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참석을 계기로 한 한일 정상회담 개최여부를 두고
한일 양국이 실무조정에 들어갔다. 그러나 관계개선이라는 과제를 두고 양측이 기싸움을 반복하면서 정상회담
개최 의미가 이미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도쿄 해변에 설치된 오륜 조형물의 모습. [연합] |
|
연일 文대통령 방한 띄운 日언론…문제는 ‘예우’ 문 대통령의 방일 가능성과 한일 정상회담 개최의 운을 띄운 건
다름아닌 일본 언론이었다.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요미우리 신문과 산케이신문 등 스가 요시히데 일본 내각과 긴밀한 보수매체들은 정부관계자를 인용해
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참가할 의사가 있다는 건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방한한 것에 대한 답례로 개막식에
참석할 뜻이 있었다. 한반도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협력을 필요로 한 문재인 정부는 올초부터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강한 의지를 피력해온 바 있다.
|
문제는 ‘예우’다. 2018년 평창올림픽 개최 당시만 해도 문재인 정부는 고위 채널을 동원에 아베 당시 총리에게 ‘공식 초청’의사를 밝혔다. 개막식 두 달 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아베 총리를 예방해 문 대통령의 초청의사를 공식 전달하기도 했다. 이번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두고 일본 정부차원의 ‘초청’ 혹은 ‘초청장’ 여부가 중요했던 이유다. |
|
그러나 스가 내각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절차를 통한 정부대표단 접수 절차 외에 별도로 문 대통령에
초청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참석에 대한 국내여론은 악화됐고,
청와대도 박수현 국민소통수석과 이철희 정무수석이 언론을 통해 불편한 기색을 알렸다.
코로나로 위기에 몰린 도쿄올림픽…’스포츠 외교’로 실패 모면하기 일본 언론은 왜 자꾸 문 대통령의 방일 가능성을
띄우는 것일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23일 열리는 도쿄올림픽 개막식은 관중없이
치러지게 됐다. 역사상 가장 비싸지만 관중 수익은 없는,
사상 첫 무관중 올림픽으로 도쿄올림픽은 이미 여러 오명을 쓰게 됐다.
도쿄올림픽이 조금이나마 인지도를 높이고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남은 건 ‘스포츠 외교’다.
역사적으로 올림픽은 가장 정치적인 세계 스포츠 이벤트다.
올림픽 개막식이나 폐회식 행사에 주요국가 정상이 참석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세계 이목이 집중된다.
현재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기로 한 정상으로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있다. 하지만 일본의 핵심 동맹국인 미국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불참하기로 했다.
그런 점에서 일본과 가장 가까운 이웃국가인 한국 정상의 불참은 일본의 제한적인 외교력뿐만 아니라
한일 냉각관계의 현실을 대외적으로 확인하는 꼴이 된다.
한일 기싸움은 여전…계륵된 한일 정상회담 문 대통령이 방일이 누구보다 절박한 건 일본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문 대통령의 방일 여부를 두고 날을 세우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법원 판결이 기존 한일 청구권 협정을 위반한다는
스가 내각의 완고한 입장 때문이다. 한국은 현실적인 여건에서 가능한 안을 여러가지 제안했지만,
일본은 한국이 내놓은 제안들 자체가 기존 수교 조약의 틀을 깨트린 안이라고 주장한다.
한국도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 정치권에서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띄우고 있다.
박수현 수석은 “외교에는 상대를 존중하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며 일본의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방일을 둘러싼 한일 간 신경전이 언론을 통해 부각되면서 한일 정상회담은 그야말로 ‘계륵’이 됐다.
성과를 기대하자니 준비기간 자체가 일단 짧았고, 양측 신경전이 너무 오랫동안 노출됐다.
하지만 개최를 안하면 한일 냉각국면의 현실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와의 협력을 생각하면 한국도 일본도
양자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게 그나마 낫다.
결국 이달 말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보여주기식’ 행사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일본도 이를 알고 ‘뻗대기’를 계속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일본 외무성 간부를 인용해
“올림픽 개회식에 출석하는 각국 정상의 한명으로 보고 조용하게 대응할 뿐”이라고 전했다.
ⓒ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