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동안 물동이를 쏟아붓듯 하던 소나기가 지나가면서
다녀간 기념으로 맹물이네 농장을 꽃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국화관가? 노란 쑥갓 꽃이 민들레보다 예쁘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땅콩 잎보다는 덜하지만 자주색 밤고구마 잎도 여간 아름다운 것이 아니며,
무성한 잎 사이로 앙징맞은 고추도 며느리 밥풀꽃처럼 귀엽고 청순한 꽃을 피웠다.
너른 잎이 무거워 꼬부라진 상추도 머지않아 엉겅퀴 비슷한 꽃을 피워 올리리라.
이어서 부추와 들깨도...
봄에는 푸른 잎을 주어서 고맙고 여름에는 이쁜 꽃을 피워주어
더욱 정이 가는 채소들이 잡초들과 무성하게 섞여 자라는 밭을 굽어보다가
드문드문 섞여 자라는 잡초를 조심스레 잡아당겨본다.
땅 아래에서 뿌리가 얽히다 보니 잡초 뽑으려다가
자칫하면 채소까지 덩달아 뽑기 십상이라.
수확하기까진 줄기나 틈틈이 잘라주면서
채소와 잡초가 어우러져 자라도록 내싸 둬 버릴 밖에 없는
밭을 바라보면서 악과 선이 어우러져 살아가기 마련인
이 세상이 밭과도 흡사함을 느낀다.
나도 한 세상 살아가다 숨 그치는 날에
유익하고 정겨운 채소로 기억될 수 있을까?
(2008.07.28 19:49)
https://cafe.daum.net/4346go/BErd/484
며느리밥풀꽃 _ 이완순
며느리밥풀 종류는 우리나라에 7종이 있는데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종은
[꽃며느리 밥풀]입니다.
붉은 꽃잎에 밥풀같은 흰 점이
두개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완순 시인은 며느리 밥풀의 전설을
시의 소재로 하여 詩를 지었습니다.
가난이 죄였던 시절의
슬픈 전설과 그 전설에서 나온 꽃이름이
[며느리밥풀꽃]입니다.
꽃며느리밥풀꽃은 반기생식물입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양분의 일부는
다른 식물에 붙어서 빼앗아 오고,
나머지는 자기 엽록소로 광합성을 하여 보충하는 식물입니다.
며느리밥풀꽃의 전설과는 달리 생존 기술을 잘 습득한
굉장한 놈들입니다.
[다른 생물에게서 영양분을 빼앗아 온다]는
철학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저의 생각은 [순환]입니다.
오늘의 꽃에게서 순환의 원리를 깨닫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詩처럼 꽃처럼 행복한 하루되세요.
https://youtu.be/PpiMH_v72lw
며느리밥풀꽃
- 이완순 -
산등성이 외진 곳 숨어서 피는
샐비어보다 더 붉고 여린
며느리밥풀 꽃을 보셨나요
죽어서도 한이 너무 많이 남아
삼키지 못한 쌀 두 낱 혀 위에 놓고
서럽게 흐느끼는 여인을 보셨나요.
뱃속에는 애기가 자라고
밤마다 서방님은 칭얼대고
텃밭에 김은 매기 바쁘게 깃고
보리방아 혼자 찧어
열 식구 조석준비에 배고파
배가 너무 고파
쌀 씻다 무심코 집어 먹은 쌀
시어미 불호령에 질겁하여 죽은
열여섯 살 어린 각시의 구천을 떠돌던 넋,
며느리밥풀 꽃을 보셨나요.
그 한 많은 며느리의 삶을 보셨나요.
[출처] [8월 13일 詩와哲學이야기] 며느리밥풀꽃 _ 이완순|작성자 하늘바다 여운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