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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윤가(肥己潤家)
자기 몸을 살찌우고 자기 집만 윤택하게 한다는 뜻으로, 조선말 부패한 관리들이 국가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과 자기 집만 이롭게 하는 행태를 지칭하는 말이다.
肥 : 살찔 비(月/4)
己 : 몸 기(己/0)
潤 : 윤택할 윤(氵/12)
家 : 집 가(宀/7)
출전 : 무장포고문(茂長布告文)
이 성어는 고부 농민 봉기 이후 전봉준(全琫準), 김개남(金開男), 손화중(孫華仲)을 중심으로 한 농민 지도부가 전라북도 고창군 무장면에서 재봉기를 선언하면서 발표한 무장포고문(茂長布告文)에 나온다.
글은 유학적 소양이 있었던 농민군 지도자 전봉준이나 문장이 탁월하고 전봉준과 친분이 있었던 옹택규(邕宅圭), 또는 전봉준의 비서 역할을 하였던 정백현이 썼다는 설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人之於世, 最貴者, 以其人倫也; 君臣父子, 人倫之大者.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귀하게 여김은 인륜이 있기 때문이며, 군신과 부자는 가장 큰 인륜으로 꼽는다.
君仁臣直, 父慈子孝, 然後乃成家國, 能逮無疆之福.
임금이 어질고 신하가 충직하며, 아비가 자애롭고 아들이 효도를 한 뒤에야, 국가를 이루어 끝없는 복록을 불러오게 된다.
今我聖上, 仁孝慈愛, 神明聖睿.
지금 우리 임금은 어질고 효성스럽고 자애로우며 지혜롭고 총명하시다.
賢良正直之臣, 翼贊佐明, 則堯舜之化, 文景之治, 可指日而希矣.
현량하고 정직한 신하가 있어서 잘 보좌해 다스린다면, 예전 훌륭한 임금들의 교화와 치적의 날을 꼽아 기다려도 바랄 수 있을 것이다.
今之爲臣, 不思報國, 徒竊祿位, 掩蔽聰明, 阿意, 謟容, 忠諫之士, 謂之妖言, 正直之人, 謂之匪徒.
지금 신하가 된 자들은, 나라에 보답하려는 생각을 아니하고, 한갓 작록과 지위를 도둑질하여, 임금의 총명을 가리고 아부를 일삼아, 충성스런 선비의 간언을 요사스런 말이라 하고, 정직한 사람을 비도(匪徒)라 한다.
內無輔國之才, 外多虐民之官.
그리하여 안으로는 나라를 돕는 인재가 없고, 바깥으로는 백성을 갈취하는 벼슬아치만이 득실거린다.
人民之心, 日益渝變, 入無樂生之業, 出無保軀之策.
인민의 마음은 날로 더욱 비틀어져서, 들어와서는 생업을 즐길 수 없고, 나와서는 몸을 보존할 대책도 없도다.
虐政日肆, 怨聲相續.
학정은 날로 더해지고 원성은 줄을 이었다.
君臣之義, 父子之倫, 上下之分, 遂壞而無遺矣.
군신의 의리와 부자의 윤리와 상하의 구분이 드디어 남김없이 무너져 내렸다.
管子曰; 四維不張, 國乃滅亡.
관자가 말하길, "사유(四維; 예의염치)가 베풀어지지 않으면 나라가 곧 멸망한다."고 하였다.
方今之勢, 有甚於古者矣.
바야흐로 지금의 형세는 예전보다 더욱 심하다.
自公卿以下, 以至方伯守令, 不念國家之危殆, 徒切肥己潤家之計, 銓選之門, 視以生貨之路, 應試之場, 擧作交易之市.
위로는 공경대부(公卿大夫) 이하, 아래로는 방백수령(方伯守令)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위태로움은 생각지 아니하고, 거의 자기 몸을 살찌우고 집을 윤택하게 하는 계책만을 몰두하여, 벼슬아치를 뽑는 문을 재물 모으는 길로 만들고, 과거 보는 장소를 사고파는 장터로 만들고 있다.
許多貨賂, 不納王庫, 反充私藏.
그래서 허다한 재물이나 뇌물이 국고에 들어가지 않고, 도리어 사사로운 창고를 채운다.
國有積累之債, 不念圖報, 驕侈淫昵, 無所畏忌, 八路魚肉, 萬民塗炭.
나라에는 부채가 쌓여 있는데도 갚으려는 생각은 아니하고, 교만과 사치와 음탕과 안일로 나날을 지새워 두려움과 거리낌이 없어서, 온 나라는 어육이 되고 만백성은 도탄에 빠졌다.
守宰之貪虐, 良有以也.
奈之何民不窮且困也.
진실로 수령들의 탐학 때문이다. 어찌 백성이 곤궁치 않으랴.
民爲國本. 本削則國殘.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다. 근본이 깎이면 나라가 잔약해지는 것은 뻔한 일이다.
不念輔民安民之方策, 外設鄕第, 惟謀獨全之方, 徒竊祿位, 豈其理哉?
그런데도 보국안민의 계책은 염두에 두지 않고, 바깥으로는 고향집을 화려하게 지어 제 살길에만 골몰하면서, 녹위만을 도둑질하니 어찌 옳게 되겠는가?
吾徒雖草野遺民, 食君土, 服君衣, 不可坐視國家之亡八路同心, 億兆詢議, 今擧義旗, 以輔國安民, 爲死生之誓.
우리 무리는 비록 초야의 유민이나 임금의 토지를 갈아 먹고, 임금이 주는 옷을 입으면서, 망해 가는 꼴을 좌시할 수 없어서, 온 나라 사람이 마음을 함께하고, 억조창생이 의논을 모아, 지금 의로운 깃발을 들어, 보국안민을 생사의 맹세로 삼노라.
今日之光景, 雖屬驚駭, 切勿恐動, 各安其業, 共祝昇平日月, 咸休聖化, 千萬幸甚.
오늘의 광경이 비록 놀랄 일이겠으나, 결코 두려워하지 말고, 각기 생업에 편안히 종사하면서, 함께 태평세월을 축수하고, 모두 임금의 교화를 누리면, 천만다행이겠노라.
▶️ 肥(살찔 비)는 ❶회의문자로 月(월; 고기)과 巴(파; 卪절)의 합자(合字)이다. 肝(간)과 몸에 관계가 있는 月(월)과 물건의 알맞은 모양이 후에 파(巴)로 변한 절(卪=卩, 㔾)의 합자(合字)이다. 알맞게 살이 찐 사람이나, 동물에서는 주로 소나 양이 살진 것을 일컬었다. 지금은 사람이나 동물 또는 토질(土質)에 모두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肥자는 ‘살찌다’나 ‘기름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肥자는 ⺼(육달 월)자와 巴(꼬리 파)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巴자는 ‘꼬리’라는 뜻이 있지만, 본래는 손을 앞으로 쭉 내밀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여기에 고기를 뜻하는 ⺼자가 결합한 肥자는 마치 손으로 앞에 있는 고기를 끌어당기는 듯한 모습이다. 肥자는 이렇게 식탐을 부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살찌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肥(비)는 ①살찌다 ②기름지다 ③살지게 하다 ④비옥하게 하다 ⑤넉넉해지다 ⑥두텁게 하다 ⑦투박하다 ⑧얇게 하다 ⑨헐뜯다 ⑩거름, 비료 ⑪지방(脂肪), 기름기 ⑫살진 말 ⑬살진 고기 ⑭물의 갈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기름 유(油), 살찔 방(肪), 기름 지(脂), 기름 고(膏),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여윌 수(瘦), 여윌 척(瘠)이다. 용례로는 살지고 굳셈을 비강(肥强) 또는 비경(肥勁), 살지고 몸집이 큼을 비대(肥大), 토지의 생산력을 높이고 식물의 생장을 촉진시키기 위하여 경작지에 뿌려 주는 영양 물질을 비료(肥料), 거름을 주고 가꿈을 비배(肥培), 몸집이 크고 힘이 셈을 비장(肥壯), 걸고 기름진 흙을 비토(肥土), 살져서 두툼함을 비후(肥厚), 살지고 맛이 좋음을 비감(肥甘), 살지고 깨끗함을 비결(肥潔), 살찌고 뚱뚱함을 비만(肥滿), 땅이 기름지고 좋음을 비미(肥美), 몸에 살이 찌고 습기가 많음을 비습(肥濕), 땅이 걸고 기름짐을 비옥(肥沃), 살이 쩌서 기름진 고기를 비육(肥肉), 살지고 번지르르함을 비윤(肥潤), 몸의 살찜과 야윔을 비척(肥瘠), 살지고 무거움을 비중(肥重), 자기 몸과 자기 집만 이롭게 함을 비기윤가(肥己潤家), 제 몸만 살찌게 함 또는 제 이익만 취함을 비기윤신(肥己潤身), 자기에게만 이롭게 하려는 욕심을 비기지욕(肥己之慾),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으로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이 썩 좋은 절기임을 일컫는 말을 천고마비(天高馬肥), 가벼운 가죽옷과 살찐 말이라는 뜻으로 부귀영화를 형용해 이르는 말을 경구비마(輕裘肥馬) 등에 쓰인다.
▶️ 己(몸 기)는 ❶상형문자이나 지사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본래 구불거리는 긴 끈의 모양을 본떴고, 굽은 것을 바로잡는 모양에서 일으키는 일의 뜻으로 쓰인다. 일으키다의 뜻은 나중에 起(기)로 쓰고, 己(기)는 천간(天干)의 여섯번째로 쓰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己자는 '몸'이나 '자기'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여기서 말하는 '몸'이란 '나 자신'을 뜻한다. 己자의 유래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사람이 몸을 구부린 모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굽의 있는 새끼줄을 그린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런데 己자와 결합한 글자를 보면 새끼줄이 구부러져 있는 모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다만 己자가 단독으로 쓰일 때는 여전히 '나 자신'이라는 뜻을 가지게 된다. 己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상용한자에서는 뜻과 관련된 글자가 없다. 다만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새끼줄이나 구부러진 모양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으니 상황에 따른 적절한 해석이 필요하다. 그래서 己(기)는 ①몸 ②자기(自己), 자아(自我) ③여섯째 천간(天干) ④사욕(私慾) ⑤어조사(語助辭) ⑥다스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육십갑자(六十甲子)의 여섯 번째를 기사(己巳), 열여섯째를 기묘(己卯), 스물여섯째를 기축(己丑), 서른여섯째를 기해(己亥), 마흔여섯째 기유(己酉), 쉰여섯째를 기미(己未)라 한다. 그리고 자기의 물건을 기물(己物), 자기 마음을 기심(己心), 자기가 낳은 자녀를 기출(己出), 자신의 의견이나 소견을 기견(己見), 자신의 초상을 기상(己喪), 자기의 소유를 기유(己有), 자기의 물건은 기물(己物), 제 몸이나 제 자신 또는 막연하게 사람을 가리키는 말을 자기(自己), 자기 이익만 꾀함을 이기(利己), 자신의 몸을 닦음을 수기(修己), 안색을 바로잡아 엄정히 함 또는 자기자신을 다스림을 율기(律己), 자기 몸을 깨끗이 함을 결기(潔己), 몸을 가지거나 행동하는 일을 행기(行己), 신분이나 지위가 자기와 같음을 유기(類己), 자기를 사랑함을 애기(愛己), 자기 한 몸을 일기(一己), 자기에게 필요함 또는 그 일을 절기(切己), 자기가 굶주리고 자기가 물에 빠진 듯이 생각한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으로 여겨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함을 일컫는 말을 기기기익(己飢己溺), 중종때 남곤 일파 조광조 등을 쫓아내어 죽인 사건을 일컫는 말을 기묘사화(己卯士禍), 기미년 3월1일 일제에 항거하여 일어난 한국의 독립운동을 일컫는 말을 기미독립운동(己未獨立運動), 자기 스스로를 돌이켜 봄을 일컫는 말을 자기관찰(自己觀察), 모든 사고와 판단과 행동을 자기 중심으로 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자기본위(自己本位), 자기의 이해와 쾌락과 주장을 중심으로 삼고 남의 처지를 돌보지 않는 주의를 일컫는 말을 애기주의(愛己主義), 자기 존재를 인정 받으려고 남에게 자기를 과시하는 심리적 경향을 일컫는 말을 자기과시(自己誇示), 스스로에게 황홀하게 빠지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자기도취(自己陶醉), 자신의 생활은 검약하게 하고 남을 대접함에는 풍족하게 함을 이르는 말을 약기유물(約己裕物) 등에 쓰인다.
▶️ 潤(불을 윤/윤택할 윤)은 ❶형성문자로 润(윤)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넘칠 정도로 많은 모양의 뜻을 갖는 閏(윤)으로 이루어졌다. 충분히 물에 젖다의 뜻이다. ❷형성문자로 潤자는 '윤택하다'나 '젖다', '(은혜를)받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潤자는 水(물 수)자와 閏(윤달 윤)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閏자는 '윤달'이나 '잉여'라는 뜻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潤자는 물이 사물의 표면에 젖어 윤기가 나는 모습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로 水자가 의미요소로 쓰였다. 그래서 潤(윤)은 ①(물에)불다, 젖다(물이 배어 축축하게 되다) ②적시다, 젖게 하다 ③(은혜를)받다 ④윤택(潤澤)하다 ⑤윤(潤)이 나다, 번지르르하다 ⑥윤(潤)을 내다 ⑦부드럽다, 온순(溫順)하다 ⑧더하다 ⑨물기, 수분(水分) ⑩윤(潤), 윤기(潤氣) ⑪광택(光澤) ⑫은혜(恩惠) ⑬이득(利得), 이익(利益)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못 당(塘), 못 지(池), 못 소(沼), 못 연(淵), 못 택(澤), 젖을 습(濕), 젖을 점(霑)이다. 용례로는 물건이 풍부함이나 넉넉함을 윤택(潤澤), 윤이 나도록 매만져 곱게 함을 윤색(潤色), 글을 윤색함을 윤문(潤文),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림을 윤필(潤筆), 윤택한 기운을 윤기(潤氣), 글을 윤색하고 교정함을 윤정(潤正), 윤기 나는 빛을 윤광(潤光), 윤이 나고 아름다움을 윤미(潤美), 덕을 쌓아서 몸에 광채를 입힌 듯이 훌륭하게 함을 윤신(潤身), 점점 더 불어 감을 윤익(潤益), 젖음 또는 젖어 있는 모양을 윤습(潤濕), 기름기나 물기가 있어 뻑뻑하지 않고 매끄러움을 윤활(潤滑), 혜택이 널리 미침을 윤흡(潤洽), 돈벌이를 하는 동안에 남는 돈을 이윤(利潤), 비나 이슬에 젖어 부은 것을 점윤(霑潤), 젖어서 질척함으로 습기가 많음을 습윤(濕潤), 환하게 나는 윤기를 명윤(明潤), 살림이 넉넉하고 윤택함을 부윤(富潤), 아름답고 윤택함을 미윤(美潤), 윤기가 있는 아름다운 얼굴을 옥윤(玉潤), 마음이 온화하고 몸에 화기가 있음을 온윤(溫潤), 신분이 귀하고 재물이 넉넉함을 영윤(榮潤), 살지고 번지르르함 또는 땅이 걸고 물이 좋음을 비윤(肥潤), 얼굴빛이 불그레하고 보드라움을 홍윤(紅潤), 물기가 차차 스며듦을 삼윤(滲潤), 마음이 고요함을 심윤(深潤), 옥의 광택이 안에 함축된 것과 밖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뜻으로 인물의 재덕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내윤외랑(內潤外朗), 물이 차츰 스며듦과 같이 깊이 믿도록 서서히 하는 참소의 말이라는 뜻으로 아주 교묘한 중상모략을 일컫는 말을 침윤지참(浸潤之讒), 무른 땅에 말뚝 박기로 대상이 만만하여 누르기 쉽거나 또는 매우 하기 쉬운 일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윤지탁익(潤地椓杙), 얼음과 같이 맑고 구슬과 같이 윤이 난다는 뜻으로 장인과 사위의 인물됨이 다 같이 뛰어남을 이르는 말을 빙청옥윤(氷淸玉潤), 제 몸만 살찌게 함 또는 제 이익만 취함을 일컫는 말을 비기윤신(肥己潤身), 자기 몸과 자기 집만 이롭게 한다는 말을 비기윤가(肥己潤家) 등에 쓰인다.
▶️ 家(집 가, 여자 고)는 ❶회의문자로 宊(가)와 동자(同字)이고, 姑(시어미 고)와 통한다. 갓머리(宀; 집, 집 안)部와 안에서 돼지(豕)를 기른다는 뜻을 합(合)하여 집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家자는 ‘집’이나 ‘가족’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家자는 宀(집 면)자와 豕(돼지 시)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예로부터 소나 돼지와 같은 가축은 집안의 귀중한 재산이었다. 그러니 도둑이 훔쳐가지 못하도록 곁에 두는 것이 가장 안전했을 것이다. 그래서 고대 중국에서는 돼지우리를 반지하에 두고 그 위로는 사람이 함께 사는 특이한 구조의 집을 지었었다. 아직도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고집하는 중국의 일부 소수민족은 집안에 돼지를 기르고 있다. 家자는 그러한 가옥의 형태가 반영된 글자이다. 그래서 家(가)는 (1)일부 한자어 명사(名詞) 다음에 붙어 그 방면의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나 또는 어떤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란 뜻을 나타내는 말 (2)어떤 일에 능하거나 또는 지식이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란 뜻을 나타내는 말 (3)어떤 것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 (4)성 다음에 붙어, 그 집안을 나타내는 말 (5)호적상, 한 가(家)로 등록된 친족의 단체 등의 뜻으로 ①집 ②자기(自己) 집 ③가족(家族) ④집안 ⑤문벌(門閥) ⑥지체(사회적 신분이나 지위) ⑦조정 ⑧도성(都城) ⑨전문가 ⑩정통한 사람 ⑪용한이 ⑫학자(學者) ⑬학파(學派) ⑭남편(男便) ⑮아내 ⑯마나님(나이가 많은 부인을 높여 이르는 말) ⑰살림살이 ⑱집을 장만하여 살다 그리고 ⓐ여자(女子)(고)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집 당(堂), 집 우(宇), 집 택(宅), 집 실(室), 집 궁(宮) 등이 있다. 용례로는 부부를 기초로 하여 한 가정을 이루는 사람들을 가족(家族), 한 가족으로서의 집안을 가정(家庭), 집안 살림에 관한 일을 가사(家事),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음을 가출(家出), 대대로 전하여 내려오는 집안의 보물을 가보(家寶), 집안 식구를 가구(家口), 남에게 대하여 자기 아버지를 이르는 말을 가친(家親), 남에게 자기 아들을 이르는 말을 가아(家兒), 집안 살림의 수입과 지출의 상태를 가계(家計), 한 집안 사람을 가인(家人), 사람이 들어가 살기 위하여 지은 집을 가옥(家屋), 집안이나 문중을 가문(家門), 집안의 어른을 가장(家長), 집안 어른이 그 자녀들에게 주는 교훈을 가훈(家訓),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람에게 길들여져 집에서 기르는 짐승을 가축(家畜), 집안 살림에 관한 일을 가사(家事), 한 집안의 대대로 이어 온 계통을 가계(家系),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된다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빈한한 집안이라서 아무것도 없고 네 벽만 서 있다는 가도벽립(家徒壁立), 타국이나 타향에 살 때는 고향 가족의 편지가 더없이 반갑고 그 소식의 값이 황금 만 냥보다 더 소중하다는 가서만금(家書萬金)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