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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天龍八部 제 2부
원 제: 俠客行
지은이: 金 庸
옮긴이: 朴永昌
타이핑: 洪春植(paradian)
차 례: 제 2권 23. 현소장의 장주 2/2
백만검은 고개를 끄덕였다.
호연만선은 검의 끝을 갑자기 위로 치켜 올리면서 비스듬히 문만부의
왼쪽 어깨를 찌르려 했다.
이는 바로 설산파의 검법 가운데 노지횡사(老枝橫斜)라는 절초였다.
능소성 안팎에는 매화꽃을 잔뜩 심어놓고 있었다. 과거 이 검법을 창
안한 설산파의 조사가 매화꽃을 유난스레 좋아하다 보니까 검법 가운
데 적지 않은 초식이 매화꽃이나 매화나무 가지 등의 형태를 본받아
창안하게 되었다.
표일하면서도 순박한 데가 있는 검법있었다. 매화나무의 가지는 앙상
해 보여야만이 귀한 것이라 여겼다.
반면에 매화는 무성하게 함께 모여 자라는 경향이 있는 것을 높이 샀
다.
그렇기 때문에 호연만선과 문만부 두 사람이 검법을 겨루게 되자마자
때로는 매우 단순하고도 소박한 초식을 펼쳤고 때로는 절묘하면서도
기이한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따라서 검법이 한번 펼쳐지자마자 눈송
이가 허공에서 난무하는 것 같았고, 삭풍이 획획, 몰아치는 것 같았
다.
두 사람은 매우 신속한 초식을 펼쳐내고 있었는데 그 모양은 마치 매
화나무가 세찬 바람에 가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과 비슷했다.
동시에 새외의 대사막에서 날아오르는 모래기둥과 낙타들이 달려갈
때의 모양이 두 사람의 몸놀림 가운데서 간혹 드러나기도 했다.
석파천은 이때 한쪽에 쓰러져 있었다. 그 누구도 그를 아랑곳하지 않
았다.
그는 너무나 무료해서 호연만선과 문만부 두 사람이 검법을 눈여겨
보았다.
그의 내력은 이미 상당히 정순한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그러나 검법
과 권법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두 사람이 서로 일 검을 찌르고 받고 하는데 그 공세와 수비가 무척
교묘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 가운데 오묘한 이치를 그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으나 다만
서로 빈틈없이 돌아가며 싸우고 있는 것이 꽤 재미있다고 느꼈다.
한참 동안 두 사람의 대결을 바라본 석파천은 두 사람의 장검이 장난
처럼 휘둘러지는 것을 느꼈다.
분명히 장검을 조그만 더 앞으로 내밀면 상대방의 손을 찌를 수 있겠
는데 언제나 기력이 다했는지 갑자기 멈춤으로써 그간의 공이 수포로
돌아가곤 했다.
석파천은 그와 같은 광경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아, 이제 보니 그들 사형제는 검법을 연마하는 것이지 상대방을 죽
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구나.'
이때 백만검이 호통을 내질렀다.
"잠깐!"
그는 천천히 걸어나가더니 호연만선의 장검을 받아들고서는 하나의
검식을 펼쳐 보이고 말했다.
"이 일 초는 두 치 정도만 더 찌르면 벌써 이겼을 것이네."
석파천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백 대협의 말이 옳아. 두 치 정도만 더 앞으로 내찔렀다면
이겼을 것인데......호연 대협이 어찌해서 찌르지 않은 것일까?'
호연만선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백 사형의 말씀이 옳습니다. 소제는 이 일 초 풍사망망(風沙莽莽)은
두 치를 남겨두고는 내력이 소모되어 반 치도 더 찌를 수 없는 상태가
되곤 했소이다."
백만검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내공은 일 조 일 석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네. 그러나 내력이 부
족하게 되면 검법의 변화로 보완을 해야 한다네. 본파의 내공 비결은
솔직히 말해서 뛰어난 점이 없네. 소림(少林), 아미(蛾嵋), 곤륜(崑
崙), 무당(武當)의 무공과 비교해볼 때 각기 장단점을 갖추고 있다지
만 설산 일파는 창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백 년간 전통을 지켜온
그들 커다란 문파와 견주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지......"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그러나 본파의 검법은 기묘함에 있어서 천하에서 무적이라 할 수 있
으니 여러 사제들이 적을 맞아 싸우게 되었을 때 우리 설산검법의 장
점을 잘 살려 상대방의 결점을 공격하는 것이 좋을 것이네. 또한 다른
사람들과 내력을 견주려 하지 말고 검초의 변화를 정묘하게 가해서 이
기도록 하게."
두 사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을 했다.
'백 사형의 말은 정녕 우리 검법 가운데 가장 요긴한 점을 지적하고
있구나.'
사실 능소성의 성주이며 설산파의 장문인인 위덕선생은 어릴 적 부터
기연을 만나 희세의 영약을 복용하여 내공이 크게 증진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다른 사람이 오륙십 년간 연마한 내공을 짧은 기간안에
지니게 되었다.
본래 설산파의 내공은 평범한 것이었으나 백자재의 내력이 소림과 무
당의 고수들보다 뛰어난 점을 갖추게 되었던 것은 바로 그런 영약의
덕택이었다. 하지만 영약은 억지로 얻으려고 해서 얻어지는 물건이 아
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위덕선생 백자재의 내공은 제자들의 내력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그리고 위덕선생은 호승심이 강해서 제자들에게 그와 같은 결점을 말
해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설산파는 능소성의 문을 닫아놓고 스스로 제
일이라고 뽐내었고 능소성이 설산파 제자들은 자기의 내외공을 절세의
무학이라고 믿게 되었던 것이다.
이번에 중원에 나오자마자 잇달아 봉변을 당하게 되고, 또 백만검이
그와 같은 사실은 솔직히 말해주는 바람에 설산파의 제자들은 황연히
깨닫게 된 바가 있게 된 것이다.
백만검은 즉시 검법 가운데 절묘한 변화를 천천히 일 초 일 식 펼쳐
보이고 설명을 해주었다.
호연만선과 문만부가 초식을 겨룬 후 다른 두 명의 사제들도 무공을
겨루게 했다.
두 사람이 무공을 겨루게 된 이후 백만검은 호연만선과 문만부로 하
여금 밖을 지키게 하고 조, 왕, 두 사제를 불러들였다.
그들은 이와 같은 설명을 듣게 되자 검법을 일 초라도 제대로 잘못
펼치게 된다면 즉시 죽음을 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하나같이
정신을 가다듬고서 초식을 눈여겨 보게 되었다.
이제는 능소성에 있을 때 단순히 검법을 익힌다고 잘난 체를 할 때와
는 달라진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초식을 겨루긴 했으나 펼치는 검법이 모두 대동소이했
다.
그렇기 때문에 석파천은 일곱 쌍의 제자가 초식을 겨루게 되었을 때
의 상황을 눈여겨 보았기 때문에 칠십이 초의 설산 검법을 대강은 알
게 되었다.
그는 초식의 이름이 운치가 있는 것은 물론이요, 그 뜻을 이해 할 수
없어서 명칭을 외우지는 못했으며, 초식에 내포되어 있는 절묘한 변화
는 터득할 수 없었으나 검초를 펼쳤을 때 어떻게 해소시켜야 하고 또
어떻게 반격해야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대강은 알게 되었다.
설산파의 제자들은 검술을 익히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석파천도 설산
검법을 어느 정도 기억하기에 이르렀다.
갑자기 백만검이 장검을 내던지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뭇사제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의아하게
여겼다.
이때 백만검은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석파천을 한번 바라보더니 침울
하게 말했다.
"저 녀석은 우리 문파로 들어온 이래 이삼 년도 되지 않아 본파 무공
의 절묘한 점을 터득하여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점은 십 년이나 이십
년간 연마한 사백이나 사숙들보다 떨어지지만 임기응변의 요령은 크게
더 뛰어나니......"
그는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본파의 검법은 본래 날렵하고 변화를 위주로 하기 때문에 그렇게 훌
륭한 제자를 얻게 되자 봉 사형은 매우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장문인도
그를 매우 총애하여 본파를 크게 빛낼 수 있을 것이라 했거늘......"
그는 잇달아 세 번이나 한숨을 길게 내쉬며 애석해 하는 표정을 얼굴
에 가득 떠올렸다.
기한서북 백만검은 무공이 고강하고 식견 또한 남달리 뛰어난 데가
있었다.
이 무렵 그는 십팔 명의 사제들에게 반나절 동안 검초를 연마하도록
지도를 했으나 하나같이 사제들의 자질이 평범하여 아무리 열심히 연
마한다 하더라도 대성을 거둘 것 같지가 않았다. 따라서 설산파의 뒤
를 이어 줄 사람이 없다는 데 크게 안타까움을 느끼고 그와 같은 말을
한 것이었다.
석중옥은 본래 천 명이나 되는 제자들 가운데 한 명이 있을까 말까
한 인재였다.
그가 좋은 길로 나아가지 않고 그릇된 길로만 내닫고 있었으니 백만
검으로서는 자기 문파에 인재가 없다는 사실과 석중옥이 또 그와 같이
사악한 짓을 저지르는 데 대해 크게 마음 아파하게 되었던 것이다.
석파천은 이때 백만검이 자기를 바라보는 눈동자에 지극히 따뜻한 정
이 넘치는 것을 보고, 백만검의 마음속을 헤아릴 수는 없었으나 약간
고맙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되자 토지묘 안은 일시 무거운 침묵에 휩싸이게 되었다.
잠시 후 백만검은 오른발로 땅바닥에 던진 장검의 검자루를 살짝 건
드렸다.
그 검은 허공으로 훌쩍 튀어올라서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그의 손
아귀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백만검은 검을 잡고 천천히 마당으로
나서더니 낭랑히 외쳤다.
"어디서 오신 고인이신지 아래로 내려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어떻겠소?"
설산파의 뭇제자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장락방의 고수들이 달려왔나? 어째서 호연만선과 문만부 두 사람이
밖에서 지키고 있는데도 알리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아무런 기척도 없
이 나타난 것인데 백 사형은 또 어떻게 알아차리게 되었을까?'
이때 싹, 하는 가벼운 음향과 더불어 마당에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
냈다.
한 사람은 전신을 흑의로 감싸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부인인데 하
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부인은 허리에 빨간 띠를 두르고 있었고 머리에 빨간 꽃을 꽂고 있는
점으로 보아 상을 당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은 하나같이 장검을 메고 있었는데 남자의 검 자루에는 검은
수실이 나부기고 있었고 여인의 검 자루에는 흰 수실이 휘날리고 있었
다.
두 사람은 뛰어내릴 때 동시에 착지를 하면서도 별로 소리를 내지 않
는 무공을 지녔고 풍모 또한 뛰어나 대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하게
만들었다.
백만검은 재빨리 장검을 거꾸로 잡고 포권을 하며 낭랑히 외쳤다.
"알고보니 현소장의 석 장주 부부께서 오셨구료."
나타난 사람은 바로 현소장의 장주 석청과 그의 부인 민유였던 것이
다.
석청은 얼굴에 미소를 띠우고 포권을 했다.
"백 사형이 폐장에 오신 것을 저희 부부는 마중을 하지 못했을 뿐 아
니라 지주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하오이다."
석청 부부는 후감집에서 설산파의 제자들이 들려준 말을 아직도 기억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와 같은 말을 한 것이었다.
그들 부부가 후감집에서 만난 설산파의 제자들은 장락방에 잡혀 있기
때문에 이곳의 설산파의 제자들은 백만검의 말을 듣고서야 겨우 알아
보고 속으로 켕켰다.
'우리가 저네들 산장을 태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이때 백만검은 단도직입적으로 설명을 했다.
"우리들이 이번 서역에서 동쪽으로 나오게 된 것은 자제분을 찾기 위
해서인데 자제분을 찾지 못해 불초가 노한 김에 귀장을 불태우고 말았
소이다."
석청은 얼굴에 여전히 웃음을 띠우고 말했다.
"폐장은 원래 훌륭하게 세우지 못했소이다. 백 사형이 눈에 거슬리는
것을 느끼고 이 형제를 대신해서 불질러 버린 것은 그야말로 시원스러
운 처사이지요. 잘 했소이다......"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더군다나 백 사형께서는 넓은 아량을 베푸시어 장원 사람들을 모조
리 밖으로 내보낸 점, 깊이 감사드리는 바이외다."
백만검은 정중하게 말했다.
"귀장의 하인이나 장정들이 잘못을 저지른 일이 없는데 어찌 무고한
사람을 해칠 수 있겠소이까? 오히려 민망스러울 뿐이외다."
석청은 침중한 어조로 말했다.
"설산파의 여러분들은 불초의 못난 자식에 대해서 여러모로 돌보아
주셨는데 어리석게도 그 녀석이 좋은 것은 배우지 않고 막무가내로 못
된 짓만 일삼아 백 노선배님과 봉 사형, 그리고 백 사형의 기대를 저
버린 점 저희들 부부로서는 정말 부끄럽게 생각하오이다......"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백 노선배님은 안녕하시며 백 노부인께서도 안녕하신지요?"
그는 민유와 함께 정중히 허리를 굽혀 예를 했다. 바로 백만검 부모
의 안부를 물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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