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국 순교자들이 그 혹독한 박해의 순간을 잘 넘기고 놀라운 순교의 영예를 누리게 된 가장 큰 비결이 무엇인지 묵상해봅니다.
고민과 고민 끝에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 비결은 인간의 힘에 있지 않고 주님 현존을 끝까지 놓치지 않았음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매일 매 순간 주님의 현존을 놓치지 않고 그분 안에 지속적으로 머무는 것은 절대로 거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 역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장 좋은 비결은 일상의 작은 기도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간대별로 이루어지는 아침저녁 기도, 삼종기도, 식사 전후 기도를 충실하게 하는 것. 특히 틈틈이 수시로 바치는 묵주기도는 주님 현존 안에 살아가기 위한 더없이 좋은 도구일 것입니다.
우리의 하루 일정을 촘촘하게 기도로 짜고 또 짤 때, 우리는 하루 온종일 하느님 현존 안에 머물게 되고, 그런 상태에서만이 순교가 가능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어려운 요구를 우리에게 하고 계십니다. 주님께서는 참으로 요구가 많으신 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마태 5, 44)
또 다른 순교라고 할수 있는 원수 사랑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냥 맨정신으로는 그 어려운 원수 사랑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기도 속에는 기적이 가능합니다. 매일 매 순간 우리 손에 묵주를 쥐고, 하루 온 종일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의 일생을 정성껏 묵상할 때, 우리는 하루 온 종일을 주님 현존 속에 머물게 되고, 그때 또 다른 순교인 원수 사랑이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가 수시로 주님께 쏘아 올리는 화살기도 역시 주님 현존을 우리 매일의 삶속으로 하느님의 현존을 불러오고 연장시키는 탁월한 도구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을 비롯한 우리의 순교자들은 혹독한 고통과 죽음의 위협 앞에 끊임없이 묵주를 돌리면서, 수시로 화살기도를 쏘아 올리면서 주님께서 자신들의 삶 속에 굳건히 현존하심을 기억했습니다. 그 결과가 영예로운 순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