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구역이야" 쩌렁쩌렁 우는 소리… 비행기 이륙 소리만큼 크대요
짖는원숭이
나뭇가지에 올라가 있는 짖는원숭이. /브리태니커
멕시코에서 최근 폭염과 가뭄이 지속되면서 기진맥진해진 짖는원숭이들이 나무에서 떨어져 죽는 일이 속출하고 있대요.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짖는원숭이를 현지 야생동물보호 당국 직원들이 극진히 보살피고 있다고 합니다. 이름처럼 아주 우렁찬 울음소리로 유명한 이 원숭이는 다 자란 몸길이가 65㎝ 정도이고(수컷 기준), 기다란 꼬리를 가지고 있답니다. 멕시코에서 에콰도르·콜롬비아·브라질에 이르는 열대우림에서 살고 있어요.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우렁차게 울어대길래 짖는원숭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을까요? 이 원숭이들은 마치 사자가 울부짖는 것처럼 쩌렁쩌렁한 울음소리를 갖고 있어요. 소음측정기로 쟀더니 140dB(데시벨)까지 나왔대요. 이는 자동차 경적 소리(110dB)보다 더 시끄럽고, 비행기 이륙 소리와 맞먹는 거예요. 그래서 짖는원숭이의 울음소리는 5㎞ 밖에서도 들린다고 해요.
이 원숭이가 이렇게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건 목구멍 부근에 스피커 역할을 하는 울림통이 잘 발달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울림통으로 쩌렁쩌렁하게 소리를 지르는 건 수컷이에요. 암컷도 울림통이 있긴 하지만 수컷만큼 발달돼 있지 않아요. 짖는원숭이들이 이토록 시끄럽게 우는 건 “여긴 내 구역이야”라고 영역을 주장하는 거래요. 주로 동틀 무렵에 한 시간 정도 집중적으로 소리를 낸대요.
짖는원숭이는 암컷과 수컷을 구분하기 정말 쉬워요. 수컷이 덩치도 더 크고, 울음소리도 더 우렁차요. 또 수컷은 거무튀튀한 털 색깔을, 암컷은 금색에 가까운 밝은 털 색깔을 갖고 있죠. 짖는원숭이는 나무 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요. 땅으로 내려오는 일이 좀처럼 없어요. 그래서 나뭇가지를 타고 능숙하게 이동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럴 때 기다란 꼬리가 아주 요긴하답니다. 나뭇가지를 감아 쥘 수 있을 만큼 꼬리가 튼튼하거든요. 나무 꼭대기에서 실수로 떨어질 때 꼬리로 나뭇가지를 잡아 목숨을 건지기도 한대요.
짖는원숭이는 주로 잎사귀·꽃·열매 등을 먹어요. 많은 원숭이들이 식물뿐 아니라 벌레·새알·개구리·도마뱀 등을 함께 먹는 것과 차이가 있죠. 짖는원숭이들은 하루 종일 나무에 매달려서 꿈쩍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데요. 과학자들은 초식 위주 식성으로 먹잇감에서 충분히 열량을 섭취하지 못한 까닭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짖는원숭이는 수컷 1~3마리와 암컷 2~7마리, 어린 새끼들이 무리를 이뤄 살아가요. 수컷은 어른이 되면 독립해서 새로운 무리를 찾아갑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무리 생활을 하는 다른 포유동물의 수컷들이 새로운 무리 합류 과정에서 살벌하게 다투는 것과 달리, 짖는원숭이 수컷은 별다른 충돌 없이 새로운 무리로 들어간대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