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4월 출시한 해태제과 '부라보 콘'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그 전까지 빙과는 설탕과 과즙 등을 얼려 막대를 꽂은 아이스께끼(아이스케이크)나
'하드(아이스 바 또는 하드 아이스크림)'라고 불리는 것 뿐이었다.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바삭한 과자로 감싼 아이스크림은 처음이었다.
한국 아이스크림 역사의 새 장을 연 셈이다.
지금까지 45억개 넘게 팔려 판매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판매량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80만km로 지구를 20바퀴 돌 정도의 길이이다.
부라보콘의 폭발적인 판매에 힘입어 해태제과는 1972년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해태제과는 이후 음료와 주류,유통,상사,전자 등으로 영역을 다각화하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1996년에는 20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24위 그룹으로 발돋음했다.
특히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리그에 참여한 해태 타이거즈는 5.18민주화운동의 상처를 안고 있던
호남인에게 청량제가 됐다.
팬들은 홈뿐 아니라 원정 야구장에서도 '목포의 눈물'을 목놓아 불렀다.
한을 풀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구슬픈 응원가였다.
타이거즈는 1986~1989년 4년 연속 우승을 비롯해
1997년까지 한국시리즈에 9번 올라 전승을 거두는 괴력으로 응답했다.
타이거즈의 전성기는 '해태-호남' 등식이 성립했던 시기다.
하지만 비식품계열사에 대한 과도한 투자와 확장으로 그룹의 부채가 쌓여갔다.
결국 외환위기 당시 자금란을 이기지 못해 해태그룹은 해체됐다.
해태제과도 2001년 증시에서 퇴출됐다.
3위로 내려앉았던 해태제과는 2015년 오리온을 제치고 국내매출 2위로 올라섰다.
2014년 내놓은 '허니버터칩'이 예약 주문이 쇄도할 만큼 대박을 터뜨린 덕분이었다.
해태제과가 생산하는 제품은 162종인데, 허니버터칩 매출 비중은 6.6%에 이른다.
허니버터칩을 등에 업은 해태제과는 지난 11일 증시에 재상장 후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부라보콘의 혁신과 마찬가지로 허니버터칩은 '감자칩은 짜다'는 패러다임을 깬 제품이었다.
전에 없었던 달고 고소한 맛을 강조한 감자칩에 소비자는 열광했다.
기업이 살 길은 혁신뿐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안호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