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리모델링 활성화…'내력벽 철거' 논의
원희룡, 내력벽 철거 허용 시사…법소위 상정
건설 전문가 "내력벽 철거 및 보강, 안전" 강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아파트 리모델링 '내력벽 철거 허용'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1기 신도시 리모델링 단지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내력벽 철거는 그동안 리모델링 사업의 '대못'으로 꼽혔다. 내력벽 철거가 불가능해 평면 구성 등을 자유롭게 변경하지 못하면서다. 그러나 내력벽 철거엔 '안전성 논란'이 따라다니면서 실제 법안 통과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건축 전문가와 건설업계는 현재 기술로 안전하게 내력벽을 철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내력벽을 철거하기 전 보강 작업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주민들의 선호 평면을 구성,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1기 신도시, 분당 시범 한양 아파트 전경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8년간 멈춘 '내력벽 허용 법안' 시계, 다시 돌아가나
원희룡 장관은 지난 4일 평촌 1기 신도시를 찾아 "안전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리모델링에서의 내력벽 철거와 수직증축 활성화를 풀려고 한다"며 "내력벽 철거 시 안전에 문제없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전문가들과 국민 절대다수가 수용할 수 있는 부분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집잇슈]'가구수 늘려줄게'...리모델링 훈풍? 희망고문?(6월5일)
아파트 건축 공법에는 △벽식 구조 △기둥식 구조 △무량판 구조로 대략 3가지가 있다. 이 중 내력벽은 80년대에 지어진 '벽식 구조' 아파트의 하중을 지지하는 벽이다. 벽식 구조 아파트는 기둥 대신 내력벽이 하중을 지탱한다.
아파트 바닥 구조/그래픽=비즈워치
현재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세대 내 내력벽은 철거할 수 있지만 세대 간 내력벽 철거는 금지된 상태다. 무분별하게 내력벽을 철거하면 건축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세대 간 내력벽 철거가 어려워 평면을 넓히거나 변경하는 등 공간 활용에 어려움이 있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노후 단지들이 '내력벽 철거 허가'를 요구하는 이유다. 선호 평면으로 변경이 어려워지면서 사업성이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1기 신도시에서 리모델링 추진하는 한 아파트 단지 관계자는 "내력벽 철거가 허용되면 기존 2베이 형태의 평면에서 선호도가 높은 3베이 등으로 변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력벽 철거 법안 통과가 지지부진하면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국토부 장관이 언급한 만큼 하루빨리 내력벽 철거가 가능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 "내력벽 철거…보강 함께하면 안전"
정부는 지난 2015년 건설기술연구원에 관련 용역을 발주해 제도 개선에 나선 바 있다. 이후 2016년엔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내력법 철거 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재검토로 입장을 바꿨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내력벽을 철거하기 전 다른 내력벽을 증설·보강한다면 기존 내력벽을 철거하더라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내력벽은 철거하면 안 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내력벽을 대신할 수 있는 보강작업이 들어가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력벽 철거와 보강에는 순서가 중요하다"며 "보강작업을 먼저 한 뒤 내력벽을 철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건설관리학회 학회지에 2016년 게재된 논문 '노후 공동주택의 내력벽 철거 및 보강에 대한 고찰'에서는 "세대 간 내력벽 철거 허용은 철거된 벽체의 보수와 보강이 함께 수행됨으로써 기존 건축물의 구조적인 성능을 크게 개선한다"고 나와 있다.
이와 함께 '내력벽 철거'라는 용어가 일반 국민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세대 간 내력벽 철거 허용이 아닌 '내력벽 철거와 보강'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후 아파트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서는 △구조기술자는 노후 공동주택내의 구조안전성을 확인해 내력벽 철거 가능범위를 산출하고 △설계사는 산출된 대안 중 사용자 측면에서 가장 선호도 있는 평면을 제안해야 하며 △설계안은 시공자의 철거량 산정 및 시공성·경제성 측면에서도 최적화 돼야 한다고 논문에서 밝히고 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과거 기술력이 부족했을 당시 지은 아파트 골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내력벽을 철거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재건축에 비해 리모델링 성공 사례가 많지 않아 일반화하기 어렵다"면서 "기술력이 부족했던 (때에 지었던) 아파트를 부수고 최신 공법으로 짓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리모델링 사례가 적은 만큼 전문적 연구도 부족하고 기술적 결함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