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제재 해제 요구 목소리 키우는 국제 사회 중남미 기타 EMERICs - - 2023/11/17

[힘힘]

쿠바 제재 해제 요구 목소리 키우는 국제 사회

중남미 기타 EMERICs - - 2023/11/17

☐ 쿠바 제재 규탄 성명, 압도적인 지지로 UN 총회 통과

◦ 찬성 187표 대 반대 2표

- 국제연합(UN)이 올해도 회원국 총회(General Assembly) 안건에 미국의 대쿠바 제재 규탄 성명서 채택 표결 건을 상정했다. 투표 결과는 성명서 채택 찬성 187표 대 반대 2표로, 표결에 참여한 거의 모든 나라가 미국의 쿠바 제재 규탄 성명서 채택에 손을 들어주었다. 

- 성명서 채택을 거부한 2개 나라는 제재 당사자인 미국과 이스라엘뿐이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있는 우크라이나는 기권을 행사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가는 3개로 베네수엘라, 소말리아, 그리고 몰도바였는데, 이중 베네수엘라는 반미 성향이며 소말리아와 몰도바도 강력한 친미 동맹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결론적으로, 사실상 표결권을 가진 193개 UN 회원국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미국에 대쿠바 제재 중단을 요구했다고 볼 수 있다.

◦ 31년 연속 채택

- UN은 매년 회원국 총회에서 쿠바 제재 해제 규탄 성명서를 안건으로 다루며, 이는 매년 가결되고 있다. 올해도 성명서가 총회를 통과하면서, UN은 31년 연속으로 미국에 대쿠바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또한,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나라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2021년 표결 당시에는 184개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2022년에는 185개국, 올해는 187개국이 성명서 채택에 동의했다.

- 하지만 미국은 이번에도 성명서 요구에 즉각적으로 응하지 않았다. 총회에 참석한 폴 폴름스비(Paul Folmsbee) 주UN 미국 대사는 현재 쿠바가 1,000명에 가까운 정치범을 정당한 이유 없이 구금하여 인권을 유린했고, 쿠바 정부가 민주주의를 거부한 독재 정치를 펼치고 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어야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 미국의 강압적 외교 정책 반대 목소리 짙어져

◦ 중남미 강국 브라질과 멕시코, “제재 즉각 해제해야”

- 미국이 쿠바에 대해 잘못된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은 UN뿐만 아니라 쿠바가 속한 중남미 지역에서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제2의 핑크타이드(pink tide)가 일어났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중남미 각국에 좌파 성향의 정부가 연이어 들어선 이후에는 반미 진영 국가에 친선 의사를 타진하는 모습도 드물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 대표적으로, 중남미 브라질의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대통령은 쿠바 수도 아바나(Havana)에서 열린 G77+ 회의에서 쿠바를 국제적인 기준에서 보더라도 적합한 통치 수준을 유지하는 국가라고 평가하면서, “미국의 일방적인 대쿠바 제재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 또한,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es Manuel Lopez Obrador)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의 제재를 무시하고 연료 부족을 겪는 쿠바에 원유를 수출하도록 지시했으며, 얼마 전 기자 회견에서도 “멕시코는 쿠바와 계속 교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멕시코가 쿠바를 다른 국가와 동등하게 대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미국의 정책에 동참하지 않을 뜻임을 분명히 했다.

◦ 호세프 보렐 EU 외교 대표 쿠바 방문

- 미국의 지나친 대쿠바 제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미국과 가까운 서방 진영에서도 나왔다. 유럽연합(EU)은 올해 처음으로 조셉 보렐(Josep Borrell)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를 쿠바에 파견하여 친분을 쌓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보렐 대표는 쿠바 민간 부문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EU가 쿠바와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 한편, EU의 핵심 회원국 중 하나인 프랑스에서도 쿠바 제재 해제 지지 성명이 나왔고, 심지어는 미국 상원에서도 대쿠바 제재 해제에 관한 법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해당 법안은 현 집권당인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이 함께 제안한 것으로, 쿠바 제재를 일거에 해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 경제난에 허덕이는 쿠바... 국제 사회에 호소 계속

◦ 전방위적인 로비

- 이처럼 친미 진영과 반미 진영을 가리지 않고 대쿠바 제재 해제 요구가 커질 수 있었던 데에는 쿠바가 각국 정부를 상대로 쿠바를 지지해 달라는 로비(lobby)를 적극적으로 펼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겔 디아스카넬(Miguel Díaz-Canel) 쿠바 대통령은 이번 UN 총회 전 여러 나라 정상을 만나 쿠바 지지를 호소했으며, 총회 연설에서도 미국 제재 정책의 부당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 또한, 쿠바 정부는 쿠바에 우호적인 의견을 얻기 위해 경제적인 교류도 늘리려는 모습이다. 쿠바는 최근 해외 800여 개 기업을 초청한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했으며, 개회식에 카넬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급 장관이 참여하여 쿠바 투자로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도 쿠바는 미국의 제재가 없다면 쿠바 경제 회복 속도를 촉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쿠바에 투자한 기업이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문제는 미국의 차기 대선 결과

- 미국이 비록 세계 최고 강대국이기는 하나, 미국 바이든(Joe Biden) 정부가 국제 사회의 비판을 계속 무시하기는 힘들다. 최근 중남미와 중동 등 여러 지역에서 미국과 거리를 두려는 경향이 이전보다 강하게 나타나는 가운데, 미국의 강경한 제재 정책이 오히려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바이든 정부도 최근 몇 년 사이 쿠바와 비밀리에 고위급 회담을 여러 차례 갖는 등 관계 회복을 꾀하려는 시도를 늘려가고 있다.

- 하지만 그러한 미국의 노력이 다음 대선 이후 다시 원점으로 회귀할 수 있다. 차기 대선에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이 다시 한번 대권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쿠바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60년 이상 계속된 미국의 대쿠바 제재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요구는 분명하다. 또한, 미국도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그러한 국제 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 있을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될지, 과연 오바마(Barack Obama) 전 대통령 이후 중단된 미국-쿠바 화해 무드가 다시 시작될 수 있을지, 그리고 쿠바의 경제가 마침내 회복할 수 있을지 앞으로 쿠바를 둘러싼 외교 지형의 변화를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U.S. Government, Explanation of Vote After the Vote on a UN General Assembly Resolution on the Cuba Embargo, 2023.11.02.

ACN, International Court to Judge US Blockade of Cuba, 2023.11.13.

France 24, Cuba, a sinking economy, 2023.11.11.

El Pais, Latin American countries urge US to lift sanctions on Cuba and Venezuela to curb migration, 2023.10.24.

Wall Street Journal, Small Businesses Become a Lifeline for Cuba’s Floundering Economy, 2023.10.04.

AP News, UN votes overwhelmingly to condemn US economic embargo on Cuba for 31st year and urge its lifting, 2023.11.03.

Reuters, U.N. votes to end US embargo on Cuba; US and Israel oppose, 2023.11.03.

NBC News, Cuba officials urge U.S. lift sanctions to stem migration from the Caribbean island, 2023.11.01.

Reuters, Cuba seeks foreign investment, thumbing nose at US sanctions, 2023.11.07.

Vietnam News, Significant opportunities for investment in Cuba, 2023.10.06.

Xinhua.net, Xi meets Cuban prime minister, calling for further strategic coordination, 2023.11.06.

Radio HC, Chinese President and Cuban Prime Minister call for greater cooperation, 2023.11.06.

[관련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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