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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문화]善處(잘할 선/정할 처)
善處는 정상을 참작해서 잘 처리해 달라는 뜻일 뿐
대부분의 말들은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상호관계에 따라 그 의미가 전혀 다르게 이해된다. 같은 말이라도 권력자가 善處해 달라 하면 압력이 되고,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이 善處해 달라 하면 정상을 참작해서 잘 처리해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善處란 말이 워낙 법조계나 경찰 주변에서 많이 쓰이는 때문으로,'~를 善處해 달라'고 하면 죄를 자인하고 처벌을 경감시켜 달라고 부탁하는 것처럼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善處는 拙稿(졸고)나 陋屋(누옥),豚兒(돈아) 등의 말처럼 관용적인 쓰임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자신의 원고를 拙稿라고 칭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원고를 졸렬한 원고로 생각하지 않으며,자신의 집을 낮추어 陋屋이라고 한다 해서 자신의 집을 누추한 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를 귀여워한다는데,자식 사랑이 남다른 우리네 부모들이 자식을 '돼지새끼'라는 뜻의 豚兒라고 한다 해서,자식을 돼지새끼처럼 여기는 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다. 임금이 '덕이 부족한 사람'이란 뜻의 寡德之人(과덕지인)을 줄인 말인 寡人이란 말을 쓴다 해서 임금이 스스로를 덕이 부족하다고 여겼던 경우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주변에서 누군가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있을 때 이웃들이 서명을 받아 善處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제출하곤 하는데,이는 아무개에게 이런저런 사정이 있으므로 법원이나 경찰에서 아무개의 사정을 잘 헤아려서 정상참작을 해 달라는 뜻일 뿐 이웃들이 아무개의 죄를 인정하느냐의 여부와는 별개의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아무쪼록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하는 것과 비슷한 용례일 뿐인 것이다.
善處는 한자로 풀이하면 '잘 처리하다'는 뜻이다. 善은 대개 '착하다'는 뜻으로 알려져 있지만,병을 잘 고치는 의사를 善醫(선의)라 하고 말을 잘하는 것을 善語(선어)라고 하듯 무엇을 잘 하는 것을 善이라 하기 때문이다. 다만 親善競技(친선경기)에서의 善은 '친하다'는 뜻이다.
善處의 處는 '정하다'는 뜻이다. 處決(처결) 處斷(처단) 處分(처분)의 處가 모두 그러하다. 處에는 '머무르다'는 뜻도 있는데,이를테면 벼슬하지 않고 야인으로 머물러 있는 사람을 일컫는 處士(처사)의 處가 그러하다. 이때 벼슬하는 것은 出이라 하므로 벼슬길에 나아가는 것과 물러나 은둔하는 것을 묶어 出處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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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찬가지로 우리는 주변에서 누군가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있을 때 이웃들이 서명을 받아 善處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제출하곤 하는데,이는 아무개에게 이런저런 사정이 있으므로 법원이나 경찰에서 아무개의 사정을 잘 헤아려서 정상참작을 해 달라는 뜻일 뿐 이웃들이 아무개의 죄를 인정하느냐의 여부와는 별개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