형된 것입니다.
斃(넘어질 폐)는 獘의 결과를 담고 있는 글자입니다. 개가 맞아서 넘어졌는데(獘), ‘그 개가 죽었다’ 또는 ‘맞아 죽은 개’라는 뜻입니다.
위의 설명에서 보듯이 㡀에서 敝, 그리고 敝폐의 응용자들인 獘, 斃, 弊 까지 문자의 의미 분화가 일어났습니다. 당연히 의미들은 연결되어 있지요.
의미분화가 일어나서 구체적 적용성을 가진 문자가 생기면서 의미분화가 일어나기 전의 글자인 㡀는 거의 쓰이지 않게 되고 문자의 과거 속으로 숨어버립니다. 敝도 그 쓰임새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정리하면, 옷이 해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폐포는 의미론적으로 볼 때 犬 이나 死가 붙지 않은 敝袍로 써야 옳습니다. 그러나 이제 弊가 敝의 뜻을 이어받고 게다가 敝의 쓰임새까지 줄어들면서 弊袍로 쓰는 것도 조금씩 통용되기 시작하였는데, 옷이나 신 등과 간련해서는, 폐납(敝衲), 폐리(敝履), 폐사(敝屣), 폐립(敝笠), 폐망(敝網) 등과 같이 아직 敝가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고, 폐의(弊衣/敝衣), 폐추(弊帚/敝帚), 폐려(弊廬/敝廬) 등과 같이 함께 쓰이는 경우가 조금씩 생기고 있는 정도입니다.
폐포(弊袍/敝袍)도 이제 여기에 넣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폐의파관이나 폐포파립 모두, 아직은, 敝만 밝히고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어문회는 비록 국어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한자의 문자학이나 한자의미론의 변천까지 엄밀하게 다 다루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어문회 시험 준비를 하시면 어문회의 기준을 잘 살펴야 하겠지만 어문회가 제시하는 것은 어문회용의 답뿐일 수 있다는 것을 참작하면서 공부하시면 좋겠습니다.
<내용출처 : 본인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