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토요일에 집들이를 위해 울산에 놀러가서 친구들과 함께 농구를 하고 왔습니다.
사실 시작은 좋지 않았습니다. 전날 비가 내렸고 아침까지도 비가 약간 내렸기 때문에 농구를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농구를 하지 말고 다른 것을 할까 했는데 다들 열혈 동농인의 피를 가지고 있었기에
죽이 되던 밥이 되던 한번 가보자는 의견으로 일치되어서 터미널에서 걸어서 15분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삼산유수지 쉼터에 있는 농구장으로 갔습니다.
하늘은 역시 간절한 사람들을 돕나 봅니다.
비록 비가 왔었지만 코트 바닥은 멀쩡했습니다.
농구대회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여러 사람들이 열심히 코트를 닦고 있었는데
길거리 농구 대회 준비때문에 스탭들이 열심히 코트를 닦아놨기 때문이었죠.
"Lucky."
농구 이야기를 이어가기 앞서서
좋은 장소를 소개해주신 꽃반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__)

처음에 유수지 쉼터에 도착했을때 사진과 똑같이 되어 있더군요.

정말 똑같이 코트가 잘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야간에도 농구를 할 수 있도록 불을 켜진다는 점...
그리고 농구를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조용히 몸을 풀면서 농구를 준비중이었는데 고등학생들로 추측되는 무리가 게임하자고 하더군요.
그런데 키들이 워...
제일 작은 친구도 180쯤 되어 보이더군요.
솔직히 조금 주눅이 들었습니다.
아이버슨은 농구를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지만
한국에서의 현실은 농구는 신장으로 하는 것인게 진리죠. ㅠㅠ
그런데 시작 전에 쑥덕거리는 소리들을 들었는데
"ㅋㅋㅋ 저 분들 키 작으니까 우리가 유리해."
이런 식의 소리를 다 들어라는 듯 들리게 예기하더군요.
저도 살짝 발끈했지만 옆에 있던 제 친구는 대놓고 표정이 일그러져 있더군요.
이 친구는 저보다는 크지만 그래도 178밖에(?) 안되는 브론즈 루저인데
학과를 학교 대회 3연속 우승으로 이끌었고 원래 농구 선수하려고 했던 애라서
동네농구에서는 스몰 르브론이라는 별명이 있는 꽤 강한 친구였습니다.
그리고 저번 3:3 대회 우승에 가장 큰 공을 세웠던 에이스이기도 하죠.
프라이드가 강한 친구다 보니 확 발끈했죠.
조용히 몸을 풀고 있던 저한테 다가와 한마디를 하더군요.
"대충하면 죽여버린다."
저보다 힘이 쌘 친구이기 때문에 줘팬다고 하면
약자인 저로서는 맞을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안 쳐맞기 위해서 빡시게 뛰기로 했습니다.(-_-);;
힘 없는게 죄지...ㅠㅠ
4:4를 했는데 우리는 골든스테이트를 능가하는 초특급 스몰라인업이었습니다.
로스터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C-178cm 친구(1)
팀의 에이스. 동농 스몰 르브론이라 불릴 정도로 강력한 피지컬과 신체능력을 자랑한다.
닥돌하면 파울 이외엔 막을 방법이 없다. 단, 자유투가 들쑥날쑥한게 문제다.
대회에서도 자유투를 제대로 못넣어서 욕을 잔뜩 먹었다. 그리고 가끔씩 보여주는 3점슛은 그날의 사주운세 수준이다.
들어가면 그 경기는 보통 다 이긴다. 하지만 안들어가면 정말 똥줄타는 게임을 하거나 고전을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에게 3점슛을 던지지 말라고 주문하지만 에이스니 어쩌겠는가? 멋대로 던진다.
F-176cm 친구(2)
어정쩡한 신장 때문에 동농에서 3번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다. 길거리 농구에서나 보여줄 법한
기술들을 자주 쓰는데 은근히 잘 들어간다. 열정적으로 뛰지만 체력이 약하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게다가 요새 새로 일한다고 책상에만 앉아 있어서 안그래도 약한 체력이 더 떨어져 있다.
G-170cm 친구(3)
고등학교때 친구들 사이에서 조존슨이라 불렸던 친구다.
분명히 학교 최고의 3점 슈터였고 자기 반을 체육대회 우승으로도 이끈 스코어러인데도
다들 이 친구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조용한데다가 농구스타일도 전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인데 오프볼 무브와
탄탄한 몸을 이용한 포스트업 이후 돌파, 3점슛은 정말 일품이다. 슛폼이 워낙 이뻐서 선출들도 칭찬했을 정도임.
그럼에도 존재감이 없었는데 그 때문에 담임선생님한테도 무시당했던 슬픈 전설이 있다.
G-170cm Jerry Sloan
친구들중 가장 까이는 존재. 장단점도 명확함.
장점은 슛이 한번 터지면 똥폼으로 쏴도 들어가는 폭발력이 있다는 것과 작은 키에 비해 힘이 좋다는 점이 있지만
단점은 느린 발, 허접한 수비력, 한쪽밖에 레이업이 안된다는 점,
어설픈 영웅 본능으로 좋은 분위기도 말아먹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딱 동네농구판 데릭 피셔. 어제 술을 잔뜩 먹고 온 상태라 컨디션이 영 아닌 상황.
반면 상대팀들은 가드를 보는 친구들이 180이상이었고
센터 보는 친구가 185 이상은 되더군요. 그야말로 다윗 팀과 골리앗 팀의 양상이었습니다.
신장이 작아서 만만히 봐서 그런지 아니나 다를까 시작부터 빡시게 나오더군요.
팀으로 연습을 하는 친구들이라 그런지 패스를 열심히 돌리면서 공간을 만드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몸도 다 안풀린 상황에서 고딩 농구 특유의 폭발력으로 3점슛이 터지는 바람에 전반전은 가비지로 끝나버렸습니다. -,-
3점슛을 너무 허용해서 잠시 쉬는 동안 에이스 친구한테 엄청나게 혼났습니다.
혼나도 할말 없는게 수비를 제대로 안했죠. 설마 들쑥날쑥한 폼으로 억지로 던지는 고등학생들 3점이 계속 터질까 했는데
결국 계속 터져서 전반을 허무하게 내줬으니까요. 그래서 후반에는 4명 모두 수비에서부터 집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반을 보고 확신을 가졌던게 폼이 들쑥날쑥한 학생들이다 보니 딱 달라붙어서 마크하면 슛이 안들어갈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반과는 달리 후반에는 저와 친구가 앞선에서 미친듯이 달라붙어서 슛을 못쏘게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어거지로 슛을 쏘긴 했지만 에어볼 혹은 링을 살짝 맞고 안들어가더군요. 리바운드가 털리면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다들 미친듯 박스아웃으로 개개인을 철저히 잡았고 그 상황에서 에이스 친구는 클라스 증명을
하듯 리바운드를 철저하게 잡았습니다. 덕분에 높이가 불리한 점에서는 큰 핸디캡 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리딩 능력이 허접하고 패스 자체도 잘 찌르는 가드가 아닌 걸 알기에 기본적으로 패스를 돌리면서 계속 한바퀴씩
도는 기본 전술대로 했는데 대처를 잘 못하더군요. 덕분에 45도 쯤에서 계속해서 친구(3)이나 저한테 찬스가 났고
오픈슛을 연속적으로 성공시키면서 점점 따라붙었습니다. 당황한 상대 팀은 외각이 안되니까 결국 닥돌을 선택했는데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드리블들이 높아서 낮은 수비로 쫒아다니던 저희에게 계속 스틸당하거나 전진하지 못했죠.
겨우 안에 들어와서 슛을 쏜 게 몇번 있긴 했지만 어렵게 들어와서 자세가 좋지 않아 들어갈 리가 없었죠.
점수가 비슷해졌을때 상대도 저희도 외각슛이 좀 안들어가더군요.
결국 비장의 전술...
에이스 친구(1)의 아이솔레이션으로 갔습니다.
동네농구에서 크고 강한 분들도 막기 어려워했던 이 친구의 닥돌인데 호리호리한 고등학생들이 막는다는건
애당초 무리였죠. 파울로 끊었지만 파울로 끊어도 그대로 떠서 집어넣어 버리는 바람에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한점차로 역전승을 할 수 있었습니다.
분한 표정들을 지으면서 리벤지를 신청하길래 10분쯤 쉬고 다시 했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오히려 고등학생들의 장단점을 다 파악한 상황이라 거기에 맞춰서 반응했기 때문에
첫 경기보다 훨씬 쉽게 이겼습니다. 3번째 경기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렇게 3게임을 즐겁게 승리로 장식하고 농구 일정을 마쳤습니다.
승리의 원인은 더 많은 움직임, 박스아웃, 빡센 수비였다고 봅니다.
딱 3게임만 뛰고 끝낸 이유는 한명을 제외하고 저희 모두가 지쳤기 때문입니다.
장신들을 상대로 게임을 하다보니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빡세게 수비를 해야 하다보니 체력소모가 컸기 때문이었죠.
특히 친구(2)는 두번째 게임때부터 발이 풀려 있던 상황이었고 마지막 게임에서는 아애 허수아비 모드였습니다.
저도 발목을 다친게 나은지 얼마 안되서 이렇게 열심히 수비하면서 농구하다 보니 부담이 많이 되더군요.
결국 허약한 몸 때문에 3게임으로 끝냈습니다. ^^;
농구를 끝내고 가까운 목욕탕에 가서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다같이 호프집에 가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기분좋은 저녁을 보냈습니다. 역시 농구를 끝내고 목욕->치킨+맥주로 마무리는 최고의 정석코스 같습니다.
울산에서 처음으로 농구를 해봤는데
여러가지로 운이 좋았던 덕분에 즐겁게 게임을 뛰고 올 수 있었던 일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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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발목 나은지 얼마 안됐는데 농구한게 여자친구한테 들통나서 농구화,농구공를 압수당한건 뼈아픔...
한동안 농구는 못하겠네요...ㅠㅠ

첫댓글 기승전--- 여친있으시다???
아리다운 아내분과 토끼같은 아이들이 있는 덩커님이 진정한 위너죠. 그깟 여친따위 ㅜ ㅜ
@Jerry Sloan 캡처완료~!!!
@덩커데이비스 으아아앙
그래서 있으시다 이거군요?
글의 핵심은 그게 아닌데...ㅠ
@Jerry Sloan 알럽인은 그런겁니다ㅜㅜ
망한글
우리 모임에는 안티가 많을것으로 예상되는 여친 이야기군요. 역시 그깟 공놀이 쯤이야 ㅎㅎ
역시 르브론이 킹왕짱이네요.
농구후 목욕탕~~ 캬~~ 끝내주네요~
논란을 만드시네요
끝이 좋지 못하네요
팀구성원이 저랑 비슷합니다 저도 179에 센터봅니다 공격시엔 가드, 포워드 수비시 센터 ㅎㅎ
호리한 고딩들은 포스트업하면 잘못막더군요 키차이가 나도 체중, 피지컬에서 차이가 나기때문에 막기힘듭니다 그리고 빠른 패싱플레이로 패스드라이브 패스슛 플레이하면 안그래도 고딩들 수비대충하는데 더욱포기하더군요 그런식으로 상대합니다 ㅎㅎ
맞습니다, 요즘 애들 너무 말랏더라구요ㅜㅜ
역시 킹님은 동농괴수군요 올라운더 ㄷㄷ
@Jerry Sloan 어느하나 제대로 하지못하는 트위너 동농양민
생생한 후기라 너무 재밌게 잘 봤습니다ㅎㅎ 근데 마무린 아쉽네요ㅋㅋ
이런 농구후기글 보구 나면 정말 농구가 땡기네요 ㅎㅎ 부럽네요 주변에 아직 같이 농구할 친구분들도 계시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