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그대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김포신문/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2022.12.16. -
연말이다. 끝이며 시작이다. 한 해의 대미를 장식할 시를 선별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會者定離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 이별의 대상이 연인이든, 가족이든, 누구든 정호승 시인의 말처럼 /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남는 사람의 몫이 아름다우면 좋겠다.
사랑을 위해 침묵하고, 사랑을 위해 사라져 주고, 사랑을 위해 그대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된다는 것. 믿음도 소망도 사랑이라는 기반 위에 있을 때 그 가치가 빛나는 것이다.
점점 이별이 두렵지 않은 나이가 되어간다. 그저 이름만이라도 기억하며 노래하는 별이 되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대상에게.
〈김부회 시인·평론가〉
Once Upon a December - Piano transcription from orchestra - Fred Ch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