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9시 20분 집을 떠나 등에 라켓을 메고 자전거로 신나게 온천천 자전거로를 달려내려가는데 앞에서 엄마 손을 잡고 오던 서너살 되는 아이가 갑자기 자전거쪽으로 몸을 돌려 뛰어드는 바람에 방향을 바꾸면서 급정거, 내 몸은 인도로 나뒹굴어졌고 (테니스 라켓이 내 등과 머리를 보호해 주어서 뒤는 괜찮았는데 ) 자전거가 나를 덮치면서 하필이면 자전거 핸들의 끝 부분이 배꼽위 10 여 센티 위를 내리 찍는 바람에 위문, 12지장 파열, 췌장파열등의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자전거 운전 경력 3년 - 절대 초보는 아니었으니 운전부주의로는 생각지 마시고 그날 일진이라 생각해주세요.
영어 속담에 사건이란 일어나게 마련 (Accidents will happen.) 입니다.
지난 65년동안 나에게는 입원할 사건이나 병 하나 없었음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이번에는 나의 차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동래 봉생 병원으로 실려 갔으나 (대정맥 파열이라는 추정을 받고)즉시 부산대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듣고 앰블런스에 실려 토성동으로.
대학 병원에서는 정확하게 짚더군요. 12지장 파열이라고.
서울의 딸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힘드시지만 서울 아산 병원으로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수술팀을 짜 놓고 기다리겠으니. (레지던트 3년찹니다.)
그래서 앰블런스를 타고 의사 한 명 대동하고 우리 식구는 왱왱거리며 서울로 달렸습니다.
그런데 고통이 가중해왔습니다. 얼마나 힘들었든지 아내와 아들놈의 손을 잡고 "살려달라!" 아우성을 쳤습니다.
의사는 진통제를 놓았으니 견딜만할거라고 했습니다만 통증은 인내의 한계를 넘어가더군요.
- 안 되겠다. 대구 동산 병원으로 가자. 서울 닿기 전에 죽겠다.
서울의 딸은 막무가내, 계속 올라오라는 겁니다. 대전에 접근하자 나는 정신이 아득했습니다.
- 여보. 치료나 받아보고 죽자. 대전에는 병원이 없나. 대전으로 가자.
딸은, 이제 조금만 더 오면 되는데 ~ 힘내세요.
거의 실신 상태에서 서울 아산 병원 수술실에 들어선 것은 밤 11시.
5~6 명으로 구성된 수술팀은 즉시 나를 마취시켰고 좀 잤을까 싶었는데 깨어나니 그 지독한 고통은 사라졌고
나는 살아나서 중환자실에 누워서 가족들의 미소를 받았습니다.
수술 시간 8시간.
위문, 12지장, 췌장의 일부를 손봤다고 합니다.
벌써 10일 지났습니다.
친구들의 많은 격려의 전화를 받아 힘을 내고 있습니다.
이제 죽도 먹고 병원 복도를 산책하며 잘 견디고 있습니다.
수술 부위인 복부 근육이 당겨서 컴퓨터 앞에 앉을 생각을 못하다가 좀 나아서 이렇게 친구들의 글도 읽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 피하지 못할 일은 즐겨라 -
아산 병원을 아산 호텔로 생각하고 생과 사가 동거하는 병원에서 생과 사의 의미를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할 기회로 만들어볼까 합니다.
다음 환우를 위해 이제 일어나겠습니다. 20분에 500원을 넣는데 뒤에서 젊은 사람들이 기다립니다.
이 글을 쓰는 20 여분동안 희한하게도 수술한 복부의 뻑쩍지근한 통증도 못 느꼈으니 이상합니다.
즐거우면 고통이 감소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카페가 그런 진통의 역할을 하는 것을 이제 알았으니 하루 한 번 이상은 들러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밤도 편안하게 지내시기 빕니다.
21일 7시 류근모 드림
첫댓글 야,남계! 하늘이 도우셨구나. 고생 많았소.동기회나 산삼회 등에서 그렇게 헌신 봉사하셨는데 이런 일을 당하다니 안타까울 뿐이오.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니 다행이오, 동기회의 이름으로 남계의 빠른 쾌유를 빌겠소. 힘 내시오! 파이팅!!
남계님! 이렇게 좋은 소식...! 이렇게 기쁠수가...! 정말 하느님이 도우셨습니다. 오랫만에 남계님 생각하며 두근거리며 긴 글 잘 읽었습니다. 글솜씨는 변함이 없는것 같습니다만 아직은 무리이니 너무 자주 컴퓨터앞에 앉으시지 말고...부디 몸조심 잘 하시고...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수고하시는 짝지에게도 안부 전합니다. 화이팅!!
회복되고 있다니 다행이다....몸조리 잘 하게......
남계, 자네의 건강한 글을 보니 무척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네. 그리고 남계가 조금도 변함없는 그대로임이 느껴졌네. 아산 호텔에서 나날이 커지는 기쁨을 맛보면서 그걸 즐기는 모습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지 모르겠네 - 좀 농담이네만 자네의 낙천적 기질이라면 이런 상상도 무리가 아니라 보이네 - 이런 생각 이런 생활이 가장 좋은 의사가 되고 치료제가 되어 빠른 쾌유를 촉진할 거라 믿네. 몸을 다쳤던 사람들 중에 혈당치가 급격히 상승하여 고통을 받는 사람을 보았는데 췌장을 일부 다쳤다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말이 없는 걸 보니 그 걱정은 안 해도 좋겠네. 우리 동기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빨른 쾌유를 빌고있네.
다들 감사합니다. 격려의 뜻 가슴에 새깁니다. 좋은 하루 보냅시다.
이제 남계 걱정이 한 시름 놓은 듯하군요. 컴앞에 앉아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쁨의 절반은 찾은 것이니까?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아니 지금도 고생중이니. 지성미년 감천이라 했는데 평소 선행을 많이 베푼 남계라 하느님도 특별히 빨리 완쾌하게 도와 주실것으로 믿습니다. 이제 죽도 먹을 수 있다하니 그래도 요 며칠전과 비교하여 일취월장 했습니다. 조금 더 참고견디면 곧 정상으로 회복될 날이 돌아와 그 옛날 즐거웠던 한 때를 재생시킬 것을 기대하니 마냥 행복해지기도 하군요.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생각보다 아니 들을 때의 느낌보다 훨씬 심각했군요. 그러나 다행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니 축하드리오. 그런데 다친 것은 자전거 탓이 아니란 걸 믿으시고 자전거 운동은 계속하기를 ...Accidents will happen without bike.
버드나무님, 이렇게 다시 버드나무님의 글을 읽을 수 있다니요? 생각보다 훨씬 빨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대단한 정신력입니다. 100% 완쾌하셔서 전 보다 더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동기님들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았나 봅니다. 참 기쁜 소식입니다. 무리 하지 마시고 더욱 몸조리하시길 바랍니다.
오랫만에 카페에 들러 남계의 글을 대하니 새삼 반갑습니다. 남계의 글을 많이 대했지만 오늘 남계의 글은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남계님 고생이 많았소. 빠른 시일내에 건강을 회복하셔서 자세하고 정다운 얘기 나누도록 바랍니다. 빠른 쾌유를 빌면서.....
어이, 남계 친구 ! 반가운 글솜씨 여전하군. 이제 컴퓨터에도 앉을 수 있다니 정말 반가우이. 많은 회복을 축하드리네. 161차 산행에서 모두가 남계 안부에 못견뎌 장거리 전화도 했지만 이렇게 여전한 글을 읽고 얼마나 기쁨이 넘치는지! 산행을 하던 친구들 멀리있는 자네에게 달려가지 못하고 가는 편에 정을 보내기로 했네. 어린 아이의 생명을 더 소중이 생각하고 자기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남계! 하늘의 축복이 있을 것이요. 오늘은 부활절. 예수님의 희생 보다는 좀 못하지만... ㅎㅎ 할렐루야!
정말 다행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도착하자마자 남계소식이 궁금하여 카페를 열었습니다. 반가운 소식이 있어 다행입니다. 불행중 다행이지만 축하드립니다. 회복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아프리카 긴 여정을 마치고 오늘 돌아왔습니다. 컴을 여니 남계의 글이 올라와 있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아산 병원까지 가면서 너무 아파 실신할 뻔 했다는 대목에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얼마나 아팠을까요? 그러나 지금은 빠른 쾌유를 하고 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다시 같이 산행할 날 손꼽아 기다립니다.
많은 친구들의 글, 가슴에 새깁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리를 잘 하여 산삼회, 각종 모임 등에 동참할 그 날을 손꼽이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