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 참되게 예배하는 자들은 영과 진리로 예배할 때가 오나니 곧 이때라 아버지께서는 자기에게 이렇게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시느니라..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요한복음4장 23, 24)
♥† 주일성수는 예배의 기초다 †♥
우리 헌법 예배지침에 있는 ‘내용’을 살피기 전에 ‘순서’를 잘 보아야 한다. 제1장은 교회를 다루고, 제2장은 주일성수를 다룬다.
예배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다른 내용을 먼저 다룬다. 왜 그럴까? 교회가 무엇인지 모르면 예배가 바르게 드려질 수 없다. 주일성수 없이는 예배가 바르게 드려질 수 없다.
주일성수는 예배의 기초다.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지 않으면 예배를 바르게 드릴 수 없다. 주일 아침에 등산 가는 사람이 예배를 바르게 드릴 수 없다. 주일 오후에 친구와 약속을 한 사람이 예배를 바르게 드릴 수 없다. 주일마다 사업장을 여는 사람이 예배를 바르게 드릴 수 없다. 주일 하루 동안 세상 염려가 가득한 사람은 예배를 바르게 드릴 수 없다.
주일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주일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날이다(마 28:1; 막 16:2; 눅 24:1; 요 20:1). 구약교회는 한 주의 마지막 날인 토요일을 안식일로 지켰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금요일에 돌아가시고 일요일 새벽에 다시 살아나신 이후, 교회는 한 주의 첫 날인 일요일을 안식일로 지켰다.
이로써 일요일이 신약의 안식일이 되었고, 이날을 가리켜 주님의 날이라고 부르며, 한자로 줄여서 주일(主日)이라고 부른다. 이날은 제4계명에 근거하여 거룩하게 지켜야 한다. 거룩하게 지킨다고 해서 성수(聖守)라고 한다.
제2장은 바로 이것을 다룬다. 주일성수는 예배의 기초다. 주일예배는 주일성수의 일부분이다. 주일성수가 있어야 주일예배가 있고, 주일예배가 있어야 주일성수가 있다.
청교도는 주일을 ‘영혼의 장날’(market day of soul)이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주일은 영혼을 위해 영적인 것들을 거래하는 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청교도인 토마스 왓슨은 “주일은 우리의 영혼을 위한 장날이며, 모든 날 중에서도 가장 복된 날이다 …
이날은 영혼의 축제일이다. 이날에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모든 은혜를 발견한다. 평일에는 대부분 생업과 관련된 이 땅의 일을 하지만 주일에는 온전히 하늘의 일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일에는 짚을 주울 뿐이지만 주일에는 진주를 얻게 된다”라고 했다.
우리 헌법의 모법(母法)이 되는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 작성자들은 주일을 중요하게 여겼다. 신앙고백서 21장 8절, 대요리문답 117문답, 소요리문답 60문답,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은 주일성수를 중요하게 다룬다. 고신헌법 예배지침은 이 영향을 그대로 받았다.
우리는 이날에 “일체의 육신적 사업을 중지해야 한다. 예배와 안식에 방해되는 개인의 유익을 추구하는 경제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세상 염려와 연회, 쾌락적 행동을 삼가야 한다”(제3조).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명히 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해야 할 일을 미리 해야 한다.
그래서 “사전에 성실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충분히 준비하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미리 준비하여 공예배와 주일을 거룩히 지키는 일에 일체의 거리낌이 없도록 해야 한다”(제5조).
주일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의 예배지침은 “주일에 행할 일로 기도, 묵상, 찬송, 성경연구, 공예배 참석, 기타 전도, 구제 등 선한 사업을 통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성도 간에 교제를 힘써야 한다”고 가르친다(제6조).
무너져 버린 주일성수
이처럼 주일은 예배를 위해 구별해야 하는 날이다. 주일성수는 모든 “신자의 기본적인 의무”다(제3,4조). 여기서 신자란 기본적으로 세례교인이다. 그래서 세례교인이 이날을 거룩하게 지키지 않을 때 당회는 권면하고 징계해야 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 고신교회의 주일성수는 예배지침과 일치하는가? 저녁예배가 오후예배가 되고, 오후예배 참석자가 현저히 줄고, 오후예배가 사라지는 현상, 이 모든 일이 수백 년에 걸쳐 진행된 것이 아니다.
이제 고작 사십 초반밖에 되지 않은 필자가 모두 경험한 일이다. 제4계명에 해당하는 주일성수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권징했다는 이야기는 교회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다. 2021년 고신교회에서 주일성수는 과연 신자의 기본적인 의무인가?(제3,4조)
한국교회가 싸워야 할 것은 세상의 동성애나 낙태만 아니다. 교회 안의 주일성수다. 한 계명이 무너지면 다른 계명이 차례로 무너진다. 마찬가지로 주일성수가 무너지면 예배가 무너진다.
네덜란드 자유대학에서 교수로 일했던 이가 퇴임하자마자 무신론자가 되었다. 그는 ‘주일예배를 마치고 공원에서 아이스크림을 처음 사먹은 것이 무신론자가 된 첫걸음’이라고 자신의 회고록에서 밝혔다.
고신교회는 한때 주일성수 문제에 있어서 율법주의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그랬던 고신교회가 지금은 무율법주의가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1970년대의 주일성수와 2021년의 주일성수가 달라서는 안 된다. 부산에 있는 고신교회와 서울에 있는 고신교회의 주일성수가 다를 수 없다. 주일성수는 제4계명이요, 영원한 도덕법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주일성수가 시험대에 올랐다. 과연 고통과 환란 속에서도 이 계명을 잘 지킬 수 있는지 말이다. 하나님은 이런 팬데믹 상황 가운데 우리가 교회당에 모였느냐 아니냐를 판단하시기보다는 어쩌면 주일성수를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계실지 모른다.
주일성수가 무너진 시대다. 2021년의 고신교회는 과연 예배지침 제2장 앞에 떳떳할 수 있을까? 제2장이 성경에 근거하지 않은 표현이라면 헌법전문 33쪽에 밝힌 대로 바로 잡아야 할 것이고, 만약 성경말씀에 합당하다면 우리의 삶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헌법 예배지침에서 말하는 주일성수는 그냥 문자적인 선언에 불과한가 아니면 정말 우리의 법인가? “법이요~”(손재익 목사/ 한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