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피곤한 듯한 모습. 다가가서 인사하기가 미안하다.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OKU 기자 신성은입니다.” 그러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는 성시경(인문학부 00)의 모습은 TV에서 보았던 말끔하고 깨끗한 이미지 그대로이다. “제가 요즘 콘서트 연습 때문에 목도 많이 아프고 몸이 많이 피곤한 상태거든요. 이해해주세요.” SBS ‘도전천곡’의 녹화를 마치고 나서 우리가 인터뷰 장소로 고른 곳은 다름 아닌 그의 집 근처 오래된 떡볶이집. 아줌마와도 익히 아는 듯 인사를 하고 능숙하게 주문을 하는 폼이 한두 번 온 게 아닌 듯 싶은데…. “어렸을 때부터 이 집 단골이었거든요. 십 년도 넘었죠. 여기 떡볶이 진짜 맛있어요.” 음식을 두고 마냥 좋아하는 모습이 그의 큰 키를 무색하게 할 정도다.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뷰 시작!
고등학교 시절 어땠냐는 질문에 대뜸 하는 말. “한마디로 노는 모범생이었죠.” 의외다. 보여지는 이미지는 정말 순진하고 착한 모범생일 것 같은데 말이다. “반장이었는데 왜 선생님이 싫어하는 그런 반장 있잖아요. 애들하고 더 잘 놀구, 선생님 하라는 대로 하지도 않고. 한마디로 책상 앞에 딱 붙어서 공부만 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죠.”
처음부터 그의 새로운 모습을 마주하니 약간은 당황스럽다. 그는 처음부터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막연히 대학에 가면 길이 보일 거라 생각했을 뿐. 하지만 재수, 삼수를 하면서 진지하게 내가 정말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일을 할 때 제일 행복한가를 고민하다 노래 부를 때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입학 후에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된 것이라고. 사실 그는 인문학부에 입학하기 전에 고대 농업경제학과에 입학한 적이 있었단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학과에 적응하기 힘들어 다시 삼수를 결정하고 지금의 인문학부에 입학한 것이다. 어떻게 두 번씩이나 같은 학교에 들어올 생각을 했냐고 하니, “고대, 매력있는 학교라고 생각해요. 개인주의가 강한 요즘 시대에 사람들을 하나로 뭉쳐주는 매력이 있거든요. 하지만 맹목적으로 고대를 외치거나 아무 생각 없이 큰 소리로 응원하고 사발식하고 그런 건 싫어요. 야성과 방종은 분명히 구분 해야죠.” 그는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신입생 환영회, 사발식, 4·18 달리기, 입실렌티(학교응원제)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다 갔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처음으로 선배들과 만나 밤늦도록 술 마시며 이야기했던 신입생 환영회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지난 학기에 활동하면서 학교 다녔는데 힘들지 않았어요?”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2-3번은 반복함. 정말 힘들었나보다.) 어렵게 들어 온 학교라 꼭 졸업하고 싶어서 어떻게든 다니려고 수업도 1, 2, 3교시로만 다 짰거든요. 그런데 일단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학교 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구요. 스케줄 다 마치면 새벽인데 몸도 많이 피곤하고…. 그래도 지난 학기 성적은 괜찮았어요.” 바쁜 와중에서도 그가 학교를 이렇게 자∼알 다니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친구들과 선배들의 숨은 노력이 있다. 방송 활동을 하면서도 고대 출신 선배들은 시경을 잘 챙겨준다고 한다. “먼저 오셔서 인사를 해 주시기도 하고 아무래도 후배니까 제 노래에 관심도 많이 가져주시고 조금이라도 신경을 더 써 주시는 편이죠.” 앞으로 어떤 가수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한 번 반짝거리고 사라지는 하루살이 가수가 아닌 진정한 싱어 송 라이터로 우뚝 서고 싶다고 한다. “아직 가수로서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노래 실력도 더 키워야 하고 실력 있는 가수로 인정받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그가 OKU 친구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한마디!
“말을 물가에 데려가게 할 수는 있지만 물을 억지로 먹일 수는 없지요. 다른 사람의 천 마디 말보다 스스로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나의 목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아마 저절로 공부하게 될 겁니다.” 조금은 다른 길을 선택한 그의 모습이 왠지 낯설어 보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길을 묵묵히 찾아 나서는 용기를 가진 그는 역시 당찬 고대인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