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빈야호(家和貧也好) 불의부여하(不義富如何)
“금은보화는 쓰면 다함이 있으나, 충성과 효도는 그 누림에 다함이 없다[寶貨用之有盡 忠孝享之無窮(보화용지유진 충효향지무궁)]. 영화(榮華)는 가벼우면 욕됨이 얕고 이로움이 무거우면 해로움도 크다[榮經辱淺 利重害深(영경욕천 이중해심)]. 집안이 화목(和睦)하면 가난해도 좋지마는, 의롭지 못하게 부자가 되면 거기에 참다운 축복은 없다[家和貧也好 不義富如何(가화빈야호 불의부여하)].”<명심보감(明心寶鑑)>.
그럼으로 우리가 참으로 잘 살기 위해 우리가 추구해야할 바는 충성과 효도요 가정의 화목이며 경계해야할 바는 지나친 탐욕과 세상의 영화이며 의롭지 못한 재물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생각건대 잘사는 정도를 넘어 인간다운 가치를 실현하며 보람 있게 살고자 한다면, 우리가 추구해야할 바는 여기에 더하여 진리와 이웃에 대한 사랑과 정의(正義)와 자유의 추구와 어짐과 공경이요, 경계해야할 바는 이에 더하여 사악한 생각과 속세의 유혹과 불의(不義)와의 타협이다.
우리가 인생길에서 이를 이루고자 한다면 어느 누구나 무엇보다 자기의 마음을 부단히 갈고 닦아야 한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언 4장 23절). 아울러 백강 이경여 선생은 말하기를 “본심(本心)이 지켜지지 않으면 덥지 않아도 답답하고 춥지 않아도 떨리며 미워할 것이 없어도 노엽고 좋아할 것이 없어도 기쁜 법이니, 이 때문에 군자에게는 그 마음을 바루는 것보다 중대한 것이 없다. 이 마음이 바로 잡히고 나면 덥더라도 답답하지 않고 춥더라도 떨리지 않으며 기뻐할 만해야 기뻐하고 노여울 만해야 노여우니, 주자(朱子)가 이른바 대근본(大根本)이라는 것이 이것이다.(조선왕조실록)”라고 하였다.
이렇게 우리가 자신의 마음을 갈고 닦고자 한다면 불멸의 성현(聖賢)들의 말씀을 늘 가까이 하여 마음판에 새기고 자신의 인생관을 확립하며 부단히 그 실천에 노력하여야 한다. 아울러 신독(愼獨)의 공부를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서 가장 큰 삶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말하기를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 거기는 좀과 동록이 해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고 도둑질하느니라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 거기는 좀이나 동록이 해하지 못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지도 못하고 도둑질도 못하느니라(마태복음 6장 19-20절)”라고 하였다.
이를 실천하며 살아간 사례로 조선의 대표적인 문인화(文人畵家)가 능호관 이인상 선생을 들 수 있으니, 그는 그의 좌우명(座右銘)과도 같은 ‘모루명(茅樓銘)’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작은 누정(樓亭)에 나를 담으니,
고요히 지내면서 명문(銘文)을 짓는다.
문장은 실(實)함에서 들뜨지 않고
행실은 명예를 좇지 않는다.
말과 행동은 속됨에 들지 않고
독서는 경전(經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담담함으로 벗을 얻고
옛 것을 스승으로 삼는다.
실천하매 천명(天命)을 어기지 않으니
자나 깨나 맑음 뿐이로다.
<능호관 이인상 선생이 그의 ‘종강모루(鐘岡茅樓)’에 부친 모루명(茅樓銘)>
2024. 6. 8. 素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