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는 차 안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남강호 기자
29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 추천 명단에 들지 못하고 중앙지검장 유임 가능성이 거론되자 검찰 내부에서는 “중앙지검장 자격은 있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 지검장은 후보추천위에 앞서 외부 인사에 의해 ‘공개 저격’을 당했다. 추천위원 중 한 명인 이종엽 변협회장은 29일 이 지검장을 겨냥해 “자기 조직 못 믿는 사람은 수장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이 지검장이 수원지검이 수사중인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중단 외압’ 사건의 기소가 임박하자 검찰 수사를 못 믿겠다며 수사심의위를 신청한 데 대한 작심 비판으로 풀이된다. 이 지검장은 이 사건 수사 중 검찰에 관할권이 없다며 공수처 이첩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지검장이 후보추천위에서 탈락한 후 중앙지검장 유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내부 반발이 만만찮다. 한 검사장은 “이 지검장은 검찰총장은 물론 중앙지검장 자리에도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한 중견 검사는 “조직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중앙지검장 자격도 없다”며 “조직도 이미 그를 믿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말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당시 김욱준 당시 1차장을 비롯한 차장 검사들이 이 지검장을 찾아가 총장 징계청구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며 사실상 용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중앙지검의 일부 차장 검사들은 최근에도 주변에 “지검장님 좀 바꿔달라”는 말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리한 ‘사건 뭉개기’와 정권 눈치보기로 조직의 수장으로 모시기 힘들다는 것이다.
◇'방탄총장' 대신 ‘방탄지검장’ 역할 계속하나
이 지검장의 유임 가능성이 거론되자 검찰 내부에선 그가 정권 관련 사건에 대한 ‘방탄’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작년 말 중앙지검 형사 5부에 배당된 이용구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은 5개월째 별다른 진척이 없다. 이 지검장은 지난 1월 중앙지검 형사 1부가 채널 A사건으로 고발된 한동훈 검사장을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며 작성한 130여쪽의 무혐의 이유보고서를 현재까지 결재하지 않고 있다. 중앙지검은 이동재 전 채널 A 기자를 기소하면서 한 검사장을 공범으로 적지도 못했다.
중앙지검의 옵티머스 자산운용 수사팀의 경우 내·외부 파견을 합쳐 검사 13명을 투입했는데도 이혁진 전 대표는 미국에 도피중인 가운데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는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수사팀 절반에 대해 파견 연장을 불허한 수원지검과 달리 옵티머스 수사팀원 네 명은 6개월째 파견이 연장됐다. 이중에는 2019년 대검 반부패 강력부장이던 이 지검장 휘하에서 근무했던 A 검사도 포함돼 있다.
한 부장검사는 “수사 뭉개기엔 중앙지검장이 총장보다 더 나은데 그래서 ‘유임’ 수를 쓴 게 아니냐”고 했다.
이 지검장은 이날 총장 후보 발표 후 중앙지검 간부들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앙지검 간부는 “원래 속내를 잘 안 드러내는 스타일 아니냐”며 “작년 윤 총장 징계 국면 이후 간부들 중에도 흉금을 터놓을 사이도 없다”고 전했다.
◇사상초유 ‘피고인 중앙지검장’나올까
이 지검장은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 중단 외압’ 혐의로 수원지검의 기소 결정을 앞두고 있다. 불법출금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 정책본부장은 중앙지법에 기소됐기 때문에 관련 사건 혐의자인 이 지검장도 중앙지법에 기소될 확률이 높다.
중앙지법에 기소된 사건은 중앙지검이 공소유지를 맡는다. 유죄판결을 받기 위해 증거를 제출하고 증인신문을 한다. 한 검사는 “휘하 검사들이 공소유지하는 법정에 지검장이 피고인으로 들어가는 모양이 상상이 안 된다”고 했다. 한 검사장은 “사직하지 않는다면 고검 등 직접 사건을 다루지 않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 기조상 이 지검장이 기소돼도 자리보전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독직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직무배제되지 않고 피고인 신분으로 현직을 수행하고 있다. 불법출금으로 기소된 차규근 본부장도 마찬가지다.
한 부장검사는 “원칙도, 전례도 없는 ‘우리 편 유임’이 유행이 된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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