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의원이 개혁신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6·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자신이
제안한 당의 자강과 쇄신 방안이 당내에서 충분한 호응을 얻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사퇴하기가 무섭게 갑작스레 민주당 영입설이 나오고,
국민의힘과의 합당설까지 거론된다.
대표직에서 물러난 정치인에게 이처럼
많은 정치적 시나리오가 따라붙는 경우는 흔치 않다.
심지어 그가 어느 당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향후 보수와 중도 정치의 지형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결국 관심의 초점은 이준석 개인의 거취를 넘어
‘이준석이라는 정치적 자산이 어디로
향하느냐’가
정치권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민주당 영입설은 아직 공식적인 움직임이라기보다 정치권의 관측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이준석이 민주당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청년·중도층에
대한 호소력을 지닌 정치적 자산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의 합당설은 조금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장동혁 대표가 보수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이런 관측에 더 힘이 실렸다.
다만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모두 현재
합당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번 이준석 대표 사퇴가 보여준 것은 결국 개혁신당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다.
개혁신당의 가장 큰 장점이자 동시에
가장 큰 약점은 이준석이었다.
이준석이 있었기에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이준석이라는 존재감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당 자체의 브랜드가 성장하기 어려웠다.
결국 대중에게 각인된 것은
‘개혁신당’보다
‘이준석의 당’이라는
이미지였다.
이준석이 대표직에서 물러나자마자
개혁신당의 존립 자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제 선택은 국민의힘에게 돌아왔다.
이준석을 과거의
‘배신한 전직 대표’로만
볼 것인지,
아니면 보수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카드로 다시 활용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특히 장동혁과 이준석의 조합은 매우 흥미롭다.
장동혁에게 이준석은 매력적인 카드이면서
동시에 잠재적 경쟁자다.
이준석에게 장동혁은 보수의 플랫폼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정치적 확장을 가로막을 수 있는 기존 질서다.
그래서 두 사람의
‘케미’는
단순한 친밀함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역할을 어떻게 배분하고 조화를 이루느냐의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이준석 의원은 확실히 기성 정치인과는 차이가 있다.
기존 정치인과 다른 언어를 구사했고,
논쟁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젊은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는 의제를
자신의 방식으로 정치화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것은
약점이지만,
동시에 그 점이 정치적 자산이기도 하다.
정치인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비판받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준석 의원은 여전히
정치적 존재감이 강하다.
한 정치인의 자리 이동에 언론이 이토록 요란한 것은 개혁신당의 생존과 국민의힘의 세대교체,
민주당의 외연 확장이 맞물리면서 보수·중도
정치 재편의 다양한 시험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 하고,
국민의힘은 이준석을 품을 수 있을 만큼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민주당 역시 이준석을 영입할 수
있느냐보다 이준석이 상징하는 청년과 중도층의 언어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결국 정치가 주목하는 것은 사람의 이동이 아니라,
그 사람이 움직일 때 함께 움직이는
표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