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처작주입처개진 隨處作主入處皆眞
어떠한 처지에 놓여 있더라고 자기를 잃지 않고,
어떤 속박도 받지 않으며, 자기가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된다.
그러면 매일매일을 진실되게 살 수 있으며 사람의 보람도 깨닫게 된다.
요즈음 말로 한다면 어떤 경우에나 주체의식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수처작주입처개진'이라는 말은 중국 당나라의 임제선사가 쓴
『임제록臨濟錄』에 나온다. 이말은 우쭐대거나 독불장군이 되라는뜻이 아니다.
어떠한 경우에나 그 경우에 맞는 처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수에 맞게 살라는 것과도 조금 의미가 다르다.
어떤 처지에 놓이더라도 굳은 주체의식을 가지고 있으면 능히 이겨낼 수 있다.
이것을 환경으로 바꾸어 생각해도 좋다
환경의 노예가 되지 말고 환경이 주인이 되라는 말이다.
어느 날, 반규선사盤珪禪師를 찾아온 사람이 이렇게 물었다.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어떤 각오를 하고 죽음을 기다리면 좋겠습니까?"
선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죽는 데 무슨 각오가 필요한가? 죽게 되면 죽으면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와 잘 어울리는 선어로 '안심입명安心立命' 이라는 말이 있다.
또 어떤 사람이 이렇게 묻기도 했다.
"저는 평소에 수양을 쌓고 있습니다만, 천둥번개가 치면 겁이 나서 어찌할 바를
모른답니다. 천둥번개가 쳐도 겁을 먹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겁이 나면 그냥 떨고 있으면 된다."
천둥번개가 칠 때 무서워서 떠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떨지 않으려고 굳이 애쓴다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나의 선어 99 홍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