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령의 재원인 그녀 -성별에 관한 표현 바르게 쓰기
이것은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의 한 장면입니다. 주인공의 형은 성공한 벤처 사업가로 지금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해 있습니다. 이 장면은 젊은 대통령 후보의 동생이 명문대를 졸업한 청년 검사라는 것이 화제가 되어 그 내용이 뉴스에 보도되는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화면은 보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사진에는 분명 남자 얼굴이 담겨 있는데 '재원'이라니요?
'재원才媛'은 '재주가 뛰어난 젊은 여자'를 뜻하므로 남성을 가리키는 말로는 적당치 않습니다. '그 댁 따님은 이 지방에서 소문난 재원이다.' 또는 '000 씨의 예비 신부는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재원으로…….'처럼 쓰입니다. 요즘엔 주로 결혼식에서 신부를 소개하는 말로 많이 사용됩니다. 이 말에 대응하여 재주가 뛰어난 젊은 남자를 가리키는 말에는 '재자才子'가 있는데, 현대 국어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재원'과 마찬가지로 여성에게만 쓰이는 표현으로는 '묘령妙齡'이 있습니다. '묘령'은 '스무 살 안팎의 여자 나이'를 가리키는데 용례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남자가 하숙한 집을, 그것도 밤에, 불가피한 일이 아니고서는 묘령의 처녀가 찾아온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박경리, 토지≫
그러나 이 말은 요즈음 나이나 성별과 상관없이 '정체를 알 수 없는'의 뜻으로 흔히 잘못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공개된 사진에는 000이 묘령의 남성과 배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손을 잡고 해변을 거니는 모습이 담겼다.≪2012. 07. 10. ××일보≫
이 용례들은 모두 인터넷에서 신문 기사를 검색한 결과로, 하나같이 '묘령'을 '정체불명'의 뜻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언젠가는 '묘령'의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처럼 잘못된 쓰임이 확산되는 이유는 모르는 말이 있을 때 바로 국어사전을 찾아 확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2008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잘 모르는 말이 있을 때 사전을 찾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이72.5% 사전을 찾아본다고 대답한 사람27.5%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사전을 찾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는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는 경우12.5%도 있지만, 모르는 대로 지나치거나29% 앞뒤 문장을 통해서 뜻을 짐작하고 만다고 답한 사람들이58% 훨씬 많았습니다. 아마도 이런 습관이 잘못된 언어 사용을 지속시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은 가까운 곳에 종이 사전이 없더라도 인터넷이나 휴대 전화 검색을 통해서 쉽게 국어사전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뜻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말은 그때그때 찾아 바르게 알고 사용함으로써 말의 뜻이 엉뚱하게 번져 나가는 것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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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삼각산의 바람과 노래 원문보기 글쓴이: 흐르는 물
첫댓글 잘 알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간과하기 쉬운 말들에 대한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