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내달 상원서 논의” 美공화당 공식 제안
상원 군사위 공화당 간사 위커 의원
북중러 위협에 12년만에 공론화
내년 국방수권법 포함은 불투명
11월 대선 결과따라 급진전 될수도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이 29일(현지 시간) 미 전술핵무기 한반도 재배치와 인도태평양 핵 공유 구상을 공식 제안했다. 상원이 다음 달 11일부터 논의하는 내년도 국방수권법(NDAA)에 이 같은 구상이 반영되도록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공화당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등에 대한 공론화에 나선 것은 미국이 현재 구축한 핵우산 체제로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갈수록 위태로운 핵 위협과 군사 협력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북-중-러 협력에 맞서려면 동북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핵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전술핵 재배치 후 한-일-호주 핵공유
위커 의원은 이날 발표한 국방투자계획 ‘21세기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에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안보 환경에 처해 있다”며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침략자의 축’에 대응할 세대를 아우르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위커 의원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과의 외교가 의미 있는 결과를 낳을 것 같지 않다고 판단하고 최근 전시(戰時) 기조로 전환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은 한반도에서 억지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전술핵 재배치 및 인도태평양 핵 공유 협정 체결 등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과 체결한 것과 유사한 핵 공유 방식에 한국과 일본, 호주가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1991년 철수한 주한미군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방안을 먼저 한국과 협의한 뒤 미국 주도로 한국과 일본, 호주 등이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나토식 핵 공유를 구축해야 한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의 지원 속에 핵·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내는 북한과 핵무기를 급격히 늘리고 있는 중국, 전술핵 실전훈련에 나선 러시아를 억제하려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통한 인도태평양판 핵 공유로 동북아시아에 핵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 북-중-러 핵위협 맞선 동북아 핵균형론 부상
주한미군 전술핵이 철수된 이후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가 미 의회에서 공론화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2년 북한의 3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이후 하원은 공화당 주도로 국방부 장관에게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검토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NDAA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당시 이 조항은 상·하원 논의 과정에서 삭제됐다.
위커 의원의 공개 제안 역시 내년도 NDAA에 포함될지는 불투명하다. 이미 통과된 하원 NDAA에는 전술핵 재배치 구상 등이 담기지 않았고, 상원에선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이 군사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제임스 리시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 등을 중심으로 전술핵 재배치와 핵 공유 등 동북아 핵균형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11월 대선 이후 미국 정치 지형 변화에 따라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위커 의원의 국방투자계획 제목인 ‘힘을 통한 평화’는 옛 소련 봉쇄 전략을 추진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국방정책이자 도널드 트럼프 1기 당시 안보 분야 슬로건이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이기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