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오늘 예수님께서 우리 성당에 오신다면 어떤 말씀을 건네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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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2/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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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복음 19장 45-48절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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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은 집
주일에 성당에 오면 종종 무언가를 파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이를 목격한 누군가는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성당이 ‘장사꾼의 소굴’, 즉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강도들의 소굴’이 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물건 판매는 누군가가 기도할 집을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공동체가 더 기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조금 더 애정 어린 눈으로 이를 바라본다면, 금방 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예수님께서는 왜 그렇게 화를 내시며 물건을 파는 이들을 쫓아내시는 걸까요? 당시 사람들이 성전을 찾을 때면, 우리가 봉헌금을 준비하듯이 희생 제물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먼 길을 오며 모두가 제물을 준비할 수는 없었고, 그런 이유로 성전 앞에서 제물 준비를 위한 거래가 빈번하게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하지만 편의를 위한 거래는 어느 순간 이익을 위한 거래로 변질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의미를 잃어버린 그 모습을 지적하십니다. 물건 판매뿐 아니라 성당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일들은 우리에게 분명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런 일들을 통하여 예수님께 더 머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백성이 예수님의 말씀을 듣느라 곁을 떠나지 않았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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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환 안셀모 신부(서울대교구)
생활성서 2024년 11월호 '소금항아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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