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걱정
"우리가 하는 걱정의 96%는 쓸데없는 걱정이며, 실제로 대처해야 할 걱정은 4%에 불과하다."
캐나다 작가 어니 J. 젤린스키의 말이다.
"걱정도 팔자다."는 속담도 쓸데없는 걱정에 대한 일침이다.
그런데 피할 수 없는 걱정이 있다.
돈 걱정이다. 누구나 하는 걱정이다.
많은 사람은 많은 대로, 적은 사람은 적은 대로 한다.
그렇더라도 돈 걱정이라면 으레 돈이 없어서 하는 걱정이다.
새로 생긴 쓸데있기도 하고 쓸데없기도 한 걱정도 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보이스피싱으로 자칫 돈을 털릴까 봐 하는 걱정이다.
그런데 요즘 늙은이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돈 걱정이 생겼다.
증여와 상속세다.
돈이 없이 죽으면 걱정할 일은 없다.
그러나 아파트 한 채라도 갖고 죽으면 걱정이 태산이 된다.
정부가 아파트 가격을 올려놓는 바람에 수도권 아파트는 웬만하면 20억이다.
이것을 놓고 죽으면 상속세가 수억이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죽은 날로부터 소급하여 10년간 증여를 했다면 상속세에 세금이 누진된다.
돈을 자식에게 물려준 늙은이들이 "죽기 살기로 10년은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은 괜한 농담이 아니다.
10년 동안 쓴 현금에 대해 증빙이 없으면 증여로 간주되어 상속가액에 더해진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미리 법인을 만들거나 머리를 팽이처럼 돌려 자식들에게 재산을 넘겨 오히려 걱정이 없다.
오히려 집 한 채 가지고 근근이 살아온 소시민이 더 걱정이다.
그렇다고 이런 돈 많던 사람들도 돈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식들은 부모에게 돈을 다 물려받으면 눈곱만큼의 한도액이 설정된 법인카드 하나 만들어 주고 외면해 버린다.
배 주고 배 속 빌어먹는 것이다.
해결책은?
소크라테스나 공자의 제자들은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부처를 내세우는 중들이 있는 절에 가면 시주하라고 한다.
예수의 제자를 자처하는 목사들이 있는 교회에 가면 헌금하라고 한다.
그러나 어디로 가든 "누구 좋으라고?"라는 반문이 제기될 정도가 되지 않았나.
죽고 나면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방법도 있다. 말은 쉽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들은 100세 시대에 취해 야무진 꿈으로 제 분수를 잃고 산다.
그러다가 어느 날 퍽 쓰러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국세청이 쪼르르 달려온다.
넉넉하게 일찍 잡고 준비하면서 돈은 청소하듯 미리미리 다 쓰는 것이 정작 하책이란 말인가.
집은 은행에 잡혀 죽을 때까지 쏙쏙 빼먹으면서 화장비만 남겨놓으면 된다.
5년쯤 뒤면 조화가 놓이는 빈소도 거의 사라지고 부고나 조문도 없어져 갈 것이다.
엊그제는 친한 친구가 죽은 것을 뒤늦게 알아 조문을 못 갔고, 반대로 이름도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부고 문자가 와서 조문을 안 갔다.
문제는 돈을 쓸 줄 몰라서 못 쓰고 버릇이 안 들어서 못 쓴다.
푼돈만 써온 사람은 그 이상 돈을 쓰지 못한다.
"습관은 모든 것의 왕이다."
인류 최초의 역사학자 헤로도토스 시대 그리스 시인 핀다로스의 명언이다.
이 습관을 거스르고 돈을 쓰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돈 아끼고 틀어쥐는 기술은 백 단이지만 쓰는 기술은 맹탕이다.
결국 돈 쓸 줄 모르고 아끼는 습관에 대한 벌금을 물어야 한다.
자식들 간에 싸움박질 안 한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그 뒤에는 돈의 저승사자 국세청이 이빨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가 가장 소중하다. 시간은 있다. 돈 쓰는 학습과 실습부터 해 나가야 한다.
하나의 길은 있다. 지금도 수많은 유기견들이 철창에서 죽을 날을 받아놓고 있다.
다 같은 소중한 생명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며 애타게 도움의 손길을 고대한다.
한 집에서 한 마리씩만 돌본다면 이들이 살 수 있다.
유기견이냐, 국세청이냐?
해우지도(解憂之道)를 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