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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軍) 위문품 / 김동섭 조선일보 논설위원
1980~90년대 단것에 목말라하던 군 장병들에게 최고의 연말 위문품은 과자 선물세트였다. 공무원과 정부투자기관 직원들이 모은 성금으로 국가보훈처가 보낸 선물세트는 초코파이·껌·초콜릿 등 10여개 '사제(私製)' 과자로 가득해 병사들이 고향의 맛을 즐길 수 있었다. 과자 위문품은 2002년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갈수록 식사 품질이 좋아지고 과자는 매점에서 쉽게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 22인치 모니터를 단 컴퓨터 5대, 12㎏짜리 드럼세탁기 2대, 풀 베는 예취기 1대, 50만원어치 지역 상품권…. 작년 말 강원도 한 포병중대가 기업체와 지역 관공서로부터 받은 위문품이다. 요즘엔 부대들이 기업과 기관의 위문품 예산이 얼마나 되는지 미리 알아본 뒤 그 금액에 맞춰 병사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써내라고 해 목록을 보낸다. 상품권은 책을 비롯해 필요한 것들을 그때그때 구할 수 있어 환영받는다.
▶ 위문품의 변화는 군(軍) 생활환경의 급속한 개선과 맞물려 있다. 30여명이 서로 몸을 포개 자던 옛 내무반, 요즘 생활관에서 마룻바닥이 사라지고 개인 침대가 1m 간격으로 놓이는 부대가 늘어가고 있다. 훈련 갔다 오면 군화를 전용 세척기와 건조기로 씻고 말린다. 생활관 벽엔 최신 벽걸이식 평면 TV가 걸려 있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놓인 세탁실은 분대별로 시간을 쪼개 이용한다. 체력단련실은 오후 5시 일과 후와 휴일이면 장병들로 북적인다.
▶ 1960년대엔 학교마다 학급별로 치약 칫솔 비누 수건 같은 생활용품을 걷은 뒤 큼직한 위문대(袋)에 담아 '국군 장병 아저씨께'라고 쓴 위문편지와 함께 보냈다. 또박또박 눌러 쓴 어린이들의 위문편지가 장병들에겐 작지 않은 위안이고 즐거움이었다. 위문대는 물론 위문편지도 90년대 들어 사라졌다. 세월 따라 세태 따라 위문품은 번듯하게 바뀌었지만 국민과 군 장병 사이 교감은 오히려 옛 위문편지 시절보다 덜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 |