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선후배들의 모임이 있다.
단합이 잘 되고 끈끈하다.
그런데 그 모임의 좌장격인 4년 선배님들이 하나같이 '설악산'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었다.
식사 중에 우연찮게 산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듣고보니 그랬다.
형님들은 더 늙기 전에 '설악산'을 진하게 느껴보고 싶다고 했다.
누군가가 가이드를 해준다면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내가 그 역할을 하겠노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4년 전에 의기투합이 되었다.
일명, '설악산 프로젝트'였다.
첫번째는 한계령-중청-희운각-공룡-마등령-비선대-신흥사-소공원 코스를 탐방했다.
두번째는 신흥사-마등령-공룡-희운각-천불동-소공원 코스로,
세번째는 소공원-천불동-희운각-공룡-마등령-비선대-신흥사 코스로,
네번째는 용대리-백담사-수렴동계곡-쌍폭-봉정암-가야동계곡-오세암-백담사-용대리 코스로,
다섯번째는 남교리-12선녀탕-대승봉-귀때기청봉-한계령삼거리-한계령휴게소 코스로
여섯번째는 한계령-끝청-대청-설악폭포-오색코스를 탐방했다.
6회차 탐방이 끝이었다.
세 분의 형님들과 가이드 역할을 했던 나 그리고 각각의 배우자들, 이렇게 총 8명이었다.
꼬박 4년 걸렸다.
사실 산이 아무리 좋아도 수도 없이 가본 곳을 또 가기란 그리 신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나에겐 분명한 역할이 있었고 나만의 미션이 있었다.
2020년 6월 20일, 6회차 탐방을 끝으로 '설악산 프로젝트'는 대미를 장식했다.
부상자 없이 즐겁고 깔끔하게 잘 마무리를 지었다.
고마웠고 홀가분했다.
참여해 준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
1회차부터 3회차 까지는 잠실에서 밤 11시에 만났다.
모든 멤버들을 승합차에 태우고 설악으로 가서 새벽 03시경부터 새벽산행을 경험했다.
4회차부터 6회차까지는 아침 06시에 잠실에서 만나 오전에 산행을 시작했다.
다양한 시간대, 다양한 코스, 다양한 계절을 경험케 해주고 싶었다.
크고 작은 수많은 추억들이 백두개간의 산머루처럼 실하게 다닥다닥 열렸다.
굳이 '재능기부'란 단어를 쓰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작금의 모든 액티비티가 내가 은퇴 후에 창업하고 싶은 '노마진 여행사'의 기초가 될 것이기에 소망을 가지고 성실하게 임했다.
시간과 열정을 쏟고, 차량을 렌트하여 왕복으로 운전하고, 숙소를 예약했다.
또한 전체적인 동선과 소요시간, 체력안배, 속도의 완급 등을 고려해 진행했다.
식사문제를 비롯한 크고작은 일들이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터였다.
상당한 신경을 써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모든 비용은 정확하게 N분의 1이었다.
가이드도 예외일 순 없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늘 그랬다.
그래야 '노마진 트래블'이니까.
누군가의 땀과 준비로 모두가 행복한 추억들을 엮어갈 수 있다면 더이상 무엇을 바랄 것인가.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일 테니까.
늘 그런 삶의 패턴과 태도를 견지하며 살았다.
우리 모두를 위해 내가 먼저 한 방울의 땀이라도 더 흘리고자 노력했다.
설악 '쏘라노 리조트'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설악산 탐방 '쫑파티'를 하면서 서로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형님 & 형수님들의 감회어린 멘트가 이따금씩 서로를 뭉클하게 만들기도 했다.
한 분은 대기업체 임원이면서 초빙교수이고, 한 분은 서산 화학공단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며 한 분은 고위직 경찰이다.
짬짬이 귀한 시간을 빼기도 하지만 각자의 길에서는 언제나 열과 성을 다하는 멋진 사내들이다.
금년에 한갑을 맞은 형님들.
언제나 건강하고 평안하기를 기원해 마지 않는다.
4년이란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지만 설악에 대한 보석같은 추억은 서로의 가슴속에 남았다.
프랑스 작가 '퐁트넬'의 글 한조각을 소개하면서 이만 글을 맺는다.
그가 말했다.
"행복의 가장 큰 장애는 과도한 행복을 기대하는 것이다. 크고 거창한 행복을 기대하지 말고 작고 확실한 행복을 만끽하며 살아야 한다"고.
인생은 아름답다.
대자연은 신이 주신 최고의 축복이자 선물이다.
브라보.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첫댓글 작년 설악 공룡과의 첫날이 생각납니다.
다시금 멋진 분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네요.
설악 프로젝트 성공리에 마침을 축하드립니다.
더욱 멋진 발걸음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