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mberg News, 10/30】
1. 1973년 악몽 재현?
역사적으로 볼 때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가격 변동은 단기에 그치곤 함. 그러나 이번 분쟁이 이란은 물론 미국마저 끌어들일 경우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가 강해질 수 있음. 글로벌 주식시장은 이미 중앙은행들의 고금리 장기화 정책이 글로벌 경제를 침체로 이끌 수 있다는 우려에 7월말 이래 12조 달러 가량 시가총액이 증발. BNP Paribas (Suisse) SA의 Paul de La Baume은 “시장이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지정학적 이벤트가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고 진단했음. ING Spain의 Francisco Quintana는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중앙은행들이 편안히 쉴 수 없을 정도로 긴장이 높다”고 지적함. 이번 전쟁이 “국제화”될 경우 아랍-이스라엘 전쟁 발발 후 OPEC가 미국에 금수 조치를 취하면서 유가가 급등했던 1973년 당시 시나리오에 매우 가까워질 수 있다고 우려.
Clocktower Group의 Marko Papic은 이번 세기 들어 이스라엘과 이웃 아랍국가들 간의 주요 충돌이 유가에 장기적 영향을 미친 적이 없다며, 그같은 충돌 이후 100일 안에 유가가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다고 설명. 월가의 공포지수인 VIX는 9월 중순 13에서 21로 껑충 뛰었지만 몇몇 지역은행들의 실패로 시장이 무너졌던 지난 3월 당시 수준인 27과 비교할 때 매우 심각한 모습은 아님. 그러나 지정학적 긴장이 악화될 경우 트레이더들과 스트래티지스트들은 금이나 스위스 프랑, 국채 단기물과 같은 안전자산이 계속해서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했음. 금값의 경우 이번 전쟁 발발 후 거의 10% 올라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섰음. 콜롬비아 페소와 브라질 헤알 등 원자재 상품 통화 역시 랠리를 펼쳤음.
2. 이스라엘 ‘장기전’ 선포
이스라엘이 결국 하마스에 대해 전쟁 “2단계”를 선포하고, 가자지구 지상군 침공이 “길고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경고. 네타냐후 총리는 현지시간 28일 “우리의 주요 목표는 적을 섬멸하고 우리의 존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가자지구 북부에 군대와 탱크를 보내 서서히 지상작전을 개시.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전쟁이 6주에서 6개월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압박과 인질 석방 협상으로 인해 전면적 보복은 자제해 왔지만 대대적 공습과 더불어 은밀하게 가자지구 지상 작전을 시도해 왔음.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가자 공격으로 하마스에 붙잡힌 약 200명의 인질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을 일축하며, 인질 석방과 하마스 격파라는 두 개의 목표가 상충되지 않는다고 말했음.
소식통은 과거와 달리 이번엔 하마스 조직을 완전히 없애고 가자 지구가 더이상 반이스라엘 폭력 세력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음.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지상과 지하에서 모두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밝힘. 앞서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미국이 계속해서 이스라엘 편을 들 경우 미국을 상대로 새로운 전선이 열릴 수 있다고 경고했음. 이스라엘 군사정보국 출신의 Amos Yadlin은 가자지구 지상전이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전면적 규모”의 공격이 아니라며 “강도가 낮은 충돌로 전격전이 아니다.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음.
3. 바이든-시진핑 회동 원칙적 합의
미국과 중국 정부 관료들은 다음달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의 회동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며, 다만 아직 최종 마무리가 필요하다고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료가 밝힘.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양국 정상간 만남과 관련해 구체적 내용을 여전히 조율 중에 있다고 그 관료는 전했음. 왕이 외교부장은 양국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이 평탄치 않다며,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자동 조정 장치”에 의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일요일 보도자료에서 밝혔음. 양국이 함께 관계 개선을 노력해야 한다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관계가 안정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임.
왕이는 최근 워싱턴 DC를 방문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및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담을 가졌으며 현지시간 금요일엔 백악관에서 바이든을 만났음. 양측은 약 1년 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을 마지막으로 대화가 단절된 양국 정상이 다시 마주 앉을 자리를 만들기 위해 수개월 간 애써왔으며, 특히 미국측은 양국 정상간 회동을 발표하고 싶어했음. 바이든 행정부 관료들은 6시간 넘게 진행된 왕이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신장지구와 티벳, 홍콩에서의 중국 정책, 남중국해 분쟁 등이 제기됐으며 진솔한 대화를 가졌다고 전했음. 바이든은 왕이와 한시간 정도 만나 양국이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한다고 촉구했음. 또한 미국은 중국에 이란을 지지해 중동지역에서 전쟁이 확산될 위험을 경고했으며, 양측 모두 중동지역의 긴장 확대를 막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데 보다 의견이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짐. 중국측은 미국의 대중 기술 제재조치 등 주로 경제 이슈에 초점을 맞췄음.
4. 연준 동결 예상
놀라운 미국 소비 강세가 향후 몇개월에 걸쳐 시험대 위에 오를 전망. 연체율이 늘고 부채 상환 부담이 증가하고 보유 현금이 줄어들면서 가계 재정이 점점 더 압박 받고 있기 때문. 연준위원들은 이번주 이틀 간의 FOMC 정책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를 22년래 최고치인 5.25%~5.5%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 또한 3분기 블록버스터급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 리스크, 경기둔화 기대 등을 저울질하며 향후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지도 논의할 예정. 연준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Sahm Consulting 설립자 Claudia Sahm은 “한 해 동안 정말로 상황이 견조했다. 문제는 얼마나 이 같은 모멘텀이 지속될 수 있는가에 있다”고 지적. 지금까지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도 전반적인 수요는 제법 잘 버텨왔음. 파월 연준의장은 전망가들이 곧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연준위원들은 경제의 회복탄력성을 보여주는 최근의 지표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특히 소비 관련 지표를 신중하게 모니터할 방침이라고 말했음. “지속적으로 추세보다 높은 성장의 추가 증거가 나오거나 노동시장의 타이트함이 더이상 완화되지 않을 경우 인플레이션의 추가 진전을 위험에 빠뜨려 통화정책의 추가 긴축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10월 19일 경고. 뉴욕 연은에 따르면 신용카드를 비롯한 소비자들의 연체율이 2020년과 2021년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한 뒤 이제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 앞으로 안정될지 아니면 계속 늘어날지 관건. 약 4000만 명의 미국인들이 지난 3년간의 일시적 유예가 끝나면서 이번 달부터 학자금 대출금을 갚아 나가야 함.
5. 美물가와 고용지표
연준이 선호하는 기저 인플레이션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지난달 4개월래 최고치인 0.3%(전월비 기준)로 다시 속도가 가팔라졌다. 실질 개인 소비 역시 9월 0.4% 늘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뒷받침. 이코노미스트들은 대체로 소비 지출이 향후 몇달 안에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연준 위원들은 강력한 경제 지표로 인해 통화 긴축이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해왔음. Inflation Insights의 Omair Sharif는 이번 지표가 연준이 연말 전까지 다소 근원 인플레이션의 상승을 경계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며, “4분기로 가면서 약간 상방 리스크가 있는 것 같다”고 우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개인 소비 증가율이 개인 소득 증가율을 크게 추월한 점을 지적하면서 이같은 다이내믹스가 오래 지속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음. 한편 오는 금요일 발표될 미국 10월 비농업부문 고용 증가는 약 19만 명으로 여전히 견조하지만 이전치에 비해선 상당한 둔화가 예상됨.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은 전년비 4.0%로 2년여래 최저치로 밀려 물가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음. 미국채 장기물 금리가 급등한 가운데 연준은 이번 FOMC에서 일단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경제 상황 전개를 좀더 지켜볼 것으로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