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진작 알았지만, 막상 일하려고 시간을 내는 일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장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지난해부터 2백여 평 시골 땅에 아내의 5남매가 참깨를 심어 수확했습니다.
도시에 사는 5남매는 올해도 참깨를 심어놓고 시간이 나는 대로 시골에 가서 일하고 돌아왔습니다.
처남과 처제들이 직장생활을 하는 관계로 고향농촌에 와서 일하고 가면 피로가 가중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풍 간다는 기분으로 간식을 준비하여 봄에 참깨 모종을 심고 틈틈이
들깨 잎등도 따서 장아찌도 담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수확의 계절 가을을 맞은 참깨들이 잎도 누렇게 변하고 꼬투리도 거뭇거뭇 해졌습니다.
시골동네 지인들에게 참깨 수확시기를 물어본 후 2주 전 토요일에 참깨를 벤 후,
지난주 토요일 5남매와 사위들이 합세하여 참깨 털기 대작전에 돌입했습니다.
멍석을 깔고 잘 말린 참깨들을 나란히 쌓은 후 도리깨로 양쪽에서 사정없이 후려치면 후두둑, 우수수 참깨 알이 쏟아집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참깨 털기 작업 도중 준비해 간 쌀국수와 김밥 등으로 요기를 한 후 다시 속도를 내서 일합니다.
마대 자루에 담은 참깨들을 동네 송풍기를 빌려 깨끗하게 가려내고 나니 어느새 오후 4시가 되었습니다.
참깨의 한 해 수확량은 45㎏으로 한 집 당 9㎏씩 돌아갔습니다.
도시에서 시골로 오가는 기름 값과 시간 등 가성비를 따지면 손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형제들 간의 추억을 상기시키고 우의를 나누는 계기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조선 헌종 때 정학유 선생이 지은 가사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가 농사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많아 참고해보았습니다.
농가월령가는 일월성신의 운행과 역대의 월령(月令) 및 그 당시에 쓰이는 역법(曆法)의 기원을 설명하였습니다.
정월령에서는 맹춘인 정월의 절기와 일년 농사준비, 정조(正朝)의 세배와 풍속, 그리고 보름날의 풍속 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월령에서는 중춘인 2월의 절기와 춘경(春耕)과 가축 기르기, 그리고 약재 캐기 등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중간 월령 생략)
그리고 10월령에서는 맹동(孟冬)인 10월의 절기와 무·배추 수확, 겨울 준비, 가내 화목,한 동네의 화목 등을 권하고 있습니다.
11월령에서는 중동(仲冬)인 11월의 절기, 메주 쑤기, 동지의 풍속, 가축 기르기, 거름 준비 등을 노래하고 있으며,
12월령에서는 계동(季冬)인 12월의 절기, 새해 준비, 묵은 세배 등을 묘사하고,
결사에서는 농업에 힘쓰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농가월령가에서 우리 조상들이 농가에서 행해진 행사와 세시풍속은 물론,
그 당시 미덕의 제목들을 엿볼 수 있어 감동을 줍니다.
농촌에서 농작물을 생산하는 농부들에게 존경의 마음이 생깁니다.
밥 한 알이라도 소중히 여겨야겠습니다.
언젠가 계룡산 갑사 공양간에 걸린 ‘밥을 먹는 자식에게’라는 글귀가 생각납니다.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켜라. 봄에서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그 여러 날을 비바람 땡볕으로
이어 온 쌀인데 그렇게 허겁지겁 먹어버리면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
사람이 고마운 줄을 모르면 그게 사람이 아닌 거여.”라는
글귀는 음식을 낭비하는 현대인에게 따끔한 가르침을 줍니다.
힘들게 참깨 타작을 하고 나서 참깨 한 톨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농촌의 일상들은 그렇게 할 일이 많지요
처가집 식구들의 일년농사를 준비 하시느라 수고 하십니다
시골의 농가에 이렇게 힘들게 하는 것을 농사에 수고를 다 모를 것입니다
참깨를 도리깨로 두들기나 봅니다ㅎ
한모슴씩 손에 잡고 털지 싶은데...
하여튼 온 가족의 사랑받으시겠어요
저걸 다 나눠 주려면요
아휴...
더운데 정말 수고하시는 일상입니다
행운 님
그래도 보람이지요
@행운
요즘 참깨 볶느라
깨소금 냄새가 나더라 했지요
더 바쁘겠어요
마눌이 이쁘면 처갓집 소 말뚝 보고 절 한다고 하지요 ㅎ
다음부턴 참깨는 도리개로 두들기면 안 돼요
어려서 많이 봤어요
요즘엔 미닐 멍석이 좋잖아요
그 멍석 깔고 막대기로 떨어야 해요 ㅎ
아마 이렇게 아는 척함이 맞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