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전화나 인터넷이 닿지 않는 곳에 있고 싶을 때가 있다.
며칠 제주에서 세상과 단절된 시간을 갖고 싶었지만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와
밤마다 노트북을 켜고 전자메일을 체크하는 우리 가족들은 밤에 일하는 재택근무자들 같다.
딸아이와 사위는 자신들의 노트북을 켜 들고
나와 남편도 마찬가지이다.
컴퓨터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직업을 가진 아들도 마찬가지여서 밤이면 우리가 묵는 이곳은 사무실 모드로 바뀐다.
오늘 아침 눈을 뜨고 노트북을 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기사가 있다.
'엄친아 박정현' '오바마와 동창인 박정현'......
이건 뭔 말인가 하고 찾아 읽어보니.....
박정현이라는 가수를 나는 오래 전부터 참 좋아했다.
그녀는 왠지 목소리가 알맹이가 꽉 찬 과일처럼 기분 좋은 느낌을 주었으며
그녀가 전해주는 노래의 메시지는 독특하게 전달되는 느낌이어서 참 좋았다.
나는 가수다를 통해 그녀를 자주 만날 수 있어 행운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 그녀가 어제 무릅팍 도사에 출연하여 한번더 스포트 라이트를 받은 듯 하다.
그녀는 아직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기에 남은 두 학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떠나기로
결정한 것 같은데 참 좋은 생각을 했구나 싶다.
그녀는 야무지게 자신의 계획대로 잘 살아갈 것 같다.
박정현에 관한 기사를 읽으면서 나는 좀 어이가 없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박정현 역시 나처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박정현에 대해 어이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 프로그램을 보고 기사를 쓴 기자들의 의식구조가 답답하고
단세포적으로 오바마와 동문이다, 엄친아다, 하버드를 가려고 했는데 돈이 없어 못 갔다.....
뭐 이런 기사는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단순하게 그녀의 프로필을 개관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좋지만
왜 그것을 오바마와 연결시켜야 하고 하버드를 언급해야 하는 건지....
나는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못해서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어이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박정현은 그런의도로 말하지 않았겠지만 앞 뒤 다 잘라먹고 어느 한 부분만 강조하고
기사의 제목으로 써 대는 기자들이 나는 진력이 난다.
하버드와 컬럼비아 대학의 학비는 거의 비숫한 수준이다.
하버드와 컬럼비아 대학의 수준 역시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처럼 하버드와 예일을 최고봉에 올려 놓고 순위를 매기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없을 것 같다.
하버드에 합격하고 컬럼비아 대학에 불합격하는 예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며
내가 잘 아는 어느 학생은 아이비리그 대학에 모두 불합격했지만 스텐포드에서 풀 스칼라쉽을 제의해 와서
합격한 예도 있는데 우리는 미국 대학 순위 뿐만 아니라 모든것을 너무 획일화 시켜가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박정현이 어떤 의도로 그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의 앞뒤를 맞춰 본다면 그런 의미는 아니리라 생각된다.
그러한 논리는 정말 어처구니 없도록 말이 안된다는 것을 박정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여러차례 제목을 통해 사람의 낚는 기사를 보며 짜증이 나기도 했다.
담백한 내용을 담담하게 써도 흥미로운 기사, 관심이 있는 기사는 누구나 찾아보게 마련이다.
굳이 그렇게 생뚱맞은 제목으로 사람을 낚아대지 말았으면 좋겠다.
파이베타카파 클럽에 관한 소개도 나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좀 민망스럽다.
마침 같이 휴가를 즐기고 있는 사위에게 물어 보았다.
그는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하던 해의 발레딕토리안이었기에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아서 질문을 해 보니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소속된 클럽이긴 하지만 별 의미가 없다'며 웃는다.
자신도 그 클럽 소속이었는데 천재들을 분류하여 소속시키는 그런 성격의 클럽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에겐 천재의 개념도 둔재의 개념도 없어서 나는 그가 좋다.
기자들은 왜 그렇게 사소한 단어하나에 민감하고 왜 그렇게 가볍고 경박해 보이는 기사를 즐기는걸까?
아이비리그 출신과 그렇지 않은 대학 출신의 사람들이 분류되어야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학업 능력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
사람은 귀한 존재이며 각자가 유능한 분야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공부가 취미와 특기가 되는 사람은 그 길을 가는 것이고
김연아처럼 자신이 즐기는 일을 그만큼 열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몫이라는 생각이다.
사람 위에 사람 없으며
사람 아래 사람 없음을 우리는 너무 자주 잊고 살아간다.
나이를 먹어가며 바라보는 세상은 예전과 다르게 보인다.
나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소중함과, 자신만의 존귀함이 있는 법....
그것을 자주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몫이고 세상의 몫이라 여긴다.
내 아이들도 그런 생각을 하며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잔소리를 하며 키웠었는데
이젠 그들이 나 보다 더 좋은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있는 듯 해 보여
참 고마운 마음이 든다.
모든 삶은 소중한 삶이다
모든 사람은 귀한 존재이며 마땅히 행복해야만 하는 것이다.
굳이 명문대학 출신이 아니어도, 노래를 못 불러도, 운동을 못해도....
자신만이 해 낼 수 있는 휼륭한 몫이 있는 것이다.
첫댓글 맞습니다. 오늘 아침 문득 전빙을 공부하고 깨달은 것은 정말로 높고 낮음은 없다는 것 입니다. 영혼의 성숙해가는 것만 있을 뿐...
아름다운 그대. ~ ~ ! 넘어져도.. 진정 자기.. 일때. 자기 다울때.. . 우리는 여전히 행복한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